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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14. 1. 17. 선고 2013나13506 판결
[집행판결] 상고[각공2014상,174]
판시사항

[1] 중재판정의 주문 내용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원이 새로운 증거나 중재대상이 된 본안에 대한 재심리를 통하여 중재판정의 주문을 보충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중재판정의 주문에 따른 집행이 불능한 경우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요건이 구비되면 중재판정에 대해 집행력을 부여하는 임무만을 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중재판정을 보충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그러나 중재판정의 주문 내용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원이 중재판정의 주문과 이유의 해석을 통하여 주문을 명확히 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그 경우에도 새로운 증거나 중재대상이 된 본안에 대한 재심리를 통하여 중재판정의 주문을 보충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집행판결은 중재판정에 대하여 집행력을 부여하여 강제집행절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서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 집행력을 부여할지를 판단하는 재판이나, 한편으로 중재법 제36조 제4항 은 ‘해당 중재판정에 관하여 대한민국의 법원에서 내려진 승인 또는 집행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집행판결에 관하여 집행력의 부여 이외에 중재판정의 취소를 제한하는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법의 취지는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은 단지 강제집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중재판정에 집행력을 부여한 것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중재판정 취소사유를 주장하는 것으로부터 중재판정을 보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더구나 중재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 그들 간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사적 분쟁해결수단이므로 중재판정의 당사자들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한 분쟁해결의 방식에 따라 도출된 중재판정에 따를 의무가 있는데 중재판정에 법에서 정한 중재취소사유가 있어 법원이 승인·집행을 거부하게 되면 당사자는 중재판정이 국내에서 강제집행될 위험을 벗어나게 된다. 반면 민사집행법상의 엄격한 강제집행절차에 따른다면 중재판정이 집행불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중재판정을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집행불능의 중재판정이라도 집행판결이 있으면, 이는 중재판정에 하자가 없으며 승인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어서 중재판정의 당사자로서는 법원의 승인·집행판결로 유효성이 확인된 중재판정을 준수할 의무를 강제받게 된다. 이러한 의무의 준수 여부는 당사자의 명성,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당사자에게 자발적으로 중재판정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여 결국 당사자 사이의 분쟁해결을 더 용이하게 한다. 결국, 현실적으로 강제집행불능인 중재판정에 대하여도 집행판결을 할 필요성도 있다. 따라서 중재판정의 주문이 집행불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집행가능 여부와는 무관하게 중재판정에 관한 집행판결을 청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

원고, 항소인

엔디에스 리미티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문의춘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케이티스카이라이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이영석 외 3인)

변론종결

2013. 11. 8.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국제연합 국제거래법 위원회의 중재판정부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중재사건에 관하여 1976년 중재규칙에 따라 2012. 7. 11. 판정한 별지 1. 중재판정 주문 제3항에 기한 강제집행을 허가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피고 간의 이 사건 계약의 체결

1) 원고는 디지털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방송서비스를 위한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고, 피고는 국내에서 디지털위성방송사업을 하는 사업자이다.

2) 원고는 2001. 6. 14.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피고에게 디지털위성방송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수신제한시스템(Conditional Access System, CAS)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계약(AGREEMENT FOR THE SUPPLY OF CONDITIONAL ACCESS SYSTEM AND SERVICE, 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04. 12. 30. 이 사건 계약에 대한 수정계약을 체결하였다.

3) 이 사건 계약은 영문으로 작성되어 있고 다른 언어로 번역되더라도 영문본의 내용이 우선한다고 규정되어 있다(제16.12조).

나. 중재약정 및 원·피고의 중재신청

1) 이 사건 계약 제16.1조는 대한민국법을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으로 하며, 제16.3조(제16.2조의 오기로 보인다)는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법적 분쟁은 국제연합 국제거래법 위원회(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의 상업규칙(중재규칙의 오기로 보인다)에 따라 3인의 중재위원들에 의한 중재로 해결하되 중재지는 서울, 언어는 영어를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2) 피고는 2010. 8. 6. ‘이 사건 계약이 계속 유효하고, 피고가 원고의 수신제한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영구히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원고가 이 사건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중재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1. 4. 1.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피고가 이 사건 계약 제14.2조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하는 반대중재신청을 하였다.

