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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9.24.선고 2015다30596 판결
물품대금
사건

2015다30596 물품대금

원고상고인

성보철강 주식회사

피고피상고인

1. 주식회사 A

2. B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5. 5. 1. 선고 2014나38729 판결

판결선고

2015. 9.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에 대하여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물품대금 67,537.237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들의 면책적 채무인수 내지 채무면제 항변에 대하여 ① 피고 주식회사 A(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2012. 6. 21. '원고는 피고 회사로부터 물품대금 장기미수로 인하여 피해를 보고 있어 발주처인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에서 물품대금을 대신하여 지불하여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는 내용의 직불동의서를 작성해 주었고, 원고는 그 다음날 C에게 피고 회사를 대신하여 물품대금을 지불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직불요청서를 발송한 사실, ② C은 원고에게 직접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였고, 2012. 10. 29.에는 원고에게 액면금 72,000,000원의 약속어음 공정증서(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 한다)를 작성해 준 사실, ③ C은 2012. 11. 22.경 E에 대한 131,000,000원의 약속어음 채권 중 원고에게 직접 지급할 물품대금액을 제외한 68,300,000원의 채권을 피고 회사에게 양도한 사실, ④ 원고는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해 2013. 8.경 C의 E 등에 대한 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2013. 12.경 C 소유의 유체동산에 관한 경매를 신청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위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① 원고가 직불동의서를 받은 이후에 C에게 물품대금을 직접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C로부터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 받아 C의 재산에 강제집행까지 실시하였던 반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피고들에 대하여 물품대금 청구를 하지 않은 점, ② 피고 회사로서는 C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포기하는 대신에 원고가 그 공사대금을 물품대금으로 직접 지급받을 수 있도록 원고에게 직불동의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할 것인데, 원고와 피고 회사, C의 관계, 위 동의서 작성 당시의 상황,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비추어 봤을 때 원고도 이러한 사정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C이 원고에게 이 사건 공정증서를 작성해 준 이후에 피고 회사에게는 원고의 물품대 금 채권액을 제외한 나머지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E에 대한 채권 중 일부를 양도하였는바, 원고와 피고 회사, C의 내심적 의사는 원고가 피고 회사 대신에 C로부터 물품대금을 지급받기로 함으로써 원고와 C 사이에 새로운 채무관계가 성립되고 대신 피고 회사는 C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포기함으로써 원고와의 채무관계 또한 종료되는 것으로 정하였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는 C로부터 직접 물품대금을 지급받기로 하면서 묵시적으로 피고들의 물품대금 채무를 면제해 주었거나 C의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무인수가 면책적인가 중첩적인가 하는 것은 채무인수계약에 나타난 당사자 의사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고, 채무인수에 있어서 면책적 인수인지, 중첩적 인수인지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것이고(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6099 판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36228 판결 등 참조), 면책적 채무인수라고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게 있다고 할 것이며(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다81948 판결 참조), 채권의 포기(또는 채무의 면제)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권의 포기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하나, 그와 같이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0505 판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27150 판결 등 참조).

나. 다음과 같은 점에 있어서,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C의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낙하거나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를 면제해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채권자인 원고가 채무자인 피고 회사에 대하여 피고 회사의 채무자인 C이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대신 지급하게끔 하도록 요구하자, 피고 회사가 원고의 요구에 따라 직불동의서를 작성하여 주고, C이 이를 승낙한 그 일련의 과정은 3자 간의 채무인수의 청약과 이에 대한 승낙에 해당할 뿐 그 과정이 위 채무인수가 면책적 채무인수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없다.

② 또한 C이 원고와 피고 회사의 직불요청을 승낙한 이후에, 원고가 C로부터 이 사건 공정증서를 받고 이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채권자의 채무인수인을 상대로 한 채권 행사에 불과하다.

③ 직불동의서 작성 이후에, C이 피고 회사에게 C의 피고 회사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액 중 C이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만 채권양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 회사가 C에 대한 일부 공사대금 채권을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 회사가 위 채권을 포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를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이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의 C에 대한 채권포기는 피고 회사와 C 사이의 내부적인 사정에. 불과하다.

다. 오히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원고로부터 철강을 공급받아 그 철강을 C이 피고 회사에 도급한 공사현장에 투입하여 공사를 하였으나 C로부터 그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이 C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 중 60,698,038원을 지급한 사실, 그 후 피고 회사는 피고 B의 연대보증 아래 원고에게 2012. 6. 18.까지 남은 물품대금 73,537,237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변제계획서를 작성해 준 사실, 원고는 C이 피고 회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피고 회사 또한 원고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 회사에게 직불동의서의 작성을 요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사실에 의하면, C은 피고 회사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자력이 충분하지 못하였던 반면, 피고 회사는 C의 공사대금 미지급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 B가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를 연대보증하여 원고로서는 물품대금 채권에 관하여 인적 담보가 확보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원고가 피고들을 면책시키거나 피고들의 채무를 면제하여 주고 자력이 불충분한 C로부터만 채무를 이행받기로 약정하였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원고가 묵시적으로 피고들의 물품대금 채무를 면제해 주었거나 C의 면책적 채무인수를 승인하였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면책적 채무인수의 승낙 및 채무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창석

대법관이상훈

대법관조희대

주심대법관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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