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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6두46113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 에 정한 가격 결정 등의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 일부 및 전부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였다고 보기 위한 요건

[2]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이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에 묵시적인 합의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합의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증명의 방법 및 증명책임의 소재(=공정거래위원회)

원고, 피상고인

셰플러코리아 유한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박성범 외 4인)

피고,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수희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 에 정한 가격 결정 등의 합의와 그에 터 잡은 실행행위가 있었던 경우에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한 날’은 그 합의에 터 잡은 실행행위가 종료한 날이다. 따라서 합의에 참가한 일부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합의에서 탈퇴하였음을 알리는 명시적 내지 묵시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야 한다. 또한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 전부에 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이 명시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각 사업자가 각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또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 사이에 반복적인 가격 경쟁 등을 통하여 담합이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인정되는 행위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등 합의가 파기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 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두3743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독일계 베어링 제조사인 셰플러(Schaeffler) 그룹의 자회사이고, 한국엔에스케이 주식회사(이하 각 회사의 명칭에서 ‘주식회사’는 모두 생략한다)는 일본계 베어링 제조사인 일본정공의 자회사인데, 이들은 각 본사로부터 시판용 베어링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여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한화는 일본계 베어링 제조사인 엔티엔으로부터 시판용 베어링을 수입하여 수요처에 판매하고 있다. 원고, 한국엔에스케이, 한화(이들을 통칭하여 ‘원고 등 3개사’라고 한다)는 국내 시판용 베어링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상위 3개사로서 원고가 1위, 한국엔에스케이가 2위, 한화가 3위이다. 한편 일본에 있는 일본정공, 제이텍트, 후지코시(이하 ‘일본 3개사’라 한다)와 엔티엔은 일본에서 1998년부터 일본정공을 중심으로 하여 국내에서 판매되는 시판용 베어링의 목표가격 인상률과 국내수출가격 인상률을 공동으로 결정하였다.

(2) 원고 등 3개사는 1998년경부터(한화는 1999년경부터) 한국엔에스케이를 중심으로 하여 그 임직원들 사이의 정보교환 등의 접촉과 의사연락을 통하여 시판용 베어링 제품의 가격을 공동으로 유지 또는 인상하는 내용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해 왔다(이하 ‘이 사건 제1공동행위’라 한다). 구체적으로는 원고와 한국엔에스케이가 2002년경 시판용 베어링에 대한 GPL(General Price List, 시판용 베어링의 소비자 가격표)을 새롭게 작성하고 2004년, 2005년 이를 각 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을 인상하면, 한화가 이를 따르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이 공동으로 이루어졌다.

(3) 원고 등 3개사는 모두 베어링을 국내에서 제작하기보다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더 높고, 원고는 독일계 회사로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베어링을 수입하므로 미국 달러화의 환율변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 반면에 한화와 한국엔에스케이는 일본에서 베어링을 수입하여 판매하므로 일본 엔화의 환율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원화에 대비하여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는 2006년과 2007년에는 환율이 모두 하락하였는데 엔화의 환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하였다.

(4) 한화는 원화에 대비하여 일본 엔화의 환율 인하를 계기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하여 2006. 1. 5%, 2006. 4. 5%, 2006. 6. 6%, 합계 16% 정도의 시판용 베어링 가격을 인하하였다.

(5) 한편 한화가 시판용 베어링 제품을 수입하던 일본의 베어링 제조사인 엔티엔은 2006. 6.경 일본 3개사와의 가격담합에 관한 공동행위에서 이탈하면서 제품 원가를 6% 인하하였다.

(6) 그러자 한국엔에스케이는 2006. 11.경 시판용 베어링의 표준품을 의미하는 이른바 협의의 GPL 품목 가격을 15% 정도 인하하였다.

(7) 그 후 한화는 2006. 12. 5%, 2007. 6. 3%, 2007. 11. 3%, 합계 11% 정도의 시판용 베어링 제품 가격을 추가로 인하하였다. 결국 한화는 2006. 1.부터 2007. 11.까지 지속적으로 총 27% 정도의 가격을 인하한 후, 2008. 4. 15.7% 가격 인상을 할 때까지 그 인하된 가격상태를 유지하였다. 한편 한국엔에스케이 차장인 소외 1이 한화의 베어링 가격 인하 조치에 대하여 한화의 소외 2 팀장에게 시판용 베어링의 가격 인하를 자제하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으나, 한화는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하하였다.

(8) 원고 등 사업자와 거래하는 대리점은 하나의 사업자와 전속적으로 거래하는 대리점이 아니라 다른 사업자의 시판용 베어링도 함께 판매하는 비전속적인 대리점이고, 원고 등 사업자는 대리점과 베어링 연합회에 가격 인상 사실을 문서로 통보하였으므로, 사업자들은 서로의 가격변동 상황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다.

(9) 원고 등 3개사가 합의의 계속적 유지·실행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였다거나, 합의를 준수하지 아니한 사업자들에 대한 제재를 논의·실행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자료는 기록상 찾아보기 어렵다.

