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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등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공2020상,545]
판시사항

[1] 대통령비서실장인 피고인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무수석비서관실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등 수석비서관실과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이른바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를 지시하였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특별검사가 검찰을 통하여 또는 직접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아 원심에 제출한 ‘청와대 문건’의 증거능력이 문제 된 사안에서, 위 ‘청와대 문건’은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직권남용’의 의미 및 남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 외에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상대방인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의 임직원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하였는데, 상대방이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 경우,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3]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피고인들 등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을 통하여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이른바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를 지시함으로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지원배제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위 지원배제 지시로써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지원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진행 절차를 중단하는 행위, 지원배제 대상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등을 하게 한 것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게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 부분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

[4]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의 의미와 내용 /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요구를 한 경우,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5]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피고인들 등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을 통하여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이른바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에 이르는 과정에서, 공무원 갑 및 지원배제 적용에 소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을 등에 대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지원심의 등에 개입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업무상·신분상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강요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대통령비서실장인 피고인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무수석비서관실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 등 수석비서관실과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이른바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를 지시하였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특별검사가 검찰을 통하여 또는 직접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아 원심에 제출한 ‘청와대 문건’의 증거능력이 문제 된 사안에서, 위 ‘청와대 문건’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거나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여 수집된 것으로 볼 수 없어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관 조희대의 별개의견] 위 사안에서, 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통상적인 수사절차와는 무관하게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이 적극적으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특정 사건에서 특정 피고인으로 하여금 유죄판결을 받게 하기 위해 유죄의 증거를 수집하여 검사 또는 특별검사에게 제공하고 그 증거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할 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수사권과 공소의 제기 및 유지 권한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특별검사의 직무상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와 같은 증거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위 ‘청와대 문건’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고, 이를 기초로 작성된 피고인들과 참고인들의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 법정진술도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2] [다수의견]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남용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본래 법령에서 그 직권을 부여한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직무행위가 행해진 상황에서 볼 때 필요성·상당성이 있는 행위인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직권을 남용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과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은 형법 제123조 가 규정하고 있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결과’로서 둘 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 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와 구별되는 별개의 범죄성립요건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러한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한 일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하였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직권을 남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그에 따른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이 된다고 인정하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라는 범죄성립요건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되고,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의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도 어긋나게 된다.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사인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권에 대응하여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공무원이거나 법령에 따라 일정한 공적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직권에 대응하여 어떠한 일을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행정조직은 날로 복잡·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현대 행정에 대응하는 한편, 민주주의의 요청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행정조직은 통일된 계통구조를 갖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긴밀한 협동과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그로 인하여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다양한 준비과정과 검토 및 다른 공무원, 부서 또는 유관기관 등과의 협조를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러한 협조 또는 의견교환 등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고, 동등한 지위 사이뿐만 아니라 상하기관 사이,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사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관계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협조하는 등 요청에 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결국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한 때에 상대방이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그가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형법 제123조 에 규정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충족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 및 그로 인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모두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직권’, ‘남용’, ‘의무’와 같이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는 불확정개념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석·적용할 때에는 헌법 제13조 에서 천명하고 있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해석의 원칙 및 최소침해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3] [다수의견]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피고인들 등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한다) 공무원을 통하여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각각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이라 한다)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이른바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를 지시함으로써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지원배제 지시는 헌법에서 정한 문화국가원리, 표현의 자유, 평등의 원칙, 문화기본법의 기본이념인 문화의 다양성·자율성·창조성 등에 반하여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므로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나아가 위 지원배제 지시로써 문체부 공무원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지원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진행 절차를 중단하는 행위, 지원배제 대상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지원배제 방침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면서 지원배제 대상자의 탈락을 종용하는 행위 등을 하게 한 것은 모두 위원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율적인 절차진행과 운영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준수해야 하는 법령상 의무에 위배되므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나,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문체부 공무원에게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 부분은,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은 사업의 적정한 수행에 관하여 문체부의 감독을 받으므로 일반적으로 지원사업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등 문체부의 지시에 협조할 의무가 있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그런데도 원심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종전에도 문체부에 업무협조나 의견교환 등의 차원에서 명단을 송부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하였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공소사실에서 의무 없는 일로 특정한 각 명단 송부 행위와 심의 진행 상황 보고 행위가 종전에 한 행위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피는 방법으로 법령 등의 위반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곧바로 이 부분 행위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의무 없는 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위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행위로 평가되거나 그에 따른 법령상 책임을 지는 것을 넘어 정책목적이 헌법에 부합하지 아니하거나 부당하다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123조 에서 말하는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아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형사법의 기본 원리에 배치된다. 특히 직무권한의 범위가 넓은 고위공무원의 경우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따라 추상적인 기준인 헌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명확성 원칙 등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 헌법원리는 이를 위반할 때 형사처벌이 예정되는 구체적인 행위규범으로서는 기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이를 직권의 남용이라고 본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동하기 어렵다.

지원배제는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각 법인의 심의에 따른 것이지만 각 법인에서 위원들의 역할, 심의과정 등을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마치 각 법인의 직원들이 수행한 의무 없는 일을 통해서 지원배제 행위가 이루어진 것처럼 구성한 공소사실은 그 증명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다수의견과 같이 피고인들의 지시가 위헌·위법하여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본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는 각 법인 직원들의 행위가 피고인들의 위헌·위법한 행위에 대한 공모 내지 방조에 해당하는지, 관련 위원회의 위원들도 그들의 직권을 남용하여 기금 대상자 결정을 하였는지 등에 관하여도 수사와 소추 여부 결정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단지 각 법인의 직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만 수사와 공소가 이루어짐으로써 사건의 실체가 왜곡될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피고인들의 지원배제 지시로 각 법인의 직원들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더라도, 다수의견이 전제하는 각 법인 직원들의 법령상 의무의 근거가 없고, 각 위원들의 지원배제 심의·결정에 관한 증거자료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두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4] [다수의견]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요구를 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 즉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어떠한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면 충분하고,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다.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초한 위세를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이 불응하면 부당한 불이익을 입을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 협박받는 사람이 공포심 또는 위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였는지는 행위 당사자 쌍방의 직무, 사회적 지위, 강요된 권리·의무에 관련된 상호관계 등 관련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특히 묵시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 판단할 때 그 기준은 특정한 정치적,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형성된 경험법칙이 되어야 한다.

[5] [다수의견]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피고인들 등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한다) 공무원들을 통하여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각각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이라 한다)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이른바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에 이르는 과정에서, 공무원 갑 및 지원배제 적용에 소극적인 문체부 1급 공무원 을 등에 대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지원심의 등에 개입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업무상·신분상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강요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사직 요구 또는 지원배제 지시를 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요구 경위 및 발언의 내용, 요구자와 상대방의 직위·경력, 사직 또는 지원배제에 이르게 된 경위, 일부 사업에서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가 지원배제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한 사정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들이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위 사안에서, 갑은 사직을 요구받기 전에 이미 문책성 인사조치를 당하여 요직인 문체부 체육국장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되는 경험을 하였고, 인사조치를 당하는 과정에서 공직감찰을 받기도 하였으며, 사직 요구를 거절할 경우 자신이나 자신의 부하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신분상의 불이익을 잘 알고 있었고, 객관적으로도 쉽게 예상이 가능하였던 점 등 여러 사정을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적인 사회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직 요구를 받은 갑 및 을 등이 공포심을 느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갑 및 을 등에 대하여 사직을 요구한 행위는 강요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 즉 협박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문체부 공무원들이 지원배제를 지시하는 과정과 경위, 그들이 말한 구체적인 내용, 문체부와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관계 등을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적 사회인의 경험에 비추어 평가하면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들에 대한 지원배제 지시를 받은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당시 느꼈을 심리적 위축의 정도는 자유로운 의사의 결정 및 실행을 방해받을 정도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들이 문체부 공무원들을 통하여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에게 지원배제를 지시한 것은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에 해당하고, 적어도 묵시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6인

상 고 인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및 특별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외 15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7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의 나머지 부분에 관한 특별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서면들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특별검사의 수사 및 공소제기 권한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별검사법에서 정한 특별검사의 권한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증거능력과 증명력

1) 원심에서 제출된 청와대 문건

원심은, 특별검사가 검찰을 통하여 또는 직접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아 원심에 제출한 청와대 문건(증거순번 제1352~1406호, 이하 ‘청와대 문건’이라 한다)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이라 한다)을 위반하거나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여 수집된 것으로 볼 수 없어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결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대통령기록물법에서 말하는 대통령기록물, 직무수행 관련성, 유출, 내용의 누설,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국가정보원 정보보고 문건

원심은, 위 증거가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한다) 장관 공소외 1이 보관하고 있다가 특별검사에게 임의로 제출한 것으로서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하 ‘교문수석’이라 한다)이던 공소외 2가 피고인 1로부터 받아 문체부에 팩스로 전송한 문건이므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검사 작성의 공소외 3에 대한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와 공소외 3의 원심 법정진술

형사소송법은 피고사건에 대한 실체심리가 공개된 법정에서 검사와 피고인 양 당사자의 공격·방어활동에 의하여 행해져야 한다는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 공소사실의 인정은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기본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그 사건에 관한 형사절차의 모든 권한이 사건을 주재하는 수소법원에 속하게 되며, 수사의 대상이던 피의자는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인 피고인의 지위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게 된다( 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041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살펴보면, 제1심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검사가 항소한 후, 수사기관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신청하여 신문할 수 있는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미리 수사기관에 소환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나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 참고인 등이 나중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진술조서 등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피고인 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된다 하더라도 위 진술조서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참고인 등이 법정에서 위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는 진술조서 등과 같은 취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한 경우, 그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것인지는 증인신문 전 수사기관에서 진술조서 등이 작성된 경위와 그것이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3도6825 판결 등 참조).

