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명예훼손의 성립을 위한 피해자의 특정 정도
[2] 언론매체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의 위법성 조각사유
[3] 음주운전이 공공의 관심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 행위자가 누구인지 자체가 공공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한정적극)
[4] TV 뉴스앵커를 지낸 방송사 보도국 차장이 공적 인물인지 여부(적극)
[5]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방송사 보도국 차장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여 보도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사람의 성명 등이 명시되지 아니하여 게재된 기사나 영상 그 자체만으로는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보면 기사나 영상이 나타내는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2]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헌법 제10조 후단)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헌법 제21조 제1항)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취지에서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3] 음주운전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공의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것이고, 음주운전과 상관 없는 일반인도 타인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될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이익과도 직접적으로 관련되며, 도로교통법 제107조의2 제1호, 제41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개인의 사생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행위자가 일반인인 경우에는 행위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행위자가 누구인지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나, 행위자가 '공적인 인물(public figure)'인 경우에는 행위자가 누구인지 여부 자체가 바로 공공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이를 보도하는 것은 국민에게 그 관심사를 보도하는 언론의 기능에 부합하는 것이다.
[4] TV 뉴스 앵커를 지낸 국내 유수 방송사의 (이하 생략) 차장으로서 중견 언론인인 동시에 방송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얼굴도 널리 알려져 있는 언론인은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사회발전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하고 있어 공무원의 공적인 역할 못지않게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우리 사회에서 '공적인 인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5] TV 뉴스 앵커를 지낸 국내 유수 방송사의 (이하 생략) 차장이라는 사회적 지위에 있는 인물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음주운전 단속을 당하자 기자 신분임을 밝히면서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음주운전 단속을 회피하였다는 사실은 언론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추어 그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자료로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이로 인한 교육적, 계몽적 효과도 매우 크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사실의 적시는 뉴스의 가치성이 충분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방송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모습을 몰래 촬영하여 보도한 행위가 위법성이 없다고 인정한 사례.
참조판례
[1]
원고
원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오양호외 1인)
피고
피고 1 주식회사외 3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예교)
제2심판결
서울고법 1997. 4. 16. 선고 97나47141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 1 주식회사는 이 판결을 송달받은 후 최초로 방송하는 편집이 완료되지 않은 오후 9시 MBC 뉴스데스크 카메라출동 시간에 30초간 화면상의 문자와 대사로 별지 제1목록 기재 정정보도문을 방송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1, 12, 14, 15, 16, 17, 18,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3, 4, 5의 각 기재 및 당원의 검증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를 각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1호증의 5, 6, 7, 13, 19의 각 기재는 이를 각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 없다.
(1) 원고는 소외 주식회사 서울방송(이하 서울방송이라 한다)의 기자로서 KBS 및 SBS의 주말뉴스 앵커를 거쳐 현재 위 서울방송 에(이하 생략) 근무하는 사람이고, 피고 1 주식회사는 'MBC'라는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는 회사로서 매일 저녁 9시 'MBC 뉴스데스크'라는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고 있고, 피고 2는 피고 1 주식회사의 기획취재부 부장, 피고 3은 같은 부 차장, 피고 4는 같은 부 기자로 근무하는 사람들로서 위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영되는 '카메라출동'이라는 프로그램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2) 피고 2는 1996. 10. 14.과 같은 달 15. 위 '카메라출동'에서 방송할 아이템을 결정하기 위해 기획취재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연말을 앞두고 증가되는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음주운전의 실태에 관하여 취재하기로 결정하고, 피고 3 등 취재기자 3명과 피고 4 등 카메라 기자 2명을 2팀으로 나누어 같은 달 16.부터 19.까지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취재하도록 지시하였다.
(3) 피고 4는 소외 1 기자와 함께 같은 달 17. 22:00경부터 24:00경까지 강남경찰서 교통과의 협조를 얻어 강남구 신사동 소재 삼원가든 앞 노상에서 실시된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취재하였는바, 피고 4는 취재차량 안에 설치된 ENG카메라와 별도로 직접 8mm 홈비디오 카메라를 휴대하고 단속경관의 음주측정 현장 바로 옆에서 촬영을 하였다.
