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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15.10.28.선고 2015가합4212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5가합42127 손해배상(기)

원고

1. A

2. B

3. C.

4. D

5. E

6. F

7. G

8. H

9. I

10. J.

11. K

12. L

13. M

14. N

15. 0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5. 10. 7.

판결선고

2015. 10, 28.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원고 A, G의 본인들 고유의 위자료 청구 부분을 각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인용금액표,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5. 10. 7.부터 2015. 10. 2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에게 278,845,630원, 원고 B에게 246,153,846 원, 원고 C, D, E, F에게 각 80,769,230원, 원고 G에게 269,328,933원, 원고 H에게 300,000,000원, 원고 에게 200,000,000원, 원고 J에게 120,000,000원, 원고 K, L, M, N, O에게 각 13,333,333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부터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 A, G에 대한 불법구금 및 수사피고 소속의 사법경찰관들은 영장 없이, 1981. 8. 14. 원고 A을, 1981. 9. 21. 원고, G을 구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연행하였고, 위 원고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 까지(원고 A에 대하여는 1981. 9. 7., 원고 G에 대하여는 1981. 10, 15. 각 구속영장이 발부됨) 위 원고들을 불법구금한 상태로 수사를 하면서 원고들을 구타하는 등으로 가혹행위를 하였다.

나. 유죄판결 및 형의 집행

1) 원고 A은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로, 원고 G은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계엄법 위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로 각 구속기소되었는데, 1심 법원은 1982. 2. 23. 원고 A에게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및 자격정지 각 4년을, 원고 G에게 공소사실 중 일부 반공법위반죄에 대하여 무죄, 나머지 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및 자격정지 각 3년 6월을 각 선고하였다 [부산지방법원 81고단7929, 8628(병합)].

2) 위 1심 판결에 대하여 위 원고들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은 1982. 6. 26. 원심판결 중 원고 A에 대한 부분과 원고 G에 대한 유죄부분을 각 파기하고 일부 공소사실에 관하여만 유죄를 인정하여 원고 A에게 일부 죄에 대하여 징역 및 자격정지 각 1년 6월, 나머지 죄에 대하여 징역 및 자격정지 각 1년을, 원고 G에게 징역 및 자격정지 2년 6월을 각 선고하였다(부산지방법원 82도1099호, 이하 '재심대상판 결'이라 한다).

3) 위 재심 대상판결에 대하여 위 원고들 및 검사가 모두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1982, 10. 26.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위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82도1861).

4) 위 원고들은 확정된 재심대상판결에 따라 복역하다가 1983. 8. 12. 각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다. 재심 판결의 확정

원고 A, G은 2012. 8. 23. 부산지방법원에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3. 2. 27.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심리를 진행한 후 2014. 2. 13. 아래와 같은 이유로 재심대상판결 중 위 원고들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원고들에 대한 각 반공법위반,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및 원고 G에 대한 계엄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위 원고들에 대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은 각 면소판결을 선고하였고 (부산지방법원 2012재노18, 이하 '재심 판결'이라 한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2014. 9, 25. 상고가 기각되어(대법원 2014도3168) 재심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1)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의 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으로써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 후 법률의 개폐에 의하여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한다.

