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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8.6.14.선고 2018나201031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8나2010317 손해배상(기)

원고항소인

1. A

2. B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눔

담당변호사 부종식, 이재헌

피고피항소인

1. C.

2.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현영

3. 대전광역시 서구

피고 1, 3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밭

담당변호사 강병열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 23. 선고 2015가합558082 판결

변론종결

2018. 4. 26.

판결선고

2018. 6. 14.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159,253,317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6.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159,253,317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6. 15.부터 제1 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1)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설시할 이유는 다음과 같이 일부 내용을 고치고, 원고들이 당심에서 강조하거나 새로이 하는 주장에 관한 판단을 다음 제2항과 같이 고치거나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고치거나 추가하는 부분>

○ 제1심 판결 제3면 제 12 행 내지 제15 행을 다음과 같이 고친다. [5) 한편,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G병원에서 망인과 같은 병실에 입원하였던 메르스 16번 감염자(이하 '16번 환자'라고 한다)가 2015. 5. 31.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망인은 같은 날 G병원 호에서 코호트격리 되었고, 2015. 6. 1. 02:30경 망인에 대한 검체 채취가 시행되었다.)

○ 제1심 판결 제6면 제13, 14행, 제7면 제16, 17행, 제9면 제6행의 각 "이 법원의 "를 "제1심 법원의"로 각각 고친다.

○ 제1심 판결 제6면 제14행, 제7면 제17행, 제9면 제7행의 각 "문서송부촉탁 결과"를 "문서제출명령 회신결과"로 각각 고친다.

○ 제1심 판결 제6면 제15행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다음에 "제1심 법원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장)(이하 '질병관리본부장'이라 한다)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회신결과,"를 추가한다.

○ 제1심 판결 제11면 제19행의 "망인이 메르스에 부터 제20행까지와 제12면 제6행의 "망인이 메르스에 "부터 제7행까지 및 제15행의 "망인이 메르스에 "부터 제17행까지를 각각 다음과 같이 고친다.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었고, 망인이 조기에 메르스로 진단받지도 못하였으며, 따라

서 메르스에 대한 충분한 치료를 받지도 못하였다.)

○ 제1심 판결 제14면 제2행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다음에 "(이하 '감염예방법'이라 한다)"를 추가한다.

○ 제1심 판결 제14면 제15 행의 "2014. 7. 8. 메르스 예방 및 관리지침 제1판"을 "2014. 6.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예방 및 관리지침(제1판, 이하 '메르스 관리지침 제1판'이라 한다)"로 고친다.

○ 제1심 판결 제14면 제16행의 "2014. 12. 24. 메르스 관리 지침 제2판"을 "2014. 12.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관리 지침(이하 '메르스 관리지침 제2판'이라 한다)"로 고친다.

○ 제1심 판결 제14면 제21행, 제18면 제2행의 각 "증인 "을 "제1심 증인 V"로 각각 고친다.

○ 제1심 판결 제17면 제11행의 "(질병관리본부는 "부터 제15 행까지를 다음과 같이 고친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 5. 25.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대응 지침(제3판, 이하 '메르스 관리지침 제3판'이라 한다)을 제정하면서 기존 밀접접촉자 정의인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자'에서 '1시간 이상' 기준을 삭제하고, '환자와 같은 방 또는 진료/처치/병실에 머문 경우',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과 직접 접촉한 경우' 등을 추가하였다.)

○ 제1심 판결 제20면 제19행의 "2015. 5. 31."을 "2015, 5, 20."로 고친다.2) ○ 제1심 판결 제24면 제7행의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에 "(다만, 다음 추가판단 부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K병원의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접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된다)'를 추가한다.

2. 추가 판단

가. 피고 C에 대한 청구

1) 관련 규정에 의한 신고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구 감염병예방법의 관련 규정, 질병관리본부가 2014. 12. 개정한 메르스 관리지침(제 2판)과 법정감염병 진단 · 신고 기준(2014. 1. 개정된 질병관리본부 매뉴얼 제2호)에 의하면, 메르스 신고를 위한 진단기준과 관련하여 발병 14일 이내에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자도 메르스 의심환자에 해당하고, 의사는 이와 같은 감염병 환자를 진단한 경우 의료기관의 장에게 보고하여야 하며, 소속 의료기관의 장은 메르스와 같은 제4군 감염병(위 법 제2조 제5호 제머목)의 경우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G병원의 의료진은 16번 환자가 2015. 5. 16. K병원에서 용종제거술을 시행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2015. 5. 29. K병원이 그 홈페이지를 폐쇄하면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여 휴원한다고 게재하였고 그와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에 따라 G병원 의료진은 2015. 5. 29.경 16번 환자가 메르스 의심환자임을 인지하고,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던 망인을 의심환자로 파악하여 망인에 대하여 메르스 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G병원 의료진은 2015. 5. 30.경 망인에 대하여 메르스 양성 진단을 내렸음에도 2015. 6. 1.까지 위 법령 등에 따른 신고의무를 해태하였고 그에 따라

망인이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나) 판단

(1) 인정되는 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7호증, 을나 제23호증의 2, 을다 제1, 2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질병관리본부가 2014. 12. 개정하여 2015. 5. 30. 당시 적용되던 메르스 관리지침 제2판과 2014. 1.경 AC협회와 질병관리본부가 일선에서 감염병 진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배부한 2014 법정감염병의 진단 · 신고 기준에서는 메르스 의사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자 또한 메르스 의사환자로 규정하면서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의사환자 발생 시 지체 없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2015. 5. 29. K병원이 병원을 자진 폐쇄하면서 그 홈페이지에 메르스 발생으로 인하여 병원을 폐쇄한다는 사실을 공지하였다.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됨으로써 그 즈음 상당수 사람들이 K병원에 확진 환자가 내원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 G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하여 항생제로 세프트리악손을 처방하다가

2015. 5. 29. 레보플록사신으로 변경하여 처방하였다.

