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노3411 배임수재,사기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이철희(기소), 김승언, 허준(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B
담당변호사 C
변호사 BG.
판결선고
2017. 4, 19.
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가) 배임수재의 점
① 주식회사 G(2005. 6. 1.경부터 2011. 12. 11.경까지 주식회사 G, 2011. 12. 12.경부터 현재까지 유한회사 G로 변경되었다. 이하 'F'라 한다)와 D대학교 산학협력단 간에 체결된 'L 관련 업무' 연구계약(이하 '이 사건 연구계약'이라 하고, 이에 기하여 수행되는 연구를 '이 사건 연구'라 한다)과 피고인과 F 측간에 체결한 자문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자문계약'이라 한다)는 별개의 계약이므로, 피고인이 F 측으로부터 이 사건 자문계약에 기하여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돈은 정당한 자문의 대가일 뿐, 부정한 청탁의 대가가 아니다.
② 이 사건 연구계약은 사적 계약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연구책임자로서 D대학교에 대하여 부담하는 신임관계는 이 사건 연구계약의 목적달성과 이행을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이어서 피고인이 이 사건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고도의 청렴성과 객관성이 요구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은 자신에게 허용된 학문과 지식,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연구와 실험조건에 따라 과제를 수행하였고 F에게 유리한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연구와 실험조건을 조작하거나 실험결과를 왜곡한 사실이 없으므로, 연구책임자로서 지켜야 할 신임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연구계약과 같은 도급 계약에 있어서는 불법이 아닌 이상, 도급인이자 의뢰인인 F의 계약 의도와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결과와 성과를 제공하는 것이 계약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D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대하여 어떤 임무위배가 있었다거나 신임 관계를 저버린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③ 피고인은 F로부터 F에 유리한 실험결과가 나오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명시·묵시적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그러한 부정한 청탁을 인식 인용하고 이 사건 자문료를 받기로 한 적이 없다. 피고인이 2012. 9. 19. 작성·제출한 'AN' 최종보고서(이하 '이 사건 최종보고서'라 한다)는 과학적 실험과 학문적 연구발표의 자유의 허용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F에게 유리한 자료로 이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F에게 유리한 실험결과가 나오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명시·묵시적 청탁을 받았다고 추론할 수 없다.
(④ 피고인은 F 측에 이 사건 연구 용역 외에 별도로 자문을 제공하였고, 수수한 자문료도 과다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자문료를 수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사기의 점
(1) 연구인건비 명목 사기의 점이 사건 연구 계약은 그 명의는 D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 되어 있으나 계약의 교섭, 협상 및 체결부터 급부이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피고인이 주도하였거나 주도할 것을 예정하고 있어, 이 사건 연구계약의 급부이행을 위한 인력 활용은 전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와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었던 점,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2) [이하 '범죄일람표(2)'라 한다] 기재 연구원들은 아산시 N에 있는 D대학교 내 피고인의 연구실(이하 '이 사건 연구실'이라 한다)에서 실험실 유지 관리, 실험기기 청소, 시약 구매, 문서 작성, 데이터 관리, 문서 수발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연구원들로서 이 사건 연구 수행에 간접적으로 참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피고인은 실제로 이들에게 연구비 명목의 급여를 지급하였던 점, D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서는 전체적으로 아무런 손해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인건비를 기망하여 편취하였다거나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연구기자재비 명목 사기의 점이 사건 연구계약의 급부이행을 위한 장비의 조달, 활용은 전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와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었던 점,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3)[이하 '범죄 일람표(3)'이라 한다] 기재 기자재들을 모두 피고인의 이 사건 연구에 필요한 장비였고 실제로도 위 연구 수행에 사용되었던 점, 피고인이 위 기자재 구매·임차를 통해 개인적 이득을 취득한 바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연구기자재비를 기망하여 편취하였다거나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 4월, 추징 2,400만 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배임수재의 점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F 측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합계 2,400만 원(이하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이라 한다)은 자문료로서의 성질과 F 측에 유리한 방향의 실험·연구를 해 달라는 묵시적 청탁의 대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갖는다고 판단하였다.