2) 계엄법위반의 점

원고 A, G의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반공법위반,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들이 검찰송치 이전에 수사기관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연행되어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선임권 등에 대한 고지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구금되어 범행 일체에 관하여 자백할 것을 강요받아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였고, 이후 검사의 위 원고들에 대한 피의자신문 또는 진술서를 받는 단계에서도 그러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경찰에서와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으므로 검사 작성의 위 원고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검사 관여하에 작성된 자술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① 위 원고들은 연행 이후 오랜 기간 독방에 갇혀서 범행에 관한 자술서 작성을 강요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a) 위 원고들 및 다른 피고인들이 연행된 때로부터 최초로 자백취지의 자술서를 쓰기까지 기간이 상당하고 그 자술서 작성도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점, (b) 위 원고들이 최초로 자백하는 취지의 자술서를 작성하자마자 수십 가지의 범죄 내용에 대해 사람이 기억해내기 힘든 세세하고 정확한 부분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써야 쓸 수 있는 분량의 자술서를 수일간 연속하여 작성한 점, (c) 위 원고들이 최초 연행되었을 때부터 위 자술서를 작성하기 전까지 수차례 조사를 받았을 것임에도 그 사이에 작성된 수사자료는 전혀 제출되지 않았고(이에 관하여 위 원고들은 일관하여 자신들이 범행을 강하게 부인하였으나, 그러한 내용으로 자술서를 작성하면 조사관이 찢어버리고 다시 고문하기 시작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자신들과 다른 공범들의 범행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자술서를 모두 작성한 후에야 위 원고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 등이 위 원고들의 위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부분의 증인들도 자술서를 쓸 당시 수사관으로부터 위 원고들 스스로 자술서를 썼으니 그 내용을 따라 쓰도록 요구받거나,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의자로서 조사받을 수가 있다는 식으로 강요를 당하여, 사실이 아님에도 위 원고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작성하였다며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내용을 번복한 점에 비추어, 당시 경찰의 참고인에 대한 조사 태도 역시 강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위 원고들을 포함한 피고인들이 수일에 걸쳐 작성한 자술서의 내용과 경찰

· 검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이 거의 동일하고, 자술서끼리도 서로 공모한 범행에 관한 경우 작성자의 개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동일하다.

④ 원고 A은 1981. 8. 14. 연행되어 1981. 8. 20. 최초의 자백 자술서를 작성하였고, 1981. 9. 7.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원고 G은 1981. 9. 21. 연행되어 1981. 10. 5. 최초의 자백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1981. 10. 15.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나) 참고인 진술조서, 진술서 등은 참고인들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진술을 행하였다고 볼 수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

다) 증거로 제시된 압수물들은 영장주의에 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불과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라. 형사보상 위 재심판결 확정 후 원고 A, G은 부산지방법원에 형사보상 청구를 하였고, 위 법원은 2015. 2. 2. 형사보상금으로 원고 A에게 151,923,600원, 원고 G에게 144,004,400원을 각 지급하는 내용(각 구금일수 1일당 208,400원으로 법률상 형사보상금의 상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의 형사보상결정을 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4코2831).

마. 원고들의 관계

원고들 및 망 P, Q의 관계는 별지 인용금액표 관계란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제3호증의 2, 제5호증의 1 내지 제7호증의 3, 제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본안전 항변

원고 A, G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 상법'이라 한다)에 따른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모든 피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었으므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민주화보 상법에서 정한 바와 같이,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로서 민주화운동관련자(이하 '관련자'라고 한다)로 심의·결정된 자 또는 민법에 의한 관련자의 재산상속인인 유족이 보상금·의료지원금 · 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고 한다)을 신청하여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 회'라 한다)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관련자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에 의하여 불법체포·구금된 후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그에 기하여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함으로써 입은 피해 역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도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비록 위와 같은 사유를 이유로 나중에 형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그 부분 피해를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전원 합의체판결 참조).

그러나 관련자의 친족이 피고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본인들 고유의 위자료와 관련자의 친족으로부터 상속받은 위자료를 구하는 경우는 관련자 본인에게 발생한 고유의 손해배상청구권과 다른 별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관련자 본인이 민주화보상법에서 따라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에 동의하여 이를 수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규정한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3다218767 사건 참조).

