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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1997. 4. 25. 선고 97나2150 판결 : 상고기각
[손해배상(기)][하집1997-1, 177]
판시사항

담당 공무원의 과실로 발급된 타인의 인감증명서를 이용하여 그와는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새로운 인감증명서를 위조한 후 이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피해를 끼친 사안에서, 피해자의 피해와 담당 공무원의 과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담당 공무원의 과실로 발급된 타인의 인감증명서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그 인감증명서의 일부 기재 사항만을 변조하여 사용한 것이 아니라, 거듭된 전자복사의 방법을 동원하여 인감증명서의 중요 부분을 대부분 고친 데 이어 인감증명 발급 담당자의 인장은 물론 그 작성명의자인 동장의 직인까지 함부로 위조하여 당초에 허위로 발급된 인감증명서와는 동일성이 없는 전혀 별개의 새로운 인감증명서를 위조한 후 이를 기망의 수단으로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손해를 끼친 사안에서, 담당 공무원이 인감증명서를 잘못 발급한 점과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

원고, 피항소인

원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제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정철섭외 3인)

피고, 항소인

부산광역시 영도구(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정동외 3인)

주문

1.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6,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인정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3, 갑 제4호증의 3, 갑 제4호증의 8 내지 14, 갑 제5호증, 을 제1호증의 8 내지 12, 17, 20, 22, 23, 25 내지 33, 35 내지 39, 47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을 제1호증의 27의 일부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소외 1은 1995. 5. 2.경 부산 영도구 신선 2동 118의 16 소재 소외 4 소유의 3층 건물에 이사와 그 당시 위 건물에 세들어 살면서 '한올 혼수방'을 운영하던 소외 5를 알게 되어 서로 친하게 지내던 중 위 소외 5 몰래 동사무소에서 위 소외 5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이를 이용하여 그 명의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물품을 구입하는 수법으로 타인의 금품을 편취하기로 계획하였다.

나. 위 소외 1은 위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1995. 6. 2.경 부산 영도구 신선 2동 소재 신선2동 사무소를 찾아가 자신이 위 소외 5 본인인 양 행세하면서 위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피고 소속 공무원인 소외 2에게 인감도장을 분실하였다며 개인신고를 하였다.

다. 이에 위 소외 2는 인감 개인 및 인감증명 발급을 위하여 위 소외 5로 자처하는 위 소외 1에게 위 소외 5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것이 없으면 인감증명을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하였으나 위 소외 1이 주민등록증을 분실하였다며 막무가내로 인감증명을 발급해 줄 것을 요청하자 이에 못이겨 위 소외 1에게 주민등록증 분실신고를 동시에 하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였다.

라. 그러자 위 소외 1은 그 자리에서 위 소외 5 명의의 주민등록증 분실신고서를 위조하여 위 소외 2에게 건네주었는데, 위 소외 2는 위 동사무소에 비치되어 있는 위 소외 5의 주민등록표를 찾아 그 이면에 붙어있던 위 소외 5의 사진을 확인한 결과 나름대로 위 소외 1이 위 소외 5와 동일인이라고 생각한 끝에 이미 위 소외 5가 신고해 둔 인감을 개인한 다음 위 소외 5 명의의 인감증명서 2통을 발급하여 주었고, 그 후 위 소외 1은 1995. 6. 5.경 위 동사무소에 찾아와 전과 마찬가지로 위 소외 5로 행세하면서 위 소외 2로부터 위 소외 5 명의의 인감증명서 3통을 다시 발급받았다.

마. 그 후 위 소외 1은 같은 해 6. 7.경 위와 같이 발급받아 소지하고 있던 위 소외 5 명의의 인감증명서 중 1통으로 2통을 복사하여 그 중 1통의 인감증명서 복사본은 그 인감란과 수입증지 부분, 동장 직인 부분, 담당자의 도장 부분 및 발급번호와 발급일 등을 수정액으로 지우고 복사한 후 수정액으로 지워 없어진 선을 수성펜으로 긋고 다시 복사한 후 거기에 수입증지를 붙이고, 발급번호란에 2917, 날짜란에 95. 6. 5.로 기재한 다음 인감란과 동장 직인란, 수입증지 등에 미리 새겨 가지고 있던 위 소외 5의 인장, 위 동장 직인, 담당자의 도장 및 소인을 임의로 날인하는 방법으로 위 소외 5 명의의 인감증명서 1통을 위조하고, 나머지 1통의 인감증명서 복사본은 그 인감란과 주민등록번호란, 성명란, 수입증지 부분, 주소란 중 수기로 된 번지와 통/반 기재 부분, 동장 직인 부분 등을 수정액으로 지우고 복사한 후 수정액으로 지워 없어진 선을 수성펜으로 그은 다음 다시 복사한 후 주민등록번호란에는 (주민번호 생략), 성명란에는 소외 4, 주소란의 번지와 통/반 기재 장소에는 118, 5/2, 118-16, 5/2, 전입·전출란에는 73. 7. 9. 및 89. 7. 10.이라고 각 기재한 다음 또 다시 복사한 후 거기에 수입증지를 붙이고 발급번호란에 2119, 날짜란에 95. 6. 5.로 기재한 다음 인감란과 동장 직인란 등에 위와 같이 미리 새겨 가지고 있던 위 소외 4의 인장, 위 동장 직인, 담당자의 도장 및 소인을 임의로 날인하는 방법으로 위 소외 4 명의의 인감증명서 1통을 위조하는 한편 위 소외 5가 위 소외 4로부터 그 소유인 위 3층 건물 중 1층 방 2칸을 전세보증금 23,000,000원에 임차하고 있다는 내용이 기재된 위 양인 명의의 부동산임대차계약서 1통과 위 소외 4가 위 소외 5의 금원 차용에 대하여 지불보증을 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위 소외 4 명의의 지불보증서 1통을 위조하였다.