가) 신임관계의 내용 및 요구되는 청렴성의 정도
대학교수가 외부기관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대학교 또는 그 산학협력 단 이름으로 실험·연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 업무의 주체인 해당 대학교에 대하여 실험과 연구의 공정성, 객관성, 적정성 및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유지하여야 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 특히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 여부가 갖는 사회적 중 요성과 관심의 정도, 이 사건 연구의 시기와 경위, 목적과 내용 등을 고려 보면, 이 사건 연구는 통상의 다른 실험 연구업무에 비하여 고도의 청렴성과 객관성이 요구되었다. 나) 부정한 청탁 및 그 대가 수수의 동기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F 측 관계자들로서는 피고인에게 F 측에 유리한 방향의 실험과 연구를 조건으로 금품을 제공할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
(1) F는 가습기살균제가 집단적인 중증 폐손상의 원인으로 확정될 경우 회사 이미지와 신뢰도가 크게 실추되고 피해자 측으로부터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할 위기에 직면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유리한 실험·연구결과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었다.
(2) 피고인은 2011. 8. 26.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및 원료공급업체를 대상으로 개최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병관리본부'라 한다)의 사전설명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하여 곰팡이를 비롯한 다른 원인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을 반박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F는 피고인을 자사 측에 유리한 의견을 제시해 줄 전문가로 인식하게 되었다.
(3) 이 사건 연구계약은 L에 대한 검토 및 자문위원회 운영 등을 실험 연구과제로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은 그 독성과 노출 정도를 종합하여 평가하는 점, 피고인 스스로 검찰에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이 밝혀지면 보상수준을 정함에 있어 노출 정도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실제 피고인의 이 사건 최종보고서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판매책임에 관한 민·형사사건에서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독립된 자료로 사용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시행한 노출평가실험 자체로도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 판단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4) F 측 입장에서 볼 때, GLP(Good Laboratory Practice, 우수실험실운영기준) 기관으로서 실험 연구에 관한 엄격한 제한을 받는 이하 이라 한다]은 실험 연구결과의 권위가 있는 만큼, F 측 편의를 부탁하기 어려운 반면, 대학교수인 피고인은 상대적으로 연구 의뢰자인 F 측 편의를 들어주기 수월한 입장에 있었다.
(5) F 측 관계자들은 의 4주 흡입독성실험에서 자사 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그 실험보고서의 승인을 미루고 [과의 흡입독성실험 위탁계약을 파기하여 13주 흡입독성실험이 진행되지 못하게 한 점에 비추어 보면, F 측 관계자들은 유리한 실험 연구결과만을 기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이 사건 연구 경과 및 최종보고서 결론 부분의 객관성 부족
(1) F는 2011. 9. 1.경 폐손상 환자 또는 그 가족들의 민·형사책임 추궁 가능성에 대비해서 자사 측에 유리한 실험결과를 확보하기 위하여 질병관리본부의 흡입독성 실험과 별도로 권위 있는 연구기관에 흡입독성실험을 의뢰하기로 결정하였다. 피고인은 흡입독성실험 의뢰 결정과 그에 기한 전체적인 실험계획 수립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하면서 F 측 목적을 잘 알고 있었다.
(2) 당초 이 사건 연구에서 노출평가실험은 I 흡입독성실험의 조건 및 실험방법 설정에 필요한 참고자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1차례 시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피고인은 2011. 10, 17.경부터 2011. 10. 25.경까지 노출평가실험(이하 '가을철 노출평가실험'이라 한다)을 시행한 후 그 실험결과를 I에 제공함으로써 요구된 노출평가실험 과제를 완수하였다. 피고인이 노출평가실험을 추가로 할 필요는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예정에 없던 추가 노출평가실험(이하 '겨울철 노출평가실험'이라 한다)을 2012. 1. 30.부터 2012. 2. 29.까지 시행하여 겨울철이 가을철에 비해 PHIMG 농도가 현저히 낮게 측정된 실험결과를 가지고 이 사건 최종보고서를 작성하였다.
(3)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들(원심 판결문 제13면 제12행부터 ~ 제19면 첫 행까 지)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피고인이 F에 우호적인 입장에 서서 노출평가실험 결과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신중한 검토 없이 이 사건 최종보고서 결론 부분에 집단적 중증 폐손상 원인이 곰팡이 등 바이오에어로졸(bioaerosol)1)일 수도 있다는 취지로 F 측에 유리한 의견을 기재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노출평가실험이 비슷한 실내(아파트) 환경에서 시행되었음에도, 겨울철이 가을철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PHMG 농도가 측정되었다.는 실험결과는 그 객관성·적정성에 의심이 든다. 그러나 센서를 통하여 분 단위로 컴퓨터에 자동 입력되는 온·습도 데이터상 환기율 등이 조작되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달리 피고인이나 실험수행자(피고인의 처 AI)가 실험결과를 조작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검사도 피고인의 최종보고서 작성 행위에 대하여 증거위조죄로 기소하지 아니하였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연구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PHMG의 독성 및 질병관리본부 흡입독성실험 방법 등에 관하여 F에 유리한 내용의 자문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였다.