(4) 피고 4가 위와 같이 취재를 하고 있던 같은 날 23:00경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 의무경찰인 소외 2는 서울 (번호 생략)호 크레도스 승용차를 운전하고 위 단속지점을 통과하려는 원고에게 음주측정을 하기 위하여 원고의 승용차를 정차시키고, 당시 음주측정기의 센서가 고장나 있었으므로 우선 육안 및 냄새로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음주 합동 단속 중입니다. 선생님, 지금 어디 가십니까?" 등의 말을 시켜보았는데, 차안에서는 술냄새가 나고 원고가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이 되어 원고에게 하차하도록 지시하였다.
(5) 그러나, 원고는 술을 마신 사실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면서 시비를 벌이다가 같은 경찰서 소속 소외 3 경장이 "약주 한 잔 하셨습니까? 잠깐 내려와 보세요. 협조 바랍니다."라고 부탁하자, 차에서 내리면서 "예. 쬐금 했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위 소외 3이 "사장님, 이리 와보세요."라고 말하자 "아. 이것 보세요. 우리 가족끼리 왜 그래. 나 기잔데, 집에 다 왔다구 지금. 나 참, 먹지도 않았어요. 소주 3분의 1 먹었다니까."라고 음주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 계속해서 항의하였고, 위 소외 3이 "어디 계시는데요?"라고 묻자 "서울방송요, 내 참, 불지 않는 것도 내가 싫어하는 놈이 아니고 한데. 술먹은 놈을 잡아야지."라고 말하면서 계속해서 "아. 소주 3분의 2 먹었다구 얘길 했다구. 저 친구한테, 저 양반한테 그러세요. 내리라고 그러더라구. 무조건…"이라고 항의하자 위 소외 3은 "그냥 가세요. 약주 안드셨어. 안드셨어."라고 큰소리로 말하면서 원고를 돌려보냈고, 위와 같은 영상과 대화는 피고 4가 촬영한 8mm 홈비디오 카메라 테이프와 취재차량 안에서 촬영한 ENG카메라 테이프에 그대로 촬영되어 있다.
(6) 위와 같은 방법으로 취재를 모두 마친 후인, 같은 달 20. 피고 2 등 위 기획취재부원들은 위 취재자료들을 함께 보면서 방송할 내용을 취사 선택하는 과정에서 피고 4 등이 취재한 위 필름을 방영하기로 결정하였고, 피고 3은 위 선택된 자료를 토대로 방송에 나갈 영상자막과 기자의 멘트를 작성하고, 피고 2가 위 자막과 기사의 검토를 마친 후, 피고 3은 위 기사를 녹음하고, 피고 4는 화면편집을 하여, 최종적으로 같은 날 20:00경 피고 1 주식회사 보도국장을 비롯한 국장단의 시사회를 거쳐 위 프로그램을 방송하되, 원고가 '서울방송'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삭제하고, 원고의 얼굴을 이른바 모자이크(화면 가리기)처리하여 방송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날 21:00 'MBC 뉴스데스크'의 '카메라출동' 시간에 위 프로그램(이하 위 프로그램이라 한다)을 방영하였다.
(7) 위 프로그램은 별지 제2목록에 기재된 기자의 멘트와 자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바, '음주운전 백태'라는 제목하에, 소외 4 앵커의 "음주운전의 단속현장에서 드러난 갖가지 취중 백태를 피고 3 기자가 고발합니다."라는 멘트 후, 소주 5병을 마시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운전자, 경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단속을 면하려는 현역 공군대령 등의 모습을 방영한 다음, 원고가 경찰관과 걸어가는 모습을 화면에 비추면서 '단속에 걸린 모 방송사 기자의 당당한 모습'이라는 피고 3의 멘트를 내보내고 "가족끼리 왜 그래, 나 기잔데, 집에 다왔다구, …소주 3분의 2…불지 않는 것도 내가 싫어하는 놈이 아니고 한데…먹은 놈을 잡아야지."라는 원고의 목소리와 영상을 내보내면서 "가족끼리 왜 그래 …나 기잔데…소주 2/3병 밖에 …먹은 놈을 잡아야지."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고, 그 장면에 이어 갖가지 변명을 늘어놓으며 선처를 바라는 음주운전자, 뇌물을 제공하고 음주측정을 면하려는 사람, 방송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선처를 바라는 사람 등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들의 갖가지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8) 한편, 원고의 음성은 변조되지 않았으며, 원고의 얼굴은 이른바 모자이크 처리(화면 가리기)로 변조되어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없게 되어 있었으나, 약 0.7초 가량 원고의 얼굴이 모자이크된 화면에서 벗어나며 변조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방송되었다.
