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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98669 판결
[손해배상(기)][공2010하,1352]
판시사항

A 조합이 B 조합의 해산 후 별도의 절차에 따라 새로 설립되었으나 B 조합과 조합업무 위임계약 및 조합업무대행 수수료 지급약정을 체결한 갑이 실제로 B 조합에 이어 A 조합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행해 왔고, A 조합도 그 법률적 효과와 경제적 이익을 누려왔다면, A 조합과 갑 사이에 사무관리에 의한 법정채권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A 조합이 B 조합의 해산 후 별도의 절차에 따라 새로 설립되었으나 B 조합과 조합업무 위임계약 및 조합업무대행 수수료 지급약정을 체결한 갑이 실제로 B 조합에 이어 A 조합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행해 왔고, A 조합도 그 법률적 효과와 경제적 이익을 누려왔다면, 갑은 A 조합이 B 조합과 실체가 동일하여 B 조합과 갑 사이에 체결된 위 약정을 승계한 것으로 생각하였거나, 적어도 A 조합과 새로운 조합업무 위임계약이 체결될 것을 기대하고 보수를 지급받을 목적으로 법률상 의무 없이 A 조합을 위하여 A 조합의 사무를 처리해 온 것임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A 조합과 갑 사이에 사무관리에 의한 법정채권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본 사례.

원고, 피상고인

창전미르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최병호외 1인)

피고, 상고인

미르산업개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법여울 담당변호사 이철우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조합은 창전동미르지역주택조합(이하 ‘구 조합’이라 한다)이 해산된 후 별도의 절차에 따라 설립되어 새로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은 점, 구 조합과 원고 조합은 그 명칭, 조합규약, 조합원 구성이 상이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서로 다른 법인격을 가진 별개의 비법인사단으로 보아야 하며, 원고 조합이 구 조합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조합업무 위임계약 및 조합업무대행 수수료 지급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조합규약에서 정한 총회 의결을 통해 승계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약정은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 조합으로부터 지급받은 조합업무대행 수수료를 부당이득한 셈이어서 원고에게 이를 전부 반환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구 조합과 원고 조합을 별개의 비법인사단으로 전제한 뒤 원고 조합이 이 사건 약정에 따른 구 조합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으나, 원심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 조합으로부터 조합업무대행 수수료를 지급받은 것이어서 원고 조합에게 그 전액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배척하지 않은 증거들 및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는 실제로 구 조합에 이어 원고 조합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행해 온 사실, 원고 조합도 2006. 8. 16. 해지 통고서의 형식으로 피고에게 조합업무 대행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피고가 처리한 조합 업무들을 토대로 이 사건 아파트 신축 및 분양사업을 수행하는 등 그 법률적 효과와 경제적 이익을 누려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는 원고 조합이 구 조합과 실체가 동일하여 구 조합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약정을 승계한 것으로 생각하였거나, 적어도 원고 조합과 새로운 조합업무 위임계약이 체결될 것을 기대하고 보수를 지급받을 목적으로 법률상 의무 없이 원고 조합을 위하여 원고 조합의 사무를 처리해 온 것임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 조합과 피고 사이에 사무관리에 의한 법정채권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7다55477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 조합이 피고에게 해지 통고서를 보냄으로써 사무관리를 종료할 의사를 명백히 한 시점까지 피고가 처리해 온 조합 사무의 내용, 피고가 조합 사무를 처리한 한도 내에서 원고 조합에 대하여 가지는 필요비 또는 유익비 상환청구권의 범위, 상인인 피고가 영업의 일환으로 조합 사무를 처리함으로써 필요비 내지 유익비로 청구할 수 있는 통상의 보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원고 조합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조합업무 처리 과정에서 그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 조합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등에 관한 심리를 거쳐 피고가 원고 조합으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조합업무대행 수수료를 반환하여야 하는지 여부 및 그 반환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 조합이 이 사건 약정을 승계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조합업무대행 수수료 전액을 부당이득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 제3점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 조합이 피고에게 조합업무대행 수수료를 지급한 것은 일종의 비채변제에 해당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거나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 조합이 피고와 구 조합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약정을 추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새로운 사실로서 원심 변론종결 이전에는 주장한 바 없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며, 또한 직권조사사항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법원이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이나 공격방어의 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하거나 증거조사에 나아가는 행위는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2. 6. 9. 선고 91다3510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에서 비채변제가 성립하는지, 원고 조합의 추인이 이루어졌는지 등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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