라)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의 지급 경위와 시기, 금액 및 지급방법 등
(1) 이 사건 연구계약과 자문계약은 동시에 추진되었고, 늦어도 J이 피고인을 상대로 계약금액과 실험내역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2011. 9. 7.경에는 이 사건 연구계약의 체결이 사실상 확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2) 이 사건 자문계약 상 자문기간 및 자문료 지급기간과 이 사건 연구계약의 연구기간이 전부 또는 대부분 중첩된다.
(3) 이 사건 자문계약상 피고인이 제공하기로 한 자문의 내용과 이 사건 연구계약의 목적 내용은 상당 부분 중복되는 점, 피고인 측이 제출한 자문내역 대부분이 이 사건 연구계약상 과제 범위에 포함되어 있는 등으로 피고인도 이 사건 연구와 자문의 범위를 명확히 구별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자문계약기간 중인 2012년 8월경 별도로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판매책임에 관한 민·형사사건에서 F 측 증거로 사용될 전문가의견서를 작성하여 주고 그 대가로 2,000만 원을 지급받은 점,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은 실제 자문의 내용이나 소요 시간에 따라 지급된 것이 아니라 매달 일정한 금액이 지급된 점,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이 이 사건 연구계약의 주체인 D대학교 산학협력단 모르게 수수된 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연구비 외F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하였다가 이를 번복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은 순수한 자문 대가로 보기에 과도하다.
마) F 사내변호사(W)의 진술F 사내변호사로서 이 사건 연구계약서 및 자문계약서를 검토한 W은,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F에서 피고인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청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연구 수행자인 교수들에게 자문료를 지급해 주면 적어도 편의는 봐주지 않겠냐.'는 의도는 있었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자신이 이 사건 이후 이직한 회사에서는 실험·연구용역을 의뢰할 때 실험·연구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실험,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과의 별도 계약으로 돈을 주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에서 인정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은 자문료로서의 성질과 F에 유리한 방향의 실험 연구를 해 달라는 묵시적 청탁의 대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연구와 관련하여 F로부터 유리한 방향의 실험 - 연구결과를 도출하여 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받고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을 수수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가) 관련 법리
형법 제357조 제1항에 정한 배임수재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또 그 사무가 포괄적 위탁사무일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처리의 근거, 즉 신임관계의 발생근거는 법령의 규정, 법률행위, 관습 또는 사무관리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으며, 배임수재죄에 있어 '임무에 관하여'라 함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탁받은 사무를 말하는 것이나 이는 그 위탁관계로 인한 본래의 사무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도 포함되고,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반드시 업무상배임의 내용이 되는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지 않으며,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면 족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및 이에 관련한 대가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 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1784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 원심이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연구계약의 주체는 D대학교 산학협력단이고 피고인은 D대학교 소속 교수로서 이 사건 연구계약의 용역을 수행하는 연구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점, ② D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이 사건 연구계약을 통하여 연구비 중 일부를 간접비로 지급받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연구 성과 및 결과 발표를 통하여 대외적 이미지 조성 및 향후 연구계약의 수주에도 영향을 받게 되므로, 피고인이 실제 이 사건 연구계약을 주도적으로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위 산학협력단은 피고인과 별개의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피고인은 대학교수로서 연구용역을 받아 실험 연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자신의 연구결과가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여 정확한 연구를 토대로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도출, 발표할 의무가 있고, 소속 대학교 또는 산학협력 단과의 관계에서 이 사건 연구용역 수행과정에서 실험과 연구의 공정성, 객관성, 적정성, 청렴성 및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유지하여야 할 신임 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것인 점, 10 대학교 또는 그 산학협력단이 소속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하여 연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계약상대방이 공공기관인지 혹은 민간사업자인지에 따라 위 의무의 내용과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민간사업자와 연구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정만으로 위 의무가 전면적으로 배제된다거나 민간사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연구결과를 도출하여야 한다고는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연구용역의 연구책임자로서 이 사건 연구용역 수행과 관련하여 D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업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수재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
(1) 이 사건 연구계약 체결 및 용역 수행 경과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2011. 8. 26.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사전설 명회에 정식 초청을 받지 않았고 아무런 관계자가 아니었음에도 참석하여, 자신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질병관리본부 측 발표자에게 질문과 반박을 함으로써 F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다.
