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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도1442 판결
[사기·횡령][공2011상,1260]
판시사항

[1]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에서 범죄의 비양립성이 인정되는 경우

[2] 피고인이 피해자 갑에게서 돈을 빌리면서 담보 명목으로 을에 대한 채권을 양도하였는데도 채권양도 통지 전에 이를 추심하여 임의로 소비한 사안에서, 비양립적 관계에 있는 사기의 점 및 횡령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외형상으로는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가 여러 개의 범죄에 해당되는 것 같지만 합쳐져서 하나의 사회적 사실관계를 구성하는 경우에 그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하나밖에 성립되지 않는 관계, 즉 일방의 범죄가 성립되는 때에는 타방의 범죄는 성립할 수 없고, 일방의 범죄가 무죄로 될 경우에만 타방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 비양립적인 관계가 있을 수 있다.

[2] 피고인이 피해자 갑에게서 돈을 빌리면서 담보 명목으로 을에 대한 채권을 양도하였는데도 을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이를 추심하여 임의로 소비한 사안에서, 차용금 편취의 점과 담보로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임의 소비한 횡령의 점은 양도된 채권의 가치, 채권양도에 관한 피고인의 진정성 등의 사정에 따라 비양립적인 관계라 할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여 피고인의 위 일련의 행위가 그 중 어느 죄에 해당하는지를 가렸어야 할 것인데도, 사기죄 및 횡령죄를 모두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광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포함하여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외형상으로는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가 여러 개의 범죄에 해당되는 것 같지만 그 일련의 행위가 합쳐져서 하나의 사회적 사실관계를 구성하는 경우에 그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하나밖에 성립되지 않는 관계, 즉 일방의 범죄가 성립되는 때에는 타방의 범죄는 성립할 수 없고, 일방의 범죄가 무죄로 될 경우에만 타방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 비양립적인 관계가 있을 수 있다.

2.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이 2009. 2. 12. 변제능력이 없는데도 변제하겠다고 거짓말하여 피해자로부터 26,100,000원을 편취하였다는 사기의 점(공소장 [범죄일람표] 순번 2)과 위 2009. 2. 12. 차용 시 그 담보로 피고인이 시공하기로 되어 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갤러리아백화점 내 ○○○○매장의 인테리어 공사대금 채권 56,300,000원 중 위 차용액에 해당하는 26,100,000원을 양도하였으므로 위 공사대금 채권을 추심하였으면 이를 피해자에게 전달하여야 하는데도, 2009. 3.말경 위 공사비 56,300,000원을 추심하여 그 중 26,100,000원을 임의 소비하였다는 횡령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이 포함되어 있고, 원심은 위 사기의 점 및 횡령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2009. 2. 12.자 26,100,000원 차용 시 담보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위 갤러리아백화점 내 ○○○○매장 인테리어 공사대금 채권 중 3,000만 원을 피해자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채권양도양수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으나 공사도급인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지 않았던 점, 위 공사대금 채권은 공사금액이 56,326,800원으로 도급인의 지위, 공사성격 등에 비추어 공사가 완료되면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높은 채권으로 보이는 점, 위 2009. 2. 12.자 차용금의 변제기는 2009. 4. 11.인데, 실제로 피고인은 위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2009. 3.말경 공사도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 지급 명목으로 액면 56,300,000원의 어음을 받은 후 이를 할인받아 할인금을 사용한 점을 알 수 있다.

나. 위와 같은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먼저 피고인이 2009. 2. 12.자 차용 시 피해자 및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 상당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그 차용금에 대하여 담보로 제공한 위 공사대금 채권이 차용액에 상응하고 추심에 문제가 없는 것이었으며 위 공사대금 채권의 양도에 관한 피고인의 진정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피고인에게 위 차용금에 대한 편취범의를 인정하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사기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은 위 공사대금 채권의 양도인의 지위에서 양수인인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여야 하는데도 추심한 채권을 임의로 소비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의 책임만 지게 될 것이다.

반면에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 피해자가 요구하는 대로 차용금에 대한 담보 명목으로 위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하는 형식만 갖추었을 뿐, 당초부터 위 공사대금 채권을 추심하여 빼돌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라면, 차용금 편취에 관한 사기죄는 성립하지만, 위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한 후 공사대금을 수령하여 임의 소비한 행위는 금전 차용 후 담보로 제공한 양도채권을 추심받아 이를 빼돌리려는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포함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사기죄와 별도로 횡령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결국 2009. 2. 12.자 26,100,000원 차용금 편취의 점과 위 차용 시 담보로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임의 소비한 횡령의 점은 양도된 채권의 가치, 채권양도에 관한 피고인의 진정성 등의 사정에 따라 비양립적인 관계라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양도된 채권의 가치, 채권양도에 관한 피고인의 진정성 등의 사정을 심리하여 피고인이 위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제3자에 대한 채권을 담보로 제공한 후 그 채권을 추심하여 임의 소비한 일련의 행위가 사기죄와 횡령죄 중 어느 죄에 해당하는지를 가렸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심리하지 아니한 채 2009. 2. 12.자 26,100,000원 차용금 편취의 점과 위 차용 시 담보로 양도한 채권을 추심하여 임의 소비한 횡령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소사실에 있어서 비양립성의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2009. 2. 12.자 26,100,000원 차용금 편취의 점(원심판결 [범죄일람표] 순번 2)과 추심금 횡령의 점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이는 나머지 범죄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피고인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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