바. 그리고 위 소외 1은 그 날 오후 위와 같이 위조된 위 서류들을 지참하고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 (지번 생략) ○○○오피스텔 13층 소재 원고 경영의 ○○투자금융에 찾아가 그 직원인 소외 3에게 자신이 마치 위 소외 5인 양 행세하면서 위와 같이 위조한 인감증명서, 부동산임대차계약서, 지불보증서를 제시하고 금 16,000,000원을 대출하여 달라고 하였고, 이에 속아 넘어간 위 소외 3은 위 소외 1을 위 소외 5인 줄 알고 위 소외 1로부터 위 서류들과 함께 금 16,000,000원을 이자 월 2푼에 차용한다는 내용의 위 소외 5 명의로 된 차용증서를 교부받은 다음 위 소외 1에게 위 대출금에서 선이자를 공제하여 그 날 금 12,180,000원을 대여하고, 같은 달 14. 금 1,900,000원을 추가 대여함으로써 합계 금 14,080,000원을 대여하였다.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이에 원고는, 위 소외 2가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은 직무 수행상의 과실로 인감증명서를 잘못 발급하고 위 소외 1이 이를 이용하여 원고 직원을 기망하고 금원을 편취하여 원고에게 동 금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피고는 그 소속 담당 공무원인 위 소외 2의 직무상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인감증명은 인감 자체의 동일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거래행위자의 동일성과 거래행위가 행위자의 의사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는 자료로서 일반인의 거래상 극히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인감증명 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으로서는 그것이 타인과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일에 사용되어지는 것을 예상하여 그 발급된 인감증명으로 인한 부정행위의 발생을 방지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 할 것인바, 위 인정 사실과 같이 이미 위 소외 5의 인감신고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위 소외 5 본인이라고 자처하는 위 소외 1이 인감도장 및 주민등록증을 분실하였다며 주민등록 분실신고를 하면서 인감 개인신고와 동시에 인감증명서 발급신청을 하였다면, 그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인 위 소외 2로서는 위 동사무소에 비치되어 있는 개인별 주민등록표에 붙어 있는 사진과 위 소외 1의 얼굴을 면밀히 대조하여 보는 한편 위 소외 1이 진술하는 인적 사항과 위 주민등록표상의 그것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등으로 위 소외 1이 진술하는 인적 사항과 위 주민등록표상의 그것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등으로 위 소외 1이 위 소외 5와 동일인이라고 확신이 드는 경우에만 개인신고를 접수하고 인감증명서를 발급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위 소외 2는 이에 따르지 아니하고 위 소외 1의 재촉에 못이겨 위 주민등록표상의 사진과 위 소외 1의 얼굴을 대충 확인하고서는 위 소외 1을 위 소외 5로 쉽게 속단한 나머지 위 개인신고를 접수하고 인감증명서를 발급한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하여 위 소외 2에게 직무상의 과실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소외 1은 인감명의인이 소외 5로 된 허위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그 인감증명서의 일부 기재 사항만을 변조하여 사용한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이 거듭된 전자복사의 방법을 동원하여 인감증명서의 중요 부분을 대부분 고친 데 이어 인감증명서 발급 실무자의 인장은 물론 그 작성 명의자인 동장의 직인까지 함부로 위조하여 당초에 허위로 발급된 인감증명서와는 동일성이 없는 전혀 별개의 새로운 인감증명서 2통을 작출한 후 이를 기망의 수단으로 이용하여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은 경위로 원고에게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는바,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위 소외 2가 인감증명서를 잘못 발급한 점과 원고가 손해를 입게 된 점 사이에 이른바 자연적, 사실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있을지라도 원고의 손해가 국가배상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을 근거지우는 상당인과관계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만일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허위로 발급된 인감증명서를 이용하여 그 동일성이 완전히 상실될 정도의 인감증명서를 새로이 위조하고 그와 같이 위조된 인감증명서를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에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게 되면 정당하게 발급된 인감증명서가 사후에 위조 또는 변조되어 부정행위의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에도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진갑(재판장) 이제정 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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