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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도2030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미간행]
판시사항

[1] 공무원이 동일한 사안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저지른 직권남용행위에 대하여는 그 상대방이 여러 명이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개별 사안에서 포괄일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의 의미 /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하는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 경우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 21. 선고 2019노87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의혹 제기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잡지명 생략)’ 제작·홍보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의견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에 대한 부분

원심은, 국군기무사령부의 사령관인 피고인이 소속 장교들과 공모하여 예하 기무부대 방첩 수사 요원들로 하여금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아이디(닉네임)의 신원을 조회하는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였음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국군기무사령관의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직권남용행위와 의무 없는 일 사이의 인과관계 및 피고인의 고의가 모두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죄형법정주의, 공소권남용,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 사이의 인과관계, 고의, 공모관계, 죄수, 압수물의 증거능력 및 공소시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의혹 제기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원심은, 피고인이 소속 장교들과 공모하여 예하 기무부대 방첩 수사 요원인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로 하여금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게시한 18개의 아이디(닉네임)의 신원을 조회하는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였음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국군기무사령관의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직권남용행위와 의무 없는 일 사이의 인과관계 및 피고인의 고의가 모두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죄형법정주의, 공소권남용,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 사이의 인과관계, 고의, 공모관계, 압수물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양형의 이유 부분

양형의 조건에 관하여 규정한 형법 제51조 의 사항은 널리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한다고 해석되므로, 상고심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형의 양정의 당부에 관한 상고이유를 심판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실심법원이 양형의 기초 사실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였다거나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정상에 관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참조).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이 양형의 기초 사실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였다거나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정상에 관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공소외 12에 대한 면소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직권남용행위의 상대방으로 특정된 사람별로 별개의 죄가 성립하고 각 죄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전제한 후, 이 부분 공소는 범행일인 2011. 1. 31.로부터 공소시효 기간 7년이 지난 후인 2018. 6. 14.에 제기되었음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라는 국가적 법익을 보호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공무원이 동일한 사안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저지른 직권남용행위에 대하여는 설령 그 상대방이 여러 명이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개별 사안에서 포괄일죄의 성립 여부는 직무집행 대상의 동일 여부, 범행의 태양과 동기, 각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 범의의 단절이나 갱신 여부 등을 세밀하게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에 관한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의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등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원’ 또는 ‘보수 정권 재창출’이라는 공통된 목적으로 국군기무사령부 내의 유기적 지휘체계에 따라 대북첩보계원들 및 예하 기무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에게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트위터 활동(이하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이라 한다)을 지시하였다. 위와 같은 지시에 따라 대북첩보계원들 및 예하 기무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은 상당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수행하였고, 그 기간에 활동의 구체적인 방식이 크게 달라진 바 없었다.

②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지시받은 대북첩보계원들 및 예하 기무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천안함 사건,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판 등 여러 주제를 다루기는 하였으나,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트위터 글의 게시 등 그 활동의 전체적인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되었고, 각각의 업무 수행자들별로 업무처리의 내용이 특별히 구분되지도 않았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위 (가)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공소사실 범행에서 피고인과 그 공범들이 대북첩보계원들 및 예하 기무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에 대하여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지시한 행위는 동일한 사안에 관하여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해진 것이므로, 위 행위에 대하여 포괄하여 하나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위 행위로 인한 범죄행위는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이 계속된 2013. 1. 4.경까지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로부터 공소시효 기간 7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6. 14. 이 부분 공소제기가 이루어졌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공소외 12에 대한 부분만 별도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공소외 12에 대한 부분만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죄수 및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중 ‘공소외 12에 대한 부분’과 ‘공소외 13에 대한 184회(제1심 이유 무죄 부분)를 제외한 나머지’ 무죄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북한군의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부대원들에게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지시한 행위는 피고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정당한 권한 이외의 위법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실무 담당자인 대북첩보계 계원들 및 예하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에 대하여 자신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였을 뿐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만 검사는 공소외 13에 대한 184회(제1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로 인하여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그러한 기준이나 절차를 위반하여 한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본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 등 참조).

