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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14. 4. 18. 선고 2013나2011391 판결
[손해배상(기)] 확정[각공2014하,529]
판시사항

[1] 인감증명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에게 인감증명서 발급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정도

[2] 인감증명서 소지자와 거래하는 상대방에게 요구되는 인감명의인 본인의 동일성 여부 확인의 정도

[3] 갑이 인감증명서 발급신청서의 위임장을 을 명의로 위조한 다음 병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정에게 위 발급신청서와 을의 운전면허증 등을 제시하여 을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갑과 공모한 무가 위 인감증명서 등을 이용하여 기 새마을금고로부터 대출받아 편취한 사안에서, 정이 인감증명서를 발급하면서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한 직무상 과실이 인정되고, 기 금고가 대출과정에서 확인절차를 소홀히 한 과실을 참작하여 병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 중 10%로 제한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2010. 5. 4. 대통령령 제221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 , 제13조 에 비추어 보면, 인감증명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으로서는 인감증명서 발급과정에서 신청인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하여 단순히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제출받아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속 증명청에 마련되어 있는 활용가능한 모든 자료와 방법을 이용함으로써 인감증명서 발급과정에서 부정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

한편 2005. 1. 15. 대통령령 186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규정 등과 아울러 본인의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는 이미 소관 증명청이 보유하고 있어서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하여 본인의 주민등록증 등을 요구할 필요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이 ‘위임장의 기재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라고 규정한 것은 ‘본인에 의하여 진정하게 위임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하여’라는 의미라고 해석된다. 또한 본인 신청의 경우와 달리 대리 신청의 경우에는 본인의 무인을 전자적으로 대조하여 확인할 수 없으므로, 담당 공무원이 본인의 주민등록증 등을 통하여 본인에 의하여 진정하게 위임된 것인지를 확인할 때에는 소관 증명청에서 활용가능한 모든 자료와 방법을 사용하여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

특히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의 확인은 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확인대상 신분증이 적법하게 발급된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신분증이 적법하게 발급된 것인지에 관하여 소관 증명청에서 활용가능한 자료와 방법이 있다면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

[2] 인감증명서는 발급신청인이 인감명의인 본인 또는 그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증명청이 확인한 다음 인감명의인 본인의 인감을 증명해 주는 것으로서, 인감증명서를 소지하는 사람과 거래하는 상대방은 소지자가 거래과정에서 날인한 인영을 인감증명서에 나타난 인영과 대조함으로써 소지자가 인감명의인 본인임을 추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고, 인감증명서가 인감명의인 본인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유일한 자료는 아니므로, 인감증명서 소지자와 거래하는 상대방은 인감증명서에 나타난 인영을 소지자가 거래과정에서 날인한 인영과 대조함과 아울러 주민등록증 등의 신원확인서류나 관계자 등을 통하여 인감명의인 본인의 동일성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3] 갑이 인감증명서 발급신청서의 위임장을 을 명의로 위조한 다음 인감증명서 발급을 담당하는 병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정에게 위 발급신청서와 을의 운전면허증 등을 제시하여 을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갑과 공모한 무가 위 인감증명서 등을 이용하여 을 본인으로 행세하여 기 새마을금고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를 편취한 사안에서, 정이 갑으로부터 을의 운전면허증을 제시받아 이를 인감증명서발급 전산시스템상 ‘운전면허증 진위 여부 조회’ 항목의 연결화면을 통하여 확인하면서 암호일련번호까지 입력하여 확인하였더라면 운전면허증이 위조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정이 을의 운전면허증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아니하여 인감증명서의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한 직무상 과실이 인정되고, 정의 직무상 과실로 위 인감증명서가 본인 또는 적법한 대리인 이외의 자에게 발급되었고 기 새마을금고가 인감명의인 을로 사칭하는 무를 을 본인으로 믿고 대출함으로써 대출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기 새마을금고가 대출과정에서 확인절차를 소홀히 하여 무를 을 본인으로 믿은 과실을 참작하여 병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액을 기 새마을금고의 손해액 중 10%로 제한한 사례.

원고, 피항소인

도봉새마을금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백상 담당변호사 이재용)

피고, 항소인

서울특별시 용산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허종)

변론종결

2014. 4. 9.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6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1. 5.부터 2014. 4. 18.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 1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6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1. 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9, 11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제1심 감정인 소외 1의 각 감정 결과, 제1심법원의 용산등기소 및 세종문서감정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1]

○ 원고는 새마을금고법에 의하여 설립되어 자금대출 등의 사업을 행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지방자치단체이다.

○ 소외 2, 3 등은 타인을 사칭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를 편취하기로 공모하였다.