특별검사가 원심에서 증거로 제출한 검사 작성의 공소외 3에 대한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는 이 사건 제1심판결이 선고된 후 특별검사가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부분을 다투는 취지로 항소하여 원심 재판이 계속 중인 상태에서 검사가 다른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공소외 3을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소환하여 작성한 것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 1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르면, 피고인 1이 위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에서 위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 따라서 원심이 위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에는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그러나 원심은 판결 이유에서 공소외 3의 원심 법정진술을 증거로 삼았을 뿐 위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는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 공소외 3의 원심 법정진술의 내용과 진술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3의 원심 법정진술에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한 원심의 잘못은 판결에 영향이 없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능력과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직권을 ‘남용’하였는지

가) 법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

남용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본래 법령에서 그 직권을 부여한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직무행위가 행해진 상황에서 볼 때 필요성·상당성이 있는 행위인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도3339 판결 ,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도1188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 1은 대통령비서실장(이하 ‘비서실장’이라 한다)으로서 ‘문화예술계가 좌편향 되어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전 대통령’이라 한다)의 뜻에 따라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이하 ‘정무수석’이라 한다)실과 교문수석실 등 수석비서관실과 문체부에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기금’이라 한다)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각각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이라 한다)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과정 개입을 지시하였다. 또한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부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나 영화관에 대한 지원의 배제를 지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배제 지시가 청와대에서 문체부 공무원을 통하여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에 하달되어 구체적인 지원배제 조치가 실행되었다.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지시는 헌법에서 정한 문화국가원리, 표현의 자유, 평등의 원칙, 문화기본법의 기본이념인 문화의 다양성·자율성·창조성 등에 반하므로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

문화예술진흥법, 문화예술진흥기금사업 지원심의 운영규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화비디오법’이라 한다), 영화진흥사업 심사관리규정,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등에서 정부가 문화예술에 관한 지원을 직접 하지 않고 관련 법령에서 별도로 설치된 예술위, 영진위로 하여금 직무상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지원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도록 하였으며, 출판진흥원으로 하여금 양서출판 의욕 고취 및 국민의 독서문화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우수도서의 선정·보급을 위한 세종도서 사업을 위탁하여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는 위와 같은 헌법상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피고인 1의 위와 같은 지시는 예술위, 영진위의 지원 여부 결정 과정,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과정에 개입하는 것으로서 예술위, 영진위 위원의 직무상 독립성 등을 침해하여 위법하고, 출판진흥원에 대한 문체부 장관의 정당한 지휘·감독권의 범위에 속하는 사항도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 1은 전 대통령, 정무수석, 교문수석, 문체부 공무원 등과 공모하여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교문수석, 문체부 장관 등의 직권을 남용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요건인 직권의 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는지

가) 법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직권을 남용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2도3453 판결 ,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도12754 판결 등 참조).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과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은 형법 제123조 가 규정하고 있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결과’로서 둘 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 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와 구별되는 별개의 범죄성립요건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러한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한 일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하였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직권을 남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그에 따른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이 된다고 인정하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라는 범죄성립요건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되고,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의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도 어긋나게 된다 .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사인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권에 대응하여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공무원이거나 법령에 따라 일정한 공적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직권에 대응하여 어떠한 일을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행정조직은 날로 복잡·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현대 행정에 대응하는 한편, 민주주의의 요청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행정조직은 통일된 계통구조를 갖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긴밀한 협동과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그로 인하여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다양한 준비과정과 검토 및 다른 공무원, 부서 또는 유관기관 등과의 협조를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러한 협조 또는 의견교환 등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고, 동등한 지위 사이뿐만 아니라 상하기관 사이,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사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관계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협조하는 등 요청에 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

결국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한 때에 상대방이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그가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 등과 공모한 문체부 공무원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이하 ‘범죄일람표’라 한다) 1, 2, 3, 4의 각 ‘산하기관 담당자 의무 없는 행위’란에 기재된 각 행위(이하 ‘이 사건 각 행위’라 한다)를 하게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 , 제3조 , 제51조 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책임경영 체제와 자율적 운영이 보장되어야 하고, 주무기관의 장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자율적 운영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법령에서 그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경우에만 감독할 수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20조 는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예술위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0조 에서 예술위의 직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예술위는 문화예술에 관하여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이 있는 자 중에서 문체부 장관이 위촉하는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제23조 ). 위원은 임기 중 직무상 외부의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으며,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균형적 발전을 위하여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29조 ). 예술위의 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사무처를 둔다( 제33조 ). 직원들은 사무처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법률규정에 비추어 보면, 예술위의 직원들은 위와 같이 법률이 정한 예술위의 목적과 직무, 위원들의 직무수행을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

영화비디오법 제4조 는 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한국영화 및 영화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영진위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4조 에서 영진위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영진위는 영화예술 및 영화산업 등에 관하여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되 성과 연령, 전문성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구성한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제8조 ). 위원은 임기 중 직무상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제13조 ). 영진위의 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사무국을 둔다( 제20조 ).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16조 는 출판문화산업의 진흥·발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출판진흥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6조의4 에서 출판진흥원의 직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과 관련된 법령들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은 위 각 법인의 위원들의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고 각 법인이 자율적으로 사업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할 법령상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법령에서 정한 직무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령에서 정한 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형법 제123조 에서 정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

앞에서 본 법리와 관련 규정들의 내용을 원심판결의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문체부 공무원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하게 한 이 사건 각 행위 중 예술위원장, 예술위원에게 배제 지시를 전달하는 행위, 지원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사업진행 절차를 중단하는 행위, 지원배제 대상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지원배제 방침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면서 지원배제 대상자의 탈락을 종용하는 행위, 지원배제 업무에 용이하도록 심의위원을 구성하는 행위, 배제대상자를 안건에서 제외하여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위원회 전체회의 심사를 보류하는 행위, 지원배제를 위한 명분을 발굴하는 행위, 지원배제를 위해 새로운 기준을 발굴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하여 사업을 재공고하는 행위, 심의위원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 지시에 따라 지원금 삭감 의안을 상정하는 행위, 상영불가 통보 행위 등을 하게 한 것은 모두 위원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율적인 절차진행과 운영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위에서 본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준수해야 하는 법령상 의무에 위배되므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심의 판결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위 각 행위들을 의무 없는 일로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의무 없는 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나 이 사건 각 행위 중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 부분에 관하여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은 문체부 공무원에게 범죄일람표 1, 2, 3, 4 ‘산하기관 담당자 의무 없는 행위’란 각 해당 기재와 같이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명단, 공모사업 신청자 및 각 단계별 심의 통과자 명단을 송부하였으며,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였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1 등과 공모한 문체부 공무원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로 하여금 위 각 행위를 하게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문체부에 위와 같은 명단을 송부하고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직접적인 법령상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 1 등과 공모한 문체부 공무원의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에 대한 위와 같은 행위가 위 각 법인의 사업에 대한 정당한 감독권 행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성향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특정 대상자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이상 위헌·위법한 행위이다. 공무원이나 유관기관의 직원들은 위법한 직무상 명령에 따를 의무가 없으므로 유관기관 직원들에게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한 것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위와 같은 명단을 문체부에 보내주어야 하는 직접적인 법령상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피고인 1 등과 공모한 문체부 공무원의 지시가 위법하다고 하여 곧바로 그에 따른 위 직원들의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앞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 1 등이 공모하여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에게 지시한 행위는 직권을 남용한 것이다. 그런데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그 지시에 따라서 한 일이 의무 없는 일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직원들에게 그 일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를 독자적으로 따져야 한다. 원심도 인정한 것처럼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은 사업의 적정한 수행에 관하여 문체부의 감독을 받으므로 일반적으로 지원사업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등 문체부의 지시에 협조할 의무가 있고, 예술위 직원 공소외 4, 공소외 5 등은 원심에서 2014년 이전에도 문체부의 지시에 따라 공모사업 신청자 명단을 송부해 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의 이 부분 행위는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볼 여지도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종전에도 문체부에 업무협조나 의견교환 등의 차원에서 명단을 송부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하였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의무 없는 일로 특정한 각 명단 송부 행위와 심의 진행 상황 보고 행위가 종전에 한 행위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피는 방법으로 법령 등의 위반 여부를 심리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위와 같은 사항들에 대하여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의무 없는 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죄수와 공범의 죄책

가) 동일 죄명에 해당하는 수 개의 행위 또는 연속된 행위를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는 이들 각 행위를 통틀어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나,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범행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5도4051 판결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077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범죄사실의 2항 중 바.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사. 4) 2015년 예술영화지원사업 지원배제, 아. 도서 관련 지원배제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인정하고 그 전제에서 위 전부에 관하여 피고인 1에게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부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행은 모두 피고인 1의 지시로 마련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과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세부 실행계획’에 따라 이루어졌으므로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고, 각 지원배제 지시는 공모사업 신청자 명단 등을 송부받아 지원배제대상자 명단을 하달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사업별 시간적 간격이 크지 않고, 보호법익이 동일하므로 포괄일죄에 해당한다. 피고인 1이 2015. 2.경 비서실장에서 퇴임하였으나 공범에 의하여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 나머지 범행이 이루어졌으므로 그 부분에 대하여도 공범으로서 죄책을 부담한다.

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위 부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행이 피고인 1의 지시로 마련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과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세부 실행계획’에 따라 이루어졌으나,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이라는 서로 다른 공공기관을 통하여 각 기관이 주관하는 사업별로 별도로 실행되었다. 위 각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사업은 사업수행자, 근거 법령, 기금의 조성 목적, 회계 관리와 운용, 사업계획의 수립 및 수행과정, 사업의 신청·심사·선정절차와 선정기준이 다르며, 각 사업수행자별로 매년 다음 연도의 기금 운용계획 또는 예산을 수립하여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해당 연도의 사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각 사업수행자별 사업 사이 및 각 연도별 사업 사이에서는 범의의 단일성과 방법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위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볼 수는 없다.

또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에게 직권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범죄이고, 직권은 국가의 권력 작용에 의해 부여되거나 박탈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이 국가의 명에 따라 공직에서 퇴임하면 해당 직무에서 벗어나고 대외적으로도 공표된다. 피고인 1이 2015. 2.경 비서실장에서 퇴임한 이후에는 위와 같은 직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퇴임 후에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퇴임 전 공모한 범행에 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계속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임 후의 범행에 관하여는 공범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피고인 1의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미치는 범위를 확정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에서 본 사정만을 이유로 위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인 1에게 위 전부에 대하여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포괄일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라. 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 요구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1급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제68조 단서에 따라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으나, 임용권자가 1급 공무원을 직권면직할 때에도 자의는 허용되지 않고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 1급 공무원을 직권면직함에 있어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근거를 갖추었는지 여부는 직무의 내용과 성격, 직권면직에 이르게 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1두8902 판결 ,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5두16598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문체부 1급 공무원인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이하 ‘공소외 6 등’이라 한다)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실질적으로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을 당한 것이다. 피고인 1이 전 대통령, 피고인 5 등과 공모하여 위와 같이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것은 공소외 6 등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위법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의 집행에 소극적인 공소외 1 문체부 장관의 측근이고 그들 역시 위 지원배제명단의 집행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정 등을 이유로 하였을 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 없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다. 피고인 1 등이 직권을 남용하여 공소외 6 등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1급 공무원의 신분과 면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직권의 남용, 의무 없는 일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증언감정법’이라 한다) 위반

1) 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위증죄는 같은 법 제15조 의 고발을 소추요건으로 한다.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때에는 그 활동기간을 정하여야 하며, 본회의 의결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특별위원회는 활동기한의 종료 시까지 존속하고, 활동기한의 종료 시까지 국회법 제86조 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에 체계·자구 심사를 의뢰하였거나 제66조 에 따라 심사보고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해당 안건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때까지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 국회법 제44조 제1항 , 제2항 , 제3항 ). 특별위원회가 증인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는 것도 특별위원회의 활동에 속한다. 따라서 국회증언감정법 제15조 에 따라 증인에 대한 위증 고발도 위원회가 존속하는(‘존속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 동안에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1474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라 한다)가 2017. 1. 12. 국회의장에게 보고한 서면을 국회법 제66조 에 따른 심사보고서로 볼 수 있어 국조특위의 활동기한인 2017. 1. 15.이 경과하였더라도 위 심사보고서에 포함된 안건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2017. 1. 20.까지는 국조특위는 존속하였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인 1에 대한 고발이 2017. 1. 17. 이루어졌으므로 위 고발은 적법하다.

