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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사기][미간행]
판시사항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요건 및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던 경우에도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한서 담당변호사 김선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1의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의 점에 대하여 범행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이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 따라서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 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참조).

나.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2가 공무원인 피고인 1이 허위의 공문서를 작성하여 이를 행사하는 방법으로 SH공사를 기망하여 분양신청 자격이 없는 공소외 1로 하여금 아파트를 취득하도록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피고인 1과 이 부분 사기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2의 이 부분 공소범죄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

기록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2는 도시계획사업과 관련된 분양신청권을 매매하는 속칭 ‘딱지’ 매매를 다년간 하여 왔다. ② 피고인 2는 검찰 조사에서, 2004. 11.경 서울시보에서 차년도 도시계획사업과 관련하여 이 사건 후암동 도로확장공사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 공무원인 피고인 1을 찾아가서 위 사업이 언제 이루어지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 2는 위 공사와 관련된 사업시행인가고시일 이후에 공소외 1과 위 공사구역 내에 있는 무허가건물에 관한 분양신청권인 ‘딱지’를 매매하였는데, 사업시행인가고시일 이후에 무허가건물을 매수한 사람은 분양신청권을 적법하게 취득할 수 없다. ④ 공소외 1의 어머니인 공소외 2는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 2가 위 딱지의 대상이 되는 무허가건물은 공람공고가 있어 팔 수가 없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⑤ 피고인 2는 무허가건물의 실제 소유자인 공소외 3에게 지급될 철거보상금 11,529,000원을 용산구청으로부터 공소외 1의 통장으로 송금받아 이 돈을 피고인 1에게 송금하였다.

이러한 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2는 공소외 1과 이 사건 딱지를 매매할 당시 다년간 딱지매매 영업을 하여 사업시행인가고시일 이후 무허가건물을 매수하면 분양신청권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 2는 이 사건 후암동 도로확장공사와 관련된 사업시행인가고시일이 언제인지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인 2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공사 계획에 관하여 피고인 1에게 미리 문의한 사실이 있고, 공소외 2가 피고인 2가 당시 공람공고 때문에 해당 무허가건물을 팔 수 없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는 위 공사에 관한 사업시행인가고시일 이후에 이 사건 딱지매매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③ 피고인 2는 철거보상금을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공소외 1의 통장으로 송금받아 다시 피고인 1에게 송금하였는데 이는 정상적인 보상금 전달 과정이 아닌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SH공사를 기망하기 위하여 사업시행인가고시일 이전에 공소외 1이 무허가건물을 매수하였다는 허위 내용의 공문서를 작성한 사실까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1이 분양신청 자격이 없는 공소외 1로 하여금 분양신청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적법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그렇다면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 2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피고인 1과 이 부분 사기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사기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형사재판에서의 기판력, 공소권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 1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1의 상고와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는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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