○ 소외 3은 2009. 12. 21. 피고 관내의 이촌1동 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서 발급신청서의 위임장을 소외 4 명의로 위조한 다음, 인감증명서 발급을 담당하는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에게 위 발급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소외 3 자신의 주민등록증 및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여 소외 4의 대리인으로 행세하였다.

○ 이에 따라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가 소외 3을 소외 4의 대리인으로 믿고 소외 3에게 소외 4의 인감증명서 3통(이하 ‘이 사건 인감증명서’라고 한다)을 발급하였다.

[2]

○ 소외 2는 2009. 12.경 위와 같이 소외 3이 소외 4의 대리인으로 행세하여 발급받은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소외 4 본인이 신청하여 발급받은 것처럼 변조하였다.

○ 소외 2는 또한 소외 4의 운전면허증에 기재된 인적 사항과 소외 2 자신의 사진을 아크릴판에 인쇄하는 방식으로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을 위조하였다.

[3]

○ 소외 2는 2009. 12. 28.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원고의 사무소에서 예금거래신청서, 대출상담 및 신청서, 대출거래약정서, 임대차확인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개인신용정보의 제공 및 조회 동의서를 소외 4 명의로 위조한 다음, 대출을 담당하는 원고의 직원 소외 6에게 위 예금거래신청서 등을 제출하면서 위와 같이 변조한 이 사건 인감증명서와 위와 같이 위조한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여 소외 4 본인으로 행세하였다.

○ 당시 소외 2는 원고에게 소외 4 소유의 서울 용산구 (주소 생략) 지상 ○○아파트 4동 309호를 담보로 하는 6억 원의 대출을 신청하였다.

○ 원고는 위 대출담당 직원 소외 6을 통하여 2009. 12. 29. 위 아파트의 전입세대를 공부상 열람하여 소외 4의 거주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날 위 아파트를 답사하여 담보가치를 평가하였다.

○ 이에 따라 원고가 소외 2를 소외 4 본인으로 믿고 2009. 12. 30. 위 아파트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7억 8,0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다음 2010. 1. 5. 소외 2가 개설한 소외 4 명의의 새마을금고 계좌에 6억 원을 송금하여 대출하였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1) 인감증명은 인감 자체의 동일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거래행위자의 동일성과 거래행위가 행위자의 의사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는 자료로서 일반인의 거래상 극히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인감증명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으로서는 그것이 타인과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일에 사용될 것을 예상하여 그 발급된 인감증명으로 인한 부정행위의 발생을 방지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6다63273 판결 참조).

2)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2010. 5. 4. 대통령령 제221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고, 규정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제7조 제13조 는, 인감신고 단계에서 인감신고인 본인이 직접 소관 증명청을 방문하여 인감신고를 하고 그 경우 본인의 신분확인을 위하여 주민등록증 등에 의한 확인뿐만 아니라 인감신고인의 무인을 주민등록전산자료와 전자적 방법으로 대조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인감증명서의 발급단계에서도 인감신고인 본인이 인감증명을 신청하는 경우 그 신청인이 인감신고인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으로 확인할 뿐만 아니라 신청인의 무인을 주민등록전산자료와 전자적 방법으로 대조하여 신청인이 인감신고인 본인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러한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인감증명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으로서는 인감증명서 발급과정에서 신청인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하여 단순히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제출받아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속 증명청에 마련되어 있는 활용가능한 모든 자료와 방법을 이용함으로써 인감증명서 발급과정에서 부정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한편으로 대리에 의한 인감증명서 발급에서는 위임자가 인감신고인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본인의 무인을 전자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 [별지 제13호 서식]으로 규정된 위임장에는 위임을 받은 자와 위임자의 인적사항 외에 “본인의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 사람에게 위임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은 ‘위임장의 기재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위임한 사람의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이 위와 같이 ‘위임장의 기재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라고 규정한 것은 2005. 1. 15. 대통령령 18681호로 개정된 것인데, 그 개정 이전에는 ‘위임장의 진위 여부가 의심스러운 때는’으로 규정되어 있었고, 위와 같은 개정 이유는, 인감의 신고 및 증명 단계에서 본인확인을 강화하고 적법한 대리인이 아닌 자가 대리인으로 가장하여 인감증명서 발급신청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무인의 전자적 대조에 의한 본인확인시스템, 대리 발급 시 본인에 대한 통보시스템 도입 등).

위와 같은 규정들과 아울러 본인의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는 이미 소관 증명청이 보유하고 있어서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하여 본인의 주민등록증 등을 요구할 필요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임장의 기재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라고 규정한 것은, ‘본인에 의하여 진정하게 위임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라는 의미라고 해석된다.

