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수원지방법원 2020.12.17. 선고 2019재고합17 판결
살인,강간치사
사건

2019재고합17살인,강간치사

피고인

A

재심청구인

피고인의 변호인

검사

B(기소), 이상혁, 송민주(공판)

변호인

변호사 박준영

법무법인 다산 담당변호사 김칠준, 이주희

재심대상판결

수원지방법원 1989. 10. 20. 선고 89고합535 판결

판결선고

2020. 12. 17.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78. 4.경부터 1986. 8.경까지 경기도 C 소재 D 수리센타에서, 1987. 2.경부터 1988. 3.경까지 E 소재 F 수리센타에서, 1988. 3.경부터 현재까지 G 소재 H에서 경운기 등 농기계 수리공으로 종사하여 온 자로서, 1988. 9. 15. 23:00경 위 H에서 일을 마치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문득 그날 아침 위 공업사 앞 I를 청소할 때 이웃사람들로부터 피고인의 좌측다리가 소아마비를 앓아 절름발이라는 이유로 "병신새끼 다리가 저러니 계집하고 재미도 못 볼 것이다"라고 놀림당한 생각이 떠오르자, 신체적 불구로 인한 열등의식에 참기 힘든 우울한 심정으로 J와 K 일대를 배회하던 중, 1988. 9. 16. 01:00경 위 L 소재 피해자 M(13세, 여)의 집 앞에 이르러 부녀자를 강간할 마음을 먹고 위 피해자의 집 뒷담을 넘어 그 집 앞마당에 침입하여 주변을 살핀 후 집안사람들이 모두 잠이 들어 조용한 것을 확인한 다음, 다시 뒷마당 피해자의 방 앞에 이르러 방문 창호지에 뚫린 구멍을 통해 방안을 들여다보고 약 8㎡ 크기의 방안에서 피해자가 혼자 누워 자는 것을 발견하고는 뚫어진 문구멍으로 오른손을 살며시 밀어 넣어 방문 안쪽으로 시정되어 있는 문고리를 풀고 문을 연 다음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둔 채 맨발로 그곳 방문 앞을 가로막은 책상을 밟고 넘어 방안으로 들어간 후, 피해자가 깨어나 소리치면 범행이 발각될 것이 두려웠으나 욕정에 사로잡힌 나머지 피해자를 죽이더라도 강간을 해야겠다고 결의하고 자고 있는 피해자의 허리 옆에 앉아 피고인의 왼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경부를 둘러 약 3~4분 가량 압박하여서 피해자를 질식으로 인한 실신상태에 빠뜨려 항거불능하게 한 다음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무릎부위까지 벗겨 내리고 피고인의 바지와 팬티를 벗어 한 쪽 다리에 걸치고 피해자의 다리를 두 손으로 벌린 후 그 위에 엎드려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위와 같이 하여 그 시경 그곳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들이 인정된다.

가. 이 사건 발생

피해자 M(13세, 여)가 1988. 9. 16. 새벽 경기도 L 소재 피해자의 방에서 혼자 자고 있던 중 목이 졸려 강간을 당하고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범행'이라 한다).

나, 수사 경과

1) 그 무렵 N 일대에서 여러 건의 강간살인 사건이 발생하여 N경찰서 이지서에 수사본부가 꾸려져 있었는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사본부 소속 경찰관들 및 N경찰서 감식반 소속 경찰관들은 범행현장에서 10여개의 음모와 모발, 피해자가 입고 있던 하의 바지 1점, 흰색 삼각팬티 1점, 피해자 방문의 타액이 묻은 문종이 4점 등을 압수하여(별권 1권 수사기록 21, 25, 28, 30쪽)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라 한다)에 혈액형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피해자의 방에 있던 책상 위의 족흔적을 정전식으로 채취하여 감정의뢰하고, 국과수에 피해자의 사체에 대해 부검을 의뢰하였다.

2) 피해자에 대한 사체 부검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 이었다. 또한 피해자의 몸속에서 정자가 발견되었고, 정액반응 양성이며 외음부의 처녀막이 파열되고 우음부와 회음부에 출혈이 있는 것으로 감정되었고(별권 1권 수사기록 120쪽, 수원지방검찰청 2020형제 11152호 P 살인 등 수사기록 4권 1489쪽), 피해자 방문의 타액이 묻은 문종이 4점 중 3점(증 제1, 3, 4호)에 대하여는 타액 확인 시험에서 음성으로 확인되고, 1점(증 제2호)에 대하여만 타액 반응 양성이고, 그 타액은 A형으로 반응한 것으로 감정회보되었으며(별권 1권 수사기록 150쪽), 피해자가 입고 있던 흰색 삼각팬티에 묻어 있는 적갈색 물질과 피해자 질내에서 채취한 정액은 정액반응 양성이나, 질액, 정액, 혈액이 혼합되어 있어 정액만의 순수분리가 불가능하여 혈액형 판정은 되지 않은 것으로 감정회보되었고(별권 1권 수사기록 153, 161쪽), 피해자 주변에서 채취된 곡선형의 흑갈색 두모(6.3cm~11.0cm), 이불에서 채취된 곡선형의 흑갈색 두모, 피해자의 곡선형의 흑갈색 두모(11.5cm~12.0cm)는 모두 AB형으로 반응하는 유사한 모발로 감정되었다(별권 1권 수사기록 159쪽). 또한 피해자의 방문 앞 책상 위 맨발 족흔적은 치안본부 감식반으로부터 1989. 2. 21. '족적이 매우 불선명하여 문양이 전혀 식별되지 않아 감정 불능'으로 회보되었다(별권 1권 수사기록 193쪽).

3) 한편, 국과수 감정인 Q는 감정의뢰받은 음모에 대한 혈액형 감정 결과에 대해 1988. 9. 27. 아래와 같이 기재하여 회보하였는데, 당시 수사본부 관리반 소속 R은 위 감정 회보서 1면에 '피해자 음부에서 채취한 음모 B형 판정'이라고 메모하였다(별권 1권 수사기록 146, 147쪽, 아래 혈액형 감정결과를 이하 '이 사건 혈액형 감정 결과'라 한다).

1, 증거물 : 제1호 흑갈색 곱슬한 음모 5점(4,0cm~7.5cm)으로 피해자 질 속에서 채취

제2-1호 * 3점으로 피해자 우둔부 주변에서 채취한 것임

제2-2호 피해자 음부 주변에서 채취한 흑갈색 곱슬한 음모임(3.0~5.5cm)

2. 감정사항 : 제1호, 제2-1호, 제2-2호의 혈액형

3. 시험 : (혈액형 검사) 해리시험에 의한 혈액형 검사에서 제1호, 제2-1호, 제22호는 공히 B형으로 반응함

4. 감정결과 : 제1호, 제2-1호, 제2-2호는 공히 B형으로 반응하는 음모임

다. 피고인을 용의자로 선정하게 된 경위

수사본부는 이 사건 혈액형 감정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를 강간하고 살해한 용의자를 B형으로 특정하고, 피해자 주변 인물이나 S에 거주하고 있거나, S에 거주하다 전출한 남자들 중 혈액형이 B형인 15세 내지 50세 남자들을 상대로 행적을 조사하는 등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벌이는 한편, 현장에서 압수된 음모들 중 혈액형 감정을 하지 않고 남은 음모(이하 '현장음모'라 한다)와 T에 거주하는 B형 남자들로부터 임의제출받은 음모들 중 형태학적으로 현장음모와 유사하다고 감정1)된 음모에 대해 1989년 2월경부터 같은 해 7월경까지 국과수에 원자로를 이용한 중성자 방사화분석법에 의한 모발성분 비교분석을 감정의뢰하였는데, 1989. 7. 14.경 국과수로부터 유선으로 피고인의 음모가 현장음모와 동일하다고 통보받자(별권 1권 수사기록 239쪽), 수사본부는 '피고인이 약 10년 전부터 T 일대에서 용접일을 해 왔고, 지리감이 밝으며, 혼자 생활하고 있는데다 소아마비 불구이므로 여자와 교제할 수 없으며, 피해자의 의붓 사촌오빠인 U과 친하여, U이 여동생이 있다고 말할 것이며, 경운기 수리관계차 K 등을 자주 다닐 수 있으며, 가끔 성적만족을 채우기 위해 창녀촌에 다닌 것을 주위에서 알고 있고 피고인이 거주지 주변에도 피해자 방에서 발견된 풀 종류가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세수도하지 않을 정도로 용모가 불결하고, 피고인의 음모 감정결과 동일성으로 통보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용의자로 선정하고, 피고인의 친·인척 관계 조사, 성장과정 및 학력·경력관계 수사, V에 오게 된 경위, 성생활관계 수사, 야간 배회여부 수사, 피해자 가족상대 용의자가 피해자를 알고 있는지 수사, 용의자가 거주하는 주민상대 수사, 야간 미행 등 행적수사 등의 수사계획을 수립하였다(별권 1권 수사기록 232쪽),

라. 1989. 7. 24,까지의 피고인에 대한 수사경과

수사본부는, 1989. 7. 16. 피고인 거주지 인근 주민들 상대로 수사하였으나, '피고인 야간 배회여부 발견치 못하였고, 찾아오는 친구는 U 외에 잘 모르며, 피고인 미행감시하였으나 특이점 발견치 못하였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가 작성되었고(별권 1권 수사기록 239쪽), 1989. 7. 21.경 피고인 친구 U을 상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알고 있는지 조사하였으나, U은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집을 알려주거나, 여동생이 있다고 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이 불구인 것을 비관하는 것을 들은 적은 없다'고 진술하였다(별권 1권 수사기록 251쪽). 또한 '피해자 거주지인 K 주민 상대로 피고인이 야간에 K를 왕래하였는지 수사하였으나 다닌 사실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수사보고가 작성되었다(별권 1권 수사기록 261쪽).