3)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회증언감정법상 고발 등과 관련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한편 위증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 1이 원심에서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2가 피고인 1 등 다른 공범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고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행에 공모·가담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 2가 2014. 6.경 정무수석으로 취임할 무렵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에서 문화예술계 등에서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를 위한 계획과 방안이 마련되어 있었고, 향후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정무수석의 업무였으며, 그 후 정무수석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무수석실에서 교문수석실의 요청에 따라 지원배제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명단 검토가 이루어지는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함으로써, 피고인 1 등 다른 공범과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범행에 관하여 공모하였을 뿐 아니라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 범행에 공모·가담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피고인 2는 ○○○○○ △△△△ 상영요청 거부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1 등 공범들과 ‘예술영화전용관을 포함한 일반 상영관에서의 △△△△ 상영 저지’ 계획을 상호 인식·공유함으로써 의사가 합치되었고, 위 △△△△ 상영 저지를 위한 정무수석실과 교문수석실의 공동 대응을 통하여 공범 상호 간의 결의를 강화하는 등 기능적 행위지배도 인정된다. 그리고 피고인 2는 □□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 삭감, ◇◇◇◇◇◇와 ☆☆☆☆☆☆☆에 대한 지원배제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 1 등과 함께 범행의 실행계획을 상호 인식·공유하여 의사의 결합을 이루었고, 정무수석으로서의 지위와 역할, 공범과의 관계, △△△△ 상영 저지를 위한 활동 등을 고려하면 기능적 행위지배도 인정할 수 있다.

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모공동정범에서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 등과 관련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증거능력과 증명력

가) 원심에서 제출된 청와대 문건

원심은, 특별검사가 검찰을 통하여 또는 직접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아 원심에 제출한 청와대 문건이 대통령기록물법을 위반하였거나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여 수집된 것으로 볼 수 없어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 1. 나. 1)에서 본 것처럼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대통령기록물법,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2015. 3. 25.자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이하 ‘실수비’라 한다) 회의결과 중 수기로 ‘진행 중’으로 기재된 부분

원심은 2015. 3. 25.자 실수비 회의결과(증거순번 제1385호) 중 수기로 ‘진행 중’이라고 기재된 부분은 그와 같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증거물인 서면으로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원심이 이 부분 기재를 전문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거나 기재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데 사용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2015. 3. 9.자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원심 제5회 공판기일에서 2015. 3. 9.자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증거순번 제1383호)을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였고, 원심은 같은 기일에서 위 문건을 증거로 채택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라) 검사 작성의 공소외 3에 대한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와 공소외 3의 원심 법정진술

검사 작성의 공소외 3에 대한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는 위 1. 나. 3)에서 본 것과 같은 경위로 작성되었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 2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피고인 2가 위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에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러나 원심은 판결 이유에서 공소외 3의 원심 법정진술을 증거로 삼았을 뿐 위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는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 공소외 3의 원심 법정진술에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잘못은 판결에 영향이 없다.

따라서 원심의 위 각 증거들에 대한 조치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능력, 증명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직권의 남용

원심은, 피고인 2가 전 대통령, 피고인 1 등과 공모하여 예술위 등 공모사업에 관하여 특정 개인과 단체를 배제하는 행위에 가담한 것은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교문수석, 문체부 장관 등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행한 실질적 위법행위로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일반적 직무권한의 주체와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죄수와 공범의 죄책

원심은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2015년 예술영화지원사업 지원배제, 도서 관련 지원배제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인정하여 그 전제에서 위 전부에 관하여 피고인 2에게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1. 다. 3)에서 본 것처럼 위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인 2가 2015. 5.경 정무수석에서 퇴임한 이후에는 퇴임 전 공모한 범행에 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계속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임 이후의 범행에 관하여 공범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피고인 2의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미치는 범위를 확정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위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인 2에게 위 전부에 대하여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은 포괄일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 2가 2016. 10. 13.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 등에 대한 2016년도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에 관하여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거나 본 적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2016. 11. 30. 국조특위 제1차 청문회에서 ‘정무수석으로 일하면서 전혀 소관 업무도 아니고, 전혀 관여한 바도 없고, 그런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로 위증에 해당한다. 2016. 9. 27. 국정감사에서의 피고인 2의 선서는 2016. 10. 13. 국정감사에도 그 효력을 미친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허위의 진술, 선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외 9에 대한 사직 요구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 3이 문체부 업무와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으로서 전 대통령의 공소외 9에 대한 사표제출 지시를 직접 문체부 장관에게 전달하였고, 문체부 장관과 소속 공무원들에게 그 이행 여부와 공소외 9가 보임될 산하기관에 관하여 직접 확인하고 의견을 전달하기까지 하였으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피고인 3의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 전 대통령의 위와 같은 사직서 제출 요구 지시, 피고인 3의 문체부 장관에 대한 위 대통령 지시의 하달, 그에 따른 문체부 장관의 공소외 9에 대한 사직서 제출 요구는 각각 대통령, 교문수석과 문체부 장관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피고인 3은 전 대통령과 공모하여 대통령 및 교문수석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남용하여 공소외 9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

2)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모공동정범과 기능적 행위지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직권의 남용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 3이 교문수석으로서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 삭감, ◇◇◇◇◇◇와 ☆☆☆☆☆☆☆에 대한 지원배제, 2015년 도서 관련 지원배제 범행에 관한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 피고인 3의 행위는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공모하여 대통령, 비서실장 및 교문수석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직권, 공동정범과 기능적 행위지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위 1. 다. 2) 나)에서 본 것처럼 원심이 피고인 3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각 의무 없는 일 행위 중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행위들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의무 없는 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의무 없는 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피고인 5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 요구

원심은, 피고인 5가 피고인 1 등과 공모하여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 대하여 사직을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1. 라.에서 본 것처럼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1급 공무원의 신분과 면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직권의 남용, 의무 없는 일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도서 관련 지원배제

원심은, 지원배제 지시는 문체부 장관의 출판진흥원에 대한 정당한 지휘·감독권의 범위에 속하지 아니하는 위법·부당한 조치라는 등의 이유로 공소외 10, 공소외 11로 하여금 지원배제 대상자에 대한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심의위원에게 전달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직권, 의무 없는 일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원심은, 피고인 5가 2016. 12. 15.경 국조특위 제4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블랙리스트 사실 여부를 모른다.’, ‘누구로부터도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 ‘블랙리스트에 관하여 따로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로 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증,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5. 피고인 6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동정범

1)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 6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이하 ‘소통비서관’이라 한다)으로서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명단을 받아 배제대상자를 검토하였다. 민간단체보조금 태스크포스팀의 실행 및 그 결과물인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문건의 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문화체육비서관(이하 ‘문체비서관’이라 한다)인 피고인 4로 하여금 후임 소통비서관인 피고인 7에게 문예기금 등 사업에 따른 지원배제 명단의 검토·선별을 요청하도록 하였다. 문체부 차관에게 좌파 성향의 인사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6은 피고인 1이 마련한 좌파 등에 대한 지원배제 계획을 인식·용인하고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모·가담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모공동정범에서의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죄수와 공범의 죄책

위 1. 다. 3)에서 본 것처럼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2015년 예술영화지원사업 지원배제, 도서 관련 지원배제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 6이 소통비서관에서 정무비서관으로 보직 변경된 사정과 보직 변경 전후 각 범행 가담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 6의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미치는 범위를 심리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위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은 포괄일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6. 피고인 7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원심은, 피고인 7이 피고인 6으로부터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을 전달받으면서 그 내용을 설명 듣고 정무수석실 산하 소통비서관으로서 문예기금 공모사업에서 소통비서관실 행정관 공소외 12를 통하여 지원배제자를 선별하는 등 피고인 7이 피고인 1, 피고인 2 등 공범들과 함께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범행을 공모하였고 피고인 7에게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 △△△△ 상영요청 거부, □□국제영화제 지원금 삭감, ◇◇◇◇◇◇와 ☆☆☆☆☆☆☆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과 교문수석실이 함께 □□국제영화제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상영관에서의 △△△△ 상영 저지를 위하여 공동으로 대응하였다. △△△△ 상영 저지를 위한 대응 과정에서 정무수석인 피고인 2는 소통비서관인 피고인 7에게 문체비서관과 협의를 해서 △△△△ 상영관이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피고인 7은 문체비서관인 피고인 4와 △△△△ 상영 문제에 관하여 협의하였고, 교문수석실로 보고되는 문체부 보고서를 공유하였는데, 당시 보고서에는 상영 후 조치로서 △△△△을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이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 7은 피고인 2에게 △△△△ 진행 상황을 종합하여 정리한 보고를 하였다. 피고인 7은 피고인 1, 피고인 2 등 공범들과 함께 △△△△의 상영 저지 계획과 지원배제의 실행 계획을 상호 인식·공유하고 그에 관한 의사의 합치를 이루었다. 피고인 7은 △△△△ 상영 저지를 위한 정무수석실과 교문수석실의 공동 대응을 통하여 공범 상호 간의 결의를 강화하는 등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 따라서 피고인 7은 ○○○○○ △△△△ 상영요청 거부, □□국제영화제 지원금 삭감, ◇◇◇◇◇◇와 ☆☆☆☆☆☆☆에 대한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

2)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과 기능적 행위지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죄수와 공범의 죄책

위 1. 다. 3)에서 본 것처럼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2015년 예술영화지원사업 지원배제, 도서 관련 지원배제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볼 수는 없다. 원심이 위 부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전부를 포괄일죄로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피고인 7에게 위 전부에 대하여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은 포괄일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7. 특별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강요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협박은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직업이나 지위에 기초하여 상대방에게 어떠한 요구를 하였을 때 그 요구 행위가 강요죄의 수단으로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뿐만 아니라 그 언동의 내용과 경위, 요구 당시의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행·경력·상호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요구에 불응하면 어떠한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행위자와 상대방이 행위자의 지위에서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해악을 인식하거나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강요 부분에 관하여 사직 요구 또는 지원배제 지시를 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요구 경위 및 발언의 내용, 요구자와 상대방의 직위·경력, 사직 또는 지원배제에 이르게 된 경위, 일부 사업에서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가 지원배제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이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인정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요죄의 협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1) 피고인 6에 대한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부당개입