2. 명예훼손의 성립
명예훼손이라 함은 고의 또는 과실로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바, 우선 명예훼손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사람의 성명 등이 명시되지 아니하여 게재된 기사나 영상 그 자체만으로는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보면 기사나 영상이 나타내는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에는 위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도1744 판결 참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비록 원고의 성명, 소속 방송사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고, 얼굴도 이른바 모자이크 처리되어 쉽게 식별가능하지는 아니하나, '모 방송사 기자'라고 자막에 처리하여 원고의 직업이 방송기자임을 특정하였고, 원고는 뉴스 앵커의 경력이 있는 중견 방송인으로서 음성도 중요한 식별의 수단이 된다고 할 것인데 음성은 변조되지 않은 채로 그대로 방송되었고, 원고의 얼굴 모습도 모자이크 처리상의 실수로 인하여 약 0.7초간 변조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영되었으므로 체격, 얼굴, 직업, 목소리 등 주위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다수가 원고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특정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나아가,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는 그 방송의 내용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그 방송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하여 그 방송이 시청자에게 부여하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인바, "단속에 걸린 모 방송사 기자의 당당한 모습"이라는 멘트 아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고도 기자의 직위를 이용하여 음주측정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원고의 행동을 촬영하여 방송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로서나 전체적인 인상으로서나 충분히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한 피고 2, 3, 4 및 위 피고들의 사용자이며 위 프로그램을 방송한 피고 1 주식회사는 위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하여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위법성 조각사유의 항변에 대한 판단
가.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 조각사유
피고들은 위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도 진실하므로 피고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없는 정당행위이라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우리가 민주정치를 유지함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언론, 출판 등의 표현의 자유는 가끔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등 인격권의 영역을 침해할 경우가 있는데,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이러한 사적인 법익도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헌법 제10조 후단)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헌법 제21조 제1항)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취지에서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위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렇게 함으로써 인격권으로서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참조)
나. 위 프로그램의 공공성에 대한 판단
그러므로 먼저, 위 프로그램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에서 방송된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음주운전의 폐해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의 모두(모두)에서 소외 4 앵커가 언급하듯이 1995년도 발생한 교통사고 가운데 음주운전 사고는 전체의 6.2%로 15,000건을 넘고 있고, 경찰의 꾸준한 음주단속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근절되고 있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음주단속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부조리, 예컨대 금품수수 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음주측정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인식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해이하게 하는 주된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할 것인바, 앞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위 프로그램은 이러한 음주운전 및 음주단속을 벗어나기 위한 부조리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있는 것으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련된 것으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여 방송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원고는, 원고가 비록 공인으로서 경찰관에게 기자의 신분을 알리고 음주측정을 받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하여도 이는 원고의 개인적인 사생활에 불과하고 국민적인 관심사라고 할 수 없는 것인데 위 프로그램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의 추한 모습만을 방영하면서 그 사이에 음주운전으로 처벌되지도 아니한 원고의 모습을 방영한 것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폭로성, 선정성 보도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자사 방송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일 뿐,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다툰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사실에 의하면, 위 프로그램은 애당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의 비난받아야 할 행태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음주운전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기획되어 제작된 것이고, 원고를 취재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도 피고들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 음주운전 단속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포착된 것으로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의도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음주운전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공의 장소에서 행하여 지는 것이고, 음주운전과 상관없는 일반인도 타인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될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이익과도 직접적으로 관련되며, 도로교통법 제107조의 2 제1호, 제41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개인의 사생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음주운전은 공공의 관심사항이 되는 것이고, 다만 행위자가 일반인인 경우에는 행위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행위자가 누구인지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나, 행위자가 공적인 인물(public figure)인 경우에는 행위자가 누구인지 여부 자체가 바로 공공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이를 보도하는 것은 국민에게 그 관심사를 보도하는 언론의 기능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티브이 뉴스 앵커를 지낸 국내 유수 방송사의 (이하 생략) 차장으로서 중견 언론인인 동시에 방송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얼굴도 널리 알려져 있고, 원고와 같은 언론인은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사회발전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하고 있어 공무원의 공적인 역할 못지 않게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우리 사회에서 공적인 인물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그러한 사회적 지위에 있는 원고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음주운전 단속을 당하자 기자 신분임을 밝히면서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음주운전 단속을 회피하였다는 사실은 언론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추어 그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판 내지 평가의 자료로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한 교육적, 계몽적 효과도 매우 크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사실의 적시는 뉴스의 가치성이 충분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방송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다. 위 프로그램의 진실성 여부에 관한 판단
(1) 영상 및 음성의 진실성 여부에 관한 판단
당원의 검증 결과에 의하면 위 프로그램에 방영된 원고의 모습, 목소리, 발언 내용 등은 편집되지 않은 비디오테이프 원본에서 일부가 삭제되었을 뿐, 변조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송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프로그램의 영상과 음성은 진실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2) 기자의 멘트 및 자막의 진실성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살펴본 사실에 의하면, 위 프로그램에서는 편집 전의 비디오테이프의 화면에 "단속에 걸린 모 방송사 기자의 당당한 모습"이라는 피고 3의 멘트가 추가되고 "가족끼리 왜 그래, 나 기잔데, 소주 2/3병밖에, 먹은 놈을 잡아야지."라는 자막이 추가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위 멘트 및 자막은 진실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원고는 첫째, 원고는 음주측정을 요구받거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에 걸린"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에 반하고, 둘째, 원고는 "소주 3분의 2"를 마셨다고만 말했을 뿐인데 "소주 2/3병밖에"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에 반한다고 다툰다.