마. 1989. 7. 24. 이후의 수사 및 공소제기 경과

수사본부는 1989. 7. 24. 국과수로부터 '피고인의 음모와 현장음모가 동일한 음모로 사료된다'는 감정결과를 받고, '피고인이 신체 불구자로 여자와 교제를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 욕구 불만을 해소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고 피해자 집 근처를 통행할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 등하교시 피고인이 일하고 있는 곳으로 통행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 계속 주변수사와 미행 감시한바, 외출이 없고 집에만 있어 범행 후 행적을 노출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고 음모 감정결과 유사소견으로 회시되어 용의자로 선정하고, 1989. 7. 25. 피고인을 검거하여 취조한다'는 수사계획을 세운 다음(별권 1권 수사기록 261쪽), 1989. 7. 25. 19:30경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던 피고인을 임의동행하여(별권 2권 수사기록 305쪽) 1989. 7. 25. 21:25경 N경찰서로 데리고 온 다음 21:30~23:30경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하고, 이후 밤샘 조사하여 다음날 새벽인 1989. 7. 26. 05:40-06:40경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최초 자백 진술을 받았다(별권 1권 수사기록 324쪽). 이후 피고인은 1989. 7. 28.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같은 날 23:50경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N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될 때까지 계속하여 수사기관 내에 머무르면서 조사를 받았다(별권 2권 수사기록 452, 462쪽).

이후 수사본부는 관련 참고인들을 조사하는 한편, 1989. 7. 29. 피고인으로 하여금 현장검증에 참여하게 한 후, 사건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하였다. 피고인은 검찰에, 서도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였고, 검사 B는 피고인을 참여하게 하고 다시 한 번 현장 검증을 실시한 후 수원지방법원 89고합535호로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와 같이 피고인에 대하여 살인 및 강간치사죄로 공소제기하였다.

한편 피고인을 검거하는 데 관여했던 경찰 X, Y, Z, AA, AB는 이 사건 범행의 범인을 검거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9. 12. 11. 특별승진을 하였다.

바. 피고인에 대한 재심 전 재판경과

1) 1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이어 재심 전 제1심 재판과정에서도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이에 재심 전 1심 법원은 1989. 10. 20, 피고인의 법정 자백진술과 피고인에 대한 검사 및 경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AC, AD, AE, AF, AG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AE, AH, AI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검찰 및 경찰 작성의 각 검증조서, 검찰 및 경찰의 각 압수조서, 각 국립과학연구소장 작성의 감정의뢰회보서, 사체검안서를 주된 유죄의 증거로 삼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하는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2) 2심

피고인은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 89노3488호로 항소하면서 항소이유로, '이 사건 범죄사실 기재 일시에 주거지에서 AJ과 함께 잠을 자고 있었을 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바가 없음에도, 경찰에 연행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음을 허위로 진술하였으며, 검찰 및 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진술하도록 강요당하였으므로, 신빙성 없는 자백에 기초한 1심 판결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경찰에 연행되어 거짓말탐지기 실험과 휴식에 소요된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 조사받은 지 4시간 40분만인 다음날 05:40경부터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하였고(수사기록 448쪽), 범행당일 23:00경부터 다음날 04:00경까지 사이에 피고인이 집을 나가 범행현장에 이르렀고 범행 후 집에 되돌아 올 때까지의 행적 및 경로를 스스로 진술하였고 그 후 두 차례에 걸친 현장검증에서도 그 소요시간 등이 일치하고 있으며(수사기록 466, 668쪽), 범행현장에서 방안에 침입한 방법과 경로, 범행 후의 피해자의 유기상태, 범행내용, 도피경로 등을 소상히 진술하였고 범행 직후 수사관이 현장을 조사한 내용과 일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자백의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전혀 없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어떠한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 또한 피고인의 숙부인 AK과의 면담에서 피고인이 스스로 범행현장에 이른 경로, 피해자 집 부근과 범행현장의 상황, 범행방법 등을 진술하였다고 하고 있으므로(수사기록 546쪽) 그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자료 또한 없으며, 특히 현장에 범인으로부터 유류된 것으로 보이는 음모 5개와 피고인의 음모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서 및 소견서(기록 247, 611쪽)를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3심

이에 피고인은 대법원 90도670호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 역시 '피고인이 자백을 하게 된 경위와 자백진술의 내용, 제반사정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등 강요에 의하여 임의로 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고, 그 임의성을 부인할 아무런 자료가 발견되지 않으며, 자백의 신빙성도 넉넉히 인정된다. 2심 증인 AJ의 증언내용을 살펴보아도 범행 당시 피고인의 부재사실을 증명할 뚜렷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1990. 5. 8.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4) 피고인은 2000. 8. 15. 무기징역이 징역 20년으로 감형되어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2009. 8. 4. 가석방으로 출소하였다.

사. P의 자백진술

한편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P는 2019년경 경찰에 자신이 이 사건 범행을 포함한 AL사건 12건, 청주에서 발생한 2건의 살인사건, 15건의 강간 사건, 19건의 강간 미수 사건의 진범임을 자백하였다.

아. 재심개시결정

피고인은 2019. 11. 13. 이 법원에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 제5호,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법원은 P의 위 자백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고, 이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심 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2020, 1. 14.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3.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한 근거이자 재심대상판결의 유력한 증거가 되었던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허위로 작성되어 신빙할 수 없다.

또한 당시 수사기관은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을 임의동행하여 3일간 피고인으로 하여금 잠을 자지 못하게 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자백을 하도록 하였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자백은 불법 체포·감금에 의해 얻어진 것이어서 증거능력이 없고, 피고인 작성의 각 진술서는 경찰에 의해 그 작성이 강요되었으며, 피고인에 대한 제1회 경찰 진술조서는 AG가 입회하지 않았음에도 입회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허위로 작성되었고,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허위로 작성되어 증거능력이 없다. 게다가 피고인에 대한 경찰 검증조서는 영장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 증거능력이 없다. 더욱이 피고인의 자백 내용은 당시 범행형장이나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등 객관적인 증거들과 일치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

한편 P는 이 사건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였는바, P의 자백은 매우 구체적 이고 당시 범행현장이나 사체의 상태 등 객관적인 증거들과도 일치하여 신빙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4. 판단

가. 관련 법리

1) 법원은 재심 대상사건의 기록이 보존기간의 만료로 이미 폐기되었다 하더라도 가능한 노력을 다하여 그 기록을 복구하여야 하며, 부득이 기록의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판결서 등 수집한 잔존자료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원판결의 증거들과 재심공판절차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들의 증거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원판결인 제1심판결의 당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2154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는바(형사소송법 제309조),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진술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을 일으킬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를 떠나서 진술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여야 하며,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진술증거는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517 판결 등 참조).

3) 한편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 및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면서 그것이 허위자백이라고 다투는 경우,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 정도, 진술의 내용, 피의 자신문조서의 경우 그 조서의 형식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위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705 판결 등 참조).

4) 또한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경우, 그 진술내용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다른 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등을 고려하여 그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경찰에서 작성한 각 진술서와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자백진술은 피고인을 불법체포·감금한 상태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어서 임의성이 없거나 적법절차에 따라 작성된 것이 아니고, 경찰 및 검찰, 재심 전 1심 법정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은 그 진술내용이 피고인의 신체 상태, 범행현장의 객관적 상황 및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서 등 다른 증거들과 모순. 저촉되고 객관적 합리성이 없어 신빙성이 없는 반면, 자신이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라는 P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으며 당시 범행현장이나 피해자 사체의 상태 등 객관적인 증거들과도 부합하여 그 신빙성이 높고,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와 피고인의 음모가 동일인의 것이라는 취지의 국과수 감정인이 작성한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서는 판단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내용에 오류와 모순점이 있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며, 국과수 감정인이 작성한 범행현장음모에 대한 혈액형 감정결과 또한 당시 발견된 음모 전부에 대한 감정결과라고 볼 수 없어 그 결과를 믿을 수 없으며, 경찰 검증조서, 검찰 검증조서, AE, AH, AM, AK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도 다른 증거들과 모순· 저촉되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피해자를 강간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으로부터 자백진술을 받은 과정의 위법

가) 불법 체포·감금

(1) 관계 법령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할 기본권을 갖는바(헌법 제12조 제1항),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의해 허용되던 체포·구속은, 통상의 구속영장에 의한 구속(제201조 제1항)2), 긴급구속(제206조)3), 현행범 체포(제211조)뿐이었고,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때에는 법 제124조 제1항에 의하여 형사처벌된다

한편 구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임의수사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데,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데도 이를 억제할 방법이 없어서 이를 통해서는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을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 체포·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헌법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 동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동행의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6717 판결 등 참조).