(라) G병원 의사 H은 2015. 6. 1. 17:00경 망인을 메르스 의사환자로 대전광역시 서구 보건소에 신고하였다.

(2) 구체적 판단

그러나 을가 제2호증의 1, 4, 5, 6, 을나 제15호증의 2, 24, 을다 제1호증의 1, 2, 을다 제2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질병관리본부장과 S병원장에 대한 각 문서제출명령 회신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만으로는 G병원 의료진이 2015. 5. 29.경 16번 환자를 통하여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었음을 의심하였다거나 그 무렵 망인에 대한 메르스 진단 검사를 시행하여 2015. 5. 30.경 망인을 메르스 감염 환자로 진단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G병원 의료진이 작성한 16번 환자에 대한 간호정보 조사지(을가 제2호증의 5)에는 "지난주 토요일 용종제거술 시행후 (K) 약 복용하다 임의대로 안 먹고 있으며 현재 가지고 온 거 없음"이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기재만으로는 G병원 의료진이 16번 환자가 G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K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음을 알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위 16번 환자에 대하여 G병원 의료진이 작성한 외래초진기록(을가 제2호증의 1, 6), 퇴원기록지(을가 제2호증의 3), 소견서(을가 제2호증의 4)의 각 기재에 의하면, 망인의 외래초진기록의 현병력 부분에 "대장 전 절제술을 시행받은 환자로 내원 3일 전부터 발생한 설사, 전신 쇠약 주소 응급실 내원"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퇴원기록지에도 위와 같은 취지의 기재 및 "2014년 AD 병원에서 total colon에 polyposis로 total colectormy 시행"이라는 기재가 있으며, 소견서에는 "상기환자 total colectomy 기왕력 있던 분으로 general weakness 및 발열, diarrhea 주소로 내원하여 본원 응급실에서 촬영한 HRCT상 pneumonia 있어 입원하였습니다."라는 기재가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G병원 의료진은 16번 환자가 2014년 AD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2015. 5. 29. K병원이 병원을 폐쇄하면서 홈페이지에 메르스 발생 사실을 공지하였다고 하더라도 G병원 의료진이 같은 날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같은 날 이를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전에 퇴원한 16번 환자의 접촉력을 파악하여 그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파악한 뒤, 그가 퇴원하기 전 같은 병실에 있었던 망인이 그를 통하여 메르스에 감염되었음을 의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다) 2015. 5. 20. 1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K병원에서 그와 같은 병동을 썼던 16번 환자는 2015. 5. 30. 18:40경이 되어서야 질병관리본부에 의하여 메르스 의심환자로 파악되었다. 감염병의 예방 및 대응을 주요 업무로 하면서 위 2015. 5. 20. 이후 메르스의 확산 방지를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질병관리본부에서도 1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환자인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을 썼다는 이유로 메르스 의심환자로 파악하기까지 10여일이 걸렸다. 설령 G병원 의료진이 16번 환자가 K병원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2015. 5. 29. K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였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 즉시 위 사실들을 종합하여 16번 환자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파악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질병관리본부가 16번 환자를 의심환자로 파악하기까지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라) 질병관리본부의 16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기록에 의하면 질병관 리본부는 2015. 5. 30.에서야 16번 환자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파악하고 접촉자 조사를 실시하여 16번 환자의 가족들, 접촉 의료진, 동병실 입원 환자 등에 대한 격리 조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의 망인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2015, 5, 31.에 30번 환자와 함께 G병원 1호에서 코호트격리 되었다. 원고들의 주장에 따르면 G병원 의료진은 질병관리본부가 16번 환자를 의심환자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접촉자 조사를 실시하여 망인을 추적하고 그에 대한 격리 조치를 하기 전에 이미 망인의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고 메르스 진단 검사를 실시하여 양성 진단을 내렸다는 것인데 이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마) 망인에 대한 감염병 환자 신고 및 각 발생보고(을다 제1호증의 1, 2. 을다 제2호증의 1 내지 4)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망인에 대한 법정감염병 환자관리카드에는 망인의 메르스 감염과 관련하여 "진단일 20150530"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또한 망인에 대한 J병원 의무기록 사본(갑 제3호증의 2)에는 "5.30) MERS 1차 검사("F"병원에서 시행): 양성"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위 증거들 중 G병원에 의하여 작성된 것은 2015. 6. 1. G병원 의료진이 보건소에 보낸 것으로 보이는 감염병 환자 신고(을다 제1호증의 1)뿐인데 여기에는 "확진 검사결과: 진행중, 환자분류: 의사환자"로 기재되어 있어, G병원에서도 위 문서로써 대전 서구보건소에 신고할 때까지 망인에 대하여 메르스 감염을 확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G병원이 2015. 6. 1. 신고할 당시에 아직 확진검사가 진행중이어서 망인을 의심환자로 파악하고 있음에도 이미 2015. 5. 30. 메르스 감염환자로 진단하였다는 것은 그 기재 자체로 모순되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이러한 모순된 기재 내용은 위 문서에 따라 작성된 2차문서인 감염병 환자(사망자) 발생 보고(을다 제1호증의 2, 을다 제2호증의 1)에 그대로 입력되어 기재된 것으로 보이고, 2015. 6. 11. 검사결과가 입력된 이후에야 을다 제2호증의 2에서와 같이 "확진검사결과: 양성, 환자분류: 환자 (확진)'로 수정되어 입력되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가 작성한 망인에 대한 법정감염병 환자관리카드 또한 위 모순된 내용이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어 위 을다 제1호증의 1의 기재에 따라서 작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2015. 5. 30. G병원이 실제로 망인에 대한 메르스 진단을 하였는지 알 수 없는 J 병원 의료진에 의하여 2015. 6. 15. 이후에 작성된 망인에 대한 J병원 의무기록 사본(갑 제3호증의 2)도 위 을다 제1호증의 1의 기재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바) 메르스 진단검사 체계가 확대된 과정을 보면, 메르스 대응 초기에는 국립보건연구원에서만 메르스 감염 진단검사를 시행하였으나, 메르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진단검사 수요가 급증하여 2015. 5. 30.에는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 2015. 6. 3.에는 5개 수탁검사기관(전문 임상검사센터)3)으로, 그리고 2015. 6. 6.에는 40여 개의 지정 의료기관으로 점차 검사기관을 확대하였다. 확대 초기에는 이들 기관에서는 선별검사만을 실시하고 확진을 위한 메르스 유전자 확인 검사는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실시하였다. 그러나 메르스 선별검사기관을 확대하였음에도 검사 지연이 지속되자 2015. 6. 7. 국립보건환경연구원 외의 진단검사기관에서도 메르스 감염 확인검사가 가능하도록 권한을 이양하여 검사를 일원화하였다. 한편 40개 민간병원에서 최초로 메르스 검사를 시작한 것은 2015. 5. 28.이지만 그때부터 2015. 12. 31.까지 민간병원에서 실시한 메르스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된 사례는 전혀 없다.