(나) 헌법 제5조 제2항 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관해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구체화하여, 구 군형법(2014. 1. 14. 법률 제122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형법’이라 한다)은 군인의 정치 관여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제94조 ), 구 군인복무규율(2014. 10. 28. 대통령령 제256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인복무규율’이라 한다) 또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 선거권 또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외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18조 ). 구 국군기무사령부령(2014. 4. 1. 대통령령 제252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군기무사령부령’이라 한다) 제3조 는 ‘군 방첩 업무’, ‘군 첩보 및 군 관련 첩보의 수집·작성 및 처리’ 등으로 국군기무사령부의 직무를 열거하고 있고, 구 방첩업무 규정(2014. 11. 19. 대통령령 제257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방첩업무 규정’이라 한다)은 ‘방첩’의 의미에 대해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외국의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그 정보활동을 견제·차단하기 위하여 하는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을 포함한 모든 대응활동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조 제1호 ). 국방부 장관이 정한 구 국방홍보훈령(2013. 7. 16. 국방부훈령 제15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방홍보훈령’이라 한다) 제2조, 제3조 제1 내지 4호에 따르면, 국군기무사령부는 국방부 직할부대로서 국민으로부터 군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획득하고 적의 전쟁도발을 억제하며, 군의 사기진작과 우호적인 국제여론 조성을 위해 국방정책 및 군사활동 전반을 대내외에 알리는 ‘국방홍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규정들은 피고인이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지시할 당시 국군기무사령부 실무 담당자들이 따라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과 원심판결의 이유에 더하여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① ‘군 방첩 업무’ 또는 ‘군 관련 첩보의 수집·작성 및 처리’ 등 국군기무사령부 및 예하 기무부대 소속 실무 담당자들이 수행하는 직무는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담당한 부대원들은 상부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아 직접 트위터 계정을 생성한 후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다른 사용자들의 여러 트윗 중 그들의 활동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특정한 트윗을 선정하여 리트윗하는 등으로 일종의 재량을 가지고 활동하였던 점, ③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은 국민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국민 개개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수반되거나 구 군형법 제94조 에 따라 처벌되는 정치 관여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방첩 또는 첩보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 담당자들에게도 각자 자신들이 수행할 정보의 수집 및 처리 등 업무에 관하여 그 대상과 방식을 적절하게 선택하는 등으로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 실무 담당자들이 행한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두고 피고인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 등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는 정부나 대통령 등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하여 대북첩보계 계원들 및 예하부대 사이버 전담관들로 하여금 신분을 감춘 채 일반 국민인 것처럼 트위터상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하는 글 등을 반복적으로 게시하게 함으로써 위 실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채 ‘군 방첩 업무’, ‘군 첩보 및 군 관련 첩보의 수집·작성 및 처리’ 등 국군기무사령부의 정당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다) 이를 위 (가)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실무 담당자인 대북첩보계 계원들 및 예하부대 사이버 전담관들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에 대한 면소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직권남용행위의 상대방으로 특정된 사람별로 별개의 죄가 성립하고 각 죄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 등이 각기 최종적으로 업무협조의뢰 공문을 발송한 때에 이들의 범죄행위가 각각 종료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위 2.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공무원이 동일한 사안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저지른 직권남용행위에 대하여는 설령 그 상대방이 여러 명이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다.

(나) 원심판결의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등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는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자 하는 단일한 동기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② 피고인의 공범인 대북첩보계장 공소외 18은 예하 기무부대 한 곳에서 여러 아이디(닉네임)에 대한 신원조회를 진행할 경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하여, 5곳의 예하 기무부대에서 근무하는 방첩 수사 요원들을 통하여 신원조회를 시도하였다. 즉 최초 범행 계획과 국군기무사령부 내의 유기적 지휘체계에 따라 5곳의 예하 기무부대 소속 방첩 수사 요원들에게 신원조회 활동지시가 내려졌다.

