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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2019. 9. 18. 선고 2016나51085 판결
[손해배상(기)] 상고[각공2019하,999]
판시사항

갑은 을 유한회사와 병 주식회사가 제조 및 판매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던 중 기침 등 증상이 발생하였고,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폐의 진단적 영상상 이상소견이 있다는 진단 등을 받고 현재까지 치료 중에 있는바, 최초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발생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질병관리본부 산하 폐손상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갑에 대하여는 ‘가능성 낮음(3등급)’ 판정이 내려졌으나, 이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갑 또한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건강피해 발생 간에 의학적 개연성이 인정된다’는 등의 일정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상 구제급여 상당 지원 대상자로 인정되어 월 일정액의 급여를 지급받고 있는데, 갑이 가습기살균제에는 폐 등 호흡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olyhexamethylene guanidine)이 함유되어 있는데도 을 회사와 병 회사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하면서 그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표시한 것을 이유로 을 회사와 병 회사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법상 가습기살균제의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회사와 병 회사가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에는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하여 갑이 신체에 손상을 입었으므로, 을 회사와 병 회사는 제조물 책임법 제3조 , 제5조 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은 갑에 대하여 그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은 을 유한회사와 병 주식회사가 제조 및 판매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던 중 기침 등 증상이 발생하였고,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폐의 진단적 영상상 이상소견이 있다는 진단 등을 받고 현재까지 치료 중에 있는바, 최초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발생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질병관리본부 산하 폐손상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갑에 대하여는 ‘가능성 낮음(3등급)’ 판정이 내려졌으나, 이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라 한다)이 제정되고 갑 또한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건강피해 발생 간에 의학적 개연성이 인정된다’는 등의 일정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상 구제급여 상당 지원 대상자로 인정되어 월 일정액의 급여를 지급받고 있는데, 갑이 가습기살균제에는 폐 등 호흡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olyhexamethylene guanidine, 이하 ‘PHMG’라 한다)이 함유되어 있는데도 을 회사와 병 회사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하면서 그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표시한 것을 이유로 을 회사와 병 회사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법상 가습기살균제의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갑은 정상적인 용법으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오다가 기침 등의 증상이 생겼고, 폐손상에 관련된 진단을 받은 점, 가습기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PHMG 입자는 그 독성학적 성상 때문에 하기도와 폐포에 일정한 자극을 주는데, 갑의 폐의 진단적 영상 결과에서도 이상소견이 있고, 갑을 최근까지 치료한 병원 등에서 갑의 증상에 대하여 가습기 세정액과의 연관 가능성이 있다고 본 점, 통상적으로 감염성 폐질환은 스테로이드 등 약물 투여로 증상이 완화되는 반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에게 발생한 폐손상의 경우에는 기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데, 갑의 경우에도 폐섬유화와 관련된 세균, 진균 및 바이러스성 병원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조직병리학적, 임상적 소견도 감염성 질환과 부합하지 않은 점,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 및 연구 결과 집단적 중증 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데 이어서 동물흡입독성실험을 시행하여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의 연관성이 확인된 중간 및 최종실험 결과를 발표한 점, 갑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상 구제급여 상당 지원 대상자로 인정된 점 등에 비추어 가습기살균제에 PHMG를 사용한 설계상의 결함이 존재하며, 또한 가습기는 건강에 취약한 어린아이나 임산부,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하거나 수분조절 능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가습기에서 분사되는 입자들이 호흡기로 들어와 인체에 흡입되기 쉬운 환경이므로 그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점, 을 회사와 병 회사는 PHMG가 흡입독성 여부에 대하여 안전하다고 판단받지 않은 물질인데도 이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의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표기하여 갑을 비롯한 사용자들로 하여금 가습기살균제가 마치 부작용이 전혀 없거나 제품의 안전기능이 완전하여 추가적인 안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기대를 하게 한 점 등에 비추어 가습기살균제에는 표시상의 결함도 존재하므로, 을 회사와 병 회사는 제조물 책임법 제3조 , 제5조 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은 갑에 대하여 그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화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진 외 1인)

변론종결

2019. 8. 14.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2. 26.부터 2019. 9. 1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2. 2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이 법원에서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피고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이하 ‘피고 옥시’라 한다)는 가습기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한 회사이고, 피고 주식회사 한빛화학(이하 ‘피고 한빛화학’이라 한다)은 화학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피고 옥시로부터 가습기살균제의 제조를 의뢰받아 제조·납품한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07. 11.경부터 2011. 4.경까지 매년 11월경부터 4월경까지 사이에 피고들이 제조 및 판매한 ‘○○○○ △△△ □□□□□’이라는 상품명의 가습기살균제(이하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라 한다)를 사용하였는데, 사용기간 중 기침 등 증상이 발생하였고,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세균성 폐렴, 상세불명의 사이질성 폐질환 소견으로 2010. 5. 10.부터 치료를 받다가 2010. 9.경부터 ☆☆☆☆☆☆☆병원에서 폐질환 소견으로 수차례 입원 내지 통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2013. 5. 9.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섬유증을 동반한 기타 간질성 폐질환, 폐의 진단적 영상상 이상소견 등의 진단을, 2017. 11. 20.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폐의 진단적 영상상 이상소견이 있다는 진단을 각 받았고, 현재까지 치료 중에 있다.

