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의 의미
[2] 대대 주임원사인 피고인이 소속 대대 병사들의 보직에 관하여 지휘관인 대대장에게 건의하면 그 건의가 상당 부분 반영되어 왔다면 그와 같은 병사들의 보직 등을 결정하는 직무는 뇌물죄에 있어서의 직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뇌물죄에 있어 직무관련성 및 뇌물성
[4]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원을 무기한·무이자로 차용한 경우 뇌물성 유무(적극)
[5] 대대 주임원사가 소속 사병의 부모로부터 무이자로 금원을 차용하여 그 이자액 상당의 재산상 금융이익을 취득함으로써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찰관
변호인
변호사 임상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의 상고에 대하여
뇌물죄에 있어서의 직무라 함은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및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 (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소속 대대 병사들의 보직에 관하여 지휘관인 대대장에 건의하면 그 건의가 상당 부분 반영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병사들의 보직 등을 결정하는 직무는 피고인이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 또는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소속 부대 병사 공소외 1의 부친인 공소외 2로부터 "우리 아들이 본부포대에 있는데 보직은 물론 앞으로의 군 생활을 잘 하도록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 공소외 1을 빨래방 관리병으로 선발하는 등으로 군 생활을 보살펴 준 사실이 인정되므로, 공소외 2로부터 수수한 빨래방 공사비 명목 1,500만 원, 부대 체육대회 비용 명목 500만 원은 공소외 1의 보직 유지 및 군 복무 편의의 대가로서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뇌물수수죄에 있어서의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리고 피고인에게 징역 10월 및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원심의 형이 너무 과중하다는 사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검찰관의 상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은 소속 대대 주임원사로서, 2002. 1. 중순경 소속 대대 신병 공소외 1의 부친인 공소외 2로부터 '우리 아들이 본부포대에 있는데 보직은 물론 앞으로 군 복무를 잘 할 수 있도록 돌봐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공소외 1을 빨래방 관리병으로 선발하고 그 보직을 유지시키는 등 공소외 1의 군대 생활을 돌봐 주던 중, 2002. 12. 9. 피고인 명의의 농협통장계좌로 아파트 입주를 위한 차용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송금받아 무기한, 무이자로 차용하여 그 이자액 상당의 재산상 금융이익을 취득하여 그 임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2 사이에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피고인이 2003. 4.경 적금을 타게 되면 변제하겠다고 말하였으며, 공소외 2의 부인이 변제독촉의 전화를 한 사실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직무관련성이 있는 금원의 대여라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처인 공소외 3이 사용한 신용카드의 결제대금이 부족하여 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변제할 능력이 없고 만약 돈을 차용하면 공소외 3이 사채를 빌려 쓴 것에 변제하는 데 사용할 것임에도,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민간아파트로 이사하는데 모자라는 입주금 1,000만 원을 빌려주면 2003. 4.경 받게 되는 적금으로 갚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공소외 2로부터 2002. 12. 9.경 차용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고,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되고 (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도3579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원을 무기한·무이자로 차용한 경우에는 수뢰자가 받은 실질적 이익은 무기한·무이자 차용금의 금융이익 상당이므로 위의 경우에는 그 금융이익이 뇌물이라 할 것인바 ( 대법원 1976. 9. 28. 선고 75도3607 판결 참조), 병사들의 보직 등을 결정하는 직무가 피고인이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 또는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의 아들인 공소외 1이 피고인이 주임원사로 근무하는 부대의 사병이라는 관계 이외에는 피고인과 공소외 2 사이에 사적인 친분관계가 없었던 사실, 공소외 2는 공소외 1에 대한 면회 또는 체육대회 참가 등으로 부대를 방문할 때 특산물 등을 선물하며 피고인에게 인사를 하는 외에는 피고인과의 접촉이 없었던 사실 등이 인정되며, 피고인도 군 검찰에서 '아들을 부탁하는 명목이 아니라면 원래부터 아는 사이가 아닌데 1,000만 원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1,000만 원을 무이자로 차용하여 이자 상당 금융이익을 취득한 것을 직무와 관계없이 개인적 친분관계에 의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직무의 대가로 얻은 부당한 이익이라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얻은 금융이익이 직무에 대한 부당한 대가로서의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뇌물수수죄에 있어서 뇌물의 법적 성격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3. 파기의 범위
따라서 원심판결 중 '2002. 12. 9. 차용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수수하여 이자 상당 금융이익을 취득함으로 인한 뇌물수수의 점'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이고, 나머지 뇌물수수의 점, 사기의 점 및 도박의 점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으나,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뇌물수수죄, 사기죄 및 도박죄와 무죄로 인정한 뇌물수수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