(나) 당시 F 사내변호사로서 피고인과 이 사건 연구계약 및 자문계약 체결 과정에 관여하였던 W은 검찰 및 원심에서, "피고인이 사전설명회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발표 내용에 대해 다른 원인이 있는거 아니냐면서 특히 곰팡이 이야기를 해서 인상이 깊었다.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의 원인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의견을 제시한 피고인이 F 입장에서는 반가웠고 F에 우호적인 의견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분으로 생각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 8. 31. 가습기살균제 사용 및 출시 자제 권고를 발표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F는 질병관리본부에 신뢰성 있는 결과 도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실험과 관련한 정보공유를 요구하였으나 거부당 했다.
(라) 이에 F의 BH은 본사 관계자들에게 '환자가족의 법적 저항을 방어하기 위해 흡입독성실험을 실시하기로 결정 했다고 보고하였고, 당시 F연구소 소장 J은 2011. 9. 2. 피고인을 방문하여 흡입독성실험은 I에서, 노출평가실험은 D대학교에서 하기로 논의하고 피고인과 이 사건 자문계약에 대해서도 논의하면서 피고인에게 F의 내부방침인 '환자 가족들의 법적 저항을 방어하기 위해 흡입독성실험을 실시하기로 결정' 하였음을 알려주었다.
(마) 피고인은 2011. 9. 3. F 측에 위 각 실험을 진행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었는데, 그 첨부파일(Hazard identification of chemical contained in the humidifiier.pptx)에 스스로 F에 유리한 내용의 연구목표(Goals of reserch project)로 "To prepare claims from families of the deceased pregnant women(사망한 임산부들의 가족들로부터의 이의제기에 대비), To idnetify real cause of the lung fibrosis(폐섬 유화의 실제 원인 확인), To restore company reputation(회사 명성 회복), To prepare future KFDA registration for humidifier antimicrobial agent(가습기살균제의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록준비)."를 기재하였다.
(바) J은 2011. 9. 7. 이 사건 연구계약 체결과는 별도로 피고인의 연구 목표로 제시한 사항에 대하여 자문계약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월 금액(자문료)만 첨가하여 보내달라는 취지로 이메일을 보냈다.
(사) 피고인은 급성흡입독성실험을 처음 실행하는 I에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물질 분석법을 알려 주고 노출농도 기준을 제시하고, 실험방법 등 I의 실험 전반을 지도 및 감독하면서 I 선임연구원인 Y을 통해 실험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고, 은 급성흡입독성실험 후 사망동물이 나오자 자문위원들을 위촉하여 4차례의 '독성평가자 문회의'를 개최하였는데, 피고인은 위 각 회의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하여 반복흡입독성 실험의 실험방법 결정, 28일 실험 실시 전 예비실험 실시 여부 등을 결정하는 등으로 이 사건 연구계약 체결 후 이 사건 연구 뿐만 아니라 I의 흡입독성실험 과정에도 전반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아) 피고인은 I의 흡입독성실험에서 동물이 죽었다는 연구 결과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에 없던 '겨울철 노출평가실험'을 추가로 2012. 1. 30.경부터 2012. 2. 29.경까지 시행한 다음 겨울철이 가을철에 비해 PHMG 농도가 현저히 낮게 측정된 실험결과를 가지고 2012. 9. 19.경 이 사건 최종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자) 피고인이 작성, 제출한 이 사건 최종보고서의 연구결과 고찰 및 결론의 말미 부분에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에게 발생한 폐섬유화 발생 시점은 겨울칠로 추정된다. 그런데 노출평가실험 결과 가을철보다 온·습도가 낮은 겨울철에 PHMG가 훨씬 낮은 농도로 노출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가습기에서 분무되는 입자는 대부분 폐에 침착되기 어려운 크기이고, 폐에 침착될 수 있는 크기의 입자는 높은 농도를 형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PHMG와 같이 용해도가 높은 물질은 상기도에 침착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PHMG가 높은 농도로 노출되면, 사람이 그 자극성을 감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편 과도한 가습기 사용은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바이오에어로졸의 생성을 촉진한다. 이상의 결과로 보아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폐질환은 살균제 외에도 다른 유해요인의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에 의해 일어났다고 의심되는 폐섬유화는 간질성폐질환으로 과민성폐렴과 유사한 질환으로 간질성 폐질환은 실내환경의 화학물질, 동물단백질 바이오에어로졸(bioaerosol)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폐섬유화 환자들 가정에서도 곰팡이가 관찰되었지만, 실내 곰팡이와 그 밖의 다른 유해물질에 대한 조사가 결여되었다. 가습기살균제 외에 다른 유해 요인, 특히 곰팡이 등의 상관관계 조사가 필요하다. 전 국민의 관심사이며 희생자의 보상과 생산, 제조 및 판매자의 민형사상 책임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원인물질 규명에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기재하였다.