또한 본인 신청의 경우와 달리 대리 신청의 경우에는 본인의 무인을 전자적으로 대조하여 확인할 수 없으므로, 담당 공무원이 본인의 주민등록증 등을 통하여 본인에 의하여 진정하게 위임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서는 소관 증명청에서 활용가능한 모든 자료와 방법을 사용하여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의 확인은 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확인대상 신분증이 적법하게 발급된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신분증이 적법하게 발급된 것인지에 관하여 소관 증명청에서 활용가능한 자료와 방법이 있다면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인정 사실

갑 제15, 16, 21, 22호증, 을 제2, 3, 4,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실이 인정된다.

○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는 2006. 10.경 신분증 위조 등에 의한 인감사고에 대비하여, 인감증명서발급 전산시스템상 ‘운전면허증 진위 여부 조회’ 항목을 클릭하면 운전면허시험관리단 홈페이지의 ‘면허증 진위 여부 조회’ 항목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 이에 따라 인감증명서발급 전산시스템상 ‘운전면허증 진위 여부 조회’ 항목의 연결화면에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면허번호, 암호일련번호를 입력하면 운전면허증의 진위 여부가 곧바로 확인될 수 있었다.

○ 그런데 운전면허증의 암호일련번호는 2002. 7.경 도입되었고, 그 이전에 발급된 운전면허증에는 암호일련번호가 기재되지 않아, 위 연결화면의 암호일련번호 입력란에는 “면허증 우측 작은 사진 아래의 6자리 번호로 위조 방지를 위한 번호. 필수입력 아님. 구 면허증에는 없음. 뒤에 2자리는 영문”이라는 내용의 안내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가 2009. 12. 21. 소외 3에게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발급하였을 당시에도 위 연결화면의 암호일련번호 입력란에 위와 같은 안내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 소외 3이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에게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였는데, 그 운전면허증에는 발급일자가 2005. 2. 11.로 기재되어 있으면서, 암호일련번호가 기재되어 있었다.

○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는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을 위 연결화면을 통하여 확인하면서 암호일련번호를 입력하지 않은 채 확인하였고, 주민등록번호와 면허번호가 일치하자 소외 3에게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발급하였다.

○ 그런데 소외 3이 제시한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은 위와 같이 주민등록번호와 면허번호가 경찰청의 전산자료와 일치하지만 암호일련번호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다. 공무원의 과실

1)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인감증명서 발급을 담당하는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가 소외 3으로부터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을 제시받아 이를 인감증명서발급 전산시스템상 ‘운전면허증 진위 여부 조회’ 항목의 연결화면을 통하여 확인하면서 암호일련번호까지 입력하여 확인하였더라면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이 위조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당시 위 연결화면의 암호일련번호 입력란에 “필수입력 아님”이라는 안내문구가 기재되어 있었으나, 그 안내문구에는 “위조 방지를 위한 번호”라고 명시되어 있고 “구 면허증에는 없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필수입력 아님”이라는 안내문구는 2002. 7.경 이전에 발급되어 암호일련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구 면허증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고, 소외 3이 제시한 소외 4의 운전면허증에는 발급일자가 2005. 2. 11.로 기재되어 있으면서 암호일련번호가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가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을 확인함에 있어서는 위 연결화면에 암호일련번호까지 입력하여 정확하게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가 소외 3에게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발급함에 있어서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아니하여 인감증명서의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한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한편으로 원고는,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가 소외 4의 운전면허증에 나타난 소외 4의 사진을 피고의 전산자료에 나타나는 소외 4의 사진과 대조해 보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 4의 운전면허증에 나타난 소외 4의 사진과 피고의 전산자료에 나타나는 소외 4의 사진이 동일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대리인에게 발급하였음에도 본인인 소외 4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구 인감증명법 시행령 제13조 제6항 은 “인감증명발급기관은 제4항 제5항 의 규정에 의하여 대리인에게 인감증명을 발급한 경우에는 우편이나 휴대폰에 의한 문자전송 등의 방법으로 본인에게 그 사실을 통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대리발급 사실의 통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달리 피고에게 인감증명서 대리발급 사실을 본인에게 통보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또한 위와 같은 통보를 하였다면 이 사건 원고의 손해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원고는 또한, 이 사건 인감증명서 발급 이전에도 피고 관내에서 대리권 없는 자에게 발급된 인감증명서가 대출사기에 이용된 사건이 발생하여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이를 알고 있어 더욱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었음에도 소외 4의 대리인으로 행세하는 소외 3에게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발급한 직무상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갑 제17호증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인감증명서 발급 당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피고 관내에서 대리권 없는 자에게 발급된 인감증명서가 대출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발급하면서 대리인에게 발급한 것을 본인에게 발급한 것처럼 잘못 기재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2호증의 기재, 제1심 감정인 소외 1의 각 감정 결과만으로는 이 사건 인감증명서 발급 당시 피고 소속 공무원이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본인에게 발급한 것처럼 잘못 기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상당인과관계

