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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033 판결
[살인][공2002.1.1.(145),110]
판시사항

피고인이 사전에 공동피고인과 공모하여 살인을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있어서 범행동기 및 공모관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고인의 단독범행으로 인정하여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사전에 공동피고인과 공모하여 살인을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있어서 범행동기 및 공모관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피고인의 단독범행으로 인정하여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내지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 2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도규만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115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1.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 피고인 1은 피해자의 조부이고,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아들인 공소외 1과 사실혼관계에 있으면서 피해자를 양육하던 사실상의 계모로서 피고인 1의 사실상의 며느리인바, 피고인 2가 2000. 9. 8.경 추석 명절을 지내기 위해 피해자를 데리고 피고인 1의 집에 내려와 지내던 중, 피고인들이 같은 달 9일 15:00경 내지 16:00경 사이에 피고인 1의 처인 공소외 2가 송편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 위해 솔잎을 따러 산으로 나간 사이를 이용하여 큰방 안에서 성관계를 벌이다가, 마침 피해자가 이를 목격하고 피고인 2에게 "엄마, 뽀뽀는 아빠하고만 해야지"라고 말하자 피해자가 그 목격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릴 것을 우려한 나머지,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적당한 기회를 봐서 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든가, 베개로 입을 막아 숨을 못 쉬게 하든지, 뇌진탕으로 실신을 시키든지 일단 피해자를 기절시켜 놓고 나에게 말해라, 그러면 그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겠다."라고 말하여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제의하고, 피고인 2는 그 제의를 받아들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하여, 같은 날 20:20경 내지 20:40경 사이에 피고인 1의 집 큰방 안에서 공소외 2, 피해자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중, 마침 피해자가 옥수수를 먹으면서 손에 끈적끈적한 것을 묻혀 돌아다니자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눈짓을 보내면서 " 피해자를 데리고 나가 씻겨라."라고 말하고, 피고인 2는 그 기회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욕실로 데리고 가 세수를 시키고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가 옷을 갈아 입힌 다음 피해자가 큰방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자, 피고인 2는 피해자에게 엄마놀이를 하자고 하고 장난치는 것처럼 하면서 베개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고 여러 번 눌러 질식시켰음에도 피해자의 숨이 끊어지지 않자 피해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칼로 찔러 죽이기로 마음먹고, 부엌에 가 평소 피고인 1이 사용하는 식칼을 가지고 나와 이미 실신한 상태의 피해자를 안고 집 밖으로 나가 인근에 있는 마을회관으로 피해자를 옮겨 놓은 다음, 칼로 피해자의 목부위를 수회 찔러 경부자창에 의한 실혈사로 사망에 이르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라고 함에 있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기초사실 및 사건 발생 후 원심에 이르기까지의 피고인 2의 진술내용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력하고 직접적인 증거인 피고인 2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1) 먼저 진술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피고인 2는 처음에는 단순히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 같다고 진술하다가 이후 피고인 1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진술하면서부터는 범행 동기 및 그 전제가 되는 피고인 1과의 성관계 여부, 피고인 1과의 공모 여부와 그 내용, 범행 방법 등에 관하여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고 변경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는데, 이는 피고인 2가 이 사건의 수사진행 과정에서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피고인 1을 중심으로 이 사건 범행에 관한 일련의 진술을 짜맞추어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갖게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2) 피고인 1과의 성관계 여부에 관하여, 피고인 2는 2000년 2월 설 무렵에 피고인 1의 요구로 처음 성관계를 가졌고 또 이 사건 범행 당일인 2000. 9. 9.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는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으므로 쉽게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2는 2000년 2월 설 무렵 이전까지 피고인 1의 집에 두 차례 다녀간 것이 전부이고 그 기간도 모두 4, 5일 정도에 불과한 데 그와 같이 짧은 기간에 피고인 1과 피고인 2가 성관계를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것, 피고인 1이 아들과 재혼하여 피해자를 양육하고 있는 피고인 2에게 특별한 친밀관계에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요구하였다는 것, 2000. 9. 9. 성관계에 관하여도 당시 공소외 2는 약 2, 30분 정도 집을 비웠고 피해자는 집 안에 있는 상황에서 방문을 잠그지도 않은 채 큰방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 당시 피고인 2는 몸에 끼이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바지와 팬티를 한 쪽 다리만 벗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 등 모두가 경험칙상 쉽게 믿기 어렵고, (3) 범행의 동기에 관하여, 피고인 1이 피해자를 오랫 동안 양육하여 온 점,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잘 돌보아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성관계 사실을 발설하는 것이 두려워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공모하여 친손녀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보는 것, 피고인 1이 성관계를 들킨 직후에 피고인 2에게 그와 같이 잔인한 방법의 범행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다는 것, 피고인 1로서는 설사 피해자가 성관계 장면을 발설하더라도 "엄마가 할아버지하고 뽀뽀했다."는 정도의 내용일 것으로 짐작했다고 봄이 상당한데 피해자가 위와 같은 정도의 말을 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손녀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보는 것, 피해자가 성관계 장면을 보았다는 때로부터 이미 약 4시간 이상이 지난 뒤로서 그 때까지도 피해자가 할머니인 공소외 2 등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상황에서 피고인 1이 발설을 우려하여 피고인 2에게 피해자를 살해하라고 눈짓을 보냈다는 것 모두 쉽게 납득되지 않으며, 오히려 피고인 2는 전 남편과 이혼한 후 딸들에게까지 외면당하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그로 인하여 담뱃불로 자신의 팔목을 지지는 극단적 행동을 할 정도로 힘든 생활을 하여 왔는데, 그러던 중 공소외 1을 만나 동거를 시작한 이후 단란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자신의 이혼사실까지 비밀로 하는 등 공소외 1과의 관계가 지속되게 하는 데 상당히 집착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소외 1과 동거를 시작한 후 피해자의 생모인 공소외 3으로부터 수시로 전화가 오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또한 피해자가 공소외 3의 전화를 받고 "엄마 사랑해, 보고 싶어"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을 보고 서운한 감정을 가졌으며 그 때문에 공소외 1의 휴대전화기를 없애기까지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공소외 3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는 것을 보고 살해할 생각을 하였다는 피고인 2의 살해 동기가 납득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고, (4) 범행 방법에 관하여, 사건 발생 당일 21:05 무렵 이후에는 공소외 2와 마을 주민들이 피해자를 찾기 위하여 피고인 1의 집 부근에 몰려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 1이 칼을 들고 마을회관으로 가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사건 발생 당시 피고인 1이 입고 있었던 옷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은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는 취지의 피고인 2의 일부 진술이 보다 더 신빙성이 있다고 하면서, 결국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공모하여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피고인 2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1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피고인 2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 등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전제사실