결국, G병원이 망인에 대하여 메르스 양성 진단을 내렸다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2015. 5. 29.경에는 메르스 검사기관이 확대되기 전이어서 국립보건연구원에서만 메르스 진단검사를 시행하던 때이고, G병원과 같은 민간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메르스 검사를 시행하여 확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설령 그 무렵 G병원에서 망인에 대한 진단검사를 시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양성으로 확진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의 주장과 같이 2015. 5. 29.경 G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하여 메르스 검사를 실시하여 양성 진단을 내렸다고 볼 수 없다.

2)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G병원 의료진은 메르스 환자 발생 당시 그와 같은 병원 및 병동에 머물렀던 다른 환자에게 해당 병원에서의 환자 발생사실을 알려 공유해야 하고, 증상이 나타날 경우 검사를 받게 된다는 것과 확진 시에는 국가지정격리병상으로 전원 치료하게 될 것을 알려줄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5. 6. 1.에야 비로소 망인에게 메르스 의증으로 인해 질병관리본부 방침에 따라 역학 조사 중이며 보건소에서 채혈 공문이 왔다고 설명을 하였을 뿐, 위와 같은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 관련 법리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수술 시 뿐만 아니라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이유는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의사가 위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 나쁜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다6749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원고들의 주장 자체로 보더라도, G병원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는 사항들은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이나 그 후 나쁜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에 설명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G병원 의료진에게 이러한 사항들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2015. 5, 31. 1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이전에 G병원 의료진들이 16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고 양성 진단을 내렸다고 볼 수도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

1)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에 대한 사전연구 부실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질병관리본부에서 2013. 6. 25.과 2014. 5. 22. 개최한 전문가자문회의에서 외부 전문가들은 메르스 국내 유입에 대비하기 위해 선진국 등의 대응 현황 파악을 위한 국외 현지 방문 검토, 접촉, 비말, 공기를 통한 메르스 감염 가능 공지를 질병관리본부에 권고하였는데, 질병관리본부에서는 2013. 6.부터 2015. 5.까지 사이에 메르스와 관련하여 메르스 진단키트 개발 관련 2건, 교육·훈련 시나리오 개발 관련 2건 등 4건의 연구용역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외국 메르스 사례 연구, 메르스의 감염양상이나 효과적인 통제 방안, 병원 내 감염방지 등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의 위와 같은 부작위는 위법한 것으로서 피고 대한민국의 그 밖의 다른 과실들과 함께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거나 감염 후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결국 사망에 이르는 원인이 되었다.

나) 관련 법리

(1)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인바, 여기서 '법령에 위반하여 '라고 하는 것이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아니하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와 같은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그와 같은 공무원의 부작위를 가지고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8520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다40031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6다. 82649 판결 등 참조).

