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다222920 건물철거 등
원고피상고인
A 종교단체 B사
피고상고인
순천시
피고보조참가인
C종교단체 B사
원심판결
광주지방법원 2015. 6. 3. 선고 2014나51264 판결
판결선고
2020. 12. 2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 사찰이란 불교교의를 선포하고 불교의식을 행하기 위한 시설을 갖춘 승려, 신도의 조직인 단체로서 독립한 사찰로서의 실체를 가지기 위해서는 물적 요소인 불당 등의 사찰재산이 있고, 인적 요소인 주지를 비롯한 승려와 상당수의 신도가 존재하며, 단체로서의 규약을 가지고 사찰이 그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사회적 활동을 할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01. 1.30. 선고 99다42179 판결 등 참조), 법인격 없는 사단이나 재단으로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독립한 사찰은 독자적으로 존속할 수도 있지만 종교적 이념이나 교리 또는 종교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과 단체로 구성된 상위 종단에 소속되어 존속하기도 하는데, 사찰의 종단소속관계는 사법상 계약의 영역으로서 사찰이 특정 종단에 소속하려면 이에 관한 사찰과 특정 종단 사이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대법원 1982. 2. 23. 선고 81누42 판결), 또한 사찰이 특정 종단과 종단소속에 관한 합의를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 종단의 소속 사찰이 되어 종단의 종헌이나 종법을 사찰의 자치법규로 삼아 따라야 하고 사찰의 주지임면권도 종단에 귀속되는 등 사찰 자체의 지위나 권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므로 어느 사찰이 특정 종단에 가입하거나 소속 종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찰 자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1989.10.10. 선고 89다카2902 판결, 대법원 1997.6.13. 선고 96다31468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찰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방법은 사찰의 법적 성격이 법인격 없는 사단인지 아니면 법인격 없는 재단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사찰 자체의 규약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야 할 것이다.
나. 어느 종단에 소속하는지 불분명한 사찰이 구 불교재산관리법(1987. 11. 28. 법률제3974호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하여 폐지)에 따라 특정 종단의 소속임을 밝히면서 사찰등록신청을 하였고 관할관청의 요건흠결 심사를 거쳐 등록이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 종단의 소속 사찰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77. 4. 12. 선고 76다1123 판결,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다434 판결, 대법원 1992. 2. 25. 선고 88누4058 판결 등 참조).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등록신청을 하는 사찰이 관할관청에 소속 종단에 관한 사항을 제출하는 것은 해당 사찰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자신이 속하기로 한 특정 종단과 종단소속관계의 합의를 하였음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 그렇지만 사찰이 권리의무의 주체로 되는 데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 청에의 등록이 반드시 그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1992. 6. 12. 선고 92다12018, 12025 판결 참조),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에의 등록 자체로 인하여 사찰의 민사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변동을 가져오거나 사찰의 실체를 좌우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다41508 판결, 대법원 1996. 11. 8. 선고 96다36050 판결 등 참조). 어느 사찰이 특정 종단에 소속되었다는 내용으로 관할관청에 등록되었더라도 사찰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등록 내용대로 종단과 종단소속관계를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볼만한 사정이 다수 밝혀진 경우에는 사찰의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한 종단소속관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인정하여야 하고,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에의 등록 내용만으로 그 사찰의 종단소속관계를 선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전래의 사찰인 B사에 관하여 A종교단체 소속으로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 등록이 되었지만, 그러한 등록이 B사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볼만한 다수의 사정이 존재하고 오히려 B사가 자율적으로 소속하기로 결정한 종단이 C종교단체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가. 전래의 사찰인 B사는 일제강점기에 성문화된 사찰 자체의 규약을 최초로 제정하고 이에 따라 주지를 임명하여 사찰을 관리 · 운영하였고, 대처(帶妻)측 승려들이 B사의 주류를 이루었다.
나. D는 대처측 승려로 적어도 1950년대부터 B사 주지를 맡아왔다. 한편 비구(比丘) 측 승려들이 주축이 되어 통합종단으로 창단된 A종교단체은 1962. 12. 4. 당시 B사 주지로 있던 D를 주지로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D가 A종교단체과 사이에 B사를 A종교단체 소속 사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거나 A종교단체이 그러한 합의를 전제로 D를 주지로 임명하였다고 볼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D는 A종교단체의 주지 임명을 받았는데도 관할관청에 B사를 A종교단체 소속 사찰로 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 B사에 대한 사찰등록은 1965. 11. 8.경에 비로소 이루어졌다. 당시 A종교단체이 B사의 주지로 임명한 사람은 비구측 승려인 E이었고, B사에 대한 사찰등록은 E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E이 B사에 관한 사찰등록을 할 수 있는 정당한 대표자인지 여부는 이전에 B사가 A종교단체에 소속되기로 합의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즉, D가 대표자로 있던 B사가 자율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A종교단체에 소속되기로 합의하였다면 A종교단체이 자신의 종헌이나 종법에 따라 E을 B사의 후임 주지로 임명한 것이 정당할 수 있다. 그러나 B사가 이와 달리 A종교단체에 소속되기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면 A종교단체은 B사의 주지를 임명할 권한이 없으므로 E은 B사의 정당한 주지가 될 수 없다.
