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노1093 강요미수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이근수(기소), 유지연(공판)
변호인
변호사 B
법무법인 BE
담당변호사 BF, BG, BH, BI, BJ, BK, BL
판결선고
2018. 7. 18.
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법리오해
가) 피고인과 N의 전화통화 녹음파일은 대화당사자인 N이 아니라 제3자인 F이 녹음한 것이어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나) 피고인은 2013. 7. 초순경 Z 호텔에서 N을 만나 아무런 협박도 한 적이 없었고, 같은 달 하순경 N과의 전화통화 내용도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하려는 N의 질문에, 확인차 대답한 정도여서 협박에 해당하지 않고 협박할 의사도 없었다. 단지 C의 영향력이나 조사 또는 수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협박이 되지 않는다.
다) 대통령의 위법한 의도에 따라 발생할 G회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언을 해 준 것일 뿐 피해자들에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려고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강요의 고의도 없었다.
라) 대통령과 대기업의 불화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여 G회사이 과거에 다른 기업들이 처했던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대통령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해 주는 것도 C의 업무에 해당한다. 비록 대통령의 지시가 위법했더라도 피고인은 자신의 업무 내에서 그 지시를 적법하게 수행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강요의 고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는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마) 피고인은 G회사이 불필요하게 어려운 입장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C으로서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는 외에 다른 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이다.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같은 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되지 아니하나, 제3자의 경우는 설령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고 그 통화내용을 녹음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같은 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된다(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도123 판결,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N은 2013. 7. 하순경 피고인과 통화하면서 F에게 확인시켜 주기 위해서 그 통화내용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녹음한 사실, N이 그 무렵 위 녹음파일을 F에게 들려준 후 삭제하였는데, 어떤 경위로 F이 위 녹음파일의 내용을 녹음하였는지는 잘 모른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피고인과 전화통화를 한 일방 당사자인 N이 그 통화내용을 녹음하였을 뿐 제3자인 F이 녹음한 것이 아닌 이상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심은 위와 같은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구체적인 여러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기업활동에 관하여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 및 C비 서관의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 N, F에게 F이 G회사 부회장 자리에서 사퇴하여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요구하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위와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한 것으로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여러 사실 및 사정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하게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강요죄의 협박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대통령과의 공모와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원심은 위와 같은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구체적인 여러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과 대통령 사이에 F을 G회사의 경영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이 사건 범행에 관한 의사의 결합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N에 대한 자신의 행위가 강요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정 역시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여러 사실 및 사정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하게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공모관계나 고의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4) 업무에 따른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경
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야 한다.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도4273 판결 등 참조).
상관의 적법한 직무상 명령에 따른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나,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라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는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하여 부하가 한 범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는 없다(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에 따르거나 적법한 직무상 명령에 따른 정당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C비서관은 정부조직법 제14조,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4조에 따라 설치된 직위
로서, 그 아래에 경제금융비서관, 산업통상자원비서관, 중소기업비서관, 국토교통비서관, 농축산식품비서관, 해양수산비서관을 두고 있다. 각 비서관의 주요 업무로는 간 경제금융비서관이 '경제금융업무의 총괄·조정, 거시경제(경제성장 · 물가 · 고용·국제수지), 예산 및 세제, 재정관리, 국고, 조달, 국제금융 및 대외경제협력, 공공기관 정책 현안의 협의·조정, 금융정책(시장 · 산업·감독),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관련 업무 협의·조정, 경쟁 · 소비자 정책 및 현안의 협의·조정, 경제관련 회의체 운영'을, 나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이 '산업·자원·에너지 · 무역 · 외국인투자 · 특허정책 및 현안의 협의·조정, 통상 관련 주요 정책의 기획 및 조정'을, 다 중소기업비서관이 '중견·중소· 소상공인, 전통시장 정책 및 현안의 협의·조정, 창업 및 벤처기업 관련 주요 정책의 협의·조정'을 각 담당하고 있다(나머지 비서관의 업무내용은 생략).
② 그런데 위와 같은 C비서관이 분장하는 구체적인 업무를 보더라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대통령과 대기업의 불화가 있을 경우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대통령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해 주는 것이 그 업무내용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위 업무 중 그나마 근접해 보이는 것으로는 경제금융비서관의 '기업 및 금융구조 조정 관련 업무 협의·조정'이나 통상자원비서관의 '산업정책 및 현안의 협의·조정' 항목을 들 수 있으나, 이 사건과 같이 대통령이 사기업에 대하여 가지는 사적인 불신이나 불만으로 인한 갈등을 협의·조정하는 경우는 여기에 포섭하기 어렵다.
③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C비서관으로서는 대기업의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하여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사실상 필요하고 피고인이 G회사의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한 의도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볼 측면이 없지 아니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기업 자체의 문제점이나 잘못이 아니라 자신과 관계가 좋지 않다는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기업에 불이익을 주거나 그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그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E 전 대통령의 위법한 명령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
④ E 전 대통령이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 F이 G회사 부회장 자리에서 사퇴하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요구하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협박한 행위는 그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였다.
⑤ 또한 피고인이 E 전 대통령의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게 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고, 수사기관의 수사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들에게 해악을 고지했던 이상 강요죄의 고의도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5) 기대가능성이 없었는지 여부
E 전 대통령이 G회사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워 부회장인 F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한 지시는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의 의사결정의 자유 및 사기업의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지시임이 명백하다. 피고인은 대통령의 지시가 부당하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이상 C비서관으로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다른 조치를 취하여 대통령을 적법하게 보좌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상관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하다거나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의 기대 가능성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6)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①) 피고인은 F을 G회사의 경영에서 물러나게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위법함을 인식하면서도, 기업의 경영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과 C비서관의 광범위한 권한과 지위 및 기업이 느낄 부담감과 압박감을 이용하여 N, F에게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도록 압박을 가한 점, ② C비서관은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의 참모로 잘못된 결정이나 지시를 하는 경우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위치이고, 그렇게 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으며,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점, ③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책무를 방기한 채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단순히 전달하였을 뿐이라거나 자신의 행위는 G회사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등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기에 급급한 점 등을 참작하였다.
한편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①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결국 피고인에게 범행을 지시한 대통령에게 있는 점, ② 피고인의 2013. 7. 하순경 행위는 F의 부탁을 받은 N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N의 계속되는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③ 이 사건 두 차례의 요구외에 피고인이 N이나 F에게 F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참작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정상에다가 항소심에서 원심의 양형조건들을 달리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는 점을 보태어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거나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대웅
판사이완희
판사위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