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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서부지방법원 2019.2.14. 선고 2018노556 판결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사건

2018노556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권다송이(기소), 고명아(공판)

변호인

변호사 방수환

판결선고

2019. 2. 1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정보주체의 동의'는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상호간의 묵시적 동의 내지 신의칙상 의무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정보주체가 이를 위반한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같은 항 제1호 또는 제6호에 의하여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또한 같은 항 제6호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이익을 위하여 제1호 내지 제5호까지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개인정보이용 행위는 같은 항 제6호에 따른 정당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같은 법 제18조 제1항에 따른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피고인이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시점에 고소인이 피고인 제작의 라디오 프로그램 게시판에 피고인을 비방하는 글을 게시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고 기존 게시물을 삭제하지 아니하여 고소인의 침해행위가 현존하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개인정보 이용 행위는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이미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피고인이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권익 구제를 위하여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행위는 위법성 및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다. 사정이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10년경부터 B 라디오 'C'의 작가로 근무하면서 라디오 청취자들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던 중, 위 프로그램의 경품에 당첨되었던 청취자인 D가 2016. 10.경부터 위 프로그램 게시판, 국민신문고 등에 지속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항의글을 게시하자 위 D에게 위와 같은 행위의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7. 2.경 서울 양천구 E에 있는 B 사옥에서, 정보주체인 D의 동의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정한 사유 없이 D에 대한 고소사건에서 피고인을 대리하던 법무법인 F의 G 변호사에게 D의 주소 및 연락처를 교부하여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1) 개인정보 보호법제15조 제1항에서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적으로 규정하면서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되어 개인정보를 수집한 때라도 그 수집 목적의 범위 내에서만 그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제71조 제2호, 제18조 제1항에서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그와 같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의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는 경우에는 이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은 자신이 작가로 제작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품 이벤트에 당첨된 고소인에게 상품을 배송하기 위하여 그가 동의하여 제공한 개인정보를 수집하였으므로 이는 같은 법 제1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정보주체인 고소인의 동의를 얻어 개인정보를 수집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와 달리 같은 항 제6호에 따라 수집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그 수집 목적, 즉 고소인이 동의한 목적인 경품배송 등을 위해서만 이용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그 목적 범위를 넘어 고소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기 위하여 이용하였으니,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같은 법 제18조 제1항 이 금지한 개인정보를 제15조 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2) 피고인이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시점은 고소인이 피고인 제작의 라디오프로그램 게시판에 피고인을 비방하는 글의 게시를 끝낸 이후로 고소인의 피고인에 대한 침해행위는 종료되었던 점, 고소인이 작성한 게시물이 계속하여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그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하는 등으로 그 침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음에도 굳이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사용하여 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법을 선택한 점 등을 감안하여 보면, 피고인이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할 당시 피고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피고인의 행위가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1조 소정의 정당방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3) 또한 위 2)항과 같은 사정에, 고소인에 대한 내용증명의 발송 내지 고소가 반드시 필요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굳이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지 않았어도 고소인이 작성한 게시물이 여전히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는 이상 피고인으로서는 고소인을 고소한 이후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하여 고소인의 인적사항을 특정함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점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그와 같이 고소인의 개인정보를 목적 이외로 사용하는 것 이외에 피고인의 법익 침해를 막기 위한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도 없다.