(2) 적법절차의 미준수

수사본부 소속 경찰 X, Y, AA, Z은 1989. 7. 25, 19:30경 피고인을 임의동

행하면서 피고인에게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다거나, 동행 후 언제든지 퇴거할 자유가 있다는 것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양팔에 팔짱을 끼고 N경찰서로 데려가 장시간 조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가혹행위까지 행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경찰서에 동행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어(수원지방검찰청 2019형 제95747호 수사기록 2권 453쪽, 수원지방검찰청 2020 형제11152호 수사기록 2권 743쪽), 위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N경찰서까지 동행한 것은 임의동행의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채 경찰관들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

또한 수사본부 소속 경찰들은 피고인이 경찰서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감시

하면서 1989. 7. 25. 21:30경부터 1989. 7. 28. 11:50경까지 약 74시간동안 피고인을 경찰관서에 머무르게 하였으며, 피고인에 대하여 참고인 조사와 피의자신문을 실시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피고인에 대한 긴급구속일시가 기록되어 있지 않고, 긴급구속에 대한 검사의 승인을 받은 적이 없으며(별권 2권 수사기록 462쪽), 피고인에 대한 형기 기산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1989. 7. 28.부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수원지방검찰청 2020 형제 11152호 수사기록 4권 1645쪽), 피고인에 대하여 구 형사소송법 제206조에 따른 긴급구속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없다(피고인이 현행범에 해당하지 않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3) 소결

따라서 위와 같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피고인을 경찰서로 데려가 약 74시간동안 경찰서에 머무르게 한 행위는 영장 없는 불법 체포·감금에 해당하고 (형법 제124조 제1항), 이후 통상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였다 하더라도 불법체포나 그 동안의 구금이 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 35155 판결 등 참조).

나)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행해진 폭행 등 가혹행위

(1) 관계 법령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고,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헌법 제12조 제1, 2항), 검찰·경찰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할 수 없다(형법 제125조).

(2) 잠을 재우지 아니한 행위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1989. 7. 25.부터 1989. 7. 28.경까지 약 3일간 잠을

자지 못해서 힘들었다. 사람이 3일 동안 잠을 못자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구분을 못한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이 N경찰서로 임의동행된 다음날 아침 피고인을 면회했던 H 사장 증인 AG는 이 법정에서 "1989. 7. 26. 아침 경찰서에서 피고인에게 '형 왔다'고 몇 번을 이야기 했는데도, 당시 피고인이 저도 알아보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을 담당했던 Y은 검

찰에서 "7. 25. 밤 늦은 시간에 대공3계 사무실에서 제가 피고인을 잠을 못 자게 하기 위해서 옆에서 감시를 하고 있었다. 구속영장이 나오기 전까지 잠을 재우지 않은 것 같다"고 진술하였고(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2권 456, 463쪽), 이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증인 AA 역시 이 법정에서 "1989. 7. 25. 당시 피고인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데리고 온 이후 자백 때까지 피고인에게 계속 질문을 하면서 피고인을 잠을 재우지 않았다. 야간 되었다고 잠 재우고 그러려면 저녁에 데려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진술하였고, 증인 2 역시 이 법정에서 "당시 잠을 안 재운 것은 맞다"라고 진술하였다.

결국 위 증거들에 의하면, 수사본부 소속 경찰 X, Y, AA, Z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을 임의동행형식으로 데리고 온 다음 1989. 7. 25, 21:30경부터 1989. 7. 28. 23:30경까지 3일간 피고인이 자지 못하도록 감시하면서 돌아가며 계속 신문을 하는 방법으로 잠을 자지 못하게 가혹행위를 하여 정신이 없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3) 강요 및 폭행

피고인은 검찰에서 "경찰들이 '쪼그려 뛰기'와 '앉았다 일어섰다'를 시키기에 못하겠다고 하자, 누군가가 발로 걷어찼고, 제가 한 번 해보려고 하다가 한 번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자 경찰 중 누군가가 저를 한 번 때렸다"고 진술하였고(수원지방검찰청 2019 형제95747호 수사기록 2권 380쪽, 별권 4권 수사기록 24, 89, 172-173쪽), 당시 수사를 담당하였던 Y도 검찰에서 "X이 피고인을 데리고 나가 자백을 받는 과정에서 때리고 윽박지르고 했다는 말을 X한테서 들었다"고 진술하였으며(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2권 460쪽), 이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고, 증인 2도 이 법정에서 "당시 X이 피고인에게 쪼그려 뛰기와 앉았다 일어섰다를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위 증거들에 의하면, 수사 본부 소속 경찰관이 피고인이 자백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소아마비로 인해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느끼는 피고인에게 쪼그려 뛰기, 앉았다 일어서기 등을 할 것을 강요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자 피고인을 폭행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4) 소결

위와 같이 수사본부 소속 경찰들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잠을 자지 못하게 하

거나 쪼그려 뛰기 등을 하게 하고 피고인을 폭행하는 등 피고인에게 가혹행위를 하여 (형법 제125조)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자백진술을 받았다.

다) 진술서와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 작성과정의 위법

진술서는 작성자가 자신이 경험한 바를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자유의지에

따라 작성하여야 하고,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는 참고인 내지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대로 작성한 다음 진술인으로 하여금 충분한 열람을 하게 하거나, 피의자가 글을 읽을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조서의 내용을 낭독해 주어 기재내용이 진술내용과 다름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서명날인하도록 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1989. 7. 25. 21:30경부터 다음날까지 범행을 부인하다가 같은 달

26. 05:40경 이 사건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고 같은 달 26. 06:40경까지 약 1시간동안 자백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는데, 피고인은 진술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 "처음에 자필 진술서를 썼을 때는 형사들 중 한 명이 불러주는 대로 제가 쓴 것이고, 두 번째 자필 진술서를 썼을 때는 형사 중 한 명이 작성한 것을 보여주며 따라서 쓰라고 해서 따라 썼다", "진술조서나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들이 알아서 썼다. 피의자신문조서에 작성된 내용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고 조서 끝에 이름을 쓰라고 한 후에 담당 형사가 제 손을 갖다가 지장을 찍었다"고 진술하였다(별권 4권 수사기록 26, 50, 97쪽). Y도 검찰에서 "제가 당시 피고인에 대한 제1회 경찰 진술조서와 제1, 2회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는데, 제가 작성한 조서들은 제가 포괄적으로 질문하고, 피고인이 상세하게 답변하는 형식으로 조서는 작성되어 있지만 사실은 X 형사가 건네준 진술서와 기존에 있던 수사보고서 내용 등을 바탕으로 하여 제가 조서를 친 다음에 출력해서 피고인에게 열람하게 하도록 해 준 것이다"라고 진술하였으며(수원지방건찰청 2019형제95747호 2권 461쪽), 이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면서 (그와 같이 조서를 실제 문답대로 쓰지 않고 작성자 마음대로 쓴 이유는) "피고인을 백퍼센트 범인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라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이후 약 10여 년간 떠돌며 중국 음식점 보조, 오토바이 수리공, 경운기 수리공 등으로 일하며 생업에 종사하느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한글을 제대로 읽거나 쓰기 어려운 상태였으므로, 진술서에 기재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내용을 제대로 열람하거나 조서의 내용을 듣지 못한 채 서명 날인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피고인에 대한 제1회 진술조서에는 전체 조사과정에 피고인의 고용주이던 AG가 입회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별권 2권 328, 346쪽), "피고인이 조사를 받을 때 동석한 적은 없고, 피고인의 진술이 녹음된 파일 중 '제가 했습니다' 부분을 두세 번 들었을 뿐인데, 경찰이 조서에 지장을 찍으라고 해서 지장을 찍었다"는 취지의 증인 AG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경찰은 피고인에 대한 제1회 경찰 진술조서 작성시 AG를 입회하게 하지 않았고 단지 녹음된 진술 중 일부를 들려주었을 뿐임에도 AG가 입회한 것처럼 진술조서 말미에 입회인으로 서명날인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의 자백진술내용의 객관적 합리성 유무

가) 피고인의 자백진술내용은 범행현장 및 피해자 사체 상태와 부합하지 않음

(1)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당시 대문이 잠겨 있었던 것으

로 기재되어 있고(별권 2권 수사기록 407쪽), 피고인이 작성한 각 진술서와 경찰이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각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별권 2권 수사기록 326, 338, 343, 380, 382, 439쪽)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집의 담을 넘어 침입하고, 범행 이후에도 담을 넘어 도주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자백내용은 당시 피해자의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어 대문은 시정장치 없이 항시 누구나 출입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는 이 사건 발생 직후 작성된 검증조서의 기재내용(별권 1권 수사기록 33쪽)에 반한다. 설령 피해자 집 대문이 잠겨 있었다 하더라도 범행 이후에는 안에서 대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용이하였을 것임에도 피해자의 집에서 나올 때조차 담을 넘어 도주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내용은 경험칙에도 반한다.