2) 판단

이 사건 소로써 ① 원고 A은 자기 고유의 위자료 400,000,000원 및 부(父)인 망 P의 위자료 200,000,000원 중 상속받은 위자료 30,769,230원에서 형사보상금으로 지급받을 151,923,600원을 공제한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② 원고 B은 자기 고유의 위자료 200,000,000원 및 남편인 망 P으로부터 상속받은 위자료 46,153,846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③ 원고 C, D, E, F는 각 자기 고유의 위자료 50,000,000원 및 각 부(父)인 망 P으로부터 상속받은 위자료 30,769,23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④ 원고 G은 자기 고유의 위자료 400,000,000원 및 모(母)인 망 Q의 위자료 100,000,000원 중 상속받은 위자료 13,333,333원에서 형사보상금으로 지급받을 144,004,400원을 공제한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⑤ 원고 H는 자기 고유의 위자료 30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⑤ 원고 I은 자기 고유의 위자료 20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⑦) 원고 J은 자기 고유의 위자료 100,000,000원 및 처(妻)인 망 Q로부터 상속받은 위자료 2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⑧ 원고 K, L, M, N, O는 각 모(母)인 망 Q로부터 상속받은 위자료 13,333,333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각 구하고 있다.

살피건대, 을 제1호증의 1 내지 제3호증의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A은 2001. 10. 17., 원고 G은 2001. 9. 12. 각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관련자로 인정되었고, 위 위원회에 생활지원금 지급을 신청하여 위 위원회로부터 원고 A은 29,303,640원, 원고 G은 25,252,620원의 각 생활지원금 지급 결정을 받고 '신청인은 그 보상금 등을 받을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화해 계약하는 것이며,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할 것임을 서약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동의 및 청구서를 제출한 후, 원고 A은 2005. 9. 30., 원고 G은 2005. 12. 7. 각 위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 A, G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관련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모두 민주화보상법에서 정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해당하므로, 위 원고들이 보상심의위원회의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에 각 동의한 이상 이에 대하여도 이에 대하여도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소 중 위 원고들 고유의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반면, ① 원고 A의 망 P으로부터 상속받은 망 P 고유의 위자료에 관한 청구, ② 원고 B, C, D, E, F의 각 자기 고유의 위자료와 망 P으로부터 상속받은 망 P 고유의 위 자료에 관한 청구, ③ 원고 G의 망 Q로부터 상속받은 망 Q 고유의 위자료에 관한 청구, ④ 원고 HH, I의 각 자기 고유의 위자료에 관한 청구, ⑤ 원고 J의 자기 고유의 위 자료와 망 Q로부터 상속받은 망 Q 고유의 위자료에 관한 청구, ⑤ 원고 K, L, M, N,0의 망 Q로부터 상속받은 각 망 Q 고유의 위자료에 관한 청구 부분은 적법하므로, 이 부분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1)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소속의 사법경찰관들은 헌법형사소송법에 정해진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원고 A, G을 체포 내지 구금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혹행위를 하여 허위자백을 받아내었고, 이를 기초로 공소제기가 이루어지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는바, 이와 같은 일련의 공권력 행사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에 따라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그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재심판결의 판결 이유에서 알 수 있는 사정 및 그 당시 수사기관의 수사관행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원고들이 불법감금되어 수사를 받던 중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수사기관의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

2)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A, G에 대한 피고의 불법행위는 1981년경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 소는 원고들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을 경과한 이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소는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나 형사보상청구확 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제기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기간이 역수상 이미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받아들여질 수 없다면 결국 피고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한다.

소멸시효 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어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에도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그 경우에도 장애가 해소된 때에는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고, 그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하며,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매우 특수한 개별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으나 뒤늦게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밝혀지고,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재심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그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채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 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는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권리의 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날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 A, G은 2012. 8. 23. 부산지방법원에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14. 2. 13. 위 원고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 및 면소판결을 선고한 사실, 위 재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 재심판결은 2014. 9. 25. 그대로 확정된 사실, 위 원고들은 위 재심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인 2015. 3. 11.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A, G에 대한 재심 판결이 확

정된 2014. 9. 25.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원고들이 그러한 장애사유가 소멸된 재심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1) 위자료의 액수