③ 예하 기무부대별 또는 실무 담당자별로 받은 지시의 내용이나 행한 신원조회 행위의 태양이 다르지 않고, 피고인 등의 지시에 따라 예하 기무부대 방첩 수사 요원들이 신원조회 행위를 한 전체 기간이 1개월을 넘지 않는다.

④ 신원조회 대상 아이디(닉네임)가 여러 개였지만, 예하 기무부대 소속 방첩 수사 요원들에게 신원조회 지시가 내려질 당시 조회 대상 아이디(닉네임)가 모두 수집되어 신원조회의 범위가 정해진 상태였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위 (가)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범행은 모두 동일한 사안에 관하여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해진 것이므로, 위 행위에 대하여 포괄하여 하나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위 행위로 인한 범죄행위의 종료 시기는 예하 기무부대 방첩 수사 요원들이 업무협조의뢰 공문을 마지막으로 발송한 2011. 4. 14.로 보아야 하는데, 그로부터 공소시효 기간인 7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3. 23. 공범인 공소외 18에 대한 공소제기가 이루어짐으로써(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2018고7호 ) 피고인에 대한 시효의 진행도 함께 정지되었다가(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 ), 그 시효가 다시 진행되기 전인 2018. 6. 14.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제기가 이루어졌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만 별도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 별도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팟캐스트명 생략)’ 녹취·요약본 보고 관련 부분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9, 공소외 20, 공소외 21, 공소외 22로 하여금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팟캐스트명 생략)’의 내용을 녹취·요약하여 청와대에 전송하도록 지시한 행위가 피고인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남용’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마. ‘(잡지명 생략)’ 제작·홍보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23에게 인터넷상으로만 만들어져 보급되는 잡지인 ‘(잡지명 생략)’의 제작 및 전송을 지시한 행위는 피고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정당한 권한 이외의 위법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실무 담당자인 공소외 23에 대하여 자신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였을 뿐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위 2.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관해 규정한 헌법 제5조 제2항 , 군인의 정치 관여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구 군형법 제94조 , 군인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구 군인복무규율 제18조 , 국군기무사령부의 정당한 직무 범위를 규정한 구 국군기무사령부령 제3조 구 방첩업무 규정 제2조 제1호 , 국군기무사령부가 수행할 수 있는 ‘국방홍보’의 의미와 범위에 관하여 규정한 구 국방홍보훈령 제2조, 제3조 제1 내지 4호 등은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실무 담당자들이 따라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과 원심판결의 이유에 더하여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① 공소외 23은 ‘(잡지명 생략)’를 제작할 당시 주제와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재량을 가지고 있었던 점, ② ‘(잡지명 생략)’ 제작은 국민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구 군형법 제94조 에 따라 처벌되는 정치 관여 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실무 담당자인 공소외 23에게도 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었고, 공소외 23의 ‘(잡지명 생략)’ 제작 및 전송행위를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등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는 정부나 대통령 등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하여 공소외 23으로 하여금 신분을 감춘 채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웹진을 인터넷상에 반복적으로 게시하게 함으로써 공소외 23으로 하여금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채 ‘군 방첩 업무’, ‘군 첩보 및 군 관련 첩보의 수집·작성 및 처리’, ‘국방홍보’ 등 국군기무사령부의 정당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다) 이를 위 (가)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실무 담당자인 공소외 23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바. ‘일일 사이버 검색결과’ 작성 및 전송 관련 부분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일일 사이버 검색결과’를 통하여 군과는 전혀 무관한 분야 및 인물들에 대한 여론까지 수집되고 있음을 인식하고서, 공동의 의사로 이 부분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간접증거의 증명력 평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잡지명 생략)’ 제작·홍보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은 위와 같이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이는 부분 또는 그 부분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부분(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중 검사가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한 공소외 13에 대한 184회 부분 포함)으로서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의혹 제기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유죄 부분은 위 파기 부분 중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의혹 제기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잡지명 생략)’ 제작·홍보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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