(2) 더욱이 피고인은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평지를 걷는 데에도 어려움

이 있는 상황이었음에도(증인 AF, AJ의 각 법정진술), 피해자의 집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담을 넘었다는 것은 피고인의 신체조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한편 피고인의 참여 하에 경찰 및 검찰 단계에서 각 1회씩 현장검증이 이루어졌는데, 당시 피고인이 쉽게 담을 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증인 Y은 이 법정에서 "현장검증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담을 넘지 않았고, 담을 넘는 시늉만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증인 B도 이 법정에서 "현장검증 당시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피고인이 담을 넘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피해자의 집에서 나올 때는 담을 넘으려다 중단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으며, 증인 AA도 이 법정에서 "현장 검증 당시 피고인이 팔로 집어서 올라가는 장면은 보았는데, 다리를 넘겨서 반대편으로 떨어지는 것은 잘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3) 또한 피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 검증조서에는 "피해자

의 바지와 팬티를 무릎정도까지 내리고 강간한 다음 다시 바지와 팬티를 올려 원래 모습대로 입혀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별권 2권 수사기록 341, 381-382, 408-409, 475쪽), 당시 사체 감식 현장에서 찍힌 피해자의 모습 사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피해자의 팬티가 뒤집혀진 채 입혀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는바 (별권 5권 수사기록 60쪽), 통상 속옷의 안팎을 뒤집어 입으면 상표라벨 부분이 피부에 닿아 불편함을 느끼게 되므로 당시 중학교 1학년생이던 피해자가 스스로 팬티의 안과 밖을 뒤집어 입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팬티를 무릎까지만 내렸고 완전히 벗기지 않았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경찰 진술내용은 안과 밖이 뒤집힌 팬티가 입혀져 있던 피해자 사체의 상태와 부합하지 않는다.

(4) 한편 피고인은 여러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시 맨발에 슬리

퍼 차림이었다고 진술하였고(별권 2권 수사기록 336, 405, 408쪽) 손에 장갑 등을 끼고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없으며, 현장검증에서도 피해자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왼손으로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맨손인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방식으로 범행을 재연하였는데(별권 2권 수사기록 475쪽),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목 앞부분에 수 개소의 표피박탈이 존재하는바(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4권 1223쪽, 별권 5권 수사기록 48쪽), 오랜 기간 부검을 담당해 온 AN 대학교 법의학교수인 증인 AO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맨손으로 목을 조르는 행위에 의해서는 피해자의 목에 난 것과 같은 상태의 표피박탈흔적이 생기기 어렵고, 피해자의 목에 생긴 표피박탈은 장갑이나 양말 등을 손에 낀 상태에서 손가락을 위로 하고 손바닥으로 위로 강하게 미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자백진술은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의 양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의 수사기관 진술은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고, 피고인이 알기 어려운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음

피고인은 1989. 7. 26. 05:40경 최초 작성한 자백 진술서에는 "피해자의 집

에 도착한 정확한 시각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는데(별권 2권 수사기록 326쪽), 이후 작성한 제2회 진술조서에는 "피해자의 집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24:10 경이고, 피해자의 방에 침입한 시각이 약 24:30경이며, 피해자의 집을 나와 산속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라이터로 자신의 팬티를 태운 시각이 02:00 경이고, 집에 돌아와 새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산속의 쓰레기장에서 범행당시 입었던 옷을 태우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시각이 약 04:00경이며, 잠이 든 시각이 04:30경"이라고 매우 구체적으로 시각을 진술하였는데(별권 2권 수사기록 380-382쪽), 애초 알지 못하던 정보를 몇 시간 후에 알게 된다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와 종전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었고 피고인은 K 피해

자 집 뒤편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소길을 따라 내려가다 집안 불빛이 보여 순간적으로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였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별권 2권 수사기록 337, 438쪽) 피고인은 피해자의 가족관계나 어느 방이 누구 방인지 사전에 알 수 없었을 것임에도, 피고인에 대한 제2회 경찰 진술조서에는 "피해자의 언니 방과 피해자의 방을 지나 집안을 둘러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별권 2권 수사기록 381쪽), 한편 피고인은 제1회 경찰 진술조서에서 "자신이 H에서 나가거나 피해자 집 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별권 2권 수사기록 335, 337쪽), 다른 사람이 자신을 목격한 사실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확실히 알 수 없는 정보임에도 마치 자신이 아는 정보인 것처럼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더욱이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의 방이 어두워 방바닥이 무엇으로 되어 있었

는지,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이나 피해자가 덮고 있던 이불의 색깔, 피해자의 방 구조나 벽 색깔 등은 알 수 없었다고 하면서도(별권 2권 수사기록 340-341쪽, 411쪽) "방문을 통해 보았을 때 피해자가 어린 여자 중학생이었다는 것을 식별하였다"는 진술내용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별권 2권 수사기록 381쪽).

다) 소결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자백 진술 내용은 범행현장이나 피해자 사체의 상태,

피고인의 신체조건 등 객관적인 증거에 부합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치게 구체화되거나 피고인이 알기 어려운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는 등 객관적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어 신빙할 수 없다. 비록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보존기한이 폐기되어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그 내용을 알 수 없으나, 증인 B, AP의 각 법정진술에 의하면 경찰에서의 자백과 동일한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최근 경찰에서 "검찰에서 계속 부인을 했는데, 계속 불러서 같은 질문만 하면서 '너는 경찰에서 인정을 했기 때문에 인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해서 경찰 진술과 같이 조서가 작성되었고, 지장을 찍으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찍었다"고 진술하였다(별지 4권 수사기록 35쪽). 한편 피고인은 재심 전 1심 법정에서도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는데,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장을 동료 수감자들이 보고 "이거는 사형이다. 인정하고 무기라도 받아 살아남아야 되지 않겠냐"고 하고, 변호인의 제대로 된 조력도 받지 못하여, 부인할 경우 중형에 처해질까봐 두려운 마음에 1심 법정에서도 공소사실을 모두 허위로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검찰 및 재심 전 1심 법정에서의 자백 진술 역시 객관적인 증거에 부합하지 않고 객관적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어 그대로 신빙할 수 없다.

3) 경찰 및 검찰 검증조서의 신빙성 판단

경찰은 1989. 7. 29. 피고인으로 하여금 H에서부터 피해자의 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및 범행 과정을 재연하게 하여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그 내용을 검증조서로 작성 하였는바(별권 2권 수사기록 467쪽), 현장검증 당시 장마로 비포장도로가 질척거린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거주하던 H 인근의 AQ초등학교 후문에서 AR 입구까지는 재연을 생략하게 하고 차량으로 이동하였고(별권 2권 수사기록 471쪽), 피해자의 집에서 범행을 재연하게 한 다음에도 차량을 이용하여 H까지 이동하였다(별권 2권 수사기록 476쪽).

그런데 피고인은 소아마비로 인해 원쪽 다리에 장애가 있어 장거리를 걸을 수 없고, 외출시에는 항상 경운기를 이용하므로[증인 AF, AG, AJ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이 제출한 증제6호증의 1 인터뷰영상(X)], H에서 피해자의 집에 이르기까지 약 1km 이상 떨어진 먼 거리를 늦은 밤에 경운기도 없이 어떻게 이동하였을지가 중요한 쟁점이었을 것임에도, AQ초등학교에서 AR입구까지 약 500mm 거리(별권 2권 수사기록 516쪽)를 차로 이동함으로써 중요한 내용의 검증을 생략하였고, 범행재연 방법 등 주요 내용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임의성 · 신빙성 없는 경찰에서의 자백에 기초하여 실시되었으며, 피해자의 집 침입 방법이나 피해자의 목을 조른 행위가 범행현장 및 피해자의 상태 등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지 않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검사가 작성한 현장검증조서도 임의성·신빙성 없는 피고인의 자백에 터잡아

이루어진 현장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것에 불과하고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지도 않아 이 또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4) 이 사건 혈액형 감정결과 및 형태학적 체모 감정결과의 신빙성 판단

가) 국과수 감정인 Q는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에 대해 해리 시험방식에 의해 얻은 혈액형 감정 결과에 대해 1988. 9. 27. 아래와 같이 기재하여 회보하였다(별권 1권 수사기록 146, 147쪽).

[혈액형 감정결과]

1. 증거물 : 제1호 흑갈색 곱슬한 음모 5점(4.0cm~7.5cm)으로 피해자 질 속에서 채취

제2-1호 * 3점으로 피해자 우둔부 주변에서 채취한 것임

제2-2호 피해자 음부 주변에서 채취한 흑갈색 곱슬한 음모임(3.0~5.5cm)

2. 감정사항 : 제1호, 제2-1호, 제2-2호의 혈액형

3. 시험 : (혈액형 검사) 해리시험에 의한 혈액형 검사에서 제1호, 제2-1호, 제2-2호는 공히 B형으로 반응함

4. 감정결과 : 제1호, 제2-1호, 제2-2호는 공히 B형으로 반응하는 음모임

나) 이후 수사본부는 범인을 B형 남자로 단정하고, T에 거주하거나 거주하였던 남자들의 음모를 채취하여 국과수에 혈액형 및 형태학적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국과수 감정인 Q는 1989. 1. 11. P의 음모(5.5cm-6.5cm)에 대해 'B형으로 반응하는 음모'이나 형태학적으로는 '마모된 바늘 모양의 모청부, 선모양의 수질, 타원형의 모낭을 가진 형태이므로 현장음모와 형태학적으로 상이하다'는 취지로 감정 결과를 회보하였으나(별권 5권 수사기록 67쪽), 1989. 4. 26.에는 P의 음모에 대해 'O형으로 반응하는 음모'라고 감정하였다(별권 5권 수사기록 69쪽).

다) 한편 수사본부는 1989. 4. 8. 피고인(B형)의 음모를 채취하여 1989. 5. 9. 국과수에 피고인을 포함한 47명의 음모에 대해 혈액형 및 형태학적 유사성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국과수 감정인 Q는 1989. 6. 19. '피고인 및 W의 음모가 B형으로 반응하고, 현장음모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것'으로 감정회보하였다(별권 1권 수사기록 205쪽).