(차) 피고인이 수행한 이 사건 연구용역 결과 및 이 사건 최종보고서는 'SKYBIO1125(주성분 PHMG-p)'를 주원료로 하는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주요. 논거로서, 폐질환에 대한 F의 민·형사상 책임을 부정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실험결과를 공격하는 근거로서 적극 활용되어 왔다.
(2) 묵시적 부정한 청탁의 존재
원심이 든 사정 및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연구용역의 연구책임자인 피고인은 이 사건 연구계약 체결 당시 F로부터 F가 질병관리본부의 결과에 반박할 수 있는 F에게 유리한 실험결과를 도출해달라는 취지의 묵시적인 청탁을 받았음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피고인의 대학 교수로서의 지위, 이 사건 연구의 성격, 용도 및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볼 때 '연구·발표에 있어서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연구계약 체결 당시 F가 질병관리본부의 결과에 반박할 수 있는 F에게 유리한 실험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하면서 피고인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하였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최종보고서의 내용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서는 흡입으로 인한 간질성 폐렴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가습기 사용으로 인한 습한 환경 속에서 다른 환경물질이나 동물성 단백질 등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크므로 다른 가능성을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이나, 이는 이 사건 연구용역인 노출농도측정실험을 통해 검증할 수 없는 내용으로 보인다.
(다) 가습기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의 원인이라는 것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에 따른 원인추정과 과학적 검증결과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된 것인 반면, 원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적어도 피고인이 F에 우호적인 입장에 서서 노출평가실험 결과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신중한 검토 없이 이 사건 최종보고서 결론 부분에 집단적 중증 폐손상 원인이 곰팡이 등 바이오에어로졸(bioaerosol)일 수도 있다는 취지로 F 측에 유리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은 학자로서의 호기심에서 추가로 겨울철 노출평가실험을 진행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최종보고서에는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실험을 위한 시료채취방법과 분석방법을 도출하고자 한다는 실험목적이 기재되어 있고 처음 계획상으로도 빠르면 2011. 10. 중순까지 실험을 완료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점, I의 흡입독성실험은 2012. 8. 3. 최종보고서가 나왔으나 그 결과가 F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F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아 이후에 예정되어 있던 후속 실험이 중단되었고 BJ대학교 BK 교수가 진행한 흡입독성실험은 2012. 4. 18. 이미 최종결과 보고서의 형태로 F에 제출된 반면, 이 사건 최종보고서는 가장 늦은 2012. 9. 19.에서야 제출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마)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등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어떠한 임무위배행위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17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연구용역을 수행함에 있어 임무위배행위가 있어야만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라)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서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을 수수하였는지 여부 원심이 든 사정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F로부터 수수한 이 사건 자문료 명목의 2,400만 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이거나 일부 자문료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와 불가분관계에 있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연구용역 수행이라는 산학협력단의 사무처리와 관련하여 이 사건 자문료 명목 돈을 수수하였다고 볼 것이다. 피고인이 당심에서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러한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1) F 연구소장 J은 2011. 9. 7. 피고인에게 '자문위원계약서'와 '정식계약서 - 독성 test 관련' 계약을 언급하며 회사 내부적으로 계약 체결이 승인된 것처럼 이메일을 보냈던 점, 피고인은 W에게 이 사건 연구계약서와 이 사건 자문계약서 양식(FORM)을 작성하여 동시에 송부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자문계약과 이 사건 연구계약은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피고인은 2011.9.11. F와 계약기간을 1년(2011.9.2. ~ 2012.9.1.)으로,하여 이 사건 자문계약을 체결하였고, D대학교 산학협력단은 2011. 9. 20. F와 마찬가지로 계약기간을 1년(2011. 9. 20. ~ 20112. 9. 