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공무원이 발급한 허위의 인감증명에 의하여 인감명의인과 계약을 체결한 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있어 인감증명의 교부와 손해사이의 인과관계
나. 민법 제766조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의미
다. 공무원이 발급한 허위의 인감증명에 의하여 인감명의인과 계약을 체결한 자가 그 인감명의인을 상대로 계약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확정됨으로써 비로소 공무원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긍정한 사례
판결요지
가. 인감증명은 인감 자체의 동일성과 거래행위자의 의사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는 자료로서 일반인의 거래상 극히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인감증명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으로서는 그것이 타인과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일에 사용되어 지는 것을 예상하여 그 발급된 인감으로 인한 부정행위의 발생을 방지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고 따라서 발급된 허위의 인감증명에 의하여 그 인감명의인과 계약을 체결한 자가 그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면 위 인감증명의 교부와 그 손해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민법 제766조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뜻하고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 공무원이 발급한 허위의 인감증명에 의하여 인감명의인과 계약을 체결한 자가 그 인감명의인을 상대로 계약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확정됨으로써 비로소 공무원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긍정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쥬리아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철
피고, 상고인
남제주군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소외 1이 원고와 화장품대리점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원고로부터 물품거래로 인하여 부담하게 될 채무에 대한 담보제공을 요구 받자 그의 아버지인 소외 2의 인감도장을 훔쳐 피고군 관내읍사무소에 가서 소외 2 명의로 약속어음배서용 및 근저당권설정용의 인감증명서 발급을 신청하였던 바, 위 사무소 호병사무 및 민원업무를 담당하던 지방행정서기보 소외 3은 소외 1이 신청인 본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위임장도 소지하고 있지 아니한 것을 알면서도 친분관계가 있는 소외 1의 부탁을 받고 1979.8.11.과 8.20. 두 차례에 걸쳐 소외 1에게 신청인을 소외 2로 허위기재한 인감증명서 2통을 발급한 사실, 소외 1은 원고와 사이에 1979.8.30. 화장품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거래로 인하여 발생할 물품대금 채무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액면 금 5천만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제1배서란에 소외 2의 이름을 기재한 다음 인감도장을 날인하여 약속어음배서용 인감증명서와 함께 원고에게 교부하고, 또 소외 2 소유의 토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자 원고, 근저당권설정자 소외 2, 채권최고액 금 990만원으로 하는 근정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위 근저당권설정용 인감증명서를 사용하여 1979.9.19.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준 후, 같은 해 11.10. 액면금이 백지로 된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그 배서란에 소외 2의 성명을 기재한 다음 인감도장을 날인하여 원고에게 교부한 사실, 그 후 소외 1의 외상대금이 1984.10.2. 당시까지 금 45,022,324원에 달하자 원고는 물품공급을 중단하고 외상대금의 지급을 최고하였으나 이에 응하지 아니하므로 소외 2 소유의 토지에 대하여 임의경매신청을 함과 동시에 소외 2를을 상대로 물품대금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던 바,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소외 2 명의의 약속어음 배서가 모두 소외 2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한 허위의 인감증명서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원고와 소외 2 사이의 연대보증 또는 보증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 판결은 1986.8.19. 상고허가신청이 기각되므로써 확정된 사실, 그리고 소외 1은 별다른 재산이 없어 원고가 그로부터 외상대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어 손해를 입게 된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원고의 위 손해는 피고 소속 공무원인 소외 3의 직무집행상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인감증명은 인감 자체의 동일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거래행위자의 동일성과 거래행위가 행위자의 의사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는 자료로서 일반인의 거래 상극히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인감증명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으로서는 그것이 타인과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일에 사용되어 지는 것을 예상하여 그 발급된 인감으로 인한 부정행위의 발생을 방지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고, 따라서 위 발급된 허위의 인감증명에 의하여 그 인감명의인과 계약을 체결한 자가 그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면 위 인감증명의 교부와 그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 당원 1976.1.27. 선고 75다322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인감증명서의 성질 내지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민법 제766조 제1항 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뜻하고,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 당원 1977.3.22. 선고 76다256 판결 ; 1977.6.7. 선고 76다2008 판결 ; 1981.7.7. 선고 80다2150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2가 1984.12.25.(원심이 12.11.이라고 한 것은 착오로 보인다) 원고에게 그가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약속어음을 배서해 준 일이 없다는 내용을 통보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와 같은 사실만으로 원고가 소외 3의 인감증명서 부정발급행위를 알았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소외 2를 상대로 물품대금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그 패소판결이 확정되므로써 비로소 피고소속 공무원인 소외 3의 불법행위 사실을 확정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인정하였는 바, 이는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배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리고 원심이 원고에게 그 손해의 발생과 확대에 대하여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피고의 과실상계에 관한 주장을 배척한 것 역시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