라. 대처측 승려들이 주축이 된 C종교단체이 1970. 1. 15. 창단되자 B사는 1970. 10. 13. 피고보조참가인 명의로 위 종단 소속의 사찰로 등록되었다. 이후 B사는 1971. 12. 8. 순천시 F 종교용지 26,731㎡(1915. 5. 25. 'B사' 명의로 사정받은 B사의 사찰 부지 이다)에 관하여 'B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가 1971. 12. 15. 피고보조참가인 명의로 경정등기를 마쳤고, 1972. 8. 19. 순천시 G 임야 8,466,645㎡(1918. 2. 23. 'B사' 명의로 사정받은 이 사건 토지이다)에 관하여 'B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원고가 1972. 9. 29. B사가 A종교단체 소속인 사찰로 등록된 사정을 내세워 위 토지들의 소유권보존등기에 관하여 그 명의를 원고로 하는 경정등기와 변경등기를 마쳤으나, B사의 사찰 부지 등에 관한 위와 같은 토지 사정 및 소유권보존등기의 경료 경위 등에다가 현재까지 불교의식을 행하는 등 B사에서 실질적인 종교 활동을 하는 주체가 C종교단체 소속 승려들인 점에 주목하면 B사는 통합종단으로 창단된 A종교단체에 소속 되는 것을 거부하다가 이후 C종교단체이 창단되자 이에 소속되기로 하는 의사결정을 거쳐 C종교단체에 등록하였을 여지가 있다.
마. 원심은 원고가 A종교단체의 종현, 종법에 따라 포교, 법회 등의 종교활동을 하고 있고 1962년경부터 현재까지 A종교단체이 임명한 주지를 비롯하여 원고에 소속된 승려들과 신도들이 있어 왔다는 사정 등을 들어 독립된 사찰로서 원고의 실체를 긍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B사를 둘러싼 분쟁의 경위, 그동안 B사의 현실적인 운영 주체와 모습이 어떠했는지 등에 관한 고려가 부족한 것으로 보여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즉 순천시장(구 승주군수)이 1970. 3. 28. 구 불교재산관리법 부칙 제3조 제1항에 따른 재산관리인으로 임명되어 2011. 2월 무렵 해임될 때까지 A종교단체과 C종교단체 사이에 B사의 종단소속관계 등을 둘러싼 분규는 계속되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C종교단체은 지속적으로 B사의 주지를 임명하여 왔고, C종교단체 소속 승려들은 A종교단체 소속 승려들의 B사 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채 현실적으로 B사를 관리·운영하면서 C종교단체의 불교의식을 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가. 사정이 위와 같다면, B사는 C종교단체과 종단소속관계를 형성한 피고보조참가인 'C종교단체 B사'로서 존재할 뿐이고 이와 다른 별개의 사찰이라고 하는 원고 'A 종교단체 B사는 사찰로서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대법원 1992. 2. 25. 선고 88누4058 판결, 대법원 1995, 9. 26. 선고 93다33951 판결 등 참조).
나. 원고가 사찰로서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당사자능력의 문제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에 속하는 것으로 당사자능력 판단의 전제가 되는 사실에 관하여는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될 필요 없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한다(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다257, 82다카590 판결,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5395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전래의 사찰인 B사가 자율적 의사 결정에 따라 A종교단체과 종단소속의 합의를 하였는지, B사가 A종교단체 소속으로 등록된 것이 정당하게 임명된 대표자(주지)에 의한 것인지, A종교단체이 지속적으로 임명한 원고의 주지들이 B사의 인적·물적 조직을 관리·운영하면서 B사의 대표로서 임무를 수행하였는지, 원고 소속 승려들이 B사 경내에서 불교의식을 행하는 등 종교활동을 지속적으로 행하여 왔는지, 원고가 독자적인 신도들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심리하여 원고가 독립된 사찰의 실체를 갖추기 위한 모든 요소를 구비하여 당사자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관할관청에 등록되고 이 사건 토지 등에 관하여 앞서 본 경위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는 사정 등을 주된 근거로 그 밖의 다른 여러 사정들을 면밀히 대조하여 살펴보지 않은 채 원고가 독립된 사찰로서 당사자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찰의 당사자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상옥
대법관노정희
주심대법관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