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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4.27. 선고 2017고합1235 판결
수도불통
사건

2017고합1235 수도불통

피고인

A

검사

김찬중(기소), 홍정연(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제승 담당변호사 임재형

판결선고

2018. 4. 27.

주문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6. 5. 19.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의 소유자인 C과 위 주상 복합건물의 '원활한 임대를 위하여 리모델링을 하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해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는 경우 책임지고 임차인에게 소송 또는 협상 등 소송 외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 임대용역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D의 총괄 재무이사이다.

피고인은 위 주상복합건물의 지층 및 1층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기 위하여 2016. 7. 12.경 위 주상복합건물의 1층에서 그 정을 모르는 공사업자인 E으로 하여금 F호, G호 및 H호, I호 총 4세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2개의 수도관에 각각 밸브를 설치하고 이를 잠그는 방법으로 공중에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를 불통하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J, K, E, L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및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J. K, M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공고문(수사기록 제7쪽), 단수확인서(수사기록 제8쪽), 임대용역계약서(수사기록 제97쪽), 결정문(수사기록 제128쪽), 수사보고(주상복합건물 현황 관련, 수사기록 제215쪽), 수사보고(수사기록 제370쪽), 녹취록 및 각 녹취서(수사기록 제608쪽 이하)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195조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형법 제195조의 수도불통죄는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바,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F호, H호, G호 및 1호(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F호 등'이라 하고, 구분하여 표시할 때에는 '이 사건 ○○호'라 한다)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2개의 수도관(이하 '이 사건 각 수도관'이라 한다)은 수도불통죄에서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또한, ①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단순히 잠가두었을 뿐인 점, ② 이 사건 F호 등의 거주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그 아래층인 이 사건 건물 지층 및 1층(이하 '이 사건 지층 및 1층'이라 한다)의 누수를 막기 위한 바닥배관공사를 제안받고서도 이를 거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바닥배관공사를 실시한 뒤 수돗물을 사용하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③ 위 거주자들은 이 사건 각 수도관에 설치된 밸브를 열면 손쉽게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수돗물 사용으로 아래층에 누수피해가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피고인에게 수돗물 사용을 요청하거나 스스로 위 밸브를 열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수도관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하였다고 볼 수 없다.다. 한편, 이 사건 지층 및 1층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그 위층인 이 사건 F호 등의 각 바닥배관에서의 누수로 인한 누전 등으로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자, 피고인은 이 사건 F호 등의 거주자들에게 아래층의 누수를 막기 위한 바닥배관공사를 제안하였으나, 위 거주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무작정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부득이하게 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E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도록 하였는바,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들 및 피고인이 제출한 증 제2 내지 10호증, 제18 내지 21호증, 제23호증, 제26호증, 제2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는 건물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C과 사이에, 2016. 5. 19. 이 사건 건물의 '원활한 임대를 위하여 리모델링을 하고, 임차인이 임대차계약해지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는 경우 책임지고 임차인에게 소송 또는 협상 등 소송 외의 방법으로 임차인을 퇴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 임대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임대용 역계약의 목적물은 상가 1채, 투룸 6채로서 이 사건 단수대상 4세대를 포함하고 있고, 계약 당시 특약사항으로 D가 기존 세입자들을 최대한 빨리 퇴실시키도록 정하고 있으며, D는 건물주로부터 전·월세시마다 일정 수수료를 지급받도록 정하고 있다(계약서 건물의 표시, 제7조, 특약사항, 수사기록 제97~104쪽). 또한, D와 C은 2016. 6. 1. 이 사건 단수대상 4세대를 포함한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수사기록 제184쪽).

2) 피고인은 D의 총괄재무이사로서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 사건 지층 및 1층을 리모델링하여 임대하기로 계획하고, 2016. 6. 중순경 E에게 그 리모델링공사(이하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라 한다)를 의뢰하였다.

3) 당시 이 사건 지층 및 1층은 그 위층인 이 사건 F호 등에서의 누수로 인하여 물이 벽면을 타고 흐르고 누전차단기가 상시 내려가 있을 정도의 누전이 발생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에 피고인과 E은 2016. 6. 하순경 이 사건 F호 등의 거주자들에게 이 사건 지층 및 1층 누수의 원인, 위치 등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그 누수를 막기 위한 바닥배관공사를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하였으나, 그 제안을 받은 거주자들은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서의 퇴거 문제로 C과 분쟁 관계에 있던(실제로 C은 J 등 이 사건 건물 거주자 6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225042호로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그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자신들을 내쫓기 위하여 핑계를 대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거부하였다.