3) 이 사건 계약 제14.2조와 관련된 원고의 반대중재신청취지는 ‘이 사건 계약 제14.2조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구함(Ordering Claimant to comply with its obligation under Article 14.2 of the CAS Agreement)’이다.

다. 중재판정의 내용

1) 이에 중재판정부가 구성되어 서울에서 중재절차를 거친 후 중재판정부는 2012. 7. 11. 별지 1. 기재 주문과 같은 중재판정(이하 ‘이 사건 중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에서 이행을 명하고 있는 이 사건 계약 제14.2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이 사건 중재판정의 이유 부분 중 ‘피신청인의 반대중재신청(Respondent’s Counterclaim)’ 부분의 제115항에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 제14.2조를 준수할 것을 청구하고 있다고 설시하면서 위 조항의 내용을 그대로 기재하고 있다.

14.2. 해지의 효과

제14편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일방 당사자가 이 사건 계약 또는 법률에 따라 가지는 다른 권리 또는 구제수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또한 이미 발생한 일방 당사자의 권리 또는 의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사건 계약이 종료되면 사용인가받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인가(License)가 종료되고, 피고는 계약 종료 즉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사용이 인가되었던 원고의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및 기밀정보의 사용을 중단하여야 하고, 피고가 소지하고 있거나 통제하고 있는 (시청카드를 포함한) 모든 사용인가된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류의 원본 및 모든 사본(물리적 형태로 되어있는 것)을 반환하여야 하며, 기계적으로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을 포함하여 원고의 기밀 정보를 담고 있는 모든 기록을 폐기하여야 한다 주1) .

라. 원고의 추가부분판정 신청과 기각

원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2013. 2. 28. 중재판정부에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을 ‘i) 피고에게 즉시 NDS의 CAS 소프트웨어, 지적재산 및 기밀정보의 여하한 부분의 사용의 중단을 명하고 ii) 피고에게 피고가 보유하고 있거나 물리적인 형태로 그 통제하에 두고 있는(스마트카드를 포함하는) 원고의 여하한 소프트웨어의 원본 및 모든 사본과 관련 문서를 즉시 반환하고, 원고의 기밀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여하한 기록을 파기할 것의 명령’을 구하는 추가부분판정(Additional Partial Award)을 신청하였는데 중재판정부는 2013. 3. 15. 그 신청을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호증 내지 갑4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중재판정 제3항의 집행판결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다음과 같이 이 사건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 청구의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거나 집행판결의 거부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①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은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아 집행판결을 구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②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피고는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 부분에 대한 원고의 신청취지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하였음에도 중재판정부는 이를 심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렸다. 이는 당사자에게 충분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중재법 제19조 를 위반한 것으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의 중재판정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중재법 제38조 에서 정하는 집행거부사유가 있다.

③ 이 사건 중재판정 제3항에 대한 집행판결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집행기관에 의한 임의집행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소정의 중재판정취소사유에 해당하므로 중재법 제38조 에서 정하는 집행거부사유가 있다.

3. 판단

가. 권리보호 이익의 흠결 여부에 관한 판단

1) 중재법의 규정

중재법은 중재판정은 양쪽 당사자 간에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제35조 ),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은 법원의 승인 또는 집행판결에 따라 하고( 제37조 제1항 ), 대한민국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은 제36조 제2항 의 사유가 없으면 승인되거나 집행되어야 한다고( 제38조 ) 규정하면서, 중재법 제36조 주2) 제2항 에서 중재판정의 취소 사유를 규정한다.

2) 이 사건 중재판정은 대한민국 서울을 중재지로 하여 판정이 내려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중재법 제38조 에서 정하는 국내 중재판정에 해당한다. 한편 이 사건 집행판결 자체의 청구취지는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의 강제집행을 허가한다’는 것으로 집행판결 자체의 청구취지는 특정되어 있으나, 중재판정에 대하여 법원이 집행판결로써 집행력을 부여하는 경우 중재판정과 집행판결이 일체로서 집행권원이 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집행판결의 대상이 된 중재판정도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이 가능할 정도의 특정성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

3) 따라서 먼저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이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었는지를 본다.