라) 그런데 위 감정인 Q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1988년경 혈액형 감정은 해

리시험에 의한 혈액형 반응 검사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해리시험에 의한 혈액형 반응검사를 위해서는) 감정대상이 혈액 이외에 음모나 두모의 경우 그 시료에서 혈액반응을 할 수 있는 시료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길이를 측정하고 테이핑을 하여 실험에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시료를 선정하며, 그 시료에 압력을 가하고 커팅 등의 작업을 거쳐 수질 부분에 항혈청 반응을 거치게 되는데, 항혈청 반응에 따라 A형/B형과 관련된 혈구 응고의 정도를 비교하여 A형, B형, AB형, O형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음모를 통한 혈액형 감정은 혈액 자체를 통한 반응 검사가 아니고, 제3의 물질 속에서 혈액형 시료를 찾는 것인 관계로 시료량에 따른 편차 등에 따라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 또한 음모의 길이가 최소한 4cm 이상일 때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길이가 짧은 것은 혈액형 감정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지고, 일부는 혈액형 감정을 하지 않아 '공히 B형으로 반응하는 음모'라고 결과를 기재한 것 같다. 해리시험을 거친 음모는 재감정이 불가능하여 폐기한다. 형태학적 분석은 동일인이라도 다르게 나올 여지가 충분하다. 혈액형 감정이나 형태학적 분석만으로는 동일성 식별을 할 수 없으므로, 설사 혈액형이 같고 형태학적으로 유사하더라도 동일인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P에 대하여 첫 감정결과와 두 번째 감정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감정 대상물이 원래 P의 음모가 아니거나 감정인의 시험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2권 591-599쪽).

마) 또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국과수에서 혈액형감정을 담당하였던 AS도,

"혈액형 감정기법은 특정 개인을 용의자로 지목할 수 있는 감정기법은 아니고, 용의자 대상범위를 축소하는 정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형태학적 감정도 비교군이 있을 경우 유사하다는 정도의 기법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혈액형이나 형태학적 감정만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것에는 많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혈액형 감정은 기계에 의한 로(raw)데이터가 있을 수 없고 감정인이 판단하는 기법이라는 점에서 오류 가능성이 있다. 감정대상물 차원에서 보면 혈액이나 정액은 가치 있는 증거인 반면, 모발은 다소 간접적인 증거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모발의 혈액형 감정도 DNA 기법을 사용하고 있고, 해리기법은 2000년 정도까지 사용한 감정기법이다"라고 진술하였다(수원지방검찰청 2019 형제95747호 수사기록 2권 764쪽). 또한 AS은 이 법정에서도 "과거의 혈액형 감정기법 자체가 지금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졌다. 당시 '혈액형 반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확한 판정이 아닐 수 있어서 반응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음모 중 일부가 B형 또는 특정 혈액형이라고 해서 나머지 음모도 그와 같을 것이라거나, 범인이 특정 혈액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행해졌던 해리 시험에 의한 혈액형 감정결과나 형태학적 감정 결과만으로는 동일인인지 여부를 단정하기에는 오류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장에서 발견된 10개의 음모에 대해 혈액형 감정이 의뢰되었으나, 이후 2개의 음모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있었고, 일부음모는 이후 중성자 방사화분석법에 의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감정에 사용되어 감정으로 소모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혈액형 감정은 현장에서 발견된 모든 음모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 10개 모두가 B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한편, 해리시험 방식에 의한 혈액형 감정을 거친 음모는 재감정이 불가하여 폐기되므로, 아래와 같이 중성자 방사화분석법에 사용된 현장음모는 혈액형 감정을 거치지 않은 것일 것이므로, 중성자 방사화분석법에 사용된 현장음모가 B형 혈액형으로 반응한 음모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5) 피고인 체모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감정결과의 신빙성 판단

가) 수사본부는 이 사건 혈액형 감정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를 강간하고 살해한 용의자를 B형으로 특정하고, 피해자 주변 인물이나 S에 거주하고 있거나, S에 거주하다 전출한 남자들 중 혈액형이 B형인 15세 내지 50세 남자들을 상대로 행적을 조사, 하는 등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벌이는 한편, 현장에서 압수된 음모들 중 혈액형 감정을 하지 않고 남은 현장음모와 T에 거주하는 B형 남자들로부터 임의제출받은 음모들 중 형태학적으로 현장음모(모청부는 마모된 송곳모양이고, 수질은 선모양, 모근부는 타원형의 모낭을 지닌 원추형의 흑갈색 음모)와 유사하다고 감정(국과수 감정인 Q는 1989. 6. 19. 피고인 및 W의 음모가 B형으로 반응하고, 현장음모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것으로 감정 회보하였다. 별권 1권 수사기록 205쪽)된 음모에 대해 1989년 2월경부터 같은 해 7월경까지 국과수에 원자로를 이용한 중성자 방사화분석법에 의한 모발성분 비교분석을 감정의뢰하였는데, 국과수에는 원자로가 없었으므로, 국과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분석대상 시료를 보내 중성자 방사화분석법에 의한 모발성분 분석을 의뢰하였다.

나) 수사본부는 1989. 7. 14. 국과수로부터 형태학적 음모 유사자인 피고인의 음모가 동위원소 감정결과 현장음모와 동일하다고 통보를 받고 피고인을 용의자로 선정하고, 재차 피고인으로부터 음모를 임의제출받아 국과수에 재감정을 의뢰하였는데(별권 1권 수사기록 231-232쪽), 국과수 감정인 AT은 1989. 7. 24. '현장음모와 피고인의 음모가 동위원소 10개 핵종의 함량이 40% 편차 이내에서 일치하므로 유사한 음모로 사료된다. 체모에 함유된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종에 대하여 두 시료의 함량이 40% 편차 이내에서 (일치하면) 동일 시료로 간주하며, 5개 및 10개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종을 분석하면 두 개의 다른 체모가 우연히 동일시료로 판정될 수 있는 확률은 각각 9.0×10-6 및 3.6×10-7이다. 따라서 5개 이상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종함량이 40% 편차 이내에서 일치하면 두 시료는 동일시료로 간주된다'는 감정결과(이하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라 한다)를 회보하였다.

다) 한편 국과수 감정인 AT이 1989년 2월경부터 같은 해 7월경까지 현장음모와 용의자들의 음모에 대해 원자로를 이용한 방사화 분석법에 의해 음모에 함유된 방사성 동위원소 핵종의 함량측정결과를 감정한 결과와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분석결과4)는 아래와 같다.

(1) 1989. 2. 4.자 감정서 - 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4권

1242, 1423

(2) 1989.3.7.자 감정서 - 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4권

1239, 1424

(3) 1989. 4. 15.자 감정서 - 수원지방검찰청 2019 형제95747호 수사기록 4권 1247, 1252, 1258, 1425

(4) 1989. 6. 13.자 감정서 - 수원지방검찰청 2019 형제95747호 수사기록 4권 1269, 1274, 1426%

(5) 1989.6.23.자 감정서 - 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4

권 1279, 1428쪽

(6) 1989. 7. 24.자 감정서(N경찰서 감정의뢰일 : 1989. 6. 29.) - 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4권 1285, 1429쪽

(7) 1989.7.24.자 감정서(N경찰서 감정의뢰일 : 1989.7.18.) - 수원지방검

찰청 2019 형제 95747호 수사기록 4권 1290, 1431쪽 -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

라)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의 오류 및 모순점

(1)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국과수가 작성한 각 감정서의 현장음모 수치

값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은데,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의 현장음모의 성분수치 값이 1989. 2. 4.자 감정서, 1989. 3. 7.자 감정서, 1989. 4. 15.자 감정서, 1989. 6. 13.자 감정서, 1989. 6. 23.자 감정서의 현장음모(증1호)의 성분 수치와 현저히 달라, 동일한 음모의 수치 값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기존 현장음모와 성분 수치 값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더욱이 같은 날 작성된 1989. 7. 24.자 각 감정서의 현장 음모의 일부 성분(Br, Cu, Zn)의 수치 값도 서로 다르다.

(2) 1989. 7. 24.자 각 감정서의 증1호 현장음모의 성분 수치 값은 1989. 7.

13.자[위 (6) 하단 표] 및 1989. 7. 21.자[위 (7) 표] 각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분석결과의 스탠다드 수치 값을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원자력연구소의 1989. 7. 13.자의 스탠다드 값과 1989. 7. 21.자 스탠다드 B의 값이 완전히 동일한데도, 같은 날 작성된 1989. 7. 24.자 각 감정서의 현장음모의 일부 성분(Br, Cu, Zn)의 수치 값이 서로 다르게 작성된 것은 국과수 감정서 작성자가 일부 성분의 평균값에 표준편차를 더하거나 빼는 방법으로 수치를 편집하여 기재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화학감정에서 스탠다드란 검사장비의 정확도를 측정하기 위한 표준시료의 값을 의미할 뿐이지, 비교분석 대상인 시료의 분석값을 의미하는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3권 1099쪽, BU 소장인 증인 BV의 법정진술).

(3) 더욱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1989. 4. 12.자, 1989. 6. 7.자, 1989. 6. 21.자 각 분석결과에도 스탠다드 시료의 성분 수치 값이 기재되어 있는데, 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국과수의 1989. 4. 15.자, 1989. 6. 13.자, 1989. 6. 23.자 각 감정서에는 위 스텐다드 시료의 성분 값이 현장음모의 성분 수치 값으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1989. 7. 24.자 각 국과수 감정서의 증1호의 성분 수치 값이 현장음모의 성분 수치 값이라는 점을 믿기 어렵다.