4) 그 와중에 E은 이 사건 건물 옥상에서의 누수를 막기 위하여 옥상에 비닐을 덮음과 동시에, 환기구 주변 구멍을 우레탄으로 막고 환기구에 T자형 뚜껑을 설치하였고, 나아가 이 사건 건물 벽면에서의 누수를 막기 위하여 벽면 틈새를 메우는 줄눈공 사까지 새로 실시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지층 및 1층의 누수는 계속되었다.

5) 피고인은 2016. 7. 1.경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누수가 심각하여 2017. 7. 11.부터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의 완료일까지 이 사건 건물 전체에 대한 단수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이 사건 건물 곳곳에 부착하였고, 2016. 7. 10.경, 2016. 7. 13.경 및 2016. 8. 2.경에도 같은 내용의 공고문을 추가로 부착하였다.

6) 그 후 피고인은 2016. 7. 12.경 E으로 하여금 이 사건 1층의 N호 및 O호 각 화장실 벽면 뒤에 있는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게 하였고(이하 '이 사건 단수조치'라 한다), 이로 인하여 J 등 5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F호, K 등 3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H호, P 1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G호 및 Q 등 2명이 거주하는 이 사건 [호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었다.

7) 이 사건 F호, H호의 거주자들은 피고인에게 수돗물을 사용하게 하여달라고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은 '수돗물을 사용하다가 아래층에 누수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거나 '직접 바닥배관공사를 하여 누수를 막기 전까지는 수돗물을 공급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를 거부하였다.