제1심이 증거조사를 하여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2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00. 9. 9. 20:20경부터 20:40경까지 사이에 피고인 1의 집 작은 방안에서 베개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고 눌러 피해자를 질식시킨 후 피해자를 안고 집 밖으로 나와 맞은 편에 있는 마을회관 노인당에 옮긴 다음, 식칼로 피해자의 목부위를 여러 번 찔러 살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에서 피고인 1에게도 공소사실을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한 쟁점은 결국 위와 같이 피고인 2가 피해자를 살해함에 있어 사전에 피고인 1과 상의를 하여 범행을 공모하였는지 여부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 1은 경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에 있어 피고인 2와의 공모의 점뿐만 아니라 자신은 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에 어떠한 원인을 제공한 바도 없다는 취지로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공모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 부합하는 유일한 직접적인 증거는 피고인 2의 검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각 진술만이 있을 뿐인바( 피고인 2가 경찰에서 작성한 진술서,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 2에 대한 각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 1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으므로 모두 증거로 삼을 수 없다), 아래에서는 특히, 이 사건 범행의 동기를 중심으로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정황사실들에 비추어 피고인 2의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2) 범행의 동기

(가) 피고인 2는 2000. 9. 20. 검찰에서 처음 진술하면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1회를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동기는 범행 당일 오후에 피고인 1과 성관계를 갖던 중 피해자에게 그 장면이 발각되어(물론 처음에는 성관계를 가지려다가 발각이 되었다고 진술하였으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러한 진술의 변화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될 수는 없다) 피해자가 다음날 서울에서 내려올 남편이나 또는 시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릴까 두려워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 다만 같은 해 10월 6일 검찰에서 제5회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으면서 진술을 번복하여 범행 전날 밤에 피해자의 생모인 공소외 3에게서 2번 전화가 오고 범행 당일 13:00경에도 다시 공소외 3에게서 다시 전화가 와 피해자가 받았는데 그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 갑자기 피해자가 없으면 공소외 3이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피해자를 죽여야겠다고 결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나) 한편 피고인 2뿐만 아니라 피고인 2의 가족들로 사실상 시부모인 피고인 1, 공소외 2, 사실상의 남편인 공소외 1조차도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 피고인 2가 피해자를 친딸 이상으로 잘 키웠고 피해자도 피고인 2를 친엄마처럼 잘 따라 둘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피고인 2가 무슨 이유로 피해자를 죽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진술에 피고인 2가 다른 곳도 아닌 시댁에 추석 명절을 쇠러 내려와 피해자를 살해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가 앞서 진술한 동기 외에는 이 사건 범행에 다른 동기를 찾아 볼 수 없다.