(2) 피고 대한민국 및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신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사, 연구 등에 관한 행정권한 행사는 관계 법률의 규정 형식상 그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므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조사활동과 그에 따른 지침 제정에 관한 피고 대한민국 또는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위하여는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 또는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14932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대법원 2016, 8, 25. 선고 2014다225083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질병관리본부에서 2013. 6. 25.과 2014. 5. 22. 개최한 전문가자문회의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질병관리본부에 선진국 등의 대응 현황 파악을 위한 국외 현지 방문 검토 등을 권고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공무원

의 작위의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2015. 5. 이전에 메르스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서 규정한 의무가 없음에도 질병관리본부가 위 권고 사항을 전부 이행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가 위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만으로 피고 대한민국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갑 제7, 8호증, 을나 제1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한편, 피고 대한민국은 감염병예방법 제4조에 따라 감염병의 예방 및 방역대책, 감염병에 관한 정보의 수집, 분석 및 제공, 감염병에 관한 조사, 연구, 해외 신종감염병의 국내 유입에 대비한 계획, 준비, 교육 및 훈련사업을 수행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 산하에 질병관리본부를 두어 감염병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30조).

(나) 질병관리본부는 2013. 6. 25.과 2014. 5. 22. 2차례 전문가자문회의를 개최하여 메르스에 관한 국내외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의 대응 및 향후 대책을 논의하였는데, 위 회의에서 외부 전문가들의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주요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전문가 자문회의 주요 권고사항> 선진국 등의 대응 현황 파악을 위한 국외 현지 방문 검토

접촉, 비말, 공기를 통한 메르스 감염 가능 공지 중동지역 방문자대상 감염예방 집중 홍보 필요강화된 병원 내 감염 예방조치 필요.

(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2013. 6.부터 2015. 5, 사이에 메르스와 관련하여 메르스 진단키트 개발 관련 2건, 교육·훈련 시나리오 개발 관련 2건 등 4건의 연구용역을 수행하였고, 외국 메르스 사례 연구, 메르스의 감염양상이나 효과적인 통제방안, 병원 내 감염방지 등에 대한 연구는 하지 않았다.

(라) 메르스는 2012. 4.경 최초 발병하였고, 2012. 9.경 국제사회에 최초로 보고된 신종 감염병으로서,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에 대한 최초 보고 이후 사람 간 전파가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되고 발생국가가 증가하자 2013. 6. 12. 감염병관리센터장을 반장으로 하는 메르스대책반을 구성·운영하여 중동지역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감염주의 안내 및 발열감시, 국내유입 의심환자 조기발견을 위한 의료기관 감시체계 강화 등 방역대책 강화 방안을 추진하였다.

(마) 질병관리본부는 2014. 6. 메르스 관리지침 제1판, 2014. 12. 메르스 관리지침 제2판을 각 발행하였으며, 시·도 등을 통해 시·군·구 보건소에 '메르스 진단신고기준'과 '메르스 관리지침'을 배포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메르스 유행 전에도 메르스에 관한 사전 연구 및 조사활동을 하고 그에 따라 메르스 대응 지침 등을 발행하여 배포하는 등으로 사전연구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위 전문가자문회의의 권고사항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어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대응 지침 제정 부적정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기준은 모두 메르스 환자의 밀접접촉자 판단에 있어서 메르스 확진자와 같은 장소나 가까운 거리(2m 이내)에 머물렀던 사람은 그가 얼마 동안 함께 있었느냐와 관계없이 밀접접촉자로 포함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관리지침을 제정하면서 메르스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신종인플루엔자의 접촉자 기준에 따라 밀접접촉자 범위를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자' 등으로 협소하게 규정하였고, 또한 이것은 상황에 맞게 수차례 변화한 신종인플루엔자 관리지침 중 합리적 이유 없이 임의로 「신종인플루엔자 A(H1N1) 예방 및 환자관리 지침」개정 4판(2009, 7. 29.)의 접촉자 기준을 고려하여 규정된 것이다. 그 결과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하였던 16번 환자가 밀접접촉자로 지정되지 않아 조기에 격리되지 않음으로써 그를 통해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었고, 망인이 조기에 메르스로 진단받지 못하였으며, 메르스에 따른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나) 판단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 내지 3, 을나 제17호증의 1 내지 3, 을나 제18호증, 을나 제20호증의 1, 2, 을나 제23호증의 1, 2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V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의하면, 질병관리본부가 2014. 6.에 메르스 관리지침 제1판을, 2014. 12.에 메르스 관리지침 제2판을 각각 제정하면서 메르스 환자에 대한 밀접접촉자의 기준에 '1시간 이상'이라는 시간적 기준을 추가한 것이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와 미국 질병통제예방 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밀접접촉자 기준을 무시한 것이라거나 수차례 변화한 신종인플루엔자 환자에 대한 밀접접촉자의 기준 중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임의로 하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원고들은 2016. 1. 감사원에서 작성한 감사결과 보고서(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제27면의 기재4)를 근거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도 메르스 확진환자와 같은 장소나 가까운 거리(2m 이내)에 머물렀던 사람은 얼마 동안 함께 있었느냐에 관계 없이 밀접접촉자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을나 제17호증의 1(미국의 메르스 지침)의 기재에 의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도 메르스 환자로부터 약 2m 이내에 상당한 기간 동안(for a prolonged period of time) 있었던 경우에만 밀접 접촉자(Close contact)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 정부에서 2009년부터 신종인플루엔자A(H1N1)(이하 '신종인플루엔자'라 한다) 유행에 대응할 당시에 감염병 유입 초기인 2009. 7.경까지는 검역과 격리 중심의 봉쇄 · 차단 전략을 추진하면서 접촉자 범위를 '환자와 2m 이내 접촉자'로, 그 다음에는 '환자와 1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있었던 사람 등'으로 정하여 이들에 대한 관리조치 위주의 대응을 하다가 이후에는 신종인플루엔자의 치명률이 낮고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접촉자를 별도로 파악하지 않고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 중 소아, 산모, 노인 등에 대해 신종인플루엔자 검사 없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것으로 관리방식을 변경하였다. 즉 신종인플루엔자 접촉자 범위가 수차례 변경된 것은 정부의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대응전략이 변화함에 따라 관리조치가 필요한 접촉자 범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관리지침 제1판과 제2판을 제정하면서 과거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대응전략과 그에 따른 접촉자 범위를 참고하여 메르스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밀접 접촉자 범위를 설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3) 메르스 관리지침 제1판과 제2판에서는 밀접접촉자의 범위를 '환자와 신체적 접촉을 한 자(또는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자)'로 정하는 한편 일상접촉자를 정의하면서 그 범위는 시간적 기준 없이 '밀접 접촉자 이외에 의사환자와 접촉한 사람 혹은 환자의 분비물이 오염된 환경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밀접접촉자와 일상적 접촉자의 접촉자 관리 수준을 차등화 하였다. 이는 실제로 메르스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불필요한 관리조치를 최소화하면서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접촉자 범위 설정 및 관리조치 방식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4) 세계보건기구는 메르스의 밀접접촉자에 관하여 '메르스 환자를 직접 진료하거나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과 함께 일한 사람, 메르스 환자를 방문하거나 메르스 환자와 근접 공간 안에 함께 있었던 사람, 메르스 환자와 근접 거리에서 함께 일하거나 같은 환경을 공유한 사람, 메르스 환자와 함께 여행한 사람, 메르스 환자와 동거하는 사람'으로 정의하였는데(2014. 7. 14.자, 세계보건기구는 우리나라에서의 메르스 유행 이후인 2015. 6. 30. "확진자와 같은 병동을 쓴 사람에 대해서도 메르스 진단 검사을 권고한다."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위 정의에는 '1시간 이상'과 같은 시간적 기준에 관한 직접적인 표현은 없으나 밀접 접촉자의 판단에 있어서 확진자와 근접한 거리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낼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의 부실한 역학조사로 망인이 감염되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2015. 5. 20. 1번 환자의 확진 이후에 피고 대한민국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은 K병원의 1번 환자의 접촉자를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접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은 2015. 5. 18. 10:00경 1번 환자에 관한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 신고를 받고도 1번 환자가 방문한 바레인이 메르스 발병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메르스 진단검사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의 이러한 과실로 인하여 1번 환자의 메르스 확진이 지연되었고, 또한 1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16번 환자에 대한 접촉자 조사 및 격리 조치가 지연됨에 따라 망인이 16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되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나) 과실에 관한 판단