원심은, 피고인 6이 피고인 4로부터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명단을 건네받기 이전에 청와대에서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중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특정인을 선정에서 배제하도록 문체부에 지시하여 문체부에서 예술위 담당자들에게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명단을 송부하도록 하였음을 알고 있었거나 이에 관여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들에 대한 일부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가)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에 관한 공소사실 중 ① 원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의 범죄일람표 2 중 공소외 13이 담당한 순번 19부터 23, 189, 190, 196부터 215까지의 사업, 공소외 5가 담당한 순번 26, 28부터 39, 48부터 52, 54부터 58, 86부터 98, 156부터 161까지의 사업, 공소외 14가 담당한 순번 60부터 85까지, 99의 사업, 공소외 15가 담당한 순번 100, 101 사업, 공소외 16이 담당한 순번 24, 25, 27, 40부터 45, 47, 59, 106부터 114, 116부터 134, 191부터 195까지의 사업, 공소외 4가 담당한 순번 216부터 218, 253부터 261까지의 사업, 공소외 17이 담당한 순번 223부터 231, 239부터 243까지의 사업, 공소외 18이 담당한 순번 173부터 188, 232부터 237까지의 사업, 공소외 19가 담당한 순번 238, 266부터 297, 299부터 325까지의 사업, 공소외 20이 담당한 순번 105, 244부터 252까지의 사업, 공소외 21이 담당한 순번 152부터 155까지의 사업, 공소외 22가 담당한 순번 262부터 265까지의 사업, 공소외 23이 담당한 순번 162부터 172, 219부터 222까지의 사업, 공소외 24가 담당한 순번 135부터 150까지의 사업에서 위 예술위 직원들이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였다는 부분, ② 같은 범죄일람표 2 중 공소외 5가 담당한 순번 26, 28부터 39, 48, 88부터 91까지의 사업, 공소외 16이 담당한 순번 24, 25, 27, 40부터 45, 47, 59, 191부터 195까지의 사업, 공소외 21이 담당한 순번 152부터 155까지의 사업, 공소외 24가 담당한 순번 135부터 150까지의 사업에서 공소외 5, 공소외 16, 공소외 21, 공소외 24가 지원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공모사업 진행절차를 중단하였다는 부분, ③ 같은 범죄일람표 2 중 공소외 5가 담당한 순번 1부터 18, 26, 48, 88부터 91까지의 사업, 공소외 13이 담당한 순번 196부터 215까지의 사업, 공소외 18이 담당한 순번 173부터 188까지의 사업, 공소외 23이 담당한 순번 162부터 172, 219부터 222까지의 사업, 공소외 24가 담당한 순번 135부터 150까지의 사업에서 공소외 5, 공소외 13, 공소외 18, 공소외 23, 공소외 24가 심의위원에게 지원배제 대상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전달하였다는 부분, ④ 같은 범죄일람표 2의 순번 26, 28부터 39, 48, 88부터 91까지의 사업에서 공소외 5가 지원배제 방침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면서 지원배제 대상자의 탈락을 종용하였다는 부분에 관하여, 위 각 예술위 직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에 관한 공소사실 중 같은 범죄일람표 2의 순번 24, 25, 27, 40부터 45, 47, 59, 106부터 114, 116부터 134, 191부터 195까지의 사업에서 공소외 16이 심의위원에게 지원배제 대상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전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한 ▽▽▽▽▽ 지원배제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영진위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 심의를 보류한 것은 피고인 2가 정무수석으로 부임하거나 피고인 5가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하기 전인 2014. 4. 24.이고, 영진위가 새로운 심사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토대로 2014. 8. 25. ▽▽▽▽▽을 포함한 5개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이 계획을 지시·승인하거나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가담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하며, 이 부분 공소사실 범행은 유죄로 판단하는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행과 포괄일죄의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포괄일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피고인 6에 대한 ○○○○○ △△△△ 상영요청 거부, □□국제영화제 지원금 삭감, ◇◇◇◇◇◇와 ☆☆☆☆☆☆☆ 지원배제

원심은, 정무비서관이었던 피고인 6이 ○○○○○에서의 △△△△ 상영 거절과 △△△△ 상영에 대한 제재조치로 □□국제영화제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 등 영화관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다는 데에 공모·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 부분 공소사실 범행은 유죄로 판단하는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행과 포괄일죄의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포괄일죄,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원심은 피고인 5가 2016. 12. 15.경 국조특위 제4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소외 25 위원의 ‘공소외 26 본부장의 해임 관련해서 공소외 26 위원장의 말을 보면, 증인이 대통령께서 전화를 해서 내려 보내라 했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게 맞지요?’라는 질의에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증언한 것은 위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라. 나머지 부분

특별검사는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를 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8.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피고인 1, 피고인 3에 대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6, 피고인 7에 대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중 문예기금 지원심의 등 부당개입, 2015년 예술영화지원사업 지원배제, 도서 관련 지원배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각 부분의 파기 이유는 상고이유로 주장하지 않거나 상고를 제기하지 않은 나머지 공동피고인들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공통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2조 에 따라 그들에 대한 원심판결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 파기 부분과 포괄일죄 또는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부분 및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7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9.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7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의 나머지 부분에 관한 특별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증거능력에 관한 대법관 조희대의 별개의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과 강요죄에 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이 있다.

10. 증거능력에 관한 대법관 조희대의 별개의견

가. 원심은 특별검사가 원심에 제출한 청와대 문건을 증거로 채택하고 청와대 문건에 나타난 내용을 토대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이하 ‘대수비’라 한다), 실수비에서 전 대통령이나 피고인 1 등이 그 판시와 같은 지시와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피고인들에 대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청와대 문건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하고,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진술증거들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은 위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여 피고인들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인정하였고, 이러한 원심의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청와대 문건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다수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 관련 법리

1)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는 ‘위법수집증거의 배제’라는 제목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위법한 압수·수색을 비롯한 수사과정의 위법행위를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자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명시한 것이다. 그리고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위법행위를 기초로 하여 증거가 수집된 경우에는 당해 증거뿐 아니라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도 부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도2094 판결 참조).

2) 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직무상 공정성 등의 보장

형사소송법 제195조 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196조 제1항 에서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 전문에서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같은 법 제246조 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라고 규정한다.

검찰청법은 검찰청의 직제와 검사의 수사절차에 관한 권한과 의무에 관하여 자세하게 규정하면서, 제4조 에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등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8조 에서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12조 제3항 은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국회법 제65조의2 제2항 제1호 는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하여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는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을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제6조 는 “특별검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제7조 , 제8조 , 제9조 에서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검사의 권한과 의무에 관한 규정을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에 준용하고 있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특별검사법 제1조 는 ‘최서원 등의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하여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는 특별검사의 임명과 직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5조 는 “특별검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제6조 , 제7조 , 제8조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의 검사의 권한과 의무에 관한 규정을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에 준용하고 있다.

위와 같이 헌법형사소송법 등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수행 업무에 관하여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검사에게 부여된 막중한 권한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하여 검사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권한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특히 검찰청이 소속된 법무부의 장관으로부터도 최대한 간섭받지 않고 행사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직무의 공정성은 특별검사나 특별검사보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위에서 본 것처럼 특별검사에게는 그 직무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다.

3) 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직무상 공정성 등을 침해하여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

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수사권은 헌법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바대로 검사 또는 특별검사는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증거 등을 기초로 피의자와 참고인을 소환하여 조사한 후 기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사절차의 모습이다. 그런데 수사권이 없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인 대통령비서실 또는 수사권과 무관한 행정부처의 누군가가 특정인으로 하여금 수사, 기소 및 유죄의 판결을 받게 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증거를 수집하여 검사 또는 특별검사에게 제출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사절차의 모습이 아니고 특정인을 형사처벌하기 위해 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수사절차에 개입하는 것이다. 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통상적인 수사절차와는 무관하게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이 적극적으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특정 사건에서 특정 피고인으로 하여금 유죄판결을 받게 하기 위해 유죄의 증거를 수집하여 검사 또는 특별검사에게 제공하고 그 증거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할 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수사권과 공소의 제기 및 유지 권한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특별검사의 직무상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증거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이러한 대통령이나 대통령비서실 또는 행정부의 행위를 허용하게 되면,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및 그들의 지시를 받는 행정부의 막강한 행정력을 이용하여 정치적 보복을 위해 특정 인사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할 검사의 직무와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할 특별검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에서 본 법률에 정면으로 위반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다. 판단

1) 전 대통령은 2017. 3. 10.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7. 5. 10.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의 첫 번째 과제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내세우면서 ‘부처별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국정농단 실태를 분석하고 기소된 사건의 공소유지를 철저히 할 것’을 정하였다. 국가정보원은 2017. 6. 19.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를 만들고 그 산하에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 등을 조사할 적폐청산 태스크포스팀을 두어 이전 정부에서 이루어진 과거사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사기관에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였다.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공소외 27은 2017. 7. 20. 법무부를 제외한 16개 부처와 국가보훈처 등 19개 정부 기관에 적폐 청산을 위한 부처별 태스크포스 구성 현황과 향후 운용 계획을 회신하라고 요구하였고, 문체부 등 다수의 행정부처가 적폐 청산과 관련된 위원회를 만들었다.

2) 원심은 아래와 같은 증거들을 채택하고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실의 회의자료 등 파일들(증거순번 제1352~1379호, 제1402~1406호)

2017. 8. 10.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 컴퓨터의 공용폴더에서 발견한 전자파일 형태의 실수비 회의결과 및 회의자료와 대수비 회의자료 파일들은 전 대통령 당시의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실에서 기획비서관으로부터 송부받아 컴퓨터의 공유폴더에 저장되어 있었다. 현 대통령비서실은 검찰에 그 이미징 파일을 제공하였고, 검찰은 특별검사에게 파일 출력물 중 일부 사본을 제공하여, 특별검사가 원심에 이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나) 정무수석실의 실수비 회의결과 문건들(증거순번 제1381호, 제1382호, 제1384~1401호)과 2015. 3. 9.자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증거순번 제1383호)

2017. 7. 14. 정무수석 산하 정무기획비서관실 캐비닛에서 종이문서 형태로 발견한 문건들은 전 대통령 당시의 기획비서관이 실수비가 끝난 후 회의결과를 정리하여 전자파일로 작성한 후 당시 정무수석실에 송부한 전자파일들을 출력한 것이다. 현 대통령비서실은 특별검사에게 위 문건들의 사본을 제공한 후 발견된 문건들 자체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였다. 특별검사는 원심에 그중 일부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다)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실수비 회의자료 문건(증거순번 제1380호)

전 대통령 당시의 기획비서관은 실수비 회의를 위해 각 수석비서관들로부터 송부받은 회의자료 전자파일을 합본한 후 출력하여 실수비에서 각 수석비서관들에게 제공하였다.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하 ‘민정수석’이라 한다)은 기획비서관이 실수비 회의에서 배포한 위 회의자료를 받아 보관하고 있었다. 2017. 7. 3. 현 대통령비서실은 민정수석 산하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문건들을 발견하여 위 문건의 사본을 특별검사에게 제공하였고 문건 자체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였다. 특별검사는 원심에 문건의 사본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라)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 법정진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공소외 28로 하여금 보수 시민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혐의사실에 대하여 조사를 하면서,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과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소외 29, 전 교문수석 공소외 30과 공소외 2,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 공소외 31 등에 대하여 진술조서 또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특별검사는 원심에 위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리고 원심에서는 청와대 문건을 내용으로 하여 증인신문이 이루어졌다.

