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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6. 8. 19. 선고 86도1075 판결
[강간치상,살인,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1986.10.1.(785),1265]
판시사항

자백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기준

판결요지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이 임의성이 있어 그 증거능력이 부여된다 하여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자백이 증명력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그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자백외의 정황증거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을 합리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오세도, 김태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그의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관하여,

비록 경찰에서의 자백이 그 주장과 같은 고문끝에 강요된 것이어서 그 임의성이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진술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이상 그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 할 것이므로 그 임의성없는 자백이 검찰에서의 자백에까지 영향을 준것이 아닌 바에야 이를 탓할 법률상의 실익이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검사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신문방식과 그 진술기재 내용에 제1심 및 원심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검찰에서의 자백이 논지와 같은 심리적인 억압상태에서 부자유스럽게 진술되어 임의성이 없는 것이라고는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그 자백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겠다. 이점 논지는 이유없다.

2. 제2점에 관하여,

우선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1985.5.31.23:20경 경남 거창읍 상동에 있는 일번지식당에서 친구인 공소외 이현덕을 만나 술을 마시고 그 식당을 나와 그 부근에 있는 제1 식당 샷타문에 기대어 섰다가 문을 닫는 피해자 (여 15세)를 우연히 본 후 위 이현덕과 동원당구장으로 가면서 그로부터 여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듣고 문득 위 피해자의 생각이 나서 그녀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위 이현덕과 헤어져 같은날 23:30(공소장이나 제1심판결에는 21:30경이라고 되어 있으나 오기임이 분명하다)경 다시 제1 식당으로 가서 닫혀진 샷타문을 들어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1층 주방안에 있는 식칼(증 제1호)을 들고 피해자를 찾아 3층방으로 올라가 닫은 방문을 두드려서 이에 놀란 피해자가 “나가지 않으면 고함치겠다”고 하자 방안에 들어가서 피해자에게 조용히 하라고 겁을 주다가 왼손에 잡고있던 식칼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피해자의 가슴과 서로 부딪치게 되어 그 충격으로 피해자가 방바닥에 쓰러지자 피해자의 입을 막으면서 목을 졸라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의 팬티를 벗기고 강간하려다가 피해자가 몸부림치면서 두손으로 피고인의 가슴을 밀치고 일어나려 할때 위 식칼에 피해자의 복부가 찔려 피해자로 하여금 치료기일미상의 흉부, 복부 좌상을 입게 하고, 이에 당황하여 도망가려고 일어나는 순간 피해자가 피고인의 왼쪽 어깨부분을 잡자, 잡히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순간적으로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위 칼로 피해자의 복부를 2회 힘껏 찔러 그 무렵 피해자로 하여금 폐, 위, 간장등 손상에 의한 다량의 실혈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라는 제1심판결은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기록에 비추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이를 직접 본 사람이 아무도 없음이 뚜렷하므로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 원심 및 제1심판결이 든 증거들은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을 제외하면 모두가 간접적인 정황증거일 뿐이고 또 그것들은 피고인의 자백이 그 증명력을 갖춘때 비로소 그 자백을 보강하는 증거들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이 임의성이 있어 그 증거능력이 부여된다 하여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자백이 증명력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그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자백외의 정황증거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을 합리적으로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83.9.13 선고 83도712 판결 ; 1985.2.26 선고 84도2900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을 다른 증거들과 함께 보기로 한다.