8) 한편, J은 C, D 및 피고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카합630호로 수도사 용방해제거 단행가처분을 신청하여 2017. 3. 16. 위 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단수조치에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이렵다는 이유로 'D는 이 사건 F호에 대하여 J의 수도설비에 관한 사용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결정을 받았고, 위 결정에 따라 2017. 7.경부터 이 사건 F호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재개되었다. 9) 그러나 이 사건 H호, G호 및 호에 대하여는 현재까지도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나.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각 수도관이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에 관하여 살펴보면,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이라 함은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상수도시설인 이상 그것이 공설의 것이건 사설의 것이건 가리지 않고 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고, 그 불통으로 인하여 일반 공중의 음용수 이용 방해라는 공공의 위험이 초래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나 구조를 갖춘 시설에 한정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수도관을 통하여 음용수를 공급받는 자는 이 사건 F호 거주자 5명, 이 사건 H호 거주자 3명, 이 사건 G호 거주자 1명 및 이 사건 I호 거주자 2명 등 총 4세대 11명에 이르러 다수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각 수도관은 형법 제195조 상의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기타 시설'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근 행위가 형법 제195조 상의 '손괴 기타의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에 관하여 살펴보면,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각 수도관은 이 사건 1층의 N호 및 호 각 화장실 벽면 뒤에 있어 외부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인은 E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수도관에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게 함으로써 이 사건 F호 등에 수돗물이 전혀 공급되지 못하게 하여 그 효용을 해한 점, 3 피고인은 이 사건 F호, H호의 거주자들로부터 수돗물을 사용하게 하여달라고 수차례 요청받았음에도, 직접 바닥배관공사를 등을 하여 바닥누수를 막아야 수돗물 공급을 재개하겠다면서 이를 거부한 점, ④ 이 사건 단수대상 세대 거주자들로서는 밸브가 설치된 이 사건 각 수도관의 위치를 쉽게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설령 발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F호 등에 대한 수돗물 공급 재개시 발생할 누수 피해를 언급하며 그 재개 요청을 수차례 거부한 상태에서 임의로 밸브를 열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6 이 사건 단수 조치는 이 사건 F호의 경우에는 2017. 7.경까지 약 1년간 유지되었고, 이 사건 H호, G호 및 호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1년 9개월 이상 유지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수도관에 앞서 본 것과 같은 방법으로 밸브를 설치하여 장기간 계속적으로 잠근 행위는 형법 제195조 상의 '손괴 기타의 방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이 사건 단수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임대차계약에 따라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지층 및 1층에 대한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할 권한이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F호 등의 각 바닥배관에서의 누수로 인하여 그 아래층인 이 사건 지층 및 1층에 누전이 발생하고 있던 상태여서,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의 안전한 진행뿐만 아니라, 이 사건 건물 전체의 안전을 위하여서도 이 사건 F호 등에 대한 바닥배관공사가 반드시 필요하였던 점, ③ 특히, 바닥배관공사 없이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할 경우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던 점, ④ 피고인과 E은 이 사건 F호 등의 거주자들에게 바닥배관공사를 무상으로 하여주겠다고 제안하였으나, 그 제안을 받은 거주자들은 피고인이 C의 사주를 받아 자신들을 내쫓으려는 것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이를 거부한 점, ⑤ 피고인은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하기 전후에 걸쳐 4회 가량 단수를 알리는 공고문을 이 사건 건물 곳곳에 부착하는 등 사전에 이 사건 단수조치를 알린 점, ⑥ 피고인은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수도관 자체를 절단하는 방법이 아니라, 밸브를 설치하여 잠그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언제라도 이 사건 각 수도관을 통한 수돗물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단수조치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 그러나 ㉠ 이 사건 지층 및 1층은 이미 10년 이상 비어 있던 상태로 누전차 단기가 내려져 있었는바,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감전사고나 화재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대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거주자들을 설득할 때까지 리모델링공사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감시 또는 소방시설을 강화함으로써 감전사고나 건물화재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점, C 따라서, 피고인이 갑자기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한 목적은 거주자들이나 이용자들의 감전사고 또는 건물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리모델링공사를 빨리 완성하여 임대함으로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서, 피고인은 임대함으로써 얻을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거주자들의 수돗물 공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점, Ⓒ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 개시 전에 이 사건 F호 등에 대한 바닥배관공사가 필요함을 그 거주자들에게 충분히 설득하거나, 설득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법적 절차 등을 통하여 바닥배관공사를 마친 후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를 개시할 수 있었고,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개시 후라도 위와 같은 예방조치하에 이를 잠시 중단하고 바닥배관공사를 마친 다음 재개할 수 있었던 점, ② 이 사건 F호 등의 각 바닥배관에서의 누수로 인하여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의 작업자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이 이 사건 지층 및 1층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성급히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를 개시한 뒤 이를 강행하였기 때문인 점,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D가 기존 세입자들을 최대한 빨리 퇴실시키도록 정하고 있는 이 사건 임대용역계약 및 피고인의 최초 바닥배관공사 제안 당시 '각 세대별 공사비를 약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로 예상했었고, 지하 1층과 지상 1층 배관공사가 완료된 이후에 2층과 3층 배관공사를 하려면 다시 인부들을 불러서 새로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저희가 공사비를 낸다는 게 부담스럽습니다'라는 진술(수사기록 제43쪽)에 비추어 볼 때, 자신들의 책임 없는 사유로 거주 주택에 대한 바닥배관공사를 수인하여야 하는 이 사건 단수대상 세대 거주자들로서는 피고인이 공사비를 부담하겠다는 최초 제안을 의심하고, 자신들의 불편을 보상받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이는바, 피고인이 이 사건 단수조치 전후에 걸쳐 부착한 공고문에는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의 공사기간, 공사비, 이 사건 건물의 누수현황 등에 관한 상세 내용이 누락되어 있어 위 거주자들이 이 사건 단수조치를 수인할 필요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만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위 거주자들의 동의를 받거나 위 거주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설득을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최초 공고문 부착일로부터 불과 12일 만에 이 사건 단수조치를 취하였던 점, 스 피고,인은 이 사건 단수조치로 인하여 위 거주자들의 주거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단수조치는 충돌 법익 사이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이 인정되지 않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실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는 필요하였던 점, 피해거주자들도 이 사건 지층 및 1층의 누수상황을 확인하였음에도 누수를 막기 위한 피고인의 바닥배관공사 제안을 거부하면서 협의 내지 협조를 소홀히 함으로써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F호에는 1년간, H호, G호, I호에는 1년 9개월 이상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그 거주자들의 생활에 큰 불편이 초래되었음에도 현재까지 완전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록 비용부담의무자가 따로 있고 피고인이 법률상 비용부담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본 유리한 사정만을 크게 참작하여 피고인에게 관대한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 이는 사실상 피해자들에게 다시 민사적 구제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으로서 장기간 현재와 같은 불편 및 추가 비용을 감당하라는 것인데, 피해구제를 바라면서 피고인을 고소한 피해자들에게 가혹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법을 저지름으로써 위법상태를 해소할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잘못을 크게 고려하여 피고인을 엄벌하는 것이 형법 제51조에 정한 양형조건에 따른 적정한 양형이라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한다.

다만, 피고인이 이 판결선고 이후 피해자들에게 공사 및 필요한 이사비용 등을 피고인 또는 소유자가 부담하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피해자들과 적절히 협의하여 바닥배관 공사를 할 기회를 부여하고, 그 완료 이후 향후 절차에서 관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피고인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상동

판사정치훈

판사이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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