1) 인감증명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으로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발급된 인감증명으로 인한 부정행위의 발생을 방지할 직무상 의무가 있고, 따라서 본인 이외의 자에게 발급된 인감증명에 의하여 그 인감명의인으로 사칭한 자와 계약을 체결한 자가 그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면 위 인감증명의 발급과 그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6다63273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에 의하면,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의 직무상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인감증명서가 본인 또는 그의 적법한 대리인 이외의 자에게 발급되었고, 원고가 이 사건 인감증명서의 인감명의인 소외 4로 사칭하는 소외 2를 소외 4 본인으로 믿고 6억 원을 대출함으로써 그 대출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 사건 인감증명서의 발급과 원고의 위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에 관하여 피고는, 소외 2가 원고에게 제시한 인감증명서는 이 사건 인감증명서 자체가 아니라 이를 다시 변조한 것으로서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인감증명서의 발급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2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 피고 소속 공무원 소외 5가 소외 4의 대리인으로 행세하는 소외 3에게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발급하였는데, 소외 2가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소외 4 본인이 신청하여 발급받은 것처럼 변조하였고, 소외 2가 원고의 대출담당 직원에게 위와 같이 변조한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제시한 사실, △ 소외 2가 이 사건 인감증명서를 위와 같이 변조하였으나, 이 사건 인감증명서의 인감증명발급사실 확인용 발급번호는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고, 원고의 대출담당 직원은 위 확인용 발급번호를 이용하여 이 사건 인감증명서의 발급사실을 확인하였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대리인에게 발급된 이 사건 인감증명서가 본인에게 발급된 것처럼 변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인감증명서 전체의 기재사항 중 일부에 불과하고, 인감증명서발급사실 확인용 발급번호가 그대로 유지되어 그 발급번호에 따라 이 사건 인감증명서의 발급사실이 확인되었던 이상, 이 사건 인감증명서의 발급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인감증명서는 발급신청인이 인감명의인 본인 또는 그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증명청이 확인한 다음 인감명의인 본인의 인감을 증명해 주는 것으로서, 인감증명서를 소지하는 사람과 거래하는 상대방은 그 소지자가 거래과정에서 날인한 인영을 인감증명서에 나타난 인영과 대조함으로써 그 소지자가 인감명의인 본인임을 추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고, 인감증명서가 인감명의인 본인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유일한 자료는 아니므로, 인감증명서 소지자와 거래하는 상대방은 인감증명서에 나타난 인영을 그 소지자가 거래과정에서 날인한 인영과 대조함과 아울러 주민등록증 등의 신원확인서류나 관계자 등을 통하여 인감명의인 본인의 동일성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2)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이 인정된다.

○ 소외 2가 소외 4 본인으로 행세하면서 원고에게 6억 원의 대출을 신청하였는데, 소외 4의 주거지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이었고, 원고의 사무실 소재지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으로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으며, 소외 4는 원고와 거래한 적이 없었다.

○ 소외 2가 원고에게 제출한 대출신청서 및 대출거래약정서에 날인된 인영은 이 사건 인감증명서에 나타난 인영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고, 소외 2는 위 대출의 담보로 소외 4 소유의 아파트를 제공하면서 그 아파트의 등기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

○ 원고는 위 아파트의 전입세대를 공부상으로 열람하였을 뿐, 위 아파트에 방문하여 거주자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 소외 2는 자신의 사진을 인쇄하여 위조한 소외 4의 운전면허증을 원고에게 제시하였는데, 당시 소외 2는 62세인 반면 소외 4는 78세로서 16세의 차이가 있었다.

○ 원고의 대출관련서류 양식(채무관계인 본인확인서)에는 채무자의 본인일치 여부와 관련하여 신분증의 실명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목록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신분증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고 주민등록증의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하여 ARS서비스나 인터넷서비스를 확인하여 점검하도록 기재하고 있다.

○ 원고는 운전면허시험관리단 홈페이지의 ‘면허증 진위 여부 조회’ 항목을 이용하여 위 운전면허증이 적법하게 발급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러한 확인을 하지 않았다.

3) 위에서 본 바에 의하면, 원고가 소외 4 본인으로 행세하는 소외 2에게 6억 원을 대출함에 있어서 운전면허증의 진위 여부 확인이나 담보로 제공되는 아파트의 거주자 확인 등을 소홀히 하여 소외 2를 소외 4 본인으로 믿은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이 손해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고의 과실을 앞서 본 피고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과실 등에 비추어 참작하면,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은 원고의 손해액 6억 원 중 1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6,000만 원(= 6억 원 × 10%)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대출일인 2010. 1. 5.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4. 4. 1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였으므로 제1심판결 중 위 인정 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구 인감증명법: 생략]

판사 고의영(재판장) 권오석 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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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서부지방법원 2013.5.23.선고 2011가합1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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