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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3688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일련의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에서 범죄의 비양립성이 인정되는 경우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피고인은 2011. 4. 14.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횡령죄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과 위 판결 중 관련 범죄사실(이하 ‘관련 형사판결 범죄사실’이라 한다)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관련 형사판결 범죄사실이 유죄로 확정되었고 그 확정판결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나.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 형사판결 범죄사실이 비양립적인 관계에 있는지 여부

가. 외형상으로는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일련의 행위가 여러 개의 범죄에 해당되는 것 같지만 합쳐져서 하나의 사회적 사실관계를 구성하는 경우에 그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하나밖에 성립되지 않는 비양립적인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일방의 범죄가 성립하는 때에는 타방의 범죄는 성립할 수 없고 일방의 범죄가 무죄로 될 때에만 타방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도1442 판결 ,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6도15226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9. 9.경 피해자 공소외 1에게 공소외 2로부터 판매위탁을 받은 (차량번호 생략) 마세라티 승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매도하면서 ‘차량대금 전부를 지급하면 이를 전부 공소외 2에게 전달하여 차량 소유권을 틀림없이 이전해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2009. 10. 16.부터 2010. 4. 19.까지 합계 6,100만 원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관련 형사판결의 범죄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9. 10.경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리스하여 이용하고 있는 차량을 팔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리스회사 소유의 이 사건 차량을 인도받아 보관하던 중 이를 공소외 1에게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지급받았는데도, 이를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지급하지 않은 채 임의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다.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 형사판결의 범죄사실은 피해자를 서로 달리하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을 기망하여 이 사건 차량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의 진정성 여부에 따라 공소외 2에 대한 횡령죄의 성립이 좌우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일방의 범죄가 성립되는 때에는 타방의 범죄가 성립될 수 없는 비양립적인 관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 형사판결의 범죄사실이 비양립적인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3.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따라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록에서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합계 6,100만 원을 송금받을 당시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에게 매매대금을 전부 지급하면 이 사건 차량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겠다고 기망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매매대금 7,000만 원 중 6,100만 원을 지급받았을 뿐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차량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피고인은 2009. 10. 16.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1,500만 원을 지급받은 후 피해자 공소외 1이 이 사건 차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피해자 공소외 1은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차량을 인도받을 당시 피고인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이 사건 차량에 차량등록증이 보관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차량이 리스회사 소유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4)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포함한 돈을 다른 차량을 수입하기 위하여 미국으로 송금하였는데, 이를 편취당하여 공소외 2에게 위탁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차량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주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실제로 피고인은 2010. 1. 21.부터 2010. 2. 16.까지 합계 미화 117,000달러를 송금한 내역이 확인된다.

(5) 관련 형사판결의 범죄사실이 유죄로 확정된 이상 공소외 2가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이 체결한 이 사건 차량에 관한 매매계약의 존재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매매대금을 송금받을 당시부터 이 사건 차량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나. 결국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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