(다) 결국 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의 동기는 기록상 그녀의 진술대로 피고인 1과 성관계를 갖던 중 피해자에게 발각되어 그 사실이 가족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과, 피해자의 생모가 시댁으로 계속 전화를 하여 피해자가 전화를 받는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 피해자를 죽이면 생모가 연락을 하지 않을 터이고 따라서 앞으로 남편과의 생활이 원만히 지속되리라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 등 두가지 중의 하나로 밖에는 추측할 수밖에 없는바, 우선 후자의 동기에 관하여 보면 공소외 3은 경찰에서 피고인 1의 집에 사건 전날에는 전화한 적이 있지만 사건 당일에는 전화한 적이 없고 전화를 하였을 때 피해자가 전화를 받아 아무 말 없이 그냥 전화를 끊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범행 당일 13:00경 전화가와 피해자가 받는 것을 보고 공소외 3이 전화한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는 피고인 2의 진술과 서로 다른데다가, 공소외 3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3은 이미 1999년 2월경 공소외 1과 이혼을 하고 같은 해 여름 이후 피해자를 전혀 만난 적도 없다는 것인데 가사 공소외 3이 피해자에게 한, 두차례 전화를 하였다고 하여 그것 때문에 피고인 2가 남편과의 원만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하여 갑자기 피해자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지체 없이 당일 밤, 다른 곳도 아닌 시댁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고인 2의 진술은 경험칙상 너무도 납득하기 어려워 이를 믿기 어렵고, 그렇다면 추석 명절에 시댁에 내려와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 2로서는 당시 피해자를 죽이지 않으면 안될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으므로 오히려 피고인 2의 전자의 범행동기에 관한 일관된 진술이 경험칙에 비추어 설득력이 있어 이를 믿을 수밖에 없다.

(라) 이 사건 범행의 동기의 전제가 되는 피고인 2와 피고인 1과의 성관계 여부에 관하여 보면, 시아버지가 며느리와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쉽게 상상하기도 어렵고 부끄러운 것임에 비추어 이를 사실과 달리 진술하는 것으로 도저히 보기 어렵고, 공소외 4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1은 2, 3년 전 같은 마을에 사는 친척이면서 처의 친구인 공소외 4와 여러 번 성관계를 갖은 사실이 인정되며, 공소외 1도 경찰에서 추석을 앞두고 피고인 2에게 전화하여 피해자를 좀 보게 피해자를 데리고 먼저 내려오라고 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2는 2000. 9. 27. 검찰에서 3회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으면서 이번뿐만 아니라 올해 구정에 시댁에 내려 왔다가 남편이 먼저 서울에 올라가고 피고인 1과 둘이 있는 동안에 피고인 1이 자신을 잘 대해 주고 또한 피고인 1로부터의 경제적인 도움을 기대하여 피고인 1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피고인 1과 처음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남편과 따로 먼저 내려오라고 전화한 것 자체가 피고인 1과 피고인 2의 성관계를 충분히 의심케 한다), 범행 당일 오후 피고인 2와 단둘이 집에 있으면서 피해자에게 과자를 사 먹으라고 1,000원을 준 적이 있다고 시인하고 있고, 공소외 2 역시 제1심 법정에서 사건 당일 15:00경 솔잎을 따러 15~20분 정도 집을 비웠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피고인 2가 청바지와 팬티의 한쪽 다리 부분만 벗은 상태에서 피고인 1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검찰에서의 진술 부분은 당시 짧은 시간에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하여 성관계를 가진 상황에 비추어 납득 못할 바도 아니고, 더구나 피고인 1이 성행위시 손에 침을 묻혀 성기에 바른 후 삽입하였다는 피고인 2의 2000. 9. 27. 검찰에서의 진술 부분은 검찰의 공소외 2에 대한 같은 해 10월 6일 조사 결과와 공소외 2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 1의 평소 성관계 습관과도 일치하고 있는 점 등을 앞서 본 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동기와 관련하여 보면, 피고인 2와 피고인 1이 범행 당일 15:00경 이후 성관계를 갖다가 밖에 나갔다 들어온 피해자에게 그 장면이 발각된 사실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3)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의 공모 여부

