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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도4959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상해){예비적죄명: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ㆍ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ㆍ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미간행]
판시사항

[1] 자백의 신빙성에 관한 판단 기준

[2] 음주운전자가 골목길에서 승용차로 피해자를 충격한 다음 차에서 내려 주먹으로 얼굴을 수회 때리고 도망가는 피해자를 쫓아 재차 차로 들이받은 후 도주한 행위를 강간치상으로 기소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검찰에서 강간의 범의를 자백한 것은 임의성은 인정되나 신빙성이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장재형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강간치상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노래방에서 도우미와 함께 술을 마신 후 음주운전을 하던 중 버스에서 내린 피해자 공소외 1(여, 26세)이 짧은 치마를 입고 걸어가는 것을 보고 승용차로 피해자를 충격한 다음 피해자를 차 안으로 끌고 가 동녀를 강간하기로 결의하고, 2006. 4. 15. 22:20경 남양주시에 있는 편의점 옆 골목길에서, 버스에서 내려 귀가하는 피해자를 위험한 물건인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뒤따라가 인적이 없고 캄캄한 골목길에서 갑자기 가속페달을 밟아 앞범퍼 부분으로 피해자의 다리 부분을 들이받은 후, 차에서 내려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회 때리고 피해자가 살려달라고 고함을 치면서 입을 막은 피고인의 손가락을 깨물고 나서 신발이 벗겨진 채 피를 흘리며 급히 달아나자, 위 차량을 운전하여 피해자를 약 31m 추격하여 피해자를 다시 들이받아 바닥에 쓰러지게 하는 등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고 간음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계속해서 사람 살리라는 고함을 지르며 도망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3개월간의 치료를 요하는 제12흉추 방출성 골절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2. 자백의 임의성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면서 그것이 허위자백이라고 다투는 경우,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정도, 진술의 내용,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그 조서의 형식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위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70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검찰수사관으로부터 ‘살인미수로 조사받을래, 강간으로 조사받을래’라는 말을 들으면서 두 죄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려운 반면, 어떠한 고의를 가지고 위험한 물건인 승용차로 피해자를 충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 사건에 있어 그것이 강간 범의인지 또는 살인 범의인지를 확정하기 위하여 의심을 가지고 추궁하는 방법으로 수사가 진행된 것에 불과하다면,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 내용,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형식, 피고인의 학력, 지능, 경력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협박이나 회유 등에 의하여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이 검찰에서 한 자백의 임의성을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자백의 임의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자백의 신빙성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검찰에서 제1회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그 범행 경위를 자세하게 진술함과 아울러 경찰이 송치한 혐의사실에 따라 강간 범의가 있었음을 순순히 인정하고 다만 살인 범의에 대해서는 이를 부인한 점, 피고인이 진술하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는 내용까지 범행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일반인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들의 동기 및 경위를 만일 피고인이 강간 범의를 가지고 범행한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생각해 내기 어려운 내용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내용은 진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경찰 및 검찰에서 강간 범의를 자백하였다가 제1심 법정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를 부인하면서 당시 매형과 마석 시내에서 술을 마신 후 수동에 있는 매형의 집으로 가기 위하여 각자 차량을 운전하여 가던 중 음주단속 현장을 발견하고 유턴하여 마석방면으로 가다가 우회전하여 이 사건 골목길로 들어간 다음 과실로 피해자를 충격한 것이고, 피고인이 음주단속을 피해 도망가던 중이어서 피해자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면 다른 사람에게 들킬 수도 있어 피해자의 입을 막았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손가락을 깨무는 바람에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때린 것이며, 다만 도망가는 피해자를 쫓아가 다시 차량으로 들이받은 것은 기억이 잘 나지 않으나 아마도 피해자의 얼굴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려고 쫓아가다가 운전미숙이나 음주운전 때문에 피해자를 다시 들이받은 것 같다고 변소하고 있다.

다. 이 법원의 판단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이 임의성이 있어 그 증거능력이 부여된다 하여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자백이 증명력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그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을 합리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도1075 판결 , 2003. 2. 11. 선고 2002도6110 판결 등 참조).