가) 앞서 본 중재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요건이 구비되면 중재판정에 대해 집행력을 부여하는 임무만을 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중재판정을 보충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그러나 중재판정의 주문 내용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원이 중재판정의 주문과 이유의 해석을 통하여 주문을 명확히 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그 경우에도 새로운 증거나 중재대상이 된 본안에 대한 재심리를 통하여 중재판정의 주문을 보충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나) 앞서 본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은 강제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즉 ① 먼저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은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제14.2조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라’는 것뿐으로서 이 사건 계약 제14.2조에 따른 의무의 내용, 대상, 범위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② 한편 이 사건 중재판정 이유 부분에서 이 사건 계약 제14.2조를 기재하고 있는데, 위 조항은 ‘피고는 i) 계약 종료 즉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사용인가된 원고의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및 기밀정보의 사용을 중단하여야 하고, ii) 피고가 소지하거나 통제하고 있는 시청카드를 포함한 모든 사용인가된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류의 원본 및 모든 사본(물리적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을 반환하여야 하며, iii) 기계적으로 판독가능한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을 포함하여 원고의 기밀정보를 담고 있는 모든 기록을 폐기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나, 이 사건 중재판정의 이유 부분에서도 이 사건 계약 제14.2조를 그대로 설시하고 있을 뿐 그 의무의 범위나 대상물을 특정하거나 이에 대하여 부연 설명하고 있지 않고, 위 조항만으로는 구체적인 의무의 범위나 대상물을 특정할 수 없다.

③ 결국 이 사건 중재판정의 주문뿐만 아니라 이유에 기재된 이 사건 계약 제14.2조를 함께 찾아보더라도, 피고가 사용중단, 반환, 폐기하여야 하는 대상물[‘이 사건 계약에 따라 사용인가된 원고의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및 기밀정보’, ‘피고가 소지하거나 통제하고 있는 시청카드를 포함한 모든 사용인가된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류의 원본 및 모든 사본(물리적 형태로 되어 있는 것)’, ‘기계적으로 판독가능한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을 포함하여 원고의 기밀정보를 담고 있는 모든 기록’]이 무엇인지 특정할 수 없고, 이를 특정하기 위하여는 이 사건 중재판정 외에 별도로 이 사건 계약서, 부속서류 및 관련 증거까지 재심리하여야 한다[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중재 진행 중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카합88호 로 가처분을 신청하였는데, 그 신청취지는 ‘1. 피고는 별지 2 목록 기재 각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복제, 공중송신, 전송, 배포, 대여, 개작하여서는 안 되고, 위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2. 피고는 별지 3 목록 기재 문서(원본과 사본 및 전자기록매체에 저장된 전자문서 일체를 포함)에 대한 피고의 점유를 풀고 원고가 위임하는 귀원 소속 집행관에게 그 보관을 명한다’고 별지 목록을 통해 집행대상물을 특정하여 열거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가처분 신청서의 신청취지 기재 내용과 이 사건 중재판정 제3항의 주문 및 반소신청취지를 대비하여 보면 이 사건 중재판정 제3항 부분이 특정되어 있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④ 이와 같은 사정과 함께 집행권원의 부여와 집행기관에 의한 집행을 구별하고 또한 집행권원은 집행기관으로 하여금 급부의무의 존부, 내용을 조사함 없이 집행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그 자체로서 집행이 가능할 만큼의 특정성과 자기완결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우리 법의 체계상 원·피고가 당사자로서 집행의 대상물을 잘 알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중재판정 제3항은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그러나 이와 같이 중재판정의 주문에 따른 집행이 불능한 경우에도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은 인정된다고 볼 것이다.

