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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유사성행위)·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친딸 강제추행 등 사안〉[공2020하,1148]
판시사항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족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진술하는 경우에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되는 경우 /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당하였다는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족으로부터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진술하는 경우에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 이외에는 달리 물적 증거 또는 직접 목격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스스로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고, 허위로 그와 같은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술 내용이 사실적·구체적이고, 주요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특히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당하였다는 미성년자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므로, 피해자가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 인정 여부와 함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하만영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유사성행위) 부분에 대하여

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 제308조 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족으로부터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당하였다고 진술하는 경우에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 이외에는 달리 물적 증거 또는 직접 목격자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스스로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고, 허위로 그와 같은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 내용이 사실적·구체적이고, 주요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6도3830 판결 ,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1943 판결 등 참조).

특히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를 당하였다는 미성년자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므로, 피해자가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 인정 여부와 함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

나. 공소사실의 요지 및 제1심의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은 2014년 여름 날짜불상 주말 낮 시간에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딸인 피해자(당시 9~10세)가 안방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의 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음부를 만져 친족관계인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7년 가을 날짜불상 평일 밤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안방에 누워 있는 피해자(당시 13세)에게 다가가 피해자가 덮고 있는 이불을 함께 덮은 후 피해자의 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과 음부를 만지고 손가락을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8. 3. 초순 낮 시간에 거실에서 방에 있는 피해자(당시 13세)에게 발로 피고인의 발을 밟는 방법으로 안마를 해 달라고 요구한 후, 피해자가 안마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이리 와. 어디 가냐.”라고 말하여 피해자를 가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의 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과 음부를 만지고 손가락을 음부에 삽입하였다.

2) 제1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유일한 직접증거인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피해자는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였고, 2회에 걸쳐 법원에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거짓이고, 피고인이 너무 미워서 허위로 피해 사실을 꾸며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직접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나) 피해자의 어머니와 오빠도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주 욕설을 하지만 피고인의 평소 성향이나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다)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다. 원심의 심리 및 판단

1) 원심은, 피해자가 제1심 법정에서 진술을 할 당시 입원해 있던 병원의 정신과 의사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진술 번복 경위에 관하여 추가 심리를 하고,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녹화 CD를 법정에서 재생하여 시청하는 방법으로 다시 한번 증거조사를 하였다.

2) 원심은, 위 심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해자는 2018. 4. 3. ○○○○○○○○에 출석하여 피해 내용 등에 관하여 진술을 하였는데, 피해자의 진술은 ① 범행 당시 있었던 피고인과의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고, ② 범행 당시 느꼈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③ 주변 상황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고 있고, ④ 여분의 사정들도 포함하여 진술하였으며, ⑤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의 기억의 한계를 시인하거나 조사자의 유도성 질문을 극복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나) 피해자의 진술은 이와 같이 실제로 경험한 사실에 관하여 사실대로 진술할 때 나타나는 특징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과 아울러, 그 진술 내용 가운데 경험칙에 비추어 모순되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찾기 어려우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하기 위하여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피해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 내어 허위로 진술할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 ○○○○○○○○의 의뢰를 받아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을 분석한 아동·장애인 성폭력 진술분석전문가는 ‘피해자의 대략적인 진술 안에서 허위 진술에서 나타나기 어려운 독특하고 특징적인 진술들이 나타나는 등 피해자의 진술 성향과 피해자 진술에서 나타난 특징적 내용들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허위 진술의 가능성보다는 사건 발생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라) 피해자에 대하여 5회에 걸쳐 심리 상담을 진행한 상담사는 제1심에서 ‘피해자는 성폭행의 경우에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증세가 나타나는 부분이 많이 보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마) 피해자는 2018. 3. 중순경 친구에게 추행 피해 사실을 이야기한 후 2018. 3. 말경 상담 교사에게 이를 이야기하였고, 상담 교사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에 전화로 피해 내용을 통보하였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가 여성경찰관과 함께 학교에서 피해자를 만나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들은 다음, 피해자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해자를 보호시설에 입소시키고, 피고인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에 대한 수사 개시의 경위와 과정이 이례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3) 한편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피해자의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의 번복된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려우므로, 그 진술만으로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는 제1심에서 ‘피해자가 2018. 11. 15. 제1심 법정에 출석해서 진술한 것은 거짓말이었다는 이야기를 피해자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를 확인하기 2018. 12. 5. 및 12. 8. 두 차례 피해자를 대면 상담하면서 물어보았더니 피해자가 그렇다고 확인해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피해자가 2018. 11. 6.경부터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병원의 정신과 의사는 원심에서 ‘피해자에게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일을 물어 보았을 때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한 적은 없다’, ‘피해자가 재판에 갔다 온 것에 대하여 어머니가 사실이 아니었다고 이야기를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2018. 11. 22. 면담 당시 피해자가 가족들이 눈치를 많이 주었고, 할머니는 아버지 빨리 꺼내야 한다고 욕하고, 어머니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우니 정말 성폭행한 것이 맞느냐며 재차 묻고, 못 믿겠으니 그런 일 없다고 하라고 했다고 말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진술은 증언 내용의 합리성과 증언 태도, 증인의 이해관계 내지 피고인과의 관계, 관련 증거와의 합치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신빙성이 있다.

다) 피해자는 2018. 10. 16. 피해자의 학교 친구에게 ‘내가 아빠한테 성폭력 당했거든’, ‘엄마가 아빠 교도소에서 꺼내려고 나한테 거짓말 치래’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만일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해를 당한 사실이 없었다면 굳이 위와 같은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라) 피해자의 어머니이자 피고인의 처는 2018. 8. 2.부터 구속되어 있던 피고인을 접견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피해자에게 없던 일로 해 달라고 설득을 해 보겠다’, ‘피해자에게 울면서 부탁을 했더니 피해자가 그렇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해자가 어머니로부터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되었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라. 대법원의 판단

위와 같이 원심은, 친부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더라도, 피해자의 수사기관 진술 자체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대한 평가 등에다가,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와 경위 등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의 번복된 법정 진술은 믿을 수 없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취업제한명령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에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아동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2년간 취업제한을 명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취업제한명령에 피고인의 심급의 이익,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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