3) 청와대 문건과 그에 기초하여 작성된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 법정진술의 증거능력

가) 현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비서실 내의 제2부속비서관실, 정무수석실, 민정수석실 내에서 발견한 청와대 문건들을 대통령비서실이 직접 검사나 특별검사에 제공하였고, 특별검사가 이를 원심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청와대 문건이 증거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청와대 문건과 그와 관련된 피고인들 또는 참고인들의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법정에서 증인들에게 청와대 문건의 내용을 신문하였고, 이를 기초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들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위와 같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탄핵된 후 이미 항소심 진행 중인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에서 전 대통령의 대통령비서실에서 이루어진 대수비와 실수비에서의 전 대통령과 피고인 1 등의 진술 내용이 기재된 청와대 문건이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었다. 전 대통령의 탄핵 후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현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이 청와대 문건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고 있던 특별검사에 제공하고 특별검사가 원심에 증거로 제출한 것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특별검사의 수사 및 공소유지권에 개입하여 특별검사의 직무상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미 특별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고 제1심법원이 많은 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이후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 대통령비서실의 소속이거나 문체부 장관이었던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의 판단을 위해 특별검사에게 대수비와 실수비 자료를 유죄의 증거로 제공하는 것은 공정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할 특별검사의 수사 및 공소유지권에 의도적으로 개입하여 그 직무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나) 따라서 청와대 문건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인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고, 이를 기초로 작성된 피고인들과 참고인들의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 법정진술도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청와대 문건과 그에 기초하여 작성된 위 증거들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였고, 이러한 증거들로 인하여 제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많은 공소사실이 원심에서 유죄로 바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라. 결론

이러한 취지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그리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7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여야 하고, 특별검사의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위와 같이 원심판결이 파기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지만 그 파기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1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은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가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표현하였다는 이유 또는 정부를 반대하는 정파에 속한 것으로 평가되는 정치인을 지지하였다거나 그들과 정치적·이념적 성향을 같이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령에서 정한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법률에서 규정한 문예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문화국가의 원리, 정치적 표현의 자유,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위와 같은 헌법상 원리를 구체화한 문화기본법 등 개별 법령에도 위반되므로, 피고인들이 좌파 문화예술인·단체에 대하여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하고 승인한 것은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피고인들의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이 일부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거와 결론은 죄형법정주의는 물론 범죄체계와 구성요건해당성에 관한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

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범죄구성요건

형법 제123조 에 규정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충족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 및 그로 인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모두 증명되어야 한다 .

그런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직권’, ‘남용’, ‘의무’와 같이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는 불확정개념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석·적용할 때에는 헌법 제13조 에서 천명하고 있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해석의 원칙 및 최소침해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 이를 전제로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 헌법상 의무 위반과 형사책임의 성부

1) 정책 집행과 직권의 남용

직권의 남용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수의견은 권한의 위법·부당한 행사, 즉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본래 법령에서 직권을 부여한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직무행위가 행해진 상황에서 볼 때 필요성·상당성이 있는 행위인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에게 한 지시가 헌법에서 정한 문화국가의 원리, 표현의 자유,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위헌이고, 문화기본법의 기본이념인 문화의 다양성·자율성·창조성 등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이 남용하였다는 직권이 법령상 정해진 구체적인 직무뿐만 아니라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권한이라고 보더라도, 이의 행사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령상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특정하지 아니한 채 막연히 헌법상 기본이념이나 특정 법률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직무행위이므로 권한의 위법·부당한 행사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고, 특히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가 넓은 고위공무원의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적용 범위가 자의적으로 확장될 우려가 있다.

원심이 인정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범죄사실은 피고인들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에게 지시하여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하였다는 것인데, 문화예술진흥법, 영화비디오법,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은 예산 배정에 따라 한정된 재원인 문예기금이나 영화발전기금 등의 배분 대상과 범위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관련 법령상 개인이나 단체는 국가에 대하여 기금 수령을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가 없으므로 관련 행정부처 등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기금의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고, 관련 위원회도 기금의 수령대상자를 결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이러한 재량에 따라 문예기금 등을 분배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원배제 대상자들을 선별한 행위를 사후적으로 평가하여 직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2) 헌법상 의무 위반의 존부

설령 지원을 배제하는 정책의 시행이 부적절한 행위로 평가받을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라는 범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피고인들이 해당 정책의 시행에 관한 직무상 의무가 있는 사람, 이 사건의 경우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위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하였음이 모두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원심의 판단을 전제로 피고인들의 행위와 지원배제 사이의 인과관계, 행위 상대방의 권한 유무 등에 관한 구체적 논증을 생략한 채 이러한 행위가 직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공무원의 행위가 위헌적으로 평가된다는 이유만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직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 우리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헌법 제13조 제1항 ). 공무원의 어떠한 행위가 위헌적이라고 평가될 경우 탄핵대상 공무원은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밖의 공무원은 행정적, 도덕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구체적인 금지규범을 특정하지 않은 채 추상적인 헌법원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헌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어 죄형법정주의가 전면적으로 형해화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물론 헌법은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헌법정신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지방공무원법 제57조 의 정치운동의 금지, 국가정보원법 제9조 의 정치관여 금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3조 의 정치운동의 금지, 법원조직법 제49조 의 법관의 정치운동 관여 금지, 감사원법 제10조 의 정치운동의 금지 등의 개별 법률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공무원의 행위는 징계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국가정보원법 제18조 의 정치관여죄, 군형법 제94조 의 정치관여죄를 제외하고는 이를 처벌하는 개별 법률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범죄구성요건을 확장해석하는 것이어서 이 또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이에 더하여 원심이 들고 있는 위헌의 논거를 보더라도 과연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헌법 제9조 헌법 제69조 에 따른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를 통하여 구현되고 있는데, 국가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계획·선별하고 중점과 우선순위를 정하여 문화정책을 수립·추진하더라도 이러한 문화적 지원과정이 국가의 문화적 중립성에 대한 요청과 양립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모든 문화적 활동을 기계적으로 균등하게 지원해야 할 국가의 의무나 이에 대응하는 개인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역시 정부의 가치 판단에 따른 기금의 선별적 지원이 수정 헌법 제1조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Rust v. Sullivan, 500 U.S. 173(1991)]. 따라서 차별적 지원배제 자체가 헌법이 국가에 부여한 문화국가 원리에 곧바로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이 이러한 정책을 수립·시행한 것이 위헌적인 직권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더군다나 지원이 배제된 단체나 개인은 국가가 조성한 기금을 지원받지 못할 뿐이지, 그들의 문화·예술행위 자체를 국가가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 볼 수도 없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국가정책에 따른 한정된 재원의 분배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급부행정에서 평등의 원칙 위반이 있다고 보려면 동질의 비교집단 사이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취급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기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람이 취소소송 등을 통하여 수급자격을 다투는 과정에서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가 확인되어야 규범적으로 불평등한 행위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불가쟁력이 발생한 특정 단체나 개인에 대한 지원배제 및 지원결정을 두고 사후적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었다는 이유로 이러한 정책의 시행에 관여한 공무원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형사처벌한다면, 본질적으로 차별적 집행일 수밖에 없는 급부행정 정책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은 언제든지 형사처벌을 받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되고 이는 공무원의 신분보장을 규정한 헌법 제7조 제2항 에 오히려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 형사법의 해석 원리

피고인들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은 형사법에서 범죄의 성립 여부를 심사하는 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행정소송을 통해 지원배제라는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한다면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각종 위헌·위법·부당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지원배제가 위헌·위법·부당하여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이유로 법원은 이를 취소하거나 무효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이 사건과 같은 형사법 영역에서 어느 행위가 특정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살피고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위법성과 책임이 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다수의견과 같이 문화국가의 원리 및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취지에 반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지원 여부에 차등을 두어 평등의 원칙에 반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헌이라는 전제에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면, ‘직권’을 ‘남용’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위법성 판단으로 구성요건해당성 판단을 갈음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는 범죄체계와 구성요건해당성에 관한 본질은 물론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하는 것이다.

4) 소결

피고인들의 행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행위로 평가되거나 그에 따른 법령상 책임을 지는 것을 넘어 정책목적이 헌법에 부합하지 아니하거나 부당하다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123조 에서 말하는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아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형사법의 기본 원리에 배치된다. 특히 직무권한의 범위가 넓은 고위공무원의 경우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따라 추상적인 기준인 헌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명확성 원칙 등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 헌법원리는 이를 위반할 때 형사처벌이 예정되는 구체적인 행위규범으로서는 기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이를 직권의 남용이라고 본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동하기 어렵다.

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는지

1) 기금의 관리·운영에 관한 심의 절차

설령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헌적이고 부당하다는 이유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더라도, 피고인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하기 위하여는 직권을 남용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도12754 판결 참조).

원심이 인정한 이 부분 범죄사실의 요지는,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과 관련된 법령들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은 위 각 법인의 위원들의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고 각 법인이 자율적으로 사업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할 법령상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인들이 이러한 직원들에게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기금 분배대상에서 배제하도록 위원들을 종용하게 하는 등 지원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는 다수의견은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기금배분은 각 법인의 심의를 거쳐 이루어진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등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자율성이 보장되는 독립된 기관인 각 법인에서 문예기금 등의 배분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특히 예술위와 영진위가 배분하는 기금은 국가재정법 제5조 제1항 [별표 2]에 따라 설치된 것으로서 운용계획의 수립, 변경, 지출 등에 있어 국가재정법의 규정에 따라 집행되어야 한다. 비록 피고인들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기금의 배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위원회에 전달하도록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에게 지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권한의 행사로 말미암아 각 법인의 심의 과정이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국가재정법에 반하는 지출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단계에서부터 각 법인이 문예기금 등의 배분에 관하여 어떠한 기준과 그에 따른 논의과정을 거쳐 심의하였고 이를 관련 법률에 따라 집행하였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따라서 이를 판단할 증거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지원배제 정책을 지시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평가만으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하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국가재정법문화예술진흥법, 영화비디오법 등에 규정된 기금운용 절차에 따라 기금 배분이 적법하게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아예 도외시하고 성급하게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한 결과가 된다.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본질과 보호법익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이 공직 수행을 위해 부여된 직권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국가기능 행사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와 개인의 자유 및 권리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형법에 규정된 범죄이다.

다수의견은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에게는 각 법인의 위원들의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고 각 법인이 자율적으로 사업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할 법령상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다음,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이 문체부 공무원으로부터 지원배제 지시를 받아 한 행위 중 일부는 위원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율적인 절차진행과 운영을 훼손하는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어서 ‘의무 없는 일을 한 때’에 해당하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고, 일부 행위는 ‘의무 없는 일을 한 때’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다시 심리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의무 없는 일을 한 때’의 판단 기준을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였는지 여부’로 보고 있으면서도 각 법인의 직원들에게 부여된 법령상 의무의 근거에 관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논증하지 않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에는 예술위의 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사무처를 둔다는 규정만이 있고( 제33조 ), 영화비디오법에는 영진위의 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사무국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제20조 ),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는 출판진흥원의 직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직원들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위 각 법인의 직원들의 법령상 의무는 각 법인 사무를 보조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각 법인의 심의를 거쳐 이루어지는 지원 또는 지원배제 결정에서 위 각 법인의 직원들에게 법령상 부과된 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다수의견의 결론에 따른다면 각 법인의 의사결정은 실질적으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법령상 권한과 의무를 부여받은 위원들은 직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명목상 존재로서 거수기에 불과하게 된다. 이는 관련 법령에서 규정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에 반하는 해석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한 때’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권능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저해를 방지한다는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기업인들에게 특정 재단에 재산을 출연하도록 하거나 검사에게 내사중지를 하도록 하거나 승진명부작성 책임자에게 순위를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와 이 사건과 같이 위원회 심의에 관한 아무런 권한이 없고 단지 위원회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직원들에게 특정 행위를 하도록 한 것을 동일시하기 어렵다.