(가) 피고인 2는 검찰에서 2000. 9. 20. 처음 진술하면서 피고인 1과 공모한 적은 없지만 피고인 1이 피해자을 죽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는 취지로 피고인 1의 범행 관련성을 연관지어 진술하다가, 같은 해 9월 27일 2회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으면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1회를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범행 당일 오후 피고인 1과 성관계를 가지다가 그 장면이 피해자에게 발각된 후 피고인 1에게 걱정을 하자 피고인 1이 "네가 피해자를 기절시켜 놓아라. 그러면 내가 뒷처리를 하겠다."라는 취지로 말을 하여(물론 피고인 1이 당시 구체적으로 말을 한 내용에 관하여 사소한 진술의 번복이 있으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러한 진술의 변화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될 수는 없다) 범행을 하게 되었다고 피고인 1과의 공모사실을 진술하고 있고, 다만 같은 해 10월 6일 검찰에서 제5회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으면서 진술을 번복하여 피고인 1과와 범행을 공모한 적도 없고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나) 한편 피고인 1도 경찰에서부터 피고인 2와 사이가 좋아 피고인 2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가질 만한 이유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데다가, 기록상 피고인 2가 피고인 1을 궁지에 몰아 넣을 특별한 사정도 엿보이지도 않는바, 그렇다면 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전혀 상의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시아버지인 피고인 1을 끌어들여 일관되게 공모사실을 진술한다는 것이 오히려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로 인한 살인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 1의 동의가 없는 한 피고인 2가 혼자서 피해자를 죽인다는 것은 거의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 물론 피고인 2가 위와 같은 동기로 수치심과 두려움에 피고인 1과 공모함이 없이 혼자 피해자를 살해하고 범행을 마친 후 비로소 피고인 1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였으면서도 막상 구속이 되자 피고인 1이 이 사건 범행에 공모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범행의 원인을 제공하였는데도 자신만 처벌받는 것이 억울하여 피고인 1과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강변하였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피고인 2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곳은 약 110가구가 사는 작은 섬마을로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하면 피고인 1 등 가족의 도움이 없이는 도저히 범행을 은폐할 수 없는 상황이고, 더구나 당시 실신한 피해자를 안고 집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같은 마을 사람인 공소외 5에게 목격이 되었음에도 피고인 2가 범행을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칼로 살해하게 된 행위에까지 더 나간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 2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보다는 범행을 은폐하기로 하고 피고인 1과 공모하여 저지른 범행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봄이 상당하다.