기록을 살펴보면, 검찰에서 피고인이 강간 범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 내용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어 있으나, 제1심 증인 공소외 2의 증언에 의하면, 증인이 이 사건 당시 파출소에서 경찰관들로부터 피고인이 음주단속을 피해 외진 길로 들어와서 피해자를 충격하게 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하였을 뿐 아니라(공판기록 261면) 피고인 역시 검찰 조사 당시 강간 범의를 부인하였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강간 범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조서는 전혀 작성된 바 없이 바로 범행사실을 자백하는 취지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어 있고, 더욱이 검찰에서 피고인이 처음부터 사망의 결과를 용인한 것인지, 강간 범의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사후에 살해의 범의도 가지게 된 것인지 등에 대하여 의심을 가지고 추궁하는 방법으로 수사가 진행된 것이라면, 피고인으로서는 살인죄로 처벌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상대적으로 중죄의 책임을 모면하고자 수사기관의 추궁에 따라 강간 범의로 피해자를 충격한 것이라고 허위의 자백을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바, 이와 같은 제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강간 범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자백한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극히 의심스러워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4. 강간 범의의 존부에 대하여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 중 먼저 피해자의 진술을 살펴보면, 피해자는 당시 뒤쪽에서 오는 차량의 불빛을 보고 공터로 피하였으나 피고인이 갑자기 승용차로 피해자를 충격한 다음 차에서 내려 “괜찮아요”라는 말을 하자마자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한편, 피해자가 계속하여 소리를 지르자 피해자의 입을 막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손가락을 깨물자 다시 피해자의 얼굴을 수회 때렸으며, 그 후 피해자가 신발이 벗겨진 채로 근처 좌측에 있는 언덕길로 뛰면서 도망가자, 피고인은 다시 승용차를 운전하여 피해자를 쫓아 언덕길을 오르려고 하면서 다시 한번 피해자를 들이받고, 피해자가 언덕으로 기어 도망하고 차량이 언덕길을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게 되자 후진하면서 방향을 바꾸어 골목길을 빠져나가 마석방면으로 도망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공판기록 245 내지 253면), 또한 사고장소 부근에서 거주하던 공소외 3은 주거지의 창문을 통하여 승용차가 언덕으로 뛰어올라오는 피해자를 충격하는 것을 목격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를 안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다음 뺑소니 사고라는 취지로 112신고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공판기록 117, 120면).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입을 막는 행동을 하였다는 것일뿐, 강간 범의를 가진 자가 일반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으로서 피해자의 옷을 벗기려 한다든가 다른 신체부위를 만진다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아니었고, 나아가 피해자를 승용차 안으로 끌고 가려는 행동도 없었다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피고인의 구체적인 행위 태양 및 객관적 상황에 관한 피해자와 공소외 3의 각 진술은 피고인이 강간 범의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직접 부합하는 증거가 될 수 없고, 그 밖에 제1심의 검증조서, 피해자에 대한 소견서 및 진단서가 있으나, 이것만을 가지고도 피고인에게 강간 범의가 있었음을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피고인은 2006. 4. 15. 저녁 무렵 매형과 함께 마석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3병을, 근처에 있는 노래방에서 소주 1병 등을 마시고 도우미 2명을 불러서 1시간 정도 유흥을 즐기다가 2006. 4. 15. 22:00경 노래방에서 나와 매형의 집에 가기 위해 각자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하는 과정에서 당시 술에 많이 취한 피고인이 위 골목길에 진입한 다음 미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러한 사정 역시 피고인이 강간 범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운전자가 과실로 피해자를 충격하였다면 바로 하차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호조치를 취하거나 도주하는 것이 보통임에도 피고인은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를 피하여 도망가는 피해자를 다시 승용차로 쫓아가 충격한 것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그 밖에 피고인의 사건 당일의 행적 및 범행 전력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강간 범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갈 수 있으나,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 외에는 강간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 직접증거가 하나도 없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한 이상, 원심으로서는 과연 피고인이 강간 범의로 차량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충격한 것인지에 대하여 좀 더 심리하여 본 다음 피고인에 대한 강간 범의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만연히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강간 범의를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5.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강간등상해)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는 도로교통법위반죄(음주운전) 및 이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도로교통법위반죄(무면허운전)를 포함한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될 수밖에 없다.

6.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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