또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일람표에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이 피고인들의 지시에 따라 행하였다고 나열된 일련의 행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구성요건해당성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 각각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로 인하여 각 법인의 지원배제 심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하여는 각 행위들이 준별되지 아니한 채 망라되어 있을 뿐이다. 각 법인의 직원들에게 부여된 법령상 의무가 심의 절차 및 기준과 관련하여 어떤 것인지 실체를 알 수 없으므로, 범죄일람표에 열거된 행위 중 어떠한 것이 과연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인지 판별할 수 없고 다수의견도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3) 이 사건 구성요건의 실체

굳이 피고인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의율하려면, 공소사실과 같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각 법인의 기금 배분을 위한 공모사업 신청자들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는 것이 실체적 진실에는 보다 더 부합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특별검사는 피고인들이 각 법인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하여 각 법인 직원들에게 배제대상자를 전달하여 그 직원들로 하여금 지원배제 지시가 관철되기 위한 행위들을 하게 하였다는 것을 공소사실로 구성하였고, 그렇게 구성된 공소사실만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각 법인 직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점은 지원배제라는 피고인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불과하다. 목적 달성 과정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행위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로 포섭한다면 앞서 본 직권남용의 부당한 확장해석과 더해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처벌 범위가 무한하게 확대될 수 있다.

4) 소결

이 사건에서 이루어진 지원배제는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각 법인의 심의에 따른 것이지만 각 법인에서 위원들의 역할, 심의과정 등을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마치 각 법인의 직원들이 수행한 의무 없는 일을 통해서 지원배제 행위가 이루어진 것처럼 구성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증명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다수의견과 같이 피고인들의 지시가 위헌·위법하여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본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는 각 법인 직원들의 행위가 피고인들의 위헌·위법한 행위에 대한 공모 내지 방조에 해당하는지, 관련 위원회의 위원들도 그들의 직권을 남용하여 기금 대상자 결정을 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도 수사와 소추 여부 결정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단지 각 법인의 직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만 수사와 공소가 이루어짐으로써 사건의 실체가 왜곡될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피고인들의 지원배제 지시로 인하여 각 법인의 직원들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다수의견이 전제하는 각 법인 직원들의 법령상 의무의 근거가 없고, 각 위원들의 지원배제 심의·결정에 관한 증거자료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두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마. 결론

이러한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7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한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여야 하고, 특별검사의 피고인 2, 피고인 5, 피고인 6에 대한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이 파기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이하지만 그 파기 이유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12. 강요죄에 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공소외 9에게 직접 사직을 요구한 문체부의 공소외 32,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게 직접 사직을 요구한 문체부 차관 공소외 33,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에게 직접 지원배제를 지시한 문체부의 공소외 34, 공소외 35, 공소외 36 등 문체부 공무원들이 각 상대방에게 말한 구체적인 내용과 경위, 상대방의 경력, 지원배제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문체부 공무원들이 각 상대방에게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강요의 점이 모두 무죄라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강요죄의 협박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거와 결론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

나.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 즉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어떠한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면 충분하고,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다. 행위자가 그의 직업, 지위 등에 기초한 위세를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고 상대방이 불응하면 부당한 불이익을 입을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에도 해악의 고지가 된다 (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도1565 판결 ,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 등 참조). 협박받는 사람이 공포심 또는 위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였는지는 행위 당사자 쌍방의 직무, 사회적 지위, 강요된 권리·의무에 관련된 상호관계 등 관련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7064 판결 ,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도1739 판결 ,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특히 묵시적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 판단할 때 그 기준은 특정한 정치적,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형성된 경험법칙이 되어야 한다 .

다. 공소외 9,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 대한 사직 요구 부분

1) 공소외 9에 대한 사직 요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으로 보아야 한다.

가) 사직을 요구받기 전에 이미 공소외 9는 문책성 인사조치를 당하여 요직인 문체부 체육국장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되는 경험을 하였다. 공소외 9가 공소외 32로부터 사직 요구를 받기 직전에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던 공소외 37이 경질되었다. 공소외 32는 사직 요구가 장관 윗선, 즉 사실상 청와대의 지시임을 암시하면서 사표제출을 요구하였고, 공소외 9는 이러한 불이익한 인사조치가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공소외 9는 인사조치를 당하는 과정에서 공직감찰을 받기도 하였다. 공소외 9는 사직 요구를 거절할 경우 자신이나 자신의 부하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신분상의 불이익을 잘 알고 있었고, 객관적으로도 이는 쉽게 예상이 가능하였다.

나) 문체부 공무원이었던 공소외 9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고 중앙행정기관 장의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대통령과 비서실장, 문체부 장관과의 관계에서 복종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었다. 대통령이나 교문수석인 피고인 3, 문체부 장관인 피고인 5가 공소외 32를 통하여 그 지위를 이용하여 법률에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인 공소외 9에게 사직을 요구한 행위는, 객관적으로 그에 응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게 하여 공소외 9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묵시적인 해악의 고지이다.

다)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보면,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적인 사회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직 요구를 받은 공소외 9가 공포심을 느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 3, 피고인 5가 공소외 9에 대하여 사직을 요구한 행위는 강요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 즉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인 공소외 6 등에 대한 사직 요구도 같은 이유에서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으로 보아야 한다.

공소외 6 등은 그들에 대한 사직 요구가 문체부 장관이 아닌 청와대의 지시사항이었다는 것과 사직을 요구받기 이전부터 공소외 9가 공직감찰을 받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되는 과정을 잘 알고 있었고, 민정수석실에서 문체부 고위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일명 ‘성분조사’를 하여 공소외 1과 뜻을 같이한 자신들을 ‘성분불량자’로 분류하였다는 소문도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소외 6 등은 자신들이 사직 요구를 거절할 경우 자신이나 자신의 부하직원들이 신분상의 불이익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적인 사회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직 요구를 받은 공소외 6 등이 공포심을 느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 1, 피고인 5가 공소외 6 등에 대하여 사직을 요구한 행위는 강요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 즉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라. 문예기금의 지원심의, 영화와 도서 관련 지원배제 부분

1) 문체부의 공소외 34는 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업 관련 지원배제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예술위 공소외 5에게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면 차라리 사업을 접으면 어떻겠는가’라는 말을 하였다. 또한 2015년 연극창작산실 시범공연지원사업과 관련하여, 배제대상에 포함되어 있던 극단 ◎◎◎이 최종 심의에서 통과되자 ‘차라리 사업을 안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문체부의 공소외 38은 2014. 12.경 예술위 문화복지부장 공소외 14에게 소외계층문화순회사업 신청자 중 배제대상 단체를 불러주면서 ‘배제대상으로 불러준 단체를 지원하게 되면 사업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

문체부의 공소외 35는 영진위에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 심사가 진행되기 10분 전에 영진위 공소외 39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에서 ▽▽▽▽▽을 지원에서 배제하라고 했으니 조치를 취해야 한다’, ‘통과되면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니 보류하라’고 지시하면서 ‘이것을 안 하면 다 큰일 난다’고 말하였다. 공소외 35는 △△△△이 □□국제영화제 및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될 무렵 공소외 39와 거의 매일 통화를 하면서 ‘청와대에서 △△△△을 크게 신경 쓰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공소외 39로부터 ‘○○○○○에서 △△△△을 상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하였다.

문체부의 공소외 36은 출판진흥원 공소외 11에게 배제대상 목록을 불러주고 인터넷 매체 ◁◁◁◁이 우수도서 선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보도한 이후의 문체부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이런 도서가 배제되지 않을 경우 진흥원도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완강하다’고 말하였고, 출판진흥원 공소외 10에게는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상당히 어려운 일이 닥칠 것이다’, ‘모두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이 공모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직접적으로는 공모신청을 한 문화예술인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뿐만 아니라,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존립 근거마저 위태롭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당시의 상황 맥락을 고려하면, 문체부의 공소외 34, 공소외 38, 공소외 35, 공소외 36 등이 공소외 5, 공소외 14, 공소외 39, 공소외 11, 공소외 10 등에게 한 위와 같은 말은 객관적으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므로 명시적인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있다.

2) 문체부 공무원들이 당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에 소속된 직원들에게 한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들에 대한 지원배제 지시는 강압적이었다.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 중 일부는 문체부 공무원의 요구가 문체부를 넘어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라는 영화가 상영될 수 있도록 ◇◇◇◇◇◇의 신청에 따라 위 작품에 대한 면제추천을 해 준 사실을 문체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체부 영상콘텐츠과장 공소외 40이 영진위 위원장 등 영진위 관계자를 심하게 질책하였고 영진위 위원장은 문체부에 시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이후 공소외 39는 영진위 국내진흥부장에서 부서원으로 2단계 강등되기까지 하였다. 인터넷 매체인 ◁◁◁◁의 문제제기 후 공소외 1의 지시로 문체부에서 출판진흥원장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하였는데, 공소외 10과 공소외 11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3) 문체부 장관은 문화예술 진흥에 관한 시책과 시행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사실상 예술위의 정책집행을 좌우하고, 예술위 위원과 위원장을 위촉하며, 예술위에서 운용·관리하는 문예기금의 문화예술 창작·보급 사업 등에 대한 지원성과를 측정·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예술위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문체부 장관은 영상문화의 창달과 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한 영화진흥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사실상 영진위의 정책집행을 좌우하고, 영진위 위원장 및 위원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 영진위는 매년도 예산편성의 기본방향과 그 규모에 관하여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문체부 장관은 영진위의 사업계획 및 예산·결산과 관련하여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문체부 장관은 영진위에서 관리·운용하는 영화발전기금의 영화 창작·제작 진흥 관련 지원사업 등에 대한 기금 사용의 성과를 측정·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영진위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문체부 장관은 출판문화산업의 진흥에 필요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함으로써 사실상 출판진흥원의 정책집행을 좌우하고, 출판진흥원장의 임면권을 갖는다. 또한 출판진흥원의 각종 사업예산은 문체부의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이고, 문체부 장관은 출판진흥원의 업무·회계 및 재산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은 인사와 예산, 정책집행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대통령과 그 비서실 직원들 및 문체부 공무원들과의 관계에서 복종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4) 공소외 34 등 문체부 공무원들이 위와 같이 지원배제를 지시하는 과정과 경위, 그들이 말한 구체적인 내용, 문체부와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관계 등을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균적 사회인의 경험에 비추어 평가하면,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들에 대한 지원배제 지시를 받은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이 당시 느꼈을 심리적 위축의 정도는 자유로운 의사의 결정 및 실행을 방해받을 정도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공소외 34 등 문체부 공무원들이 공소외 5 등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에게 한 말들은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 즉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적어도 묵시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이 사건에서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강요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의 판단은 특정한 정치적,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평균적 사회인의 인식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서 설득력과 현실성이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5) 따라서 공소외 34 등 문체부 공무원들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에게 지원배제를 지시한 것은 협박이 된다. 문체부 공무원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일부 직원들에게 협박을 한 것만으로도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의사의 결정 및 실행을 방해하였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순차로 문체부 공무원에게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에 지원배제 조치를 하도록 한 이상 문체부 공무원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의 직원들에게 협박을 한 것에 대하여도 피고인들에게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할 수 있다.