(가) "단속에 걸린 모 방송사 기자의 당당한 모습"이라는 표현에 관하여
도로교통법 제41조 제2항에 의하면 경찰공무원은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했는지의 여부를 측정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이러한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고, "음주운전 단속"이라는 것은 법률적인 용어가 아니고, 통상적으로 위와 같이 운전자가 술에 취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차를 정차시키고, 음주 운전을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단속공무원이 육안이나 후각 등을 사용하여 음주의 정도를 살피거나 또는 그 정확한 측정을 위하여 음주측정기의 사용 또는 혈액채취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는 용어라고 해석함이 통상인의 언어습관에도 부합하며, 반드시 혈중 알콜농도 0.05%를 넘는 음주측정수치가 인정되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은 경우라야만 음주단속에 걸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가 음주단속 중인 경찰관으로부터 정차를 요구받고,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경찰관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차 안에서 술냄새가 나고 원고 또한 일부 음주한 사실을 시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며 횡설수설하는 등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한 것이라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어 정확한 측정을 위하여 하차 요구를 받은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원고가 비록 그 뒤 음주측정을 통하여 도로교통법위반죄로 처벌된 사실이 없다 하여도, 원고가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고 표현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단속에 걸린 모 방송사 기자의 당당한 모습"이라는 표현은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소주 2/3병"의 표현에 관하여
앞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위 프로그램은 자막으로 "소주 2/3병밖에"라고 표시하고 있으므로, 위 표현이 진실한 사실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앞서 살펴본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소주 3분의 1" 또는 "소주 3분의 2"라고 말했을 뿐, "소주 2/3병"이라고 "병"자를 넣어서 말한 사실이 없음은 인정되나, 위 "소주 3분의 2"의 의미를 두고 피고는 위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소주 2/3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원고는 "소주 3분의 2잔"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TV 뉴스에서의 자막은 간략하고 단적으로 내용을 표현하여 독자나 시청자의 주의를 환기시켜 보도의 내용을 정확하고 강렬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의도를 갖는 것이므로 출연자의 언어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는 것이고 이를 축약하거나, 시청자가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고, 그 표현이 다소 과장적이거나 자극적이라고 하여도 보도 내용의 전체적인 인상이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이 아닌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사실에 의하면, 원고에게 처음 음주측정을 요구한 경찰관인 소외 2는 원고와의 대화를 통하여 술냄새가 나고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어 음주 측정 및 하차를 요구한 것이고, 원고는 처음부터 술을 마신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조금 마셨다." "소주 3분의 1 먹었다." "소주 3분의 2 먹었다."라고 일관되게 술을 마신 사실은 시인하고 있고, 원고 주장대로 저녁먹으면서 소주 3분의 2잔만을 마셨다면 음주운전 측정시간인 23:00경에는 "술을 마셨다."고 시인할 필요도 없으며, 이미 충분히 혈중 알콜농도가 측정치 이하로 낮아져 있을 것이므로 즉각 음주측정에 응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차에서 내려 경찰관에게 서울방송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음주측정을 회피하려고 할 필요가 없을 것인바, 당원의 비디오테이프 검증 결과에 나타난 원고의 발언내용, 태도, 상태, 음주측정 당시의 정황 및 일반인의 통상적인 언어 감정에 비추어 보면 "소주 3분의 2"라는 말의 취지는 "소주 3분의 2병"으로 이해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자막에 "소주 3분의 2병"이라고 표시한 것은 허위의 사실을 보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