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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사기·단기금융업법위반][공1997.10.15.(44),3215]
판시사항

[1]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관계의 성립요건

[2] 이른바 딱지어음을 전전유통시킨 경우, 사기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한 사례

[3] 포괄 1죄에 있어서 공소사실의 특정 정도

[4] 단기금융업법 위반의 경우 공소사실의 특정

판결요지

[1]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

[2] 이른바 딱지어음을 발행하여 매매한 이상 사기의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면하지 못하고, 딱지어음의 전전유통경로나 중간 소지인들 및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 사례.

[3]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은 특정되어야 할 것이나, 포괄 1죄에 있어서는 그 1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범행횟수, 또는 거래액의 합계 및 거래 상대방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다.

[4] 재무부장관의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단기금융업을 영위한 단기금융법위반죄와 같은 경우에는 각 그 어음이 1년 이내로서 재무부장관이 정하는 기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인지 여부를 특정하여 단기금융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밝혀야만 한다.

피고인

피고인 1 외 3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우성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상수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후의 각 구금일수 중 90일씩을 각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피고인 1, 2 및 피고인3의 각 변호인과 피고인 2, 피고인 4의 각 상고이유 중 사기죄를 다투는 부분에 대하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 있어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도1435 판결 , 1994. 9. 9. 선고 94도1831 판결 , 1995. 9. 5. 선고 95도126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명시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1, 2, 3는 위 피고인들과 친척관계에 있는 공소외 1(피고인 2의 처), 2(피고인 3의 자), 3 주식회사(대표이사 공소외 4은 피고인 1의 부이고, 피고인 3의 형임), 5(피고인 3의 생질), 6( 피고인 1의 처), 7( 피고인 1의 형), 8( 피고인 1의 동서)과 피고인 2 등의 명의로 거래은행과 당좌계정을 개설한 후 다량의 어음용지를 교부받아 위 공소외인들 명의로 지급기일에 결제될 가능성이 없는 이른바 이 사건 딱지어음들을 발행하고, 위 피고인들은 물론 이들로부터 그 판시 기재 어음들을 순차 매수한 피고인 4, 제1심 공동피고인 1, 제1심 공동피고인 2, 제1심 공동피고인 3, 공소외 9, 10, 11, 12, 13, 14 등은 모두 위 어음들이 딱지어음으로서 각기 자신이 매도한 어음들이 전전유통되어 각 그 최종사용자가 위 어음들이 딱지어음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정상적으로 결제될 것이 예정된 어음인 것처럼 이 사건 각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그들에게 어음할인을 의뢰하거나 물품대금으로 교부하고 그에 상응한 어음할인금을 지급받거나 물품 등을 공급받음으로써 이를 편취하리라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하고도 그와 같은 위법한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면서 위 어음들을 발행하거나 매수하여 타에 순차 판매한 사실, 위 피고인들은 이 사건 딱지어음들의 지급기일을, 예정된 부도기일 이후로 기재하고 어음매수자에게 이를 알려 주어 기일을 엄수하도록 하였고, 사기 범행에 사용된 이 사건 딱지어음들의 중간 소지인, 최종사용자 등은 각 그 전자로부터 예정 부도기일을 전해 듣고는 이에 맞추어 이를 다시 매매하거나 거래 은행 등에 제시하여 행사한 사실 및 이 사건 사기범행의 피해자들이 이 사건 딱지어음들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아니할 것이 예정된 이른바 딱지어음인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딱지어음들을 할인하여 주거나 이를 교부받고 물품 등을 공급하지 아니하였으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결국 피고인 1, 2, 3가 부도가 예정된 이 사건 딱지어음들을 매도하고, 피고인 4(위 제1심 공동피고인 3는 피고인 4의 지시를 받아 거래은행에 어음할인을 하였다)를 비롯한 그 최종사용자들이 사기범행을 실현하려는 점에 관하여 적어도 중간 소지인들을 통하여(중간 소지인들이 없는 경우에는 직접) 순차적, 암묵적으로 의사가 상통하여 공모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 1, 2, 3가 각 사기의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딱지어음들을 발행하여 매매한 이상 사기범행에 관하여도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고,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딱지어음들의 전전유통경로나 중간 소지인들 및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사기범행을 공모하지 아니하였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들을 각 그 범행에 대하여 사기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인정한 원심의 그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사기죄의 범의와 인과관계, 공모 여부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에서 내세우는 대법원 1990. 2. 27. 선고 89도2542 판결 은 위조수표나 이른바 딱지어음의 중간 유통과정이 밝혀지지 아니한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피고인 3의 변호인의 상고이유 중 단기금융법위반죄를 다투는 부분에 대하여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은 특정되어야 할 것이나, 포괄 1죄에 있어서는 그 1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범행횟수, 또는 거래액의 합계 및 거래 상대방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 이고( 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도3297 판결 , 1997. 6. 27. 선고 97도508 판결 등 참조), 다만 재무부장관의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단기금융업을 영위한 단기금융법위반죄와 같은 경우에는 각 그 어음이 1년 이내로서 재무부장관이 정하는 기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인지 여부도 특정하여 단기금융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밝혀야만 할 것이다 ( 대법원 1982. 12. 28. 선고 82도2569 판결 참조).

이러한 기준에서 피고인 3에 대한 판시 단기금융업법위반죄의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 약속어음 12장에 대하여는 각 그 어음이 발행일로부터 1년 이내로서 재무부장관이 정하는 기간 내에 만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고, 나머지 어음들에 대하여도 그것이 이에 해당함을 전제로(수사기록 1,330면부터 1,503면에 의하면, 위 어음들은 모두 각 그 발행일로부터 만기가 1년 이내에 도래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범행횟수, 또는 거래액의 합계 및 거래 상대방을 명시하였는바, 그렇다면 위 공소사실 부분은 이를 특정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보여지지도 아니할 뿐 아니라 원심에서 위 피고인은 단기금융업법위반죄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을 철회하여 원심이 이에 대한 판단을 한 바 없으므로 상고심에 이르러 이를 다시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그리고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명시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위 피고인은 이 사건 어음들을 공소외인들 명의로 금액과 지급기일까지 기재하여 발행하거나 피고인 1, 2 등으로부터 백지약속어음을 구입하여 금액과 지급기일 등을 보충한 다음 공소외 12 등에게 매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이 사건 딱지어음들은 모두 단기금융업법 제2조 제1항 에 정한 어음에 해당(설사 위 피고인이 매매한 어음 중 발행인이 기명날인하고 금액 및 지급기일 등이 기재되어 있으나 발행일이 기재되지 아니한 어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어음들은 각 그 지급기일이 기재되어 있고, 백지 부분은 소지인이 언제라도 보충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어음들은 단기금융업법 제2조 제1항 에 해당하는 어음으로 보는데 지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하고, 이를 단순한 어음용지로 볼 수 없음을 전제로 이 사건 단기금융업법위반죄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한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단기금융업법 제2조 제1항 의 적용대상인 어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유를 갖추지 아니한 위법 또는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

3. 피고인 2의 상고이유 중 양형부당에 대하여

징역 3년의 형이 선고된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형의 양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 후의 각 구금일수 중 90일씩을 각 본형에 산입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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