6) 결국 피고인들에 대한 강요죄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경험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마. 소결

강요죄를 무죄로 평가한 원심의 판단은 위법하므로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강요 부분에 관하여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13.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

가.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에 대한 원심의 헌법적 평가는 정당하다.

원심은, 상세한 이유를 제시하며,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거나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는 이유 또는 정부를 반대하는 정파에 속한 것으로 평가되는 정치인을 지지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상당한 범위의 문화예술인을 법률에서 정한 국가보조금 등의 대상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도록 지시한 피고인들의 행위(이하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라고만 한다)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이로써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라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였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에 대한 원심의 평가가 정당하다고 인정하였다. 원심의 판단은 이 사건에서 고려하여야 할 헌법 규정과 가치 및 문화 영역을 규율하는 여러 법률 규정의 의미를 정밀하게 해석하고 종합하여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심의 위와 같은 헌법적 평가가 정당함을 강조하기 위하여 아래에서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하면서 다수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규범을 일탈한 자의적 차별의 문제

1) 헌법 제7조 를 생각한다.

헌법 제7조 제1항 은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공무원에게 자신의 공적 역할 및 기능을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로 귀결시켜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7조 제2항 이 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공무원이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모든 국민의 이익인 공익을 실현할 헌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따라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공직자는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나 세력 등에 대한 중립성과 등거리를 유지하여야 하고, 주관성(주관성)과 자의(자의)의 금지를 요구받는다. 개인적인 정치적 신념 등 주관성은 공직 수행의 헌법 및 법률 구속이라는 객관성(객관성)에 후퇴되어야 한다. 특히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자 최고 규범인 헌법의 의미를 항상 탐구하고 이를 엄격히 준수하여야 한다.

이처럼 헌법 제7조 가 의미하는 바는 법률에 의한 구체화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분명하다. 따라서 만일 특정 정치적 견해나 성향 등이 우리 헌법질서에서 자유롭게 공존할 수 있는 것임에도 국가권력이 그와 반대의 입장에서 오직 특정 정치적 성향이나 입장 등을 부정 또는 배제하려는 의도로 자신의 공적 권한을 행사한다면, 이는 헌법 제7조 에서 명시한 공직자의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 및 정치적 중립성 규범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고 나아가 그것이 국민에게 인식되는 순간 국가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상실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2) 문화예술의 고유한 헌법가치를 깊이 생각해 본다.

가)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매개로 정신적 영감과 만족을 얻기도 하고 혹은 자신과 다른 처지에 놓인 타인과 그들로 구성된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고 존중하며 대화하게 된다. 이렇듯 문화예술은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 발현에 도움을 주고 사회에는 집단적 정체성, 발전과 통합의 기초를 제공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문화예술의 진흥과 보호, 육성을 위하여 보조금의 지원 등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문화예술의 이러한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주목한 결과이고, 다른 한편 이처럼 공공재의 성격을 갖게 된 문화예술의 공급을 오로지 자유시장의 영역에 맡길 경우 개별성·고유성·다양성을 본질로 하는 문화예술의 공급이 사회적 수요에 대응할 수 없게 되는 사정을 진지하게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예술가와 그의 예술 활동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자칫 문화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국가는 지원대상인 예술의 내용이나 방향에 개입하는 방식을 통하여 구성원의 정신적 일상을 일정 정도 지배하거나 유도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영국예술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케인즈는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지원은 하되 예술의 내용에 대한 간섭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이른바 ‘팔길이 원칙’을 제시하였다. 위 원칙은 말 그대로 국가나 행정기관이 예술 창작과 관련하여 예술가를 지원할 때 팔 길이만큼 거리를 둔다는 의미인데, 예술지원의 원칙이기도 하지만 독립적으로 구성된 예술지원기관이 관료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는 원칙이기도 하다. 위 원칙은 현재 예술지원의 보편적 철칙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 문화예술 그리고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갖는 위와 같은 사회적 의미나 기능, 그 영향 등을 고려하면서, 문화국가의 원리를 천명한 우리 헌법 제9조 ,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제21조 에 더하여 특별히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22조 의 규정 취지를 종합하여 이해하면, 공직자가 문화에 대한 지원자로서 국가의 헌법적 과제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때에는 앞서 언급한 헌법 제7조 의 실천적 함의(공무원의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 및 정치적 중립성 규범)를 더욱 엄격하게 준수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 정당 등의 부분이익이나 특수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국민전체의 출연(세금)을 기반으로 문화예술에 접근할 국민전체의 기회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조건 없는 재정적 지원’, ‘정치 지도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지원’, ‘경제적 지원에만 머물고 창작행위와 내용에 간섭하지 않는 지원’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의 부당한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3) 결국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는 헌법 제7조 가 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규범을 일탈한 자의적 차별로 보지 않을 수 없다.

가) 우선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뒷받침할 뚜렷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문화예술계 인사를 중심으로 1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정보를 수집하여 명단을 작성하고 보유·관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나) 지원배제사유를 구체적으로 보아도, 국가안전보장 등 헌법 제37조 제2항 의 기본권 제한 사유를 구성할 사정의 존부 등에 관한 그 어떠한 고려도 없이, 단지 특정인이 정부와 반대의 정치적 입장이나 성향을 갖고 있다거나 야당의 정치지도자를 지지하였다거나 사회적으로 문제 되었던 사안에 대하여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는 것 등을 지원배제사유로 삼고 있을 뿐이어서, 이를 두고 지원배제를 정당화할 합리적 사유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정부의 정책과 정당성 등에 관하여 의심을 품고 정치적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 만일 위와 같은 사유가 곧바로 정당한 지원배제사유가 될 수 있다면, 우리 헌법질서에서 마땅히 자유롭게 개진될 수 있는 국민의 정치적 입장과 견해가 문화예술의 보조금 행정 영역에서는 돌연 있어서는 아니 되고 오로지 배격 내지 시정되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는 것이 허용되는 셈이 된다. 그것이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다. 관련 문화예술인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위축 및 왜곡, 침해의 문제

아래에서 볼 사정은 앞서의 판단을 더욱 뒷받침한다.

1)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는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수단으로 삼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부가 지향하는 노선과 배치되는 정치적 견해를 가지면 이러한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에 억지로라도 찬성하도록, 그리고 정부가 지향하는 정치적 노선과 일치되는 정치적 견해를 가지거나 적어도 그와 배치되는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유도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예술가로 하여금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지원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문화예술인들의 예술적 상상력과 이를 표현하려는 의지를 위축 또는 왜곡시킬 수 있다.

2)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는 헌법의 ‘표현에 대한 사전검열 금지 규정’의 취지에도 반한다.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는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창작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활동’과 같은 작품 외적 요소를 이유로 하였고, ‘창작물의 표현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배제’하는 점에서 헌법에서 금지하는 전형적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지만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는 ‘정부비판적인 창작물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원칙 내지 정책을 밝힌 것과 같고, 그로 인해 예술가들이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여 정부의 의도에 맞는 예술만을 생성하게 될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는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의 판단에 의해 선택된 예술, 정부에게 우호적인 내용의 문화만을 향유하게 할 위험이 생긴다는 점에서 표현에 대한 사전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규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나아가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는 ‘특정 창작물’에 국한된 개별·구체적인 검열이 아니라, ‘정권에 반대한다고 간주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든 창작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사전검열이 갖는 위험성보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더 큰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라. 적법·정당한 국가의사의 결정으로 보기 어려운 절차적 문제점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는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법률상 독립된 공적 심의 시스템’의 배제를 당초부터 의도하였다. 여기에는 적법·정당한 국가의사의 결정으로 보기 어려운 다음과 같은 절차적 문제점이 있다.

1)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헌법 제82조 제1문).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은 국무회의에서 심의하여야 한다( 헌법 제88조 제1항 , 제89조 제1호 , 제13호 ). 피고인들의 주장 취지처럼 일부 문화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 및 지원배제가 행정부 차원에서 중요한 정책사항에 해당한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였어야 한다. 과연 그러했는가? 그렇지 않았다. 의미 있게 추진하여야 할 정책이라는 명분에 부합하는 공식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밟았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폭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고 일반 국민과 법원으로부터 존중받아야 하는 ‘정책’이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형성된 것만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며, 대통령비서실 소속 몇몇 공무원이 밀실에서 비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에 불과한 사항은 행정부의 ‘정책’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다.

2) 행정절차에 관한 일반법인 행정절차법에 의하면, 행정청은 필요한 처분기준을 해당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제20조 제1항 제1문). 이처럼 행정청으로 하여금 처분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할 의무를 부과한 취지는 당해 처분이 가능한 한 미리 공표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해 처분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통하여 행정의 공정성·투명성·신뢰성을 확보하며 행정청의 자의적인 권한행사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일부 문화예술인을 정치적·이념적 성향을 이유로 법률에 의한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고자 한다면, 그러한 처분기준을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전에 공표하여 일반 국민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공하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일부 문화예술인을 선별하여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기로 공모하여 실행하였음에도 미리 국무회의에서 심의하거나 사전에 처분기준이 공표되도록 하지 않았다. 이는 피고인들 스스로 자신들의 조치가 대외적으로 공개하기에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였거나 또는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일부 문화예술인들이 진정한 처분사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불복 여부 결정이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마. 맺는말

1)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는 피고인들이 헌법 제7조 에서 규정한 공직자의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 및 정치적 중립성 규범을 무시한 채 정치적 중립의 자리에서 멀리 일탈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일부 문화예술인들을 자의적으로 차별하기 위한 것이다.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피고인들 및 그들이 속한 정치집단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가를 기준으로 둘로 나누어 정치적 표적 집단에 속하는 쪽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해당 예술가들의 예술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적 인권을 무시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 행위의 실질은, 그들이 내세운 동기와 명분과는 전혀 달리,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로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부분을 충족한다.