(4) 게다가 국과수 감정인 AT은 이 사건 감정결과에서 피고인의 음모와 현

장음모가 동일하다고 판단한 근거로 '체모에 함유된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종에 대하여 두 시료의 함량이 40% 편차 이내에서(일치하면) 동일 시료로 간주하며, 5개 및 10개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종을 분석하면 두 개의 다른 체모가 우연히 동일시료로 판정될 수 있는 확률은 각각 9.0×106 및 3.6×10 7이므로, 5개 이상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종함량이 40% 편차 이내에서 일치하면 두 시료는 동일시료로 간주된다'는 점을 들었으나, 3.6×10-1은 3.6107과 같으므로, 10개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종을 위 분석법에 의해 분석했을 경우 두 개의 다른 체모가 동일 시료로 판정될 수 있는 확률은 10,000,000분의 3.6이므로 1989년 당시 남한의 인구가 약 42,000,000명임을 감안하면, 위 감정서에 따르더라도,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 중 약 15명(3.6×4.2=15.12)의 체모가 동일 시료로 간주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3.6×10-7이라는 수치는 일반평균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할 경우는 위 확률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므로(AN 대학교 통계학과 교수인 증인 BW의 법정진술),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

(5) 더욱이 '일반적인 연구에서 활용되는 정규분포 분석은 편차가 ±5% 이내

에 있는 것을 동일하다'고 보는데(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3권 1093쪽), '체모에 함유된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종에 대하여 두 시료의 함량이 40% 편차 이내에서 (일치하면) 동일 시료로 간주한다'는 이 사건 감정결과의 기준은 그 근거가 명확하게 제시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편차도 지나치게 넓어, 그 기준을 신뢰할 수 없다(BU 소장인 증인 BV의 법정진술).

(6) 또한 1989. 7. 24.자 각 국과수 감정서 중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를 제외한 나머지 감정서는 1989. 6. 29. 수사23115-8195호로 N경찰서로부터 의뢰받은 시료에 대한 감정결과이고(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4권 1285쪽),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 결과는 1989. 7. 18. 수사23115-9259호로 N경찰서로부터 의뢰받은 시료에 대한 감정 결과이므로,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에는 1989. 7. 18. 이후 분석된 시료의 성분 값이 기재되어야 할 것임에도,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 중 피고인의 음모 성분 값은 1989. 7. 21.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석결과 값 중 어느 것과도 일치하지 않고, 오히려 1989. 7. 13.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석결과(국과수에서 원자력연구소에 1989. 7. 6. 분석의뢰한 것임) 값 중 '샘플 12'의 성분 분석 값과 매우 흡사하여 그 값을 일부 편집하여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① 국과수에서 1989. 7. 24.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를 작성

하기 전인 1989. 7. 14.경 유선으로 수사본부에 피고인의 음모 성분 값이 현장음모의 성분 값과 유사하다고 통보하였던 점, ② N경찰서는 1989. 6. 29. 수사23115 8195호 감정의뢰 당시 피고인을 음모감정 대상자 명단에 포함시켜 의뢰하였으나(별권 1권 수사기록 227쪽), 국과수에 보관된 1989. 6. 29.자 수사23115-8195호 감정의뢰서에는 피고인의 이름 위에 두 줄로 삭선이 그어져 있고 그 위에 당시 수사과장이던 BX의 도장이 날인되어 삭제되어 있는 점(수원지방검찰청 2019 형제 95747호 수사기록 4권 1288쪽) 등에 비추어 보면, 국과수는 1989. 6, 29.경 N경찰서로부터 피고인의 음모에 대한 성분 감정을 의뢰받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였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1989. 6. 29.자 수사23115-8195호 감정의뢰서에 대한 감정서에는 피고인의 음모에 대한 성분수치 값을 누락하였고, 이후 1989. 7. 18. 수사23115-9259호로 의뢰받은 시료에 대한 감정서 작성시 1989. 7. 13.자 한국원자력연구연구원의 분석결과 값 중 샘플12에 대한 성분 수치의 평균값에 일부 표준편차 값을 더하거나 빼 기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7) 설령 1989. 7. 24.자 국과수 감정서(수사23115-9259호)에 기재된 증1호

의 성분 수치 값을 현장음모의 성분 수치 값으로 볼 수 있고, 두 개의 시료의 방사성 동위원소 10개 핵종의 각 함량이 40% 편차 이내에서 일치하면 두 개의 시료를 동일한 음모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 결과는 증1호(현장음모)와 증2호(피고인 음모)의 방사성 동위원소 12개 핵종의 함량을 비교하여 '증1호(현장음모)와 증2호(피고인 음모)가 방사성 동위원소 10개 핵종의 각 함량들이 40% 편차 이내에서 일치하므로 동일인의 음모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1989. 7. 24.자 국과수 감정서(수사23115-9259호)에 기재된 증2호(피고인 음모)의 Br 수치 값은 0.33ppm인데 반해 증1호(현장음모)의 Br 수치 값은 0.71ppm이어서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증1호(현장음모)의 Na 수치 값은 29ppm인데 반해, 증2호(피고인의 음모)의 Na 수치 값은 8.7ppm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나며, 증1호(현장음모)의 Cu 수치 값은 16.5ppm이고, 증2호(피고인 음모)의 Cu 수치 값은 32ppm으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므로, 1989. 7. 24.자 국과수 감정서(수사23115-9259호) 기재에 의하더라도 '증1호(현장음모)와 증2호(피고인 음모)가 방사성 동위원소 10개 핵종의 각 함량들이 40% 편차 이내에서 일치한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는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기 어렵다.

(8)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결과의 현장음모의 수치 값은 실제

현장음모의 성분 수치 값으로 믿기 어렵고, 이 사건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 결과만으로는 피고인의 음모가 현장음모와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6) AE, AH, AM, AK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의 신빙성 판단

가) AE)에 대한 1989. 7. 29.자 경찰 진술조서(A8) 진술부분 포함)에는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한 직후 피해자의 방문 앞 책상에는 희미한 맨발 흙자국이 있었는데, 일반 사람 발의 반 정도 되는 자국이었고, 발의 앞 부분인 것으로 보였다"는 AE의 진술과, "당시 피해자의 방문 앞 책상에 맨발 자국으로 보이는 흙자국이 있었으며 크기는 일반 사람 발의 반 정도였으며, 발의 앞부분인 것으로 보였다"는 AH의 진술이 기재되어 있으나, AE은 이 사건 범행 당일인 1988. 9. 16.에는 "책상 위에 희미한 운동화자국이 있었다"고 진술하였던 점(별권 1권 수사기록 51쪽), AH도 1988. 9. 16. "피해자의 방 책상 위에 희미하게 신발자국이 나 있었다"고 진술하였던 점(별권 1권 수사기록 56쪽), 피해자의 책상에 있던 맨발의 족흔적을 정전식으로 채취하여 감정의뢰하였으나, 감정결과 '족적이 매우 불선명하여 문양이 전혀 식별되지 않아 감정불능'으로 회보되었던 점(별권 1권 수사기록 193쪽) 등에 비추어 보면 AE에 대한 1989. 7. 29.자 경찰 진술조서(AH 진술부분 포함)는 기존 진술에 반하여 믿기 어렵다.

나) 한편 피해자의 집 세입자 AM에 대한 1989. 8. 2.자 경찰 진술조서에도 "피해자의 방 책상위에 왼쪽 발로 생각되는 발가락 3개 엄지, 식지, 중지가 현저하게 디던 자국이 있었고, 책상 끝에 발뒷꿈치로 디딘 자국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별권 2권 수사기록 580쪽), 위 진술기재 내용은 '족적이 매우 불선명하여 문양이 전혀 식별되지 않아 감정불능'으로 회보되었던 감정결과(별권 1권 수사기록 193쪽)에 반하여 그대로 믿기 어렵다.

다) 또한 피고인의 작은 아버지 AK에 대한 1989. 8. 1.자 경찰 진술조서에는

"피고인을 면회할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이 사실이고, 경찰에서 유도신문하거나 가르쳐 준 것이 아니며, 경찰에서 고문 등 강압에 의해 말한 것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별권 2권 수사기록 553쪽),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자백은 불법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임의성 없이 행해진 것이고, AK과의 면담은 1989. 7. 31. N경찰서 사무실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수원지방검찰청 2020 형제 11153호 수사기록 488쪽), 자백의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해소되었다는 점을 증명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찰 자백시의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가 AK과의 면담시에도 계속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AK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조서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7) P 자백진술의 신빙성 판단

가) P의 이 사건 범행 자백 경위

(1) P는 'BY'에서 태어나 1992.경 결혼하여 청주로 이사가기 전까지 고등학생때 3개월을 제외하고는 줄곧 같은 집에 거주하였다(수원지방검찰청 2019 형제95747호 수사기록 1권 123쪽).

(2) P는 자신의 처제를 강간 및 살인하고 사체를 유기하였다는 범죄사실로

1995. 5. 8. 대전고등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5. 7. 14. 그 판결이 확정되어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3) 몇 년 전 법무부에서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P를 포함한 재소자들의 DNA를 채취해갔고, 이후 AL사건 미제사건 9건 중 3건의 증거물에 남아있던 용의자의 DNA와 P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이 확인되자, 경찰은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P를 접견하여 모방범죄로 밝혀져 해결된 이 사건 범행을 제외한 나머지 AL 미제사건 9건을 범행하였는지 물었는데, P는 처음에는 부인하였으나 결국 자신이 이 사건 범행을 포함한 AL사건 12건, 청주에서 발생한 2건의 살인사건, 15건의 강간 사건, 19건의 강간미수 사건의 진범임을 자백하기에 이르렀다.