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병관리본부’라 한다)는 2011. 4.경 ▽▽▽▽병원으로부터 원인미상의 중증 폐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고 및 조사요청을 받아 역학조사를 실시하였고, 가습기살균제와의 관련성이 문제 되자 역학조사를 실시하였으며, 2011. 8. 31. 환자-대조군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 사용집단에서 원인미상 폐손상의 발생 가능성이 미사용 집단에 비해 47.3배 높게 나타났다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또한 위 역학조사 외에도 예비독성실험을 통해 일부 가습기살균제 제품에서 역학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폐세포 손상을 확인하고,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호흡기에 침투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중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민들에게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자제하고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가습기살균제의 출시를 자제토록 권고하였다.

질병관리본부는 더 나아가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원인미상 폐손상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위하여 세포독성실험 및 동물흡입독성실험을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는 정상 폐세포에 독성 반응을 나타냈으며, 폐섬유화를 유발할 수 있는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어 2011. 11.경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하고, 수거를 명령하였다.

라.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폐손상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어 건강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고사례들에 대하여 임상판정과 환경조사를 바탕으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발생 여부를 판정하기 위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조사’라 한다). 구체적으로는 2012. 12.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고, 2013. 7.경부터 같은 해 9.경까지 검진 및 환경조사를 수행하였으며, 2013. 9.경부터 같은 해 11.경까지 판정절차를 진행하였다. 판정결과는 ‘가능성 거의 확실함(1등급)’, ‘가능성 높음(2등급)’, ‘가능성 낮음(3등급)’, ‘가능성 거의 없음(4등급)’, ‘판단 불가능’으로 제시되었다.

마. 이 사건 조사 결과 2014. 3. 10. 원고는 ‘거주환경에 대한 환경노출 평가와 원고가 제출한 임상자료 판독에 근거하여 판정하였을 때, 원고의 질병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의 폐질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3등급으로 판정되었다. 위 3등급은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된 사례로, 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폐질환이 발생하고 진행하는 과정의 일부를 일정 시점에서의 병리조직검사, 영상의학검사, 또는 임상소견 등을 통해 의심할 수 있어 가습기살균제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그 전체적인 진행경과가 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폐질환의 발생 및 진행과 일치하지 않아 다른 원인들을 고려할 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의 폐질환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다.

위 판정에 대하여 원고는 2014. 7.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재심사에서도 3등급으로 판정되었다.

바. 질병관리본부는 2014. 3. 11.경 이 사건 조사 결과 1, 2등급으로 판정받은 사람들에 대하여만 의료비, 장례비 등 정부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및 건강관리계획을 확정했다. 반면 원고를 포함한 3등급으로 판정받은 사람들에 대하여는 정부지원금이 구상권 행사를 전제로 하는 것임을 이유로 정부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 판정과 구제급여지원은 환경보건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다가 2017. 2. 8. 제정되고, 2017. 8. 9. 시행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라고만 한다)에 포함되었다.

사. 그러나 이후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신청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구제급여와 별도로 특별구제계정을 만들어 구제계정운용위원회 심의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신청자의 건강피해 발생 간에 의학적 개연성이 인정될 것,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건강피해 발생 간에 시간적 선후관계가 확인될 것, 건강피해의 정도가 중증이거나 지속적일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구제급여에 상당하는 지원을 해주기로 하였고, 원고는 2017. 10. 27.자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 특별법 제32조 제2호 에 따라 구제계정운용위원회에서 구제급여 상당 지원 대상자로 인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2018. 5.경부터 월 973,707원의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아. 한편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범위를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인정받은 사람 외에 구제계정운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구제급여에 상당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받은 사람을 추가하는 것으로 넓히고, 구제급여 지급 시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대위를 전제로 한다는 내용을 삭제하며, 환경부장관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조항을 강행규정에서 임의규정으로 수정하는 내용으로 특별법을 개정하고 2019. 2. 15. 시행하였다.