(1) 갑 제7호증, 을나 제1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회신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1번 환자의 확진 이후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역학조사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질병관리본부는 1번 환자가 확진된 2015. 5. 20.부터 2015. 5. 21.까지 1번 환자가 거쳐 간 L의원, K병원, 0의원, Q병원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하여 접촉자 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다.

(나) 2015. 5, 20. L의원 역학조사관 2명은 의료진 중심의 9명의 밀접접촉자를, 0의원 역학조사관 1명은 밀접접촉자인 의료인 2명과 1번 환자가 병원에 머문 시간대 전후로 내원한 35명의 일상적 접촉자명단을, Q병원 역학조사팀(역학조사과 과장 및 보건연구관, 역학조사관 1명)도 밀접접촉자와 일상적 접촉자명단을 각각 보고하였다.

(다) K병원 역학조사관 3명은 2015. 5. 20, 4시간 정도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의료진 등 병원 직원 29명과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 보호자 2명(3, 4번 환자)을 밀접접촉자로 보고하였다. 그리고 2015. 5. 21. 3시간 정도 추가조사하면서 의무기록지와 1번 환자가 이동한 1층 접수창구, 2층 채혈실, 8층 간호사 스테이션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고 전날 접촉자로 보고한 병원 직원 29명 중 13명은 밀접접촉자가 아닌 것으로 보아 격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라) 질병관리본부는 위와 같이 보고된 접촉자명단 중 밀접접촉자에 대하여만 추적조사하여 검사, 격리 등의 조치를 하였다.

(마) 1번 환자를 간병한 부인인 2번 환자가 2015. 5. 20. 22:10, K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3번 환자가 2015. 5. 21. 06:00경, 3번 환자의 딸인 4번 환자 및 1번 환자의 의료진인 5번 환자가 2015. 5. 26. 각각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당초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었던 사람들 중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2015. 5. 28. 05:50경 K병원에서 1번 환자와 다른 병실인 W호, X호에 입원했었던 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질병관리본부는 같은 날부터 1번 환자와 동일 병동에 입원한 환자 및 보호자로 조사범위를 확대하여 역학추적조사를 재실시하였다. 그 중 16번 환자는 2015. 5. 30. 18:40경 추적되고 같은 날 21:40경 검체 채취, 진단 검사를 시행하여 2015. 5. 31. 메르스로 확진되었다.