19)으로 하여 이 사건 연구계약을 체결하였는바, 계약기간이 거의 중복되며, J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자문계약은 피고인이 먼저 제안하였고 자문기간 및 금액도 피고인이 정한 것을 F 측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연구계약서에 의하면 'L 관련 업무를 의뢰'한다는 것이고, 이 사건 자문계약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F에게 '대상 화학물질 노출평가에 필요한 기술적인 자문, 대상 화학물질 유해성 및 위해성 평가에 필요한 기술적인 자문, 자사 직원에 대한 기술적인 자문 및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인바, 이 사건 자문계약서의 대상 화학물질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원료인 PHMG-p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 자문계약의 자문내용과 이 사건 연구계약의 용역내용이 상당부분 중복되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도 대상 화학물질에PHMG-p가 포함되는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4) 이 사건 연구계약의 용역내용은 L 관련 용역인데, 이는 대부분 피고인 및 F 변호인이 제출한 피고인의 자문내역 리스트와 중복되고, F 변호인이 제출한 피고인이 F에 자문하였다는 내역 상으로 피고인은 2011. 12.까지만, 피고인이 제출한 자문 내역상으로 피고인은 2012. 5.까지만 F에 자문한 것으로 되어 있음에도, 피고인은 2011. 10.부터 2012. 9.까지 매월 200만 원을 이 사건 자문료 명목으로 수수하였다. (5)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외에 F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가 이를 번복한 것이 있는바, 이와 같이 피고인이 허위 진술한 것은 피고인 스스로도 이 사건 연구계약과 별도로 자문료 명목의 돈을 지급받는 것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 사기의 점
1) 관련 법리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 거래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당해 거래에 임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거래로 인하여 재물을 수취하는 자에게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4531 판결 등 참조).
2) 연구인건비 명목 사기의 점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심 판시와 같은 D대학교의 연구비 관리세칙, 연구업무규정 제27조, 2011, 4. 11.자 '연구윤리 부정 방지 및 올바른 연구비 사용 안내' 중 부적정 집행 사례 등의 내용에 비추어보면, D대학교에서는 특정 연구비로 해당 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점, ② 피고인은 P 80%, R 32%,S 30%, T 33%로 표시하여 이 사건 연구 인건비를 청구하였고, 이에 반하여 이 사건 연구의 주 참여연구원인 X의 참여율은 고작 1%로 표시한 점, ③ 참여연구원으로 등재되어 있던 범죄일람표(2) 기재 연구원들은 일치하여 "이 사건 연구에 참여한 사실이 없고, 자신들이 참여연구원으로 등재된 사실조차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40이 사건 연구와 관련하여 겨울철 노출평가실험을 끝으로 보고서 작성 외 별다른 실험·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위 사람들은 모두 그 이후부터 이 사건 연구실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였고, R은 주로 수조 청소를 담당하면서 어떠한 연구과제에도 참여한 적이 없으며, S와 T는 흡입독성과 구별되는 생태독성 업무에만 참여하였고, P은 U대 연구실에서 이 사건 연구가 아닌 다른 실험 연구에만 참여하였던 점, ⑤ 피고인도 검찰에서 "위 사람들의 인건비를 주기 위하여 이름을 올려놓은 것뿐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범죄일람표(2) 기재 사람들에 대한 인건비로 충당하기 위하여 참여율을 허위로 표시하여 이 사건 연구인건비 명목으로 11,777,920원을 편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든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개인적으로 고용한 연구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실제 이 사건 연구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범죄일람표(2) 기재 연구원들을 참여연구원으로 등재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편취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1) 실제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 AC, X은 검찰에서 "참여연구원으로 등재된 범죄일람표(2) 기재 연구원들은 이 사건 연구과제에 참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특히 AC은 이 사건 연구용역이 2012.3.~4.경 겨울철 노출평가실험을 끝으로 종료되었고 그 후에는 관련된 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2) 범죄일람표(2) 기재 연구원들 역시 검찰에서 "자신들이 이 사건 연구과제에 참여연구원으로 등재되어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몰랐고, 전혀 과제에 참여한 사실이 없다."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3) 피고인도 범죄일람표(2) 기재 연구원들은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연구원들로서 그들의 급여는 피고인이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연구비로 그들에게 주기로 한 급여를 충당한 것은 연구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4) D대학교 산학협력단 팀장 AB는 검찰에서, "당해 연구과제에 직접 참이하지 않은 연구원들에게는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만일 실제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들에 대한 인건비를 청구하는 것을 알았더라면 연구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D대학교 연구비 세부비목 및 집행기준표 상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원에게만 인건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D대학교 연구비관리세칙 제9조에 의하면 연구기간 종료 후 연구비 잔액에 대하여는 대학 수입으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는바, 피고인이 P 등의 인건비 명목으로 편취한 연구비 합계 11,777,920원은 D대학교 산학협력단에게 귀속되어야 할 돈이므로 D대학교 산학협력단에게 위 금액에 상당하는 만큼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이다.
