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관리자가 처리한 사무의 내용이 관리자와 제3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상의 급부와 그 성질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관리자가 위 계약상 약정된 급부를 모두 이행한 후 본인과의 사이에 별도의 계약이 체결될 것을 기대하고 사무를 처리한 경우, 사무관리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직업 또는 영업에 의하여 유상으로 일하는 사람이 그 직업 또는 영업의 범위 내에서 타인의 사무를 관리한 경우, 통상의 보수 상당 금액을 필요비 또는 유익비로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가 법적인 의무 없이 타인의 사무를 관리해야 하는바, 관리자가 처리한 사무의 내용이 관리자와 제3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상의 급부와 그 성질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관리자가 위 계약상 약정된 급부를 모두 이행한 후 본인과의 사이에 별도의 계약이 체결될 것을 기대하고 사무를 처리하였다면 그 사무는 위 약정된 의무의 범위를 벗어나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률상 의무 없이 사무를 처리한 것이며,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무처리로 인한 사실상의 이익을 본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 즉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직업 또는 영업에 의하여 유상으로 타인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이 향후 계약이 체결될 것을 예정하여 그 직업 또는 영업의 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한 행위를 하였으나 그 후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함에 따라 타인을 위한 사무를 관리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상법 제61조 는 상인이 그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직업 또는 영업의 일환으로 제공한 용역은 그 자체로 유상행위로서 보수 상당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관리자는 통상의 보수를 받을 것을 기대하고 사무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 관념에 부합하고, 그 관리자가 사무관리를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였을 경우 지급하는 보수는 사무관리 비용으로 취급되어 본인에게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사무를 처리한 것도 통상의 보수 상당의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관리자의 용역이 제공된 것으로서 사무관리 의사에 기한 자율적 재산희생으로서의 비용이 지출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통상의 보수에 상응하는 금액을 필요비 내지 유익비로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경우 통상의 보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거래관행과 사회통념에 의하여 결정하되, 관리자의 노력의 정도, 사무관리에 의하여 처리한 업무의 내용, 사무관리 본인이 얻은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34조 [2] 상법 제61조 , 민법 제739조 제1항
원고, 피상고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석보)
피고, 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준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관하여
가. 피고의 사무인지 여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대한주택공사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를 도급하면서 공사시방서 및 현장설명서를 통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의 분리수거, 재활용 및 이와 관련한 폐기물배출자 신고, 관리 등에 관한 업무를 피고가 처리하도록 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할 건설폐기물량을 산출하여 그 관리 등에 관한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도급내역에 반영하였으며 나아가 관할 행정기관에 피고를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사업장폐기물배출자로 신고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의 처리확인서에 피고가 폐기물배출자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공사발주자로 하여금 폐기물처리업체에게 충분한 처리비용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건설폐기물의 적정한 처리를 기할 목적으로 구 폐기물관리법(2003. 5. 29. 법률 제69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2004. 8. 11. 환경부령 제1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에 의하여 건설폐기물 분리발주제가 도입되었는데, 대한주택공사는 위 분리발주제에 따라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과 별도로 원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공사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의 처리에 관한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여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건설폐기물을 처리하도록 한 사실, 그런데 이 사건 공사의 시행 과정에서 당초 이 사건 계약에서 예정하였던 양을 훨씬 초과한 건설폐기물이 발생하였고, 이는 피고가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폐기물 관리를 잘못하여 폐콘크리트, 마감자재의 포장지, 생활쓰레기 등이 분리되지 않은 채 혼합폐기물과 섞여 배출되도록 방치한 데 기인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위 초과 발생한 건설폐기물의 처리에 관한 종국적인 의무는 피고와 대한주택공사 사이의 위 도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피고가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초과 발생한 건설폐기물을 처리할 업무는 피고의 사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무관리에 있어서의 사무관리 본인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없다.
상고인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46331 판결 은 사업장폐기물배출자의 사업을 인수한 자는 사업장폐기물배출자의 공법상 권리·의무를 승계할 뿐 그의 사법상 권리·의무까지 당연히 승계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서, 피고가 이 사건 공사의 시공자로서 대한주택공사와의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공사현장의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에 관한 사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기로 되어 있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나. 사무관리 의사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가 법적인 의무 없이 타인의 사무를 관리해야 하는바, 관리자가 처리한 사무의 내용이 관리자와 제3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상의 급부와 그 성질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관리자가 위 계약상 약정된 급부를 모두 이행한 후 본인과의 사이에 별도의 계약이 체결될 것을 기대하고 사무를 처리하였다면 그 사무는 위 약정된 의무의 범위를 벗어나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률상 의무 없이 사무를 처리한 것이며,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무처리로 인한 사실상의 이익을 본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 즉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처리에 관하여 원고와 대한주택공사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었지만 당초의 계약 물량을 초과한 건설폐기물이 발생하자 원고가 건설폐기물의 처리를 중단하였다가 피고의 요청으로 용역업무를 재개하여 위 초과 건설폐기물을 처리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초과 건설폐기물의 처리에 관하여는 원고가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전제에서 원고는 피고를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 즉 관리의 사실상의 이익을 피고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를 가지고 위 초과 건설폐기물을 처리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무관리 의사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 등 위법이 없다.
2. 제2점에 관하여
민법 제739조 제1항 은 “관리자가 본인을 위하여 필요비 또는 유익비를 지출한 때에는 본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사무관리자가 사무관리 본인에 대하여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직업 또는 영업에 의하여 유상으로 타인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이 향후 계약이 체결될 것을 예정하여 그 직업 또는 영업의 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한 행위를 하였으나 그 후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함에 따라 타인을 위한 사무를 관리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상법 제61조 는 상인이 그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직업 또는 영업의 일환으로 제공한 용역은 그 자체로 유상행위로서 보수 상당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관리자는 통상의 보수를 받을 것을 기대하고 사무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 관념에 부합하고, 그 관리자가 사무관리를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였을 경우 지급하는 보수는 사무관리 비용으로 취급되어 본인에게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사무를 처리한 것도 통상의 보수 상당의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관리자의 용역이 제공된 것으로서 사무관리 의사에 기한 자율적 재산희생으로서의 비용이 지출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통상의 보수에 상응하는 금액을 필요비 내지 유익비로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경우 통상의 보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거래관행과 사회통념에 의하여 결정하되, 관리자의 노력의 정도, 사무관리에 의하여 처리한 업무의 내용, 사무관리 본인이 얻은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사무관리 제도는 사회생활에서의 상호부조의 이상에 터잡은 것으로서,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이고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 즉 관리의 사실상의 이익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함은 물론 그 사무의 처리가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을 요하는바(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다26326 판결 참조), 특히 관리자가 본인의 사무를 관리하게 된 주된 의도나 목적이 사무관리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아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경제적 이익의 추구라고 하는 동기 때문에 관리자가 타인의 생활관계에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사적 자치의 원칙을 훼손시키고 오히려 사회적 상호부조의 이상에도 반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관리자에게 사무관리에 따른 비용청구권이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무의 처리가 본인의 이익과 의사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사무관리 성립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하여 보다 엄격하고도 신중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이유를 이 사건 기록과 대조하여 보면, 유상으로 일하는 관리자의 직업 내지 영업의 범위 내에서 사무관리가 이루어졌다면 관리자는 통상의 보수도 함께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하여진 건설폐기물 처리비용 단가에 기초하여 위 초과 건설폐기물의 처리비용을 산출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무관리자의 비용상환청구권에 대한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 등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 가운데 피고의 비용상환의무가 현존이익에 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