자. 환경부는 2019. 5. 27. 원고에 대한 환경노출조사 결과 원고가 가습기살균제 노출확인자에 해당한다고 통보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11, 12, 15, 17, 21, 24, 26, 38, 69 내지 83, 93, 9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는 폐 등 호흡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olyhexamethylene guanidine, 이하 ‘PHMG’라 한다) 성분이 함유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하면서 그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표시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제조자로서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으로 인하여 신체에 손해를 입은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

원고는 이 사건 조사 결과 3등급 판정을 받은 자로 원고의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현재 병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3. 제조물책임의 성립

가. 설계상의 결함 유무

1)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인바,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하는 소위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등 참조). 또한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하였는지, 발생한 손해가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측으로서는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등 일응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되었음에도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88870 판결 등 참조).

2) 판단

제조물 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해당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 참조]를 의미하는바, 이에 비추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설계상의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여부를 주1) 살펴본다.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갑 제13, 20, 88 내지 90, 9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PHMG를 사용한 설계상의 결함이 존재한다고 보인다.

①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 물을 채울 때 함께 10ml 정도를 넣어주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원고는 위와 같은 정상적인 용법으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오다가 기침 등의 증상이 생겼고, 폐손상에 관련된 진단을 받게 되었다.

②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주요 성분은 PHMG인데, 가습기를 통해 분무된 물방울들이 공기 중으로 기화하면 물방울에 녹아 있던 PHMG가 응결하면서 입자를 형성하게 된다. PHMG 입자는 그 크기가 매우 작아 코 등 상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하기도 내지는 폐포 깊숙이 들어가 침착하게 되며, 그 독성학적 성상 때문에 하기도와 폐포에 일정한 자극을 주게 된다. 자극으로 인한 증세가 급속히 진행하면서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진단(오인)되거나 섬유화가 함께 진행하여 폐가 전체적으로 굳어져 심한 급성 호흡부전 양상을 보이며 일반적인 인공호흡기 치료 등에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기도저항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폐포에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우 세게 힘이 가해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높아진 압력으로 인해 폐포가 찢어지면서 공기가 새어 나와 폐기종, 종격동기종, 피하기종 등이 함께 발생하고, 한편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망하게 되며, 사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말단기관지 부위를 중심으로 섬유화된 소견이 남게 되어 소엽중심성 음영 소견이 영상의학 검사에서 관찰되게 된다. 원고의 폐의 진단적 영상 결과에서도 이상소견이 있고, 원고를 최근까지 치료한 ☆☆☆☆☆☆☆병원 등에서는 원고의 증상에 대하여 가습기 세정액과의 연관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③ 통상적으로 감염성 폐질환은 스테로이드 등 약물 투여로 증상이 완화되는데,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에게 발생한 폐손상의 경우에는 기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 원고의 경우에도 폐섬유화와 관련된 세균, 진균 및 바이러스성 병원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조직병리학적, 임상적 소견도 감염성 질환과 부합하지 않는다(갑 제96호증, 한편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당초 원고는 2010. 6. ◇◇병원으로부터 상세불명의 세균성 폐렴으로 진단을 받았으나 당시 가습기살균제와의 연관 가능성이 전혀 문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밀검사를 거치기 전의 진단이어서 위 결과만으로 원고가 감염성 폐질환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④ 질병관리본부는 2011. 8.경 역학조사 및 연구 결과 집단적 중증 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데 이어서 동물흡입독성실험을 시행하여 2011. 11. 및 2012. 2.경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의 연관성이 확인된 중간 및 최종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다.

⑤ 원고는 구제계정운용위원회에서 구제급여 상당 지원 대상자로 인정되었다. 구제계정운용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노출 및 역학·독성학 연구를 보고받고,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와 관련성이 높은 성인 간질성 폐질환 등 4개 질환을 특별구제계정 대상 질환으로 선정하였는데 기존 건강피해 인정질환이 소엽중심성 섬유화를 동반한 폐질환이었다면, 위에서 새롭게 인정된 간질성 폐질환은 폐의 간질을 주로 침범하는 비종양성, 비감염성 질환이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32조 에 의한 구제급여 상당 지원 인정기준으로는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신청자의 건강피해 발생 간에 의학적 개연성이 인정될 것,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건강피해 발생 간에 시간적 선후관계가 확인될 것, 건강피해의 정도가 중증이거나 지속적일 것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원고의 경우 이에 충족됨이 확인되었다.

⑥ 피고들의 전 임원, 연구소 직원 등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으로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2017노242호 , 대법원 2017도12537호 ).

⑦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일응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추단할 수 있고 원고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정상적인 용법으로 사용하였는데도 신체에 손상을 입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원고의 손해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고 주2) 있으므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하자가 존재하고 그 하자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된다.