(6) 피고인은 위와 같은 행위가 관행이어서 편취의 범의가 없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관행이란 변명으로 이를 정당화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은 인건비 기망행위는 연구비 관련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임이 명백하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연구기자재비 명목 사기의 점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심 판시와 같은 D대학교의 연구비 관리세칙, 연구업무규정 제27조, 2011. 4. 11.자 '연구윤리 부정 방지 및 올바른 연구비 사용 안내' 중 부적정 집행 사례 등의 내용에 비추어보면, D대학교에서는 특정 연구비로 해당 연구과제가 아닌 다른 연구과제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점, ② 범죄일람표(3) 기재 기자재들의 구매·임차 시점은 모두 겨울철 노출평가실험까지 종료된 이후인 점, ③D 대학교 규정에 의하면, 연구비로 구매 또는 임차한 물품은 D대학교의 자산이 되고 그 물품을 학교 측 허가 없이 외부로 임의 반출할 수 없음에도, 피고인은 위 기자재들을 이 사건 연구실이 아닌 U대 연구실로 무단 반출하여 피해자 측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않는 위 장소에서 계속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측이 자산관리의 일환으로 시행한 조사 과정에서 다른 장비(시험어류축양수조)를 'Environment Controlled Rearing System'인 것처럼 피해자 측을 속였던 점, ④ 2012, 5.경부터 U대 연구실에 있었던 P 역시 위 기자재들은 모두 이 사건 연구와 무관하게 도입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⑤ 이 사건 연구에 위 기자재들을 사용한 실험 과정이나 결과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연구와 무관한 기자재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연구기자 재비 명목으로 5,700만 원을 편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원심이 든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연구용역과는 전혀 무관한 용도로 범죄일람표(3) 기재 기자재들을 구매 또는 임차하여 연구기자재비를 편취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1) 범죄일람표(3) 기재 기자재들은 모두 이 사건 연구가 사실상 종료(2012. 3.~4.경)된 이후 구매 또는 임차되었는바, 'Environment controlled Rearing System'을 납품한 AM AE은 검찰에서 "처음부터 위 장비를 AI의 요청으로 D대에서 검수를 받은 후 설치는 D대가 아닌 U대에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WAPS 를 임대한 V AD 또한 검찰에서 "피고인 측의 요청으로 검수는 D대에서 받았고 입금도 D대에서 받았지만 설치는 처음부터 U대 BI 캠퍼스에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피고인의 연구원으로서 U대 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P은 검찰에서 "F 과제비로 구입 및 임대하였 Environment Controlled Rearing System(76), soft X-ray, power supply module & Devider, Nanoparticle collector(대여) 등은 위 U대 연구실에 설치되어 있다. 위 기자재들이 F 과제와 관련된 장비인지 여부는 알지 못하고 피고인의 다른 과제 수행과 관련하여 위 장비들을 사용한 적은 있다. Nanoparticle collector(대여)는 F 가습기 살균제와 무관하게 도입된 것은 확실하고 2012. 5.에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실제 노출독성실험을 진행한 연구원인 X은 검찰에서 "WAPS는 처음 보는 장비이고 실험에 참여하면서 사용한 적이 없는 장비이며, Soft X-ray Charger, Power Supply Module &Devider, Nanoparticle Collector, Environment Controlled Rearing system 역시 잘 모르는 장비다"라고 진술하였다.
(3) 피고인은 위 기자재들을 이용하여 추가 실험을 진행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최종보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아니하고 실험데이터도 존재 하지 않는다.