2) 원심판단의 핵심 요지가 잘 드러난 판결 이유를 그대로 원용하며, 이 사건 지원배제지시에 관한 원심판단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보충의견을 맺고자 한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그 근본 가치로 삼고 있다(헌법 전문, 제4조 ). 즉 헌법은 전체주의적 국가를 지양하고, 자유·평등의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국민의 자치에 의한 국가 형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사상의 다원성을 그 뿌리로 하고, 사상의 다원성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와 같은 정신적 기본권의 보장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는 자율성과 다원주의를 추구하는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와도 맞닿는다. 이러한 헌법상 원리들을 배경으로 볼 때 정부가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지향에 따라 문화·예술에 대한 심판자로 나서서 그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지 않는 한 문화에 옳고 그름이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표현하는 문화를 억압하거나 그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하는 순간 자유민주주의의 길은 폐색되고 전체주의 국가로의 문이 열린다.”

14.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

가. 청와대 문건의 증거능력

대법관 조희대의 별개의견은 청와대 문건에 대하여 대통령비서실이 특별검사의 수사 및 공소유지 권한에 의도적으로 개입하였다는 전제에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사실과 다른 전제에 있으므로 동의하기 어렵다.

기록에 따르면, 위 ‘청와대 문건’ 중 일부는 2017. 7. 3.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우연히 발견되었고, 청와대 대변인이 그와 같은 발견 경위를 공표한 후 정무수석실에 방치되어 있던 캐비닛에서도 일부 문건이 발견되었으며, 컴퓨터 문서 파일은 그 후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실 행정관이 사무 처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특별검사는 2017. 7. 17. 대통령비서실에 공문을 보내 특별검사의 공소유지 활동에 필요한 자료들이라는 이유로 특별검사법 제6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위와 같이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문건들을 제공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대통령비서실은 위 문건들을 사본하여 특별검사에게 제공하였다. 그리고 특별검사는 2017. 9. 11.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특별검사법 제6조 제3항 에 의하여 특별검사의 공소유지 활동에 필요한 자료들이라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대통령비서실로부터 제공받은 위 문서 파일을 제공하여 달라고 요청하여 문서 파일들을 제공받았다.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보면, 특별검사는 법률에 정한 직무범위에서 공소유지를 위하여 대통령비서실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료의 제공을 요청하였고, 두 기관으로부터 요청한 자료를 제공받았다. 또한 누구나 범죄에 대한 고발권이 있고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는 고발할 의무까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34조 ) 대통령비서실에서 직무를 행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문건, 문서 파일을 그 기재 내용에 관한 수사와 공소유지의 직무권한이 있는 특별검사 또는 검사에게 제공한 것을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특별검사가 법률에 따라 대통령비서실 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요청하여 각 기관의 협조를 받아 증거를 수집한 것일 뿐, 대통령비서실이 특별검사의 권한에 개입하였다거나 직무의 공정성 등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나.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 관련 공소사실의 구조

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존재 의의는 국민전체의 봉사자인 공무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직무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여 개인(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처벌함으로써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다. 이 죄는 본래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하는 범죄로 설계된 것이고,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국가에 대한 범죄’라기보다는 ‘국가(기관)에 의한 범죄’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다만, 이 죄에서 직권행사의 상대방인 ‘사람’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다른 공무원이나 관련기관의 임직원 등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상대방이 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일반 사인의 경우와 달리 보아야 한다는 점은 다수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 관련 부분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예술위 등 직원들에게 이른바 좌파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지원배제 지시를 하고, 이에 따라 그 직원들로 하여금 각종 명단을 송부하는 행위, 각종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행위, 지원배제 방침 등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는 행위 등을 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문예기금 등은 국가의 예산으로 편성된 한정된 재원이므로 정의와 형평에 따라 합리적으로 배분하여야 하며, 특히 문예기금 등의 지원은 문화예술이 민주사회를 고양시키는 요체라는 점에서 단순히 금전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와 창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상이나 이념에 따라 특정 계층을 문예기금 등의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문예기금 등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게 하는 행위는 비난가능성이 크고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전제사실에서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가 이루어졌다고 적시하면서도, 그 지원을 신청한 문화예술인 등에 대하여 지원배제를 하거나 하게 한 최종행위를 구성요건 사실로 한 것이 아니라 그 지원배제 과정에서 예술위 등 관련기관 직원들에 대하여 명단 송부 등을 하게 한 행위를 구성요건 사실로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인 등이 부당하게 문예기금 등의 지원에서 배제된 사실에 있으므로, 이들에 대하여 지원배제를 함으로써 이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행위 또는 이들에 대하여 지원배제의 처분이나 의결을 하게 한 행위를 소추하는 것이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은, 대법관 박상옥의 별개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라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킨 행위를 소추하지 않고 관련기관의 직원들에 대한 명단 송부 등 지원배제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를 소추하였다. 다만, 이들 각 행위는 범죄 성립에 있어 택일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후자만 기소한 것은 문제가 되지만, 법원으로서는 기소된 행위에 대한 판단을 하면 되고, 전자를 기소하지 않았다고 하여 후자에 대한 판단을 달리할 것은 아니다.

다. 직권남용 과정의 행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한 때에는 형사법이 작동되어 법익침해에 대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가장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킨 위법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와 함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한 과정의 위법행위도 그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라는 ‘최종행위’가 아니라 그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행해진 명단 송부, 진행 상황 보고, 지원배제 방침 전달 등과 같은 ‘과정의 행위’를 기소하였다. 이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원심은 피고인들의 좌파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여 이와 관련한 일련의 지시는 위법하고, 위법한 지시에는 따를 의무가 없으므로 그 지시에 따르게 한 것은 곧바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것은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 관련 행위가 전체적으로 직권남용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러한 직권남용의 큰 우산 아래서 행하여진 모든 지시 행위는 단계, 정도, 내용 등을 가리지 않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게 보는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처벌 대상이 무한정 늘어나게 되고, 현실적으로 기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검사의 자의적인 선택을 허용하는 것이 되어 문제가 된다. 특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그 상대방에 따라 각각의 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과정의 행위를 한 사람은 최종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이 될 수 있고 과정의 행위와 관련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관련기관 직원들은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의 결과인 최종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이 될 수 있지만, 자신들이 행한 문서 송부 등 과정의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수사협조 여부에 따라 자의적으로 관여자를 공범 또는 상대방으로 정하여 기소할 수 있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2) 직권남용의 과정에서 행한 행위라 하더라도 별개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별개의 죄가 성립할 수 있다.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라는 직권남용이 가능하게 된 유해한 환경을 점검하고, 그 지원배제의 절차진행 과정에서 바로잡아야 할 위법 요소가 있으면 이를 교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정의 행위라 하더라도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게 한 때에는 별개의 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최종행위가 기소되었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었음에도 과정의 행위만을 기소하여 그 행위가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처벌할 수 없게 된 경우,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직권남용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함에 따른 사법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과정의 행위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그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만 묻는다면 직권남용의 최종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서 미흡하게 되고, 반면에 과정의 행위만으로 최종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묻게 된다면 행위를 초과하는 책임을 묻게 되어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최종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기본이어야 하고, 과정의 행위도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가벌성이 있는 경우에는 함께 소추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최종행위를 기소하지 아니한 채 과정의 행위만을 기소하여 직권남용의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지도록 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라. 행정실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1) 형법은 국민에게 범죄로 규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여 법익을 보호하는 한편 범죄로 규정한 행위가 아니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 형벌로써 법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국가형벌권의 한계를 명백히 하여 자의적인 형벌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킨다. 공무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명시하고 있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한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이 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명확성을 확립함으로써 공무원의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여 능동적이고 합리적인 공무 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요건에 관한 해석은 이러한 형법의 기능에 부합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되고, 국가형벌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것을 방지하며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의 부과가 가능해진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직권남용의 의사나 동기만으로 성립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형법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공무원이 직권남용 행위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처벌되지 아니한다. 예비·음모와 미수를 구별하고 미수와 기수의 차이를 정한 것은 범행을 계획하거나 착수하고도 범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행정기관은 어떤 일을 하는 경우 사전에 자료의 수집과 분석, 정책의 기획이나 계획의 입안, 연구조사, 의견청취, 토론 등을 거쳐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의사결정은 1안, 2안, 3안 등 여러 안을 두고 검토하여 이루어지고 특정 안이 결정된 경우에도 여론이나 관련기관의 의견에 따라 철회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특정 안을 검토하게 하거나 그 집행을 위한 준비를 하게 한 것만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예비나 미수를 처벌하지 않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게 된다.

2) 행정은 능동적·미래지향적인 형성작용이고, 개별적인 사안의 규율과 특정한 계획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작용이라는 점에서 입법·사법과 차이가 있다. 행정은 다양한 행정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인적 요소, 물적 자원, 설비를 갖춘 행정기구를 필요로 하고, 이러한 행정기구들은 체계적인 계통을 이루어 행정조직을 형성한다. 오늘날 복잡화, 전문화되고 있는 행정이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이나 구성원 상호 간의 긴밀한 협동과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행정을 통한 국가기능은 직접 국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공기관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수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정의 영역 내부에서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의 임직원 등 행정조직의 구성원은 일반 사인과 달리 일정한 범위에서 직무를 수행할 법령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한 법령상 의무의 범위 내에서 어떠한 일을 한 것이라면 설령 그 행위를 지시하거나 요구한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였다 하더라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또 다른 성립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경우까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에서 본 행정의 본질과 행정조직의 구성원리에 반하며, 형법의 기능에도 배치된다. 공무원이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와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능동적인 직무수행을 하지 못하고 소극적·수동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아가 행정조직의 계통 구조, 협동·조정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다. 일반 사인과 달리 공무원에게는 높은 도덕성까지 요구되는 것에 비추어 보면, 설령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된 후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수사의 대상이 되거나 공소제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도 위와 같은 현상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인 공무원 또는 관련 공공기관의 임직원 등이 법령에서 정한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게 한 경우에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행정의 영역 내부에서도 법치주의 원리는 실현되어야 하므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을 위반하게 한 경우까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위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설령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하였다 하더라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는 지시 또는 요구자의 성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를 하거나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에 그쳐야 한다.

3) 공무원은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닌 한 자유롭고 적극적·능동적으로 직권을 행사하여 행정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직무에 전념하면 된다. 국가형벌권은 위와 같은 명확한 기준에 따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와 결과 발생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발동되어야 한다. 이러한 해석이 형법의 기능, 형법의 보충성 원칙,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행정의 본질과 행정조직의 구성원리에 부합한다.

이 사건의 경우, 문예기금 등 지원배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실행 과정에서 있었던 상대방에 대한 모든 행위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인정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반면에 그 과정의 행위라 하더라도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을 위반하여 하게 한 경우에는 최종행위와 별개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마. 마무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에 급속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다. 그 과정에서 성과와 효율이 중시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권한남용적 행위가 일상화되었던 것은 아닌지, 이러한 권한남용에 둔감하거나 이를 미화하는 사례는 없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공직사회도 과거 권위주의적 시대의 영향으로 잘못된 직권남용적 관행이 묵인되어온 것은 아닌지, 이성적 성찰 없이 잘못된 명령과 관행을 만연히 따랐던 사례는 없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과잉 적용될 경우에는 직권남용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여 창의적·개혁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위축시키게 되어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의 기준을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인지 여부로 설정하여 공직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고,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충실히 따른 행위에 대해서는 그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공직사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주심)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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