가)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직 업·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에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사회적 지위·연령, 사고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한다(대법원 2009. 12. 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한편,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변론종결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시에 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그 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한 배상이 변론종결시까지 장기간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피고 소속 공무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에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 · 예방할 필요성 등도 그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2013. 1. 13. 선고 2010다53419 판결,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및 이 사건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유사한 국가배상판결에서의 위자료 인정금 액과의 형평성, 이 사건 불법행위가 일어난 시기 및 그 시대적 상황,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가 원고 B, C, D, E, F, H, I, J 내지 망 P, Q에게 지급할 그들 고유의 위자료 액수를 별지 인용금액표, 고유위자료란 기재와 같이 정한다(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K, L, M, N, O는 자신들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으므로 위 원고들에 대한 고유의 위자료 액수는 따로 정하지 아니한다).

① 원고 A, G은 피고 소속 사법경찰관들에 의하여 구금된 상태에서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혐의를 자백하게 되었고, 그 이후 재판을 거쳐 원고 A은 729일, 원고 G은 691일 동안 구금되어 있으면서 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 A, G의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은 위 원고들이 구속되어 재판을 거쳐 유죄확정판결을 받음으로써 큰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상당한 사회적 냉대 및 신분상의 불이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불법행위 당시 원고 A은 만 22세, 원고 G은 만 29세였고, 원고 1은만 1세가 되지 않은 갓난 아기였다. (④ 피고의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여서야 비로소 위자료 배상이 이루어지게 되어 장기간 배상이 지연되었다(특히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약 34년 이 경과한 시점에서 위자료 배상이 이루어지게 됨에 따라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하게 되었다).

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기본적인 책무로 삼아야 할 국가권력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불법체포·구금, 수사, 가혹행위가 저질러지고, 허위자백을 기초로 공소를 제기하여 장기간 동안 구금되어 있게 하거나 형의 집행을 받도록 한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로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될 범죄이다.

2) 상속관계

갑 제6호증의 2, 제7호증의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A의 부(父) P이 2012. 5 8., 원고 G의 모(母) Q가 2011. 10. 21. 각 사망한 사실, 위 각 사망 당시 망 P의 상속인으로는 처인 원고 B, 자녀들인 원고 A, C, D, E, F가 있었고, 망 Q의 상속인으로는 남편인 원고 J, 자녀들인 원고 G, K, L, M, N, O가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 P의 위자료 100,000,000원은 법정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원고 B이 23,076,923원(= 100,000,000원 × 3/13,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원고 A, C, D, E, F가 각 15,384,615원(= 100,000,000원 × 2/13)을 각 상속하였고, 망 Q의 위자료 85,000,000원은 원고 J이 17,000,000원(= 85,000,000원 × 3/15), 원고 G, K, L, M, N, O가 각 11,333,333원(= 85,000,000원 × 2/15)을 각 상속하였다. 3) 형사보상금의 공제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A, G의 청구 중 자신들 고유의 위자료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청구는 망 P, Q로부터 상속받은 위자료에 관한 부분이므로, 위 원고들이 지급받을 위자료 액수에서 위 원고들이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따로 공제하지 아니한다.

4)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위자료를 산정할 때에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발생한 일체의 사정이 그 참작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도 변론종결 시의 것을 반영해야만 하는데,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도 덮어놓고 불법행위 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에는 현저한 과잉배상의 문제가 제기되므로, 이런 경우의 위자료 배상 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참조), 원고 A, G이 불법구금된 1981. 8. 내지 9.경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시인 2015. 10. 7.경까지 34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통화가치와 물가, 국민소득수준 등이 현저히 변동 내지 상승하였고,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 액수 또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정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위자료 원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위 변론종결시인 2015. 10. 7.부터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인용금액표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5. 10. 7.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5. 10. 2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이 사건 소 중 원고 A, G 본인들 고유의 위자료(각 400,000,000원)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 각하하고, 위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 및 나머지 원고들의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창형

판사장성욱

판사박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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