(4) J은 원심에서, "이 사건 연구 및 실험이 D대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피고인에게 U대 연구실이 별도로 있다는 것, U대 연구실에서 이 사건 연구용역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D대학교를 방문할 당시, 피고인이 이 사건 연구실을 보여주면서 이곳에서 실험이 진행될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5) 산학협력단 팀장 AB는 검찰에서 "연구책임자가 당해 과제와 무관한 연구
물품을 구입하거나 무관한 곳에 지출하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연구비를 지급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6) 범죄일람표(3) 기재 기자재들은 대학의 반출허가 없이 3) 형식상 검수절차만 거친 채 무단으로 반출하여 사용되었다. 특히 이 사건 연구실 내 설치된 시험어류축양 수조에 이 사건 연구자재인 'Environment Controlled Rearing System'의 바코드가 부착되어 있다.
(7) 피고인은 범죄일람표(3) 기재 기자재들이 D대학교 자산으로 등재되어 있어 D대학교에 피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D대학교의 규정4)에 위반하여 무단 반출한 후 현재까지 자신의 기자재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고, D대학교에서는 전혀 다른 장비를 해당 장비인 것처럼 관리하고 있는 이상,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면 D대학교에서, 연구비를 지급해 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나아가 원칙적으로 해당 물품은 해당되는 다른 연구과제비로 구매하여야 하는 것인 점, ③ 만일 이 사건 연구용역비가 남는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는 연구비의 소유권자인 D대학교 산학협력단에 귀속되어야 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D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재산상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연구는 이미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들에게 집단적 폐손상이 발생하고 질병관 리본부의 가습기살균제 출시 및 사용 자제 권고가 있은 후에 행해진 것으로, 가습기살 균제로 인한 피해의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이 F로부터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받은 2,400만 원에는 자문 대가의 성격도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 점, 피고인은 자신의 이 사건 연구와 관련한 최종보고서가 F 측의 방어수단으로 쓰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보상을 어렵게 한 점에 대하여는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연구의 인건비인 것처럼 속여 편취한 돈은 모두 지급 대상자(명의자)에게 귀속되었고, 이 사건 연구에 필요한 기자재 비용인 것처럼 속여 편취한 돈도 이 사건 연구가 아닌 다른 실험도구 구입비 등 연구비용으로 사용된 점, 이 사건 사기 범행은 피고인이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다가 저지르게 된 측면이 있는 점,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고인은 최근 국제입자독성학회에서 공로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온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은 대학교수 신분임을 망각하고 사회적 중요성이 큰 이 사건 연구에 관하여 연구용역 의뢰 상대방인 F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가 포함된 2,400만 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수수하였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D대학교에서 수행되는 연구의 공정성, 객관성 및 적정성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켜 그 죄질이 나쁜 점, 피고인이 F 측에 유리한 의견을 기재한 이 사건 최종보고서는 수년간 각종 민사소송 및 수사 진행 과정에서 F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용되면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원인 규명에 혼란을 가져 왔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적정한 보상절차가 지연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 점, 이 사건 사기 범행과 관련하여 전혀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과 비교하여 당심에서의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 앞서 본 정상들에다가 피고인의 연령, 성행, 건강, 환경,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징역 6월 ~ 2년 3월5)를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인겸
판사김무신
판사박성준
주석
1) 생물학적 기원을 가지고 있는 에어로졸(기체안에 부유하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형태의 입자)로서, 바이러스와
독자생존 가능한 유기체(박테리아나 균류), 진균 포자나 꽃가루 같은 유기체의 산물 등을 포함한다.
2) 증거기록 제5권 제5714면 참조. 피고인은 2011. 9. 3. J에게 'Plan A: D대학교와 이 독자적으로 해서 결과를 내
는 방법, Plan B: I의 경영층이나 실무자들이 겁이 나서 못할 때는 D대가 연구총괄을 하고 은 단지 흡입독성실
험만 하는 안입니다. 이럴 때는 D대와 전체계약을 하고 D대가 1과 계약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1은 많은 부분 책
임을 회피할 수 있을 겁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3) D대학교 물품관리규정(증거기록 제7권 5962면)
제18조(물품반출) 본 대학의 물품은 일체 반출을 금한다. 다만, 각 호의 경우는 예외로 하며, 벌지 제9호 서식
을 작성 물품출납원에게 제출 후 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이하 생략)
4) D대학교 연구업무규정(증거기록 제7권 5950면)
제6조(업무관장) 연구업무에 관한 사항은 본 대학의 산학협력단에서 관리한다.
제27조(결과물의 귀속) 연구수행의 결과로 발생되는 연구기자재 등의 부산물은 당해 계약에서 별도의 정함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본 대학에 귀속된다.
5) 이 사건에 적용되는 양형기준은 원심 기재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