(4) P는 이 사건 범행이 모방범죄로 밝혀져 해결되었다고 들었음에도 이 사건 범행까지 포함하여 자백하게 된 경위에 대해, "모방범죄로 마무리 된 건은 담당 형사, 피해자, 검사도 걸려 있는 사건이고, 제가 했다고 말하더라도 말 한마디로 30년 전 사건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제 사건 같은 경우 증거물을 남겨두었을 텐데 해결된 사건은 증거물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제 기억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제 말만으로 안 바뀔 수도 있고, 제가 오픈을 하더라도 결과가 바뀌지 않으면 아닌 걸 제가 맞다고 한 것밖에 안 된다는 부분도 생각했지만, 전부 이야 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방범죄 한 건은 제 입장에서는 해결이 안 되고 평생을 끌고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부 오픈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심리 프로파일러들과 제 어렸을 때의 성장과정 등에 대해 4시간동안 이야기를 하였고, 프로파 일러들이 위로를 해 주어 제 마음이 돌아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DNA 나온 부분만 인정한다고 해서 제가 괜찮은 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다 털고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이거나 저거나 죽일 놈 되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하여 제가 범한 범행 전부를 말하기로 결심하고, 종이와 펜을 달라고 해서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라고 써서 프로파일러에게 전달했다. 프로파일러들에게 '모방범죄로 밝혀진 AL CA 사건도 내가 한거다'라고 하면서 '모방범죄라고 되어 있는데, 아닌 걸로 밝혀지면 경찰들이 곤란한 것 아니냐'고 물어보고 '곤란하면 이야기 안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였는데, BZ 팀장님이 '그런 것은 상관없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P씨가 한 것이 맞다면 그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하여, 제가 AL 사건 10건 외에 CB과 CC 근방에서 범한 살인사건을 포함해서 12건을 설명해줬고, 제가 메모해 준 살인사건 12건과 나머지 강간 19건, 미수 15건을 대략적인 위치 등을 설명해주었다. 그 다음 주에 형사들이 살인사건 14건을 가지고 왔는데 제가 기억하는 장소와 상황들을 이야기 하면서 형사들이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사건들과 검토하며 하나씩 체크하게 되었는데, 제가 하도 기억이 안 나고 (형사들이) 자꾸 물어봐서 '물어보지만 말고 보여 달라'고 했는데, (형사들이 기록을) 보여줄 수 없다면서 절대 안 보여줬다. 살인사건 조사가 마무리 된 후 경찰들이 제가 이야기했던 장소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강간사건과 강간미수 사건을 가져왔는데 진술을 하면서 제 진술과 경찰들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 맞지 않은 강간과 미수사건은 제외하였다"고 진술하였다(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2권 630-633쪽).

나) P의 자백진술의 내용

P는 이 사건 범행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CA 사건이 AL사

건 중에서는 유일하게 실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밤에 방에 들어가야 되니까 깨면 안 되니까 조심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초저녁은 아니었고, 볼 일이 있어서 수원에 나간 후 밤에 CD에 내렸는데, CD 정류장 근처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서 구멍가게 앞 파라솔에 앉아서 술을 먹었다. 술을 간단히 먹은 후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술을 먹은 장소에서 집까지 약 10분 정도 거리인데 걸어서 도착한 후 집에 들어가지 않고 피해자집 쪽으로 가게 되었다. 피해자 집 쪽에 난 길을 따라가다가 피해자 집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 집에 들어갔다. 저희 집에서 피해자 집까지는 100m도 안 되는 거리다. 저의 집에서 한 집 건너 바로 옆집이다. 피해자 집은 옛날 집이었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 살던 사람은 제 후배와 선배가 있었고, 그 집에 자주 놀러갔었기 때문에 집의 구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제가 알던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 이사를 가서 그 집에 본토박이나 또래들이 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가 사는지는 잘 몰랐다. 피해자 집 마당에 들어갔더니 정면에서 보이는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장실과 집 건물 사이에 공간이 있었는데 그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공간에 들어가보니 예전에 없던 벽돌로 급조한 식으로 방으로 쓸려고 만든 것 같은 집과 연결된 부분이 있었다. 그 방에 옛날 전통식으로 창호지를 붙이는 문이 보여 구멍이 처음부터 있었는지 제가 뚫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구멍으로 안에 누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들여다봤다. 그 방에 불이 꺼져 있어서 처음부터 보이진 않아 계속 보았는데 눈이 서서히 적응이 돼서 방안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자고 있는데 어른인지 아이인지는 구분이 안 되었고, 한 명이 이불을 덮고 자고 있었는데 머리 형태가 길어서 '여자구나' 생각하고 강간을 목적으로 그 방에 들어가게 됐다. 여자 혼자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문이 잠겨 있길래 문이 잠겨져 있는 고리 부분의 살 부분 창호지를 찢고 손을 넣어 고리를 해제시킨 후 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양말을 한쪽씩 벙어리장갑처럼 손에 끼고 들어갔다. 제가 들어갈 때 밟았던 발판이 광이 나는 재질이었는데, 제가 발판을 밟자 발자국이 서리 비슷하듯이 허옇게 찍혔다가 없어진 것이 명확히 기억난다. 양말을 손에 끼고 들어간 이유는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여기는 집 안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조심했던 기억이 있다. 안쪽에서 자는 소리도 들렸고, 안쪽과 제가 들어간 방이 문 하나 사이였다. 자다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는 수준이라서 조심했던 기억이 있다. 들어갈 때 받침대 같은 것이 있어서 제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그 받침대에 한 다리를 올리고 나머지 다리를 그 받침대에 다시 올린 후 받침대에 다 올라서면 방바닥에 다시 한 다리씩 내려서 들어갔는데 받침대와 방바닥이 어느 정도 높이가 있어서 밖에서 한 번에 들어갈 수 없는 높이였다. 방 크기는 직사각형이었던 것 같은데 어두웠기 때문에 방 구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피해자 배에 올라가서 강간할 때 안쪽에서 사람이 자고 있는 방과 연결된 문이 제 얼굴 앞에 있었다. 피해자를 보고 이불을 덮은 상태에서 누워있는 피해자의 목을 바로 양손으로 조르고 피해자 위에 올라타 목을 더욱 더 세게 졸랐다. 양손으로 목을 잡고 엄지손가락 두 개를 이용하여 더욱 힘을 주어 목을 졸랐다. 제가 이불 위에 올라가서 피해자를 올라타 목을 졸랐기 때문에 피해자의 정확한 반응은 기억 못하는데 목을 조르면 일반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거나 켁켁거리는 반응이 오고 계속 목을 조르면 힘이 빠지면서 축 늘어지는 게 느껴진다. 어설프게 하면 실내에서 제압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세게 눌렀던 것 같고 숨을 못 쉬게 하는 게 목적이니깐 피해자 몸이 늘어질 때까지 목을 졸랐다. 목을 조르면 몸이 늘어지는데 이때 조절을 잘해야 한다. 조절을 잘못하면 바로 죽는 경우도 있다. 목을 조를 때도 양말을 계속 손에 끼고 있었다. 피해자 몸이 늘어진 것을 확인하고 이불을 제끼고 제가 위에서 봤는데, 키도 되게 작게 느껴졌고 체형도 작아서 초등학생 쯤으로 생각하였다. 이후 이불을 젖히자 피해자가 삼각팬티를 입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피해자 팬티를 다 벗기고 상의는 그대로 두고 강간하였다. (팬티를 다 벗긴 이유는) 팬티를 다 안 벗기면 다리가 안 벌어지고 피해자 무릎에 걸쳐 있는 팬티와 피해자 성기 사이의 공간에 제가 들어가야 하는데 불편해서 벗기는 게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이후 제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고 피해자의 다리를 벌린 후 삽입을 했다. 이번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달라서 바로 문 앞에 사람들이 자고 있었고 실내여서 사실 목을 졸라 피해자가 늘어졌을 때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소리가 나게 되면 바로 문 앞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에게 들키게 되니까 다른 사건과는 달리 초긴장상태였다. 성기 삽입시에도 급박했던 상황이라 거의 쑤셔 넣는 식으로 해서 다른 것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맨손으로 했으면 촉감이라도 있었을텐데 양말을 끼고 있어서 뭘 느끼면서 할 겨를이 없었다. 피해자의 질 안에 사정을 한 다음 피해자가 처음 입고 있던 벗겨놓은 팬티로 제 성기를 닦고 피해자도 쓱 닦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제가 옷을 입고 피해자 방에 새 팬티가 바닥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새 팬티를 피해자에게 입히고 나서 이불을 그대로 원상태로 덮어주고, 피해자가 입고 있었고 제가 뒤처리를 했던 피해자의 팬티를 들고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왔다. 목을 조르고 강간하고 사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짧았고, 제가 옷을 입고 피해자에게 팬티를 새로 입히고 정리하는 과정이 더 길었던 것 같다. 그 시간동안 피해자가 움직이거나 전혀 반응이 없어 죽었다고 생각했다. 이후 들어왔던 문을 통해 나와서 그대로 대문으로 다시 나와 집으로 가는 반대방향으로 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소로길이 있는데 소로길로 올라가서 피해자 집 담벼락 밖 풀이 우거진 곳에 피해자의 팬티를 던지고 산을 삥 돌아 집으로 돌아가서 바로 잤다"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2권 633-640쪽).

