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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사기·문서손괴][공1996.5.15.(10),1468]
판시사항

[1] 사기죄에 있어서 범의의 판단 기준 및 그 시점

[2] 차용 당시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미진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변제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고,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의 존부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한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객관적인 사정들에 관하여 좀더 세밀히 심리하여 본 다음 피고인에게 과연 차용 당시에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거시증거만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 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문서손괴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 문서손괴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문서손괴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사기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4. 1. 5.경 전남 영광군 대마면 복평리 65에 있는 피해자 김순심의 집에서 사실은 돈을 차용하더라도 이를 변제하여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600,000원만 빌려주면 첫 수곡 공판을 하여 갚아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동녀로부터 즉석에서 금 60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인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의 수사기관 이래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각 일부 진술과 증인(제1심판결의 증거의 요지에는 증인의 이름이 적혀져 있지 아니하나 이는 증인 김순심의 이름을 잘못하여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 김순심, 이형범의 검사 및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앞에서의 각 진술 등을 종합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변제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고,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의 존부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한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위 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즉, 원심이 유죄 인정의 증거로 거시한 증거 중 김순심과 그 남편인 이형범의 각 진술은 피해자인 김순심이 피고인에게 그 판시 일시에 위 금 600,000원을 이자는 월 2푼으로 정하고, 가을에 첫 추곡 공판을 하면 변제받기로 하여 빌려주고 차용증에 피고인의 무인을 받았는데, 첫 추곡 공판이 지나도 변제하지 아니하여 그 변제를 독촉하자 피고인이 1994. 11. 26.경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차용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변제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취지이고, 피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이 수년 전부터 1993년까지 이형범 부부로부터 수천 원 내지 수십만 원 상당의 현금이나 정조를 차용하여 사용하였다가 그 후 이를 변제하여 온 사실은 있으나, 그 판시 일시에 위 금원을 차용한 사실은 없고, 차용증에 무인한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서, 모두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 변제할 의사나 능력도 없이 편취의 범의로 이를 차용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슬레이트 가옥 1동 시가 약 10,000,000원 상당 등을 가지고 있고, 논, 밭이 없이 소작을 하고 있으나, 만약 금 600,000원을 빌린 것이 사실이라면 농사해서 갚을 능력은 있다고 변소하고 있어(수사기록 20쪽, 49쪽), 위 차용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한편 피고인이 차용 당시 변제할 의사가 없었는지에 관하여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변제기에 이르러 위 금 600,000원의 차용사실을 부인하고 차용증에의 무인사실도 부인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원심 거시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이형범 부부와 같은 면의 옆마을에 살고 있어 오래 전부터 서로 잘 아는 사이로서 1972년경부터 그들로부터 현금 또는 정조를 차용하였다가 이를 변제하여 왔고, 1993년 봄에도 현금 300,000원과 정조 5가마를 차용하였다가 이를 변제하는 등 오랫동안 금전 거래관계가 있었으며, 위 금 600,000원의 차용시에는 차용증에 피고인의 무인까지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 등 피고인에게 그 차용 당시에 변제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정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에서 설시한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객관적인 사정들에 관하여 좀더 세밀히 심리하여 본 다음 피고인에게 과연 위 차용 당시에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거시증거만으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 위 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위 사기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음이 분명한바, 원심판결은 위 사기죄와 문서손괴죄의 범죄사실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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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광주지방법원 1995.11.24.선고 95노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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