(2) 위 인정사실과 앞에서 거시한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

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K병원의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착접 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

(가) 메르스 관리지침 제2판에 의하면, 역학조사관은 접촉자 범위를 결정하기 위하여 환자를 면담하고 접촉자 면담을 통해 환자와의 접촉 정도를 파악하고 노출 여부 등을 확인하여 아래와 같이 밀접접촉자와 일상적 접촉자로 분류한 후 어느 쪽이든 증상이 있으면 격리병상으로 이송하고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밀접접촉자는 자택에 격리 조치하고 접촉일로부터 14일간 능동감시(관할 보건소가 유선 또는 방문하여 증상 발현 여부를 확인)하고, 일상적 접촉자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격리 조치 없이 14일간 능동감시하도록 되어 있다. 확진환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중앙시도 역학조사관 이 심층역학조사를 하고 접촉자의 주소지 관할 보건소가 추적조사를 실시한다. <밀접접촉자〉 확진 또는 의심 환자와 신체적 접촉을 한 자 또는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자<밀접접촉자 범위> 환자와 같이 감염위험지역(중동지역)을 여행 또는 활동한 자,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가족 등 동거인, 환자를 진료한 보건의료인, 환자의 체액이나 호흡기 분비물에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자, 환자가 이용한 비행기 동승객(근접 좌석 탑승객) <일상적 접촉자 범위 밀접접촉자 외에 메르스 감염 환자와 접촉한 사람 혹은 환자의 분비물이 오염된 환경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예: 결혼식, 장례식, 교회, 학교에서의 같은 반 등)

(나) 1번 환자가 거쳐 간 병원 중 L의원, 0의원은 외래진료였고 Q병원은 외 래진료와 격리병실 입원이었던 데 비해 K병원은 2박 3일간 입원하였던 장소이므로 가장 중요하고 충실하게 접촉자 조사가 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K병원 역학조사팀은 1번 환자가 병실에만 머물렀다는 가정으로 의료진 외에는 같은 병실 환자 및 보호자만 밀접접촉자로 설정하였고 일상적 접촉자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0의원이나 Q병원 역학조사팀은 밀접접촉자 명단과 일상적 접촉자 명단을 보고하였고, L의원 역학조사팀도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는 하지 않았지만 내원 전후 일정시간의 내원자 명단을 병원에 요구하여 98명의 명단을 작성하여 보건소에 통보하였고 이를 통보받은 보건소에서 연락을 취한 바 있다.

(다) K병원 역학조사팀이 조사한 병원 CCTV 영상에 의하면, 1번 환자가 검사실 등에서 대기할 때 다수의 환자 등이 1번 환자와 근접하게 앉아 있기나 접촉하였고 그 중 8층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1번 환자 옆에 머물거나 지나간 사람들 중 9번, 17번, 19번 환자가 있었으며, 1번 환자는 병실이 있는 8층에서 1층 접수창구나 2층 채혈실 등으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였고, 좁은 공간에서 잠시나마 폐쇄된 엘리베이터에서 접촉한 사람들 중에 17번, 21번, 26번 환자가 있었다.

하지만 K병원 역학조사팀은 의무기록지와 CCTV 영상으로 1번 환자의 동선과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사실을 확인하고도 기존 접촉자명단 중 실제 접촉이 확인되지 않는 일부를 격리 대상에서 배제하였을 뿐 추가 접촉자를 조사하지 않았다. CCTV 영상을 분석할 조사 인력과 시간의 제약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접촉자를 확인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고 접촉자 범위를 재검토하지도 않은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라) K병원 역학조사관은 밀접접촉자에 해당하는 1번 환자를 방문한 조카(Q 병원 역학조사관이 보건소로부터 연락받아 파악하였다), 3번 환자의 아들 10번 환자(격 리대상에서 누락되어 중국으로 출국하였다), 병원 직원 2명도 파악하지 못하였고, CCTV 확인 결과 1번 환자와 대화한 직원이 전날 작성한 명단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직원을 격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실제 대화한 직원을 파악하지 않았으며, 1번 환자와 5분 정도 대화하고 신체적 접촉을 한 심전도실 임상병리사도 접촉자로 조사하지 않는 등 밀접접촉자 조사도 부실하게 하였다.

다)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

(1)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들과 을다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등을 종합하면,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2015. 5. 18. 10:00경 강남구 보건소로부터 1번 환자에 대한 신고를 받고서도 진단검사를 지연한 과실 및 2015. 5. 20.부터 2015. 5. 21.까지 1번 환자에 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과, 망인의 메르스 감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1번 환자에게서 16번 환자로의 감염은 1번 환자가 K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던 2015. 5. 15.에서 2015. 5, 17. 사이에 발생하였다. 그런데 2015, 5. 18. 처음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신고가 있었던 것이므로 16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은 위와 같은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의 과실과 무관하다.

(나) 16번 환자에게서 망인에게로의 감염은 16번 환자가 2015. 5. 22. 망인이 입원하여 있던 G병원 1호 병실에 입원한 후 2015. 5. 28. 퇴원하기까지 사이에 발생하였다. 그런데 망인에게 38℃를 넘는 발열 등의 증상이 처음 나타난 것은 2015. 5. 26.인 점,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평균 잠복기가 5일 정도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환자 186명의 잠복기가 평균 6.82 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망인은 16번 환자가 2015. 5. 22. 망인과 같은 병실에 입원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 Q병원의료진은 2015. 5. 19. 13:30경 질병관리본부에 1번 환자에 대한 인플루엔자 검사결과가 음성임을 통지하였다. 그 후 질병관리본부에 의하여 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가 진행되어 2015. 5. 20. 06:00경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확진 판정이 있었다. 따라서 만약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2015, 5. 18. 10:00경 처음으로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신고를 받고 바로 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하였다고 가정하면 2015. 5. 19. 02:30경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확진 판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라) 결국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로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었다고 판단하기 위하여는, 위와 같은 과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위 2015. 5. 19. 02:30경 1번 환자의 접촉자를 파악하기 시작하여 2015. 5. 22. 16번 환자가 망인과 같은 G병원 병실에 입원하기 이전에 그의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고 그를 추적하여 격리조치할 수 있었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그렇게 볼 수 없다.