다. 당심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 제1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2호는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8조 제1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제15조 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거나 제17조 제1항 및 제3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위와 같이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1항은 '개인정보처리자'를 행위주체로 삼고 있는바,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우선 피고인이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5호에서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중 '개인정보파일'은 같은 조 제4호에서 '개인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일정한 규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배열하거나 구성한 개인정보의 집합물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개인정보'라 함은 같은 조제1호에서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처리'는 같은 조 제2호에서 '개인정보의 수집, 생성, 연계, 연동, 기록, 저장, 보유, 가공, 편집, 검색, 출력, 정정, 복구, 이용, 제공, 공개, 파기,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위와 같은 규정내용을 바탕으로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B라디오 작가가 상품수령자로 결정된 청취자의 전화번호를 B라디오의 운영팀에 알려주면 위 운영팀이 각 청취자로부터 개인정보의 이용 등에 관한 동의를 받아 주소 및 인적사항 등을 제공받은 후, 위 개인정보를 상품배송 대행업체에 전달하여 위 업체를 통하여 선물을 발송하는 사실, 피고인은 B라디오를 위하여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로서 그와 같은 과정에서 청취자에 대한 경품이 1차 배송한 주소로 배송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 상품 미수령 민원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청취자의 주소 등을 B라디오의 운영팀에 요청하여 제공받을 수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업무를 목적으로 상품배송자들의 개인정보 집합물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일정한 규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배열하거나 구성한 검색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고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피고인에게 B라디오가 마련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접근권한이 있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 피고인을 개인정보처리자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다른 자가 운용하는 개인정보파일에 접근할 권한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역시 곧바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당초 개인정 보보호와 관련하여 공공부분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로, 민간부분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나누어 규율하였던 것을, 정보사회의 고도화와 개인정보의 경제적 가치 증대로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개인정보의 수입과 이용이 보편화되고 있는 반면, 국가사회 전반을 규율하는 개인정보 보호원칙 및 개인정보 처리기준이 마련되지 못해 개인정보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의 유출 · 오용·남용 등 개인정보 침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국민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명의도용, 전화사기 등 정신적·금전적 피해가 초래되고 있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망라하여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개인정보 처리 원칙 등을 규정하고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국민의 피해 구제를 강화하여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며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가 있음을 이유로 2011. 3. 29. 개인정보 보호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시행일은 2011. 6. 29.이다), 위 법에서 '개인정보처리자'라는 개념이 신설되었던 점, 개인정보 보호법은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 등 업무상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로 하여금 위 법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규정을 준수하도록 하는 등 수범대상을 개인정보파일 운용자로 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의 위 주장과 같은 해석은 개인정보 보호법의 입법목적 및 위 규정의 가능한 해석범위를 넘어서 확장해석을 하는 것으로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확대시킬 위험이 있고, 위와 같은 접근권한이 없는 자가 거짓이나 부정한 수단 내지 방법을 통하지 아니한 채 우연히 알게 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는 것과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모로 보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1항 소정의 행위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의 신분에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검사는 당심의 석명에 대하여 피고인을 개인정보처리자로 의율하여 기소하였다고 하면서도, 또 한편 피고인이 적어도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는 명백히 해당하므로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검사가 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 주장에 대하여 근거규정을 명확히 하지 아니하였으나 일응 같은 법 제59조에 규정된 금지행위의 행위 주체를 일컫는 것으로 보고 살핀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각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제2호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제3호는 '정당한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권한을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 멸실, 변경, 위조 또는 유출하는 행위'를 각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금지 및 행위규범을 정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를 규범 준수자로 규율하면서도, 제8장 보칙의 장에 따로 위와 같이 제59조를 두어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의무주체로 하는 금지행위를 규정하는바, 이를 별도로 규정한 이유는 개인정보처리자 이외의 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개인정보 침해행위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여 개인정보 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 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개인정보처리자' 즉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업무상 알게 된 제2조 제1호 소정의 '개인정보'를 제2조 제2호 소정의 방법으로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8766 판결 참조), 그 개념의 포섭범위가 더 광범위하다. 또한 위 제59조에서 규정한 위 각 금지행위들 역시 같은 법 제18조 제1항의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등 수집 목적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는 것과 그 태양을 달리한다(검사는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로서 위 각 호의 금지행위 중 어떤 것을 위반하였는지 특정한 바도 없다).

따라서 검사의 위 주장은 당초 공소제기한 범위에 속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사의 위 주장은 B라디오가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고 있고 피고인은 B라디오의 직원으로서 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B라디오는 청취자에 대한 상품배송을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보관 및 이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어서 이러한 점만으로 B라디오가 상품 배송자 명단 등 개인정보를 단순히 저장하여 둔 정도를 넘어서 개인정보 중심으로 검색이 가능하도록 편리한 검색시스템을 갖추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그와 같이 볼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당시 B라디오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워, 이 점에서도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그러므로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당시 '개인정보처리자'의 신분이 있다는 전제 하에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같은 법 제71조 제2호 위반의 죄책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거는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위 2.의 다. 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내주

판사 오규희

판사 송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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