다.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원고 등 3개사가 공동행위를 하던 중 한화는 2006. 1.경부터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하였고, 한국엔에스케이 역시 2006. 11.경 이후 협의의 GPL 품목에 대하여는 상당한 폭으로 가격을 인하하였으며, 한화는 다시금 2006. 12. 이후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하하였다. 이처럼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상당한 정도의 가격 차이를 두고 원고 등 3개사 모두 가격경쟁을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으므로, 원고 등 3개사의 이 사건 제1공동행위는 늦어도 2007. 6. 22. 전에는 원고 등 3개사 사이에 반복적인 가격경쟁 등을 통하여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보면, 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는 2012. 6. 22. 당시를 기준으로 구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에 따른 처분시효 5년이 이미 도과된 상태였으므로 위 개정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라. 그러므로 원심판결 이유 중 합의 파기와 관련한 일부 법리 설시 부분과 2005년경 이 사건 공동행위가 종료되었다고 본 부분은 적절하지 아니하나, 이 사건 제1공동행위가 늦어도 2007. 6. 22. 전에는 종료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4항 에서 정한 5년의 처분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종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로서 이때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 (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1두1239 판결 등 참조). 그렇지만 이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러한 합의를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명하는 피고에게 있다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 등 3개사의 영업 담당자는 원고 등 사업자의 시판용 베어링을 판매하는 대리점을 방문하는 기회 등을 이용하여 다른 사업자의 수입가격, 판매가격, 할인가격, 판매실적 등 영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였다.

(2) 원고와 한국엔에스케이 및 또 다른 시판용 베어링 판매업체인 제이텍트코리아 등 3개사는 2005. 8. 21.부터 2011. 8. 3.까지 시판용 베어링을 포함한 매출실적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였다.

(3) 2008년과 2009년에는 원화와 대비하여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의 환율이 모두 급격히 상승하였고, 2010년과 2011년에는 미국 달러화의 환율이 안정적이었던 반면, 일본 엔화의 환율은 상승하였다. 원화와 대비하여 엔화 환율이 인상됨에 따라, 한화는 2008. 4. 15.7%, 같은 해 10. 21%, 같은 해 12. 15% 정도 시판용 베어링 가격을 인상하였고, 위 각 인상 시점으로부터 1개월 정도 간격으로 한국엔에스케이 역시 2008. 5. 16%, 같은 해 11. 29%, 2009. 1. 13% 정도 시판용 베어링 가격을 인상하였다. 한편 원고는 한화가 가격을 인상한 2008. 4.로부터 5~6개월 지난 시점인 2008. 9.에는 시판용 베어링 일부 제품의 가격을 9.7% 내지 11.1% 정도, 같은 해 10.에는 11.4% 내지 12.9% 정도, 2009. 1.에는 13.6% 내지 15.2% 인상하였다.

(4) 한국엔에스케이와 한화는 2010년 원화와 대비하여 엔화 환율이 인상됨에 따라 가격을 인상할 필요성이 있음을 공감하고, 한국엔에스케이와 한화가 시판용 베어링의 가격을 인상하면 원고도 이에 동조하여 마찬가지로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가격을 인상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시판용 베어링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자 한국엔에스케이와 한화는 인상하였던 시판용 베어링의 가격을 2011년에 다시 인하하였다.

(5) 2011. 7. 무렵 계속적인 일본 엔화의 가치상승으로 국내에서 시판용 베어링의 가격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한화는 2011. 10.에 18%, 한국엔에스케이는 2011. 11.에 16% 내지 17% 정도 시판용 베어링 가격을 인상하였다. 한편 원고는 2012. 3.에야 10% 정도 시판용 베어링 가격을 인상하였다.

(6) 원고의 국내 시판용 베어링 시장점유율이 2009년과 2011년 사이에 25%에서 35% 정도로 큰 폭으로 상승하고,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35%에서 40% 정도로 높아졌다.

(7) 한국엔에스케이는 시판용 베어링 제품 등의 가격담합과 관련해서 피고에게 자진신고를 하였고, 한국엔에스케이의 직원들은 피고의 조사과정에서 ‘일본 엔화 환율 인상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한화가 한국엔에스케이에 가격 인상을 요청하고 한화와 한국엔에스케이가 함께 가격을 올렸으며, 원고를 설득해서 같이 올리려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화의 직원 소외 2도 피고의 조사과정에서 ‘한화가 한국엔에스케이에 가격 인상 요청을 하였고 한국엔에스케이가 가격 인상에 동참한다는 얘기를 듣고 가격 인상을 추진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한편 한국엔에스케이의 직원들과 한화 직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한국엔에스케이가 원고에게 가격 인상 요청을 하였다고 진술한 적은 있으나, 원고가 이에 동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적은 없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한화와 한국엔에스케이의 경우에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판용 베어링 제품의 가격을 공동으로 유지 또는 인상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제2공동행위’라 한다)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원고는 위와 같은 제2공동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보기에 그 증명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1) 한국엔에스케이가 보유한 원고의 시판용 베어링의 가격 인상에 관한 정보는 원고가 대리점과 베어링 연합회에 가격 인상을 사전 통보한 내용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거나 정확한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원고 등 사업자가 매출실적에 관한 일부 정보를 서로 교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정보교환만으로 공동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원고의 경우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의 가격 인상률과 시기 면에서 한국엔에스케이, 한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원고가 2010년경 가격 인상을 하지 않자, 한국엔에스케이와 한화는 인상하였던 시판용 베어링의 가격을 2011년에 다시 인하하였다. 이처럼 원고의 가격과 한화, 한국엔에스케이의 가격변동이 외형상 일치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 원고는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서 한화, 한국엔에스케이와는 달리 일본 엔화 환율이 아닌 미국 달러화 환율변동에 영향을 받았다. 엔화 환율 인상에 영향을 받는 한화, 한국엔에스케이의 가격 인상 요청에 응하여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원고의 이 무렵 가격변동은 다른 사업자의 행동과 관계없이 원화를 기준으로 한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의 환율변동에 따라 거래시장에서 가격경쟁을 감당할 수 있다는 독자적인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도 상당하다. 이처럼 가격 인상 등에 관한 합의의 유인 측면에서도 나머지 사업자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4) 더구나 원고는 이 시기에 시장점유율을 상당한 폭으로 확대하였다.

라. 원심이 원고 등 3개사 모두가 이 사건 제2공동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본 점은 잘못이나, 원고가 이 사건 제2공동행위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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