(4) 범행 이후 수사과정에서의 피고인들의 행동

(가) 피고인 1은 이 사건 범행이 일어난 직후인 2000. 9. 10. 처음 경찰에서 "제 생각으로는 피해자가 오토바이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한 후 노인정에 옮겨져 죽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라고 진술하고, 다시 같은 달 11일 경찰에서 "9월 10일 오전 중에 처로부터 며느리가 세탁기를 돌리려고 하였다는 말을 듣고 처에게 며느리를 의심하지 말고 둘이만 알고 있자고 말하였고, 그 이유는 경찰관에게 며느리가 세탁기를 돌렸다고 이야기하면 경찰관이 며느리를 피곤하게 할 것 같아 처에게 둘만 알고 있자고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이는 피고인 1이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은폐하려는 기도로 엿보이고, 또한 피고인 1의 아들인 공소외 1은 경찰에서 "9월 10일 초저녁 피고인 2가 조사를 받고 와 안방에 모였는데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네가 친엄마가 아니니 제일 의심할 것인데 형사들이 묻는 말을 또 물어보고 유도신문을 하니 처음 말한대로만 하여라라고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 또한 피고인 1이 범행을 은폐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들게 하며, 피고인 2는 2000. 10. 6. 검찰에서 마지막으로 진술하면서 피고인 1이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후 집 마당으로 부르더니 "이 일은 너하고 나 밖에 모르니 무덤까지 가져가자."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여 같은 취지로 경찰에서 같은 해 9월 11일에 한 진술을 다시 확인하고 있는데, 이는 공소외 4가 같은 해 9월 27일 경찰에서 한 " 피고인 1과 성관계를 가진 후 피고인 1이 형수와 나 단둘이 비밀로 하고 무덤까지 가지고 가자고 하였다."라는 진술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 2의 진술은 믿을 수밖에 없는바, 이 또한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사후에 이 사건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 한편, 피고인 2는 경찰에서 피고인 1과 대질신문을 받다가 피고인 1이 이 사건 범행 일체를 부인하자 범행을 자백하라며 피고인 1의 뺨을 두 대 때린 사실이 있고 그러한 사실은 피고인 1도 일관되게 시인하고 있는데,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행동은 가식적이라기 보다는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 1에 대하여 울분을 참지 못하고 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5) 피고인들의 진술의 신빙성

(가) 피고인 1은 경찰 이래 이 사건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이 일어난 직후인 2000. 9. 11. 경찰에서 "며느리가 피해자를 찾으러 나갔다가 들어오고 잠시 후 처가 피해자를 찾으러 나갔는데 저와 며느리는 계속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데, 밤늦게 피해자가 없어져 식구들이 피해자를 찾느라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유독 피고인 1과 피고인 2만 집에 남아 계속 텔레비전을 시청하였다는 것 자체가 피고인 1이 이 사건 범행에 관련이 있다는 강한 의문을 들게 하고, 또한 피고인 1은 경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당일 20:00경부터 큰방 안에서 처인 공소외 2, 피고인 2, 피해자와 함께 텔레비전을 통하여 연속극을 보다가, 피고인 2가 피해자를 데리고 나가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힌 후 다시 큰방으로 데리고 와 같이 있던 중, 피해자가 화장실에 간다고 나가고 잠시 후 피고인 2가 피해자를 찾으러 나갔다가 들어 왔다( 피고인 2가 피해자를 찾으러 나갔다가 들어온 시간이 15분 내지 20분 정도 되었다고 진술하다가 후에 30분 정도 되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혹시 며느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아 처음에는 다르게 진술하였다고 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위 진술은 앞서 본 피고인 2의 자백에 나타난 피고인 2의 행동과도 전혀 다른바( 피고인 2는 피해자를 씻긴다고 데리고 나가 작은 방에서 피해자를 실신시킨 후 바로 노인정으로 옮겨 살해하였다고 자백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 1이 처음부터 자신뿐만 아니라 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을 은폐하려는 의도 아래에서 나온 진술이라는 의심이 들고,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의 진술을 전체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보여진다.

(나) 물론, 피고인 2의 진술이 경찰 이래 검찰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의 동기, 피고인 1과의 공모 여부, 범행 방법과 행위 분담 내용에 관하여 수차 번복되고 그때 그때의 수사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진술을 추가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기록에 의하면 전체적으로 피고인 2는 처음에는 범행을 은폐하려다가 그 진술이 객관적 상황과 도저히 일치하지 아니하자 먼저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피고인 1에 대하여도 처음에는 범행의 공모사실을 은폐하여 주려고 하다가 수사상황 및 피고인 1의 일관된 부인에 분개하여 사실대로 자백을 하였다고 보여지는바, 그러한 사정이라면 위와 같은 피고인 2의 진술의 번복 경위가 납득이 가고, 결국 그러한 과정을 거쳐 피고인 2가 검찰에서 피고인 1과의 대질신문을 거쳐 마지막에 한 진술 및 제1심 법정에서 한 진술은 믿지 않을 수 없다.

(6) 소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 2의 진술을 믿지 아니하고 달리 공소외 1이 피고인 2와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피고인 1과 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의 공모 여부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피고인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피고인 2의 나이, 평소의 성행, 가족관계, 전과,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의 정도, 피해회복 여부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피고인 2에 대한 선고형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인 2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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