가. 범행시간에 관하여,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고인이 일번지식당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나온 시간이 23:15경이고 그 집부근에서 약 10분간 서성거리다가 동원당구장에 가서 그곳에서 2-3분간 대변을 본 후 23:40경 이 사건 범행을 하고 약 30초쯤 걸려서 피고인의 숙소인 대성여관까지 갔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이 일번지식당에서 나온 시간에 대하여 제1심증인 이현덕의 증언은 피고인의 진술과 부합하나 가장 객관적인 진술이라고 보여지는 피고인과 일행인 권영주, 일번지식당 주인인 김종운의 경찰에서의 진술을 보면 그들은 피고인이 위 식당을 나가기 10분전 또는 그 직전에 시계를 보았다는 것인데 그들은 한결같이 피고인이 위 식당을 나간 시간이 23:10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다음, 제1심 법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술과 증인 이현덕의 증언 그리고 제1심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이 일번지식당을 나와 약 10분간 길에서 서성거리다가 동원당구장으로 가서 그곳에서 2-3분간 대변을 보고 그 당구장을 나간 시간이 23:25경으로 보여지고 피고인이 위 당구장에서 나와 피해자의 집인 제1 정식당에서 이 사건 범행을 하고 피고인이 투숙하는 대성여관에 도착한 시간에 대하여 그 여관에서 투숙하려던 고객인 최광선의 제1심 법정에서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그 여관에서 약 350미터쯤 떨어진 새마을식육점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까 23:20이었고 바로 오토바이를 끌고 그 여관으로 왔는데 그 시간이 길어야 10분쯤 걸린다는 것이고 그때 그 여관에서 피고인을 보았다는 것이므로 그 때가 23:30분으로 보여진다(다만 그는 경찰에서는 23:40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 점에 관하여 제1심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제1 식당에서 대성여관까지는 약 3-4분의 거리이고 대성여관에서 동원당구장까지의 거리도 그와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일번지식당에서 나와 동원당구장으로 가서 그곳을 나온 시간이 23:25분경이고 대성여관에 도착한 시간이 23:30이라면 5분 동안에 (만일 위 최광선의 경찰에서의 진술대로 도착시간을 23:40분으로 본다면 15분 동안이다)동원당구장에서 제1 식당에 들어가 이 사건 범행을 마치고 대성여관까지 왔다는 결론이 되는데 이는 보통사람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거기에 제1심판시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일번지식당을 나온 시간이 23:20경이라는 것이므로 그 후 길에서 서성거린 시간과 동원당구장까지 간 시간으로 미루어 피고인이 동원당구장에서 이 사건 범행장소로 출발한 시간은 23:25분이 훨씬 지난 뒤임을 알 수 있는데 그후의 범행시간등에 관하여는 설명한 바가 없다.

결국, 피고인이 23:40경 이 사건 범행을 하였다고 자백한 전후의 경위가 시간상 매우 믿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지문에 관하여,

피고인은 검찰에서 맨손으로 제1 식당의 출입문 샷타를 열고 들어갔고 범행을 하고 나갈때 그 샷타문을 닫았으며 피해자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범행을 하고 나올 때 그 방문을 닫았고 또 맨손으로 식칼을 들고 들어가 범행을 했기 때문에 대성여관에 돌아와 손에 묻은 피를 씻기까지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땅히 피고인이 손을 댓다고 보여지는 샷타문과 방문 그리고 식칼에서 피고인의 지문이 채취되어야 하였을 터인데 기록에 의하여도 거기에서 피고인의 지문이 채취되거나 감정을 의뢰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경찰에서의 감정의뢰서(수사기록 179정)에 의하면 제1 식당 1층 출입문입구 손잡이 안쪽에서 채취한 지문 1개와 1층 출입구 샷시손잡이 밖에서 채취한 지문 2개를 감정의뢰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감정결과(수사기록 385정)는 그 지문들이 피고인의 지문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나 있고 식도도 강력순간접착제법에 의하여 지문검출을 시도했으나 지문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수사기록 249정).

그렇다면 피고인이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이 사건 범행을 하였다는 자백은 심히 의심스러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혈흔에 관하여,