나. 표시상의 결함 유무

1) 관련 법리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2다17333 판결 등 참조).

2) 판단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 또는 그 밖의 표시를 하였더라면 해당 제조물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하는바[ 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 (다)목 ],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용기에 기재된 문구가 표시상의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갑 제3호증의 기재 및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용기에는 ‘가습기 청소를 간편하게, 살균 99.9% -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균, 정화 기능이 있는 가습기를 사용하더라도 가습기는 습기가 높아 세균이 쉽게 번식합니다. 세균이 번식하면 물때 또한 쉽게 끼게 됩니다. 가습기의 수증기는 직접 들이마시므로 자칫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호흡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세균 번식을 억제하기 위하여 물을 매일 갈아주더라도 2~3일에 한 번씩은 청소가 필요합니다. ○○○○ □□□□□을 사용하면 세균번식을 막고 곰팡이 물때를 방지하여 주어 가습기 청소가 쉬워집니다’ 등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는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한다고 보인다.

①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 물을 교체할 때 가습기 물에 넣어 사용하게 되는데, 가습기는 일반적으로 수분을 조절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건강에 취약한 어린아이나 임산부,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하거나 수분조절 능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가습기에서 분사되는 입자들이 호흡기로 들어와 인체에 흡입되기 쉬운 환경이므로 그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② 피고들은 PHMG가 흡입독성 여부에 대하여 안전하다고 판단받지 않은 물질인데도 이를 포함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표기하여 원고를 비롯한 사용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가 마치 부작용이 전혀 없거나 제품의 안전기능이 완전하여 추가적인 안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기대를 하게 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PHMG가 폐손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③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자들은 위 제품의 안정성이나 유해성 등을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워 전적으로 피고들이 제시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 용기에 기재된 표시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는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제조물 책임법 제3조 , 제5조 에 따라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은 원고에 대하여 그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

4. 손해배상의 범위

가. 원고는 당초 소송물에 따른 청구금액을 구분하지 않은 채 기왕치료비로 5,229,634원에 추가로 446,300원, 간병비로 약 180만 원이 지출되었고, 향후 치료비가 13,389,000원이 예상되는 점, 위자료로 원고 몫 500만 원, 원고의 배우자 몫 200만 원, 원고의 두 자녀와 시모 몫 총 150만 원이 적당한 점, 교통비 1,081,366원이 지출된 점 등을 고려하여 3,000만 원을 구한다고 하였는데,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원고 대리인이 당심 변론종결 후 위자료만 구하는 취지의 참고서면을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할 손해의 범위를 위자료에 한정한다.

나. 나아가 위자료 액수를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들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가 무해하다는 객관적인 실증자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체에 안전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여 그 안전성을 믿고 구입한 원고에게 폐손상이라는 피해를 발생시켰고 그로 인해 원고가 현재까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 피고들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와 원고의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만을 할 뿐 원고에 대한 보상이나 진심 어린 반성을 하고 있지 않은 점, 원고가 이 사건 소에서 원고 본인이 아닌 가족의 위자료를 구할 수는 없는 점, 원고가 이 사건 조사에서 3등급 판정을 받았고 뒤늦게 구제급여 상당 지원 대상자로 인정되어 매월 일정액의 급여를 지급받게 된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를 500만 원으로 인정한다.

다.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5. 2. 26.부터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9. 9. 1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법정이율을 연 20%에서 연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이 2015. 9. 25. 개정 공포되어 2015. 10. 1.부터 시행되었고, 위 시행 당시 이 사건 제1심의 변론이 종결되지 아니하였으므로 2015. 10. 1.이 경과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은 연 15%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위 원고들의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은 기각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들에 대하여 이 법원에서 인정한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원근(재판장) 이환기 정성화

주1) 원고는, 피고들이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다는 사정 등 설계상의 결함을 구체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으나, 인체에 유해한 위험물질인 PHMG를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에 사용한 것 자체를 설계상의 결함으로 보는 듯 하다.

주2) 질병관리본부가 2011. 8. 31.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가습기살균제 사용 및 출시를 자제하도록 권고하자, 피고 옥시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최종조사 결과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받을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에 유리한 실험결과를 확보하기 위하여 피고 옥시는 ◎◎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소외인에게 ‘피고 옥시가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가족의 법적 저항을 방어하기 위하여 실험을 시행하려 하니 피고 옥시에 유리한 방향의 실험과 연구를 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하며 금원을 지급하기도 하였고, 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하여 소외인에 대하여 배임수죄 등의 죄로 징역 1년 4월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합616호, 서울고등법원 2016노3411호, 대법원 2017도59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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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수원지방법원용인시법원 2015.12.24.선고 2015가소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