가) 집행판결은 중재판정에 대하여 집행력을 부여하여 강제집행절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서 그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 집행력을 부여할지를 판단하는 재판이나, 한편으로 중재법 제36조 제4항 은 ‘해당 중재판정에 관하여 대한민국의 법원에서 내려진 승인 또는 집행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집행판결에 관하여 집행력의 부여 이외에 중재판정의 취소를 제한하는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나) 이러한 법의 취지는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은 단지 강제집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중재판정에 집행력을 부여한 것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중재판정 취소사유를 주장하는 것으로부터 중재판정을 보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 물론 상대방의 중재판정 취소의 소에 대한 기각이 확정되면 상대방이 같은 사유를 들어 다시 취소의 소를 제기하더라도 법원은 전소의 기판력에 의하여 그 내용과 모순되는 판단을 하여서는 아니 되는 구속력을 받으므로 그러한 측면에서 전 소송에서 취소사유로 주장되었던 특정 사항으로부터 중재판정이 보호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중재판정 정본 수령후 3개월의 제척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중재판정 취소의 소 제기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취소의 소 제기기간의 도과 여부는 개별사건에 따라 달라지고 또 중재판정 취소의 소에 대한 기각이 확정되면 그 취소소송에서 주장되었던 특정 사항에 대하여만 중재판정이 보호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중재판정은 오로지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이 내려진 이후에 비로소 포괄적으로 보호된다. 이와 같은 집행판결의 법적 효력에 따라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면, 중재판정 취소소송이 제기된 시점이 집행판결 청구소송의 제기시점보다 앞선다 하여도 중재판정취소의 소는 각하된다고 이해된다( 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5192 판결 등 참조).

5) 더구나 중재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 그들 간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사적 분쟁해결수단이므로 중재판정의 당사자들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한 분쟁해결의 방식에 따라 도출된 중재판정에 따를 의무가 있는데 그 중재판정에 법에서 정한 중재취소사유가 있어 법원이 그 승인·집행을 거부하게 되면 당사자는 그 중재판정이 국내에서 강제집행될 위험을 벗어나게 된다. 반면 민사집행법상의 엄격한 강제집행절차에 따른다면 중재판정이 집행불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중재판정을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집행불능의 중재판정이라도 집행판결이 있으면, 이는 그 중재판정에 하자가 없으며 승인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어서 중재판정의 당사자로서는 법원의 승인·집행판결로 유효성이 확인된 중재판정을 준수할 의무를 강제받게 된다. 이러한 의무의 준수 여부는 당사자의 명성, 신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당사자에게 자발적으로 중재판정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하여 결국 당사자 사이의 분쟁해결을 더 용이하게 한다. 결국, 현실적으로 강제집행불능인 중재판정에 대하여도 집행판결을 할 필요성도 있다.

6) 따라서 중재판정의 주문이 집행불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집행가능 여부와는 무관하게 중재판정에 관한 집행판결을 청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7) 결국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중재판정의 집행요건에 대한 판단

1) 중재법 제37조 제2항 은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는 정당하게 인증된 중재판정 정본 또는 정당하게 인증된 그 등본과 중재합의의 원본 또는 정당하게 증명된 그 등본을 제출하여야 하고, 다만 위 중재판정이나 중재합의가 외국어로 작성된 경우에는 정당하게 인증된 한국어 번역문을 첨부하도록 규정한다. 일단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을 구하는 당사자에 의하여 이러한 서면이 제출되었거나 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중재법 제36조 제2항 소정의 승인·집행 거부사유가 없는 한 판정에 기한 강제집행을 허가함이 마땅하다.

2) 이 사건에서, 원고는 중재합의가 포함된 이 사건 계약서와 이 사건 중재판정의 사본 및 번역문을 각 제출하였고, 피고는 중재합의와 이 사건 중재판정의 존재 및 그 내용에 대하여 다투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경우 중재법 제37조 에 따른 적법한 원본이나 등본과 그에 대한 번역문이 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4다20180 판결 참조).

3) 따라서 이 사건 중재판정은 그 집행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에서 정한 거부사유가 없는 한 이 사건 중재판정에 기한 강제집행은 허가되어야 할 것인데 아래 다.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중재판정에 어떤 거부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중재법 제36조 제2항 의 거부사유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1)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의 중재판정취소사유의 존부

가)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피고는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 부분에 대한 원고의 신청취지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하였음에도 중재판정부는 이를 심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렸다. 이는 당사자에게 충분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중재법 제19조 를 위반한 것으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라)목 의 중재판정취소사유가 있다.