① 실제로 2015. 5. 28. 06:00경 당초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6번 환자[K병원에서 1번 환자의 옆 병실(W호)에 입원하였던 환자이다]의 메르스 감염이 확진되자 그 때부터 1번 환자와 동일 병동에 입원한 환자 전체 및 보호자 등에 대하여 역학추적조사를 전면 재실시하였고, 약 2일 12시간 40분 후인 2015. 5. 30. 18:40 16번 환자를 추적하였으므로, 2015. 5. 19. 02:30경부터 위와 동일한 범위의 역학추적조사를 실시하였다면 2015. 5. 21. 15:10경 16번 환자를 추적하였을 것이라고 볼 여지는 있다.

②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에서 2015. 5, 28. 접촉자 범위를 확대하여 조사한 것은 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세계보건기구 및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훨씬 강함을 인지하고 난 후에야 가능했던 것이고, 2015. 5. 20.경에는 당시까지 알려진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 전파양식 등에 비추어 메르스 환자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 자에 한하여 메르스 감염을 의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메르스 지침(2014. 7. 14.자)에도 메르스의 밀접접촉자에 관하여 '메르스 환자를 직접 진료하거나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과 함께 일한 사람, 메르스 환자를 방문하거나 메르스 환자와 근접 공간 안에 함께 있었던 사람, 메르스 환자와 근접 거리에서 함께 일하거나 같은 환경을 공유한 사람, 메르스 환자와 함께 여행한 사람, 메르스 환자와 동거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의 메르스 유행 이후인 2015. 6. 30.에야 "확진자와 같은 병동을 쓴 사람에 대해서도 메르스 진단 검사를 권고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③ 실제로 1번 환자의 접촉자 조사를 전면 재실시 하기로 결정한 후 2015. 5, 30. 16번 환자를 추적하기까지 약 2일 12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은 그 당시 의료기관을 통한 메르스 전파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었고, 16번 환자가 오랜 기간 메르스 증상을 보여 S병원에 입원하여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 수 있다. 설령 2015. 5. 19. 02:30경부터 위와 같이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를 확대하여 조사를 시작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에는 16번 환자에게 메르스 증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기 전이었고, 의료기관을 통한 메르스 감염이 본격적으로 문제되기 이전이었으며, 16번 환자가 의료기관에 입원해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16번 환자는 그보다 오랜 시간 후에 추적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④ 당시 메르스 지침 제2판에 의하면 밀접접촉자의 범위를 '확진 또는 의심 환자와 신체적 접촉을 한 자 또는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자'로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16번 환자가 밀접접촉자로 지정되어 추적조사 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위 지침에서는 일상적 접촉자를 '밀접접촉자 외에 메르스 감염 환자와 접촉한 사람 혹은 환자의 분비물이 오염된 환경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예: 결혼식, 장례식, 교회, 학교에서의 같은 반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6번 환자가 입원했던 R호와 1번 환자가 입원하였던 N호는 엘리베이터실 등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여 있었던 점, 감사원의 의뢰에 따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CCTV 분석결과에서도 1번 환자와 16번 환자가 엘리베이터 등에서 접촉한 모습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의 위와 같은 과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16번 환자가 역학조사에서 일상적 접촉자로 지정되었을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2) 그렇다면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과 망인의 메르스 감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라) 소결론

결국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1번 환자의 접촉자에 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은 인정되나 그로 인하여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었다고 볼 수 없어, 피고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이러한 과실과 망인의 메르스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국민들에게 병원명 등의 공개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관련 법령에 의하면 피고 대한민국은 초기 방역대책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2015. 5. 28.에는 국민들에게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명과 노출기간 등을 공개하였어야 하는데, 2015. 6. 5. K병원을 공개하고 2015. 6. 7. 나머지 병원들을 공개함으로써 관련 법령을 명백히 위반하였다.

나) 관련 법리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34조 제6항), 피고 대한민국은 감염병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제공할 의무가 있고(감염병예방법 제4조 제2항 제5호),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한편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감염병 예방법 제6조 제2항).

그러나 피고 대한민국 및 그 소속 공무원들의 감염병에 관한 정보 분석 및 그 제공 등에 관한 행정권한 행사도 관계 법률의 규정 형식상 그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므로, 2015. 6. 5. 이후에야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명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한 피고 대한민국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위하여는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 또는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14932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대법원 2016. 8. 25. 선고 2014다225083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앞서 거시한 증거들과 을나 제15호증의 29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을 보태어 보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방역망에 허점이 발견된 2015. 5. 28. 즉시 전국민에게 병원명 등을 공개하지 않고, 전문 가들과의 회의를 거쳐 2015. 6. 5. K병원을 공개한 후 2015. 6. 7. 나머지 24개 병원 전체를 공개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다고 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1) 당시의 상황에서 병원명을 공개했을 때 발생할 해당 병의원의 의료진 기타 직원들이 겪어야 할 개인적 피해와 해당 병의원들이 입어야 할 손실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 병원명을 공개함으로 인하여 의료기관에서 메르스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야기되거나 메르스 환자 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사기가 저하될 우려가 있었다.