피고인은 검찰에서 이 사건 범행후 그 집을 나와 샷타문을 내리고 보니 식칼이 손에 들여 있어서 그 칼을 왼손에 들고 있는 상태에서 옷속으로 , 칼날은 가슴쪽으로 하고 칼자루는 바지에 낀 채 30초동안 정신없이 뛰어서 대성여관까지 와서 그 식칼을 그 여관뒤 뜰에서 양지식당 쪽으로 던졌고 6.2.15:00경 그때까지도 옷에 피가 묻어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옷을 빨려다가 보니 바지의 왼쪽무릎에 담배크기의 피얼룩이 가져 있었고 윗도리 남방의 가슴부분에 계란크기의 피가 묻어 있어서 이를 빨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수사기록 886정)에 의하면 피고인의 윗도리에서 피해자의 혈액형과 같은 B형의 혈흔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므로 얼핏보기에는 피고인의 위 진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시에 식칼로 피해자의 복부, 폐, 위 부분등을 힘껏 찔러서 많은량의 출혈이 있었고 그 피는 방바닥과 벽, 캐비닛에도 꽤 많이 묻어있었음이 경찰에서의 검증결과(수사기록 198정)에 의하여 뚜렷하고 또 피묻은 식칼을 처음 보았다는 삼일상회 주인 김춘자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그 식칼에도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범행후 피묻은 식칼을 옷속에 감추고 뛰었다면 왜 하필 피고인의 윗도리 가슴부분과 바지무릎 부분에만 피가 묻어 있었고 또 윗도리 가슴부분에서만 혈흔이 발견된 것인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은 데다가 피고인은 법정에서 그 피는 그 전에 다방여자종업원들이 피를 흘리고 싸울 때 말리다가 묻은 것이라고 변소하고 있는터에 그때 싸운 것을 보았다는 다방종업원 변현옥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도 이에 부합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윗도리 가슴부위에서 피해자의 혈액형과 같은 B형의 혈흔이 검출되었다고 하여 그것이 바로 피해자의 혈흔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라. 그밖의 정황에 관하여,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그의 가족들이나 그 집의 내부사정도 모르는 터에 그집 샷타문을 열고 들어가 1층의 주방안방에 불이 켜져 있었는데도 인기척이 없어서 그 주방위에 있던 식칼을 들고 3층에 있는 피해자방으로 가서 범행을 하고 스립퍼를 신은 채 급히 계단을 뛰어내려와 열려진 샷타문으로 다시 나온다음 그 샷타문을 내렸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제1심에서의 현장검증결과와 경찰에서의 피해자의 아버지인 공소외 1과 그의 오빠인 공소외 2의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1은 그날밤 그집 주방안방에서 텔레비젼을 그날 프로가 끝날때까지 시청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비명소리나 인기척을 듣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공소외 2는 그 다음날 1:15경에 밤공부를 마치고 집에 들어올 때 샷타문이 열려져 있었다는 것이므로 그집 내막을 모르는 피고인이 주방안방에 불이 켜져 있었는데도 인기척이 없다하여 피해자를 찾아보지도 않고 곧바로 3층에 있는 피해자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도 선듯 납득이 가지 않으려니와 공소외 1이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 일이나 공소외 2가 샷타문이 열려 있었다는 진술들도 피고인의 위 진술과 엇갈리고 있고 더구나 피고인이 범행을 마친다음 피묻은 칼을 옷속에 감추고 30초만에 대성여관까지 달려와서 그곳에서 그 여관의 할머니와 종업원인 전 호인 및 고객인 최광선을 만났다는 것인데 위 전호인, 최광선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그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는데도 피고인으로부터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피고인은 검찰에서 범행후 대성여관에서 자기가 투숙한 17호실을 지나 뒷뜰에서 양지식당 쪽으로 그 식칼을 던졌는데 그때 “탁”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니 제1심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위 대성여관과 삼일상회, 양지식당이 잇때어 있는데 피고인이 칼을 던진 곳에서 그 칼이 떨어진 곳까지의 거리가 약 10.5미터라는 것일 뿐 그것만으로는 곧 그 칼이 대성여관 뒷뜰에서 던진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고 (이점 실험해 본 흔적이 없다)더구나 삼일상회 주인인 김춘자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평소 비를 가리려고 창문앞에 덮문을 세워두었는데 텔레비젼을 시청하던 중 어떤 물체가 그 덮문에 부딛쳐 “쿵”하는 소리가 났다는 것이니 더욱더 그 칼을 던진 장소가 의심스럽다고 보지않을 수 없다.

마. 범행동기와 범행후의 거취에 관하여,

피고인은 검사앞에서 일번지식당에서 나와 서성거리다가 피해자를 보았고 동원당구장으로 가다가 친구가 여자 이야기를 해서 문득 피해자의 생각이 나서 그의 집을 찾아가게 되었고 그 집에 들어가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3층에 있는 피해자의 방에 들어가 이 사건 범행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동기나 상황하에서 피해자가 다소 반항했다거나 엉겁결에 피해자에게 상처를 내서 발각될 것이 두려웠다는 사정만으로 그렇게 무자비하게 식칼로 피해자의 가슴등을 찌를 수 있을 것인지 얼핏 수긍이 가지 아니하고 또 범행후 얼마든지 그대로 달아날 수 있었을 터인데도 하필이면 식칼을 옷속에 감추고 숙소에 까지 가서 거기서 칼을 던져버리고 피묻은 손도 씻은다음 다시 거리로 나와 친구를 만나서 같이 숙소로 가서 잠을 잤고 그 부근에서 식칼이 발견된 것을 알고서도 이에 아랑곳없이 그곳에서 3일간이나 더 머물고나서 그의 주거지인 거창읍에서 1주일간이나 더 있다가 경찰관으로부터 전에 받은 벌금형에 대한 납입독촉을 받고 환형유치가 두려워서 대구에 있는 친구집으로 갔다는 것이니 그 범행에 비추어 그 행적에도 보통사람으로서는 헤아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할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이 피고인의 검사앞에서의 자백의 주요부분에 진실성과 신빙성이 없는 것이라면 그 자백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증명력이 없는 것이라 하겠고 그밖에 원심 및 제1심이 든 정황증거만으로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피고인의 위 자백을 믿고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마침내 자백의 증명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허물이 있다 하겠고 이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중 확정된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와 이 사건 강간치상, 살인죄는 경합범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병후(재판장) 오성환 이준승 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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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86.4.24선고 86노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