나) 판단

중재법 제19조 는 양쪽 당사자는 중재절차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자신의 사안에 대하여 변론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스스로 주장하듯이 피고는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에 관련한 원고의 반대중재신청취지가 불명확하다고 중재판정부에 이를 지적하여 변론할 기회를 가졌었고 이에 불구하고 중재판정부는 이 부분 원고의 반소신청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렸던 것으로 이는 중재판정부가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고 더구나 이 사건 중재판정은 원고의 반대중재신청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중재판정부가 신청취지를 넘어서 판단한 것도 아니다. 그 외 이 사건 중재에서 피고의 방어권이 침해되었다거나 이 사건 중재판정에 중재법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의 중재판정취소사유의 존부

가)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중재판정 제3항에 대한 집행판결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집행기관에 의한 임의집행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2호 (나)목 소정의 중재판정취소사유에 해당한다.

나) 판단

이 사건 중재판정 제3항은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아니하였으나 집행불능인 중재판정에 대하여 집행판결을 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인 점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다. 또한 집행판결은 중재판정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이고 집행판결에 따른 현실적인 집행은 중재판정에서 정한 의무에 따라 민사집행법에서 정한 강제집행절차에 따라 행하여지는 것이므로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지 않은 중재판정에 대하여 집행판결을 하였다고 하여 집행기관에게 임의로 판단하여 집행하도록 허락하는 것도 아니며, 상대방은 그 해당 절차에서 법에서 정하여진 이의, 항고 등을 통하여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집행판결을 구할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 원고의 청구에 따라 집행판결을 하는 것을 두고 집행기관에 의한 임의집행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할 것이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며, 이 사건 중재판정 주문 제3항의 내용, 집행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가집행선고는 이를 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생략]

[[별 지 2] 생략]

[[별 지 3] 생략]

판사 윤성근(재판장) 문정일 구자헌

주1) 14.2 Effect of Termination. Any termination of this Agreement pursuant to this Section shall be without prejudice to any other rights or remedies to which a party may be entitled hereunder or at law and shall not affect any accrued rights or liabilities of either party. Upon the termination of this Agreement the license to the Licensed Software shall terminate and KDB shall immediately cease using any part of NDS' Licensed Software,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nd Confidential Information licensed pursuant to this Agreement. KDB shall return to NDS the originals and all copies of the Licensed Software(including Viewing Cards) and the Documentation in its possession or under its control which are in physical form, and shall destroy any other records containing Confidential Information of NDS including, without limitation, those in machine readable form.

주2) 제36조(중재판정 취소의 소) ①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은 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으로만 할 수 있다. ② 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 1. 중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당사자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 가. 중재합의의 당사자가 해당 준거법에 따라 중재합의 당시 무능력자였던 사실 또는 중재합의가 당사자들이 지정한 법에 따라 무효이거나 그러한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무효인 사실 나. 중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당사자가 중재인의 선정 또는 중재절차에 관하여 적절한 통지를 받지 못하였거나 그 밖의 사유로 본안에 관한 변론을 할 수 없었던 사실 다. 중재판정이 중재합의의 대상이 아닌 분쟁을 다룬 사실 또는 중재판정이 중재합의의 범위를 벗어난 사항을 다룬 사실. 다만 중재판정이 중재합의의 대상에 관한 부분과 대상이 아닌 부분으로 분리될 수 있는 경우에는 대상이 아닌 중재판정 부분만을 취소할 수 있다. 라. 중재판정부의 구성 또는 중재절차가 이 법의 강행규정에 반하지 아니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르지 아니하였거나 그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사실 2. 법원이 직권으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가. 중재판정의 대상이 된 분쟁이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중재로 해결될 수 없는 경우 나.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 ③ 중재판정 취소의 소는 중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당사자가 중재판정의 정본을 받은 날부터 또는 제34조에 따른 정정·해석 또는 추가 판정의 정본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④ 해당 중재판정에 관하여 대한민국의 법원에서 내려진 승인 또는 집행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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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13.1.31.선고 2012가합15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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