(2) 추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의료기관에 확진환자의 일자별 병원 경유 경로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국민들에게 병원명 등을 공개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볼 여지도 있었고, 실제로 2015. 6. 1. 감염내과전문의 및 감염관리실에 위 정보를 제공하였다. (3) 2015. 6. 4. 개최되었던 메르스 민관 종합대응 TF 회의에서 관련 전문가들도 "의료기관의 명칭을 공개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진료 거부, 의료기관 기피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4) 2015. 6. 5. 내지 2015. 6. 7.에도 국민들에게 병원명 등을 공개했을 때 우려되는 점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 동안 정보공개 조치에 대한 요구 및 논의가 정부내부, 시민단체, 언론 등에서 심화되고 있었고 미확인 병원목록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었으며 2015. 6. 1. 이후에는 3차 감염이 본격화되어 병원명의 공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 대전광역시 서구에 대한 청구

1)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 대전광역시 서구 보건소 공무원들은 감염병예방법 제4조에 따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하여 감염병에 관한 교육 및 홍보사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는데, 질병관리본부로부터 2013. 6. 1.부터 2015. 5. 19. 사이에 8차례 메르스 관리지침 등 관련 공문을 배포받았음에도 이를 G병원에 전달하지 않는 등으로 위 의무를 태만히 한 과실이 있다.

2015. 5. 29. K병원이 병원을 자진 폐쇄하면서 그 홈페이지에 메르스 발생으로 인하여 병원을 폐쇄한다는 사실을 공지하였고,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됨으로써 그 즈음 상당수 사람들이 K병원에 확진 환자가 내원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G병원 의료진은 16번 환자가 2015. 5. 16. K병원에서 용종제거술을 시행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 대전광역시 서구 보건소 공무원들이 위와 같은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고 G병원에 메르스 지침 및 홍보자료 등을 전달하였다면 G병원 의료진은 2015. 5. 29.경 망인이 메르스 환자 신고를 위한 진단기준 상의 의심환자에 해당한다는점을 알게 되어 보건소에 신고하였을 것이고 그 결과 망인은 조기에 적극적 치료를 받아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2) 판단

G병원 의료진이 16번 환자가 G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K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음을 알았다고 인정할 수 없는 점, 2015. 5. 29. K병원이 병원을 폐쇄하면서 홈페이지에 메르스 발생 사실을 공지하였다고 하더라도 G병원 의료진이 같은 날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같은 날 이를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그 전에 퇴원한 16번 환자의 접촉력을 파악하여 그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파악하고 그가 퇴원하기 전 같은 병실에 있었던 망인이 그를 통하여 메르스에 감염되었음을 의심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소송비용의 부담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설령 피고들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민사소송법 제99조에 따라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이를 각자 부담한다는 재판을 구한다.

살피건대, 항소비용은 민사소송법 제98조에 정한 소송비용부담의 원칙에 따라 패소한 원고들이 부담하여야 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에게 망인의 사망에 대한 법적 책임을 귀속시킬 수 없고, 피고들의 불필요한 행위로 인하여 소송비용이 발생하였다거나 원고들의 행위가 그 행위 당시에 있어서 필요하였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와 같은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창형

판사남양우

판사김형진

주석

1) 원고들은 항소장의 항소취지에서 제1심의 취소를 구하는 범위에 관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기재하였으나, 당초 소장

의 칭구취지에서는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2015, 6.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

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구하다가, 항소취지에서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2015. 6. 15.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

을 구하는 것으로 기재하여 제1심 청구 중 일부만 항소한 것으로 보이므로, 항소취지 중 제1심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을

제1심 판결 중 위와 같이 항소심에서 지급을 구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선해한다.

2) 을나 제15호증의 2, 1번 확진자 역학조사 자료(2018. 1. 19.자 참고자료 첨부) 등의 기재에 의하면, 1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이

확진된 것은 2015. 5. 20. 이므로, 2015. 5. 31.은 2015. 5. 20. 의 오기로 보인다.

3) AE연구소, AF의료재단, AG의료재단, AH의료재단, AI의료재단

4) 위 감사결과 보고서에서는 메르스 환자의 밀접접촉자 범위에 관한 해외 규정 사례를 제시하면서 미국(CDC)의 경우 "적절한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환자와 2m 내에 머문 경우, 적절한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같은 방 또는 병실 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머문 경우(가족, 보건의료인 등),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과 직접 접촉한 경우"를 밀접접촉자 범위로 설정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을나 제17호증의 1 제3면의 "Close contact, for both community and healthcare exposures,

is defined as follows: a) being within approximately 6 feet (2 meters), or within the room or care area, of a confirmed

MERS case for a prolonged period of time (such as caring for, living with, visiting, or sharing a healthcare waiting area

or room with, a confirmed MERS case) while not wearing recommended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or PPE (e.g.,

gowns, gloves, NIOSH-certified disposable N95 respirator, eye protection); or b) having direct contact with infectious

secretions of a confirmed MERS case (e.g., being coughed on), while not wearing recommended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부분을 오역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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