한편 P는 자신의 집과 피해자의 집 약도, 피해자의 집 구조와 피해자의 방

안 구조(수원지방검찰청 2019 형제95747호 수사기록 2권 646-647쪽), 피해자의 팬티를 버린 곳, 자신이 신발을 벗어둔 곳과 피해자의 방문 구조, 피해자의 집에 가기 전에 술을 마신 장소의 위치(별권 3권 수사기록 40-43, 51, 74-76쪽) 등을 직접 그리기도 하였다.

다) 신빙성 판단

(1) 부검감정서 및 피해자 사체의 상태, 검증조서 등 객관적 증거와 일치함

①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목 앞부분에 수 개소의

표피박탈이 존재하는데(수원지방검찰청 2019 형제95747 호 수사기록 4권 1223쪽, 별권 5권 48쪽), 피해자의 목에 생긴 표피박탈은 장갑이나 양말 등을 손에 낀 상태에서 손가락을 위로 하고 손바닥으로 위로 강하게 미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는 AN대학교 법의학교수 증인 AO의 법정진술에 비추어 볼 때, "양말을 벗어 벙어리장갑처럼 손에 끼고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는 P의 진술부분은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결과에 부합한다.

② 또한 사체 감식 현장에서 찍힌 피해자의 모습 사진을 정밀 분석한 결과

에 의하면 피해자의 팬티가 뒤집혀진 채 입혀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통상 속옷의 안팎을 뒤집어 입으면 상표라벨 부분이 피부에 닿아 불편함을 느끼게 되므로 당시 중학교 1학년생이던 피해자가 스스로 팬티의 안과 밖을 뒤집어 입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피해자의 팬티를 완전히 벗기고 강간을 한 후 옆에 있던 새 팬티를 입혔다.

"는 P의 진술부분은 사망 이후 피해자에게 안팎이 뒤집힌 채 입혀져 있던 속옷의 상태와 부합한다.

③ "사건 당시 피해자의 집 대문이 열려있어 거기로 들어갔고, 피해자 배

에 올라가서 강간할 때 안쪽에서 사람이 자고 있는 방과 연결된 문이 제 얼굴 앞에 있었다"는 P의 진술부분도 '피해자 집에 세를 살고 있는 집이 있어 시정장치 없이 대문이 항시 누구나 출입하는 데에 지장이 없었고, 피해자가 살해된 방안은 약 1.5평 정도되는 작은 방으로 안방과 연결된 통로문이 있다'는 피해자의 집 현장상황 검증조서의 기재내용(별권 1권 수사기록 33쪽)과 부합한다.

④ 또한 피해자의 방문 앞에 놓여진 광이 나는 발판 같은 곳에 발을 딛어

발자국이 찍혔다는 진술 역시 당시 범행현장에서 피해자의 책상 위에 흙이 묻은 족흔적이 있었던 점과 일치한다(별권 1권 수사기록 51, 191쪽).

⑤ P는 피해자가 초등학생 같았다고 진술하였는데, 당시 피해자는 키

150cm에 음모 등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의 상태였던 점(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4권 1212, 1220쪽)에 비추어 보면, P의 위와 같은 진술도 피해자의 외적인 상태와 부합한다.

⑥ 한편 P는 "예전에 BB라는 후배가 살아서 자주 놀러가봤기 때문에 피해

자의 집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집 구조를 그리고 하단에 "BB네 집"이라고 적기도 하였는데(수원지방검찰청 2020 형제11152호 P 살인 등 수사기록 1권 106, 128쪽), P가 다녔던 CE중학교의 생활기록부에 의하면 1963년생인 P보다 한 살 어린 1964년생 BB가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한 'L'에 실제 거주하였던 것으로 확인된다(수원지방검찰청 2020 형제 11152호 P 살인 등 수사기록 3권 1193쪽).

(2) 당시의 사고 과정, 추론 등이 담겨 있음

P의 진술에는 "피해자 방문 구멍으로 안에 누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들여다봤는데, 눈이 서서히 적응이 돼서 방안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고, 사람이 자고 있는데 어른인지 아이인지는 구분이 안 되었지만, 한 명이 이불을 덮고 자고 있었는데 머리 형태가 길어서 '여자구나' 생각했다", "피해자 몸이 늘어진 것을 확인하고 이불을 제끼고 제가 위에서 봤는데, 키도 되게 작게 느껴졌고 체형도 작아서 초등학생쯤으로 생각하였다"는 등 자신이 범행 당시 사고하였던 과정이나 추론 부분이 상세하게 드러나 있는데,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하지만, 행위자의 입장에서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가 중요하므로, 사고 과정, 추론이 포함된 P의 위와 같은 진술은 실제 경험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3권 827쪽).

(3) 감각정보에 대한 묘사가 풍부함

P의 진술에는 "그 방에 불이 꺼져 있어서 처음부터 보이진 않아 계속 보

았는데 눈이 서서히 적응이 돼서 방안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들어갈 때 밟았던 발판이 광이 나는 재질이었는데, 제가 발판을 밟자 발자국이 서리 비슷하듯이 허옇게 찍혔다가 없어졌다", "피해자 배에 올라가서 강간할 때 안쪽에서 사람이 자고 있는 방과연결된 문이 제 얼굴 앞에 있었다", "표면이 거친 게 아니고 아주 깔끔했다. 만약에 돌이라면 표면을 엄청 갈아서 맨들맨들하게 만든 수준으로 아주 매끄러운 표면이었다"는 등 자신의 감각에 의해 습득한 정보의 묘사가 풍부한데, 감각 정보는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하기 힘들고, 범행을 설명하는 데 굳이 필수적이지 않은 내용이므로, P가 진술한 감각정보는 자신의 경험에 기반하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수원지방검찰청 2019형제95747호 수사기록 3권 823쪽).

(4) P가 허위자백을 할 아무런 동기가 없음

비록 이 사건 범행이 30여 년 전의 것이어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이로

인해 형사처벌받을 가능성이 없긴 하지만, 그 범행 내용 자체가 '13세의 어린 여중생을 목 졸라 강간하고 무참히 살해하였다'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다면 자신의 감형 및 가석방 여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P가 만약 이 사건 범행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범행한 것으로 허위자백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 게다가 경찰은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는 이미 해결된 사건으로 생각하여 P에게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는지 묻지도 않았음에도, P 스스로 '전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방범죄 한 건은 제 입장에서는 해결이 안 되고 평생을 끌고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부 오픈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이 사건 범행을 임의로 자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5) P의 자백이 이 사건 혈액형 감정결과와 배치되는지 여부

한편 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들에 대한 혈액형 검사결과, '공히 B

형으로 반응하는 음모'라고 감정되었고(별권 1권 수사기록 146, 147쪽), P의 혈액형은 O형이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 10개 모두에 대해 혈액형 감정이 실시된 것이 아니므로,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가 모두 'B형으로 반응하는 음모'라고 단정할 수 없고, 1989년 당시 행해졌던 해리 시험에 의한 혈액형 감정 결과만으로는 동일인인지 여부를 단정하기에는 오류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며, 1989. 12. 27. P의 음모에 대한 혈액형 감정 결과 'B형으로 반응하는 음모'로 감정되기도 하였던 점(별권 5권 수사기록 67쪽) 등에 비추어 보면, P의 혈액형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에 대한 이 사건 혈액형 감정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라고 자백한 P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라) 소결

위와 같이 P의 자백은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서 및 피해자 사체의 상태,

검증조서 등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고, 범행 당시의 사고 과정, 추론 등이 담겨 있으며, 감각정보에 대한 세부묘사가 풍부하고, 자신이 하지 않은 범행을 허위로 자백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박정제

판사차주희

판사강창효

주석

1) 한편 수사본부는 1989, 4. 8. G 소재 H에 거주하던 피고인(B형)의 음모를 채취하여 1989. 5. 9. 국과수에 피고인 등을 포함한 47명의 음모에 대해 혈액형 및 형태학적 유사성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국과수 감정인 Q는 1989. 6. 19. 피고인 및 W의 음모가 B형으로 반응하고, 현장음모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것으로 감정회보하였다(별권 1권 수사기록 205쪽).

제201조(구속) ①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제70조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때에는 검사는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 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제206조(긴급구속)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제70조 제1항 제2호, 제3호에 해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 원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을 수 없는 떄에는 그 사유를 고하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② 사법경찰관이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구속하는 경우에는 미리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단 특히 급속을 요하여 미리 지휘를 받을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즉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207조(긴급구속과 영장발부 기간)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구속한 경우에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지방법원판사 있는 시 또는 군에서는 구속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기타의 시 또는 군에는 72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의 발부를 받아야 한다.

② 구속영장의 발부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

③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석방된 자는 구속영장 없이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구속하지 못한다.

4)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89년 국과수로부터 분석의뢰받아 분석한 결과를 그대로 기록하여 1989. 12.경 '방사화분석연구'라는 책자를 발간하였다.

5) 일부가 잘린 채로 복사되어 소숫점 둘째자리 숫자 인식이 불가능하다.

6) 일부가 잘린 채로 복사되어 소숫점 둘째자리 숫자 인식이 불가능하다.

7) 피해자의 아버지이다.

8) 피해자의 어머니이다.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