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4다6749 손해배상(의)
원고피상고인
1. A
2. B
3. C.
피고상고인
1. 학교법인 D
2. E.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13. 12. 13. 선고 2013나6138 판결
판결선고
2016. 6. 23.
주문
원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수술 시뿐만 아니라,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이유는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수술 등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의사가 위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 나쁜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36848 판결 등 참조).
한편, 의사는 수술 등의 당해 의료행위의 결과로 후유 질환이 발생하거나 또는 그 후의 요양과정에서 후유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요양의 방법이나 일단 발생한 후유 질환으로 인해 중대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환자 스스로 판단 · 대처할 수 있도록, 요양방법, 후유 질환의 증상과 그 악화 방지나 치료를 위한 대처방법 등을 환자의 연령, 교육 정도,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설명 · 지도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다6406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생명 · 신체상의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다70445 판결 등 참조), 그러한 경우에도 환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2.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망 H(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2009. 11. 14. 두통 증세로 찾은 인근 병원에서 뇌지주막하출혈 의심 진단을 받고, 피고 병원 응급실로 전원되어 신경외과 전문의인 피고 E이 이끄는 의료진으로부터 좌측전두부의 개두수술 및 뇌동맥류에 대한 결찰술(이하 '뇌혈관수술'이라고 한다)을 시술받고, 2009. 12. 7. 퇴원하였다.
2) 망인은 입원 중 왼쪽 발등의 말초정맥에 링거주사를 맞았는데, 주사부위에 물집을 동반한 발적 증세가 관찰되어 2009. 12. 3.경부터 항진균제치료를 받았고, 퇴원일에는 피부연고와 먹는 약을 처방받았다.
3) 망인은 퇴원 후 발적 증세가 약 2×3cm 크기의 피부궤양으로 악화되자, 2009. .
12. 14. 피부궤양 치료를 위하여 재입원하였고, 2009. 12, 23. 상처 부위에 대한 괴사조 직제거술(debridement)을 받았으며, 2010. 1. 28. 우측대퇴부에서 채취한 조직을 피부궤양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4) 망인은 2010. 2. 1. 실시한 신장기능검사에서 혈청 크레아티닌, 칼륨, 요소, 질소가 모두 증가하는 급성신부전증의 소견을 보였다. 이후 혈뇨, 혈변이 관찰되고 소변검사에서 요로계 감염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오자, 2010. 2. 11. 신장내과로 전과되었고, 그 무렵부터 망인은 기면상태(drowsy)로 빠져들었다.
5) 망인은 ① 2010. 2. 7. 흉부 엑스(X)-선 검사결과에서 의심되었던 폐부종 증세가 2010. 2. 16. 재검사에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이뇨제 등을 투약받았고, ② 2010. 2. 16.에는 설사를 하면서 혈변이 계속되어 위내시경검사와 대장내시경검사를 실시한 결과 십이지장에 혈관이형성증(angioectasia)이 관찰되어 아르곤 플라즈마 응고소작술을 시술받았으며, ③ 2010. 2. 19. 실시한 위내시경검사에서 십이지장의 활동성 궤양 소견이 나타나 헤모클립(hemoclips)을 사용한 지혈치료와 함께 금식 후 약물치료를 받았고, ④ 2010. 2. 25.경에는 헤노흐-쉔라인 자반증(Henoch-Schönlein purpura)에 의한 신기능 저하에 대하여 스테로이드(steroid)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6) 망인이 2010. 3. 2. 위장장애증상을 보이자, 피고 병원 신장내과 의료진은 소화 기내과와 협진하여 위내시경검사를 실시하여 십이지장의 누공을 확인하였고, 다음날 히스토아크릴 주사(histoacryl injection) 방식으로 누공을 메우는 수술을 시행하였다. 7) 2010. 3. 7. 23:15경 망인에게 전신 경련이 일어나자 인공호흡기를 착용시켰고, 23:45경 실시한 두부 컴퓨터 단층촬영(CT)에서는 새로운 뇌병변의 발생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8) 신장내과 의료진은 2010. 3. 8.부터 신경외과와 협진하여 항간질제를 히단토인 (hydantoin)으로 교체하여 투약하였는데, 그 무렵 망인은 깊은 기면상태에 빠져, 가래를 기계로 흡인하여 배출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9) 2010. 3. 11. 흉부 엑스(X)-선 검사결과에서 망인의 폐렴과 폐부종이 더 악화된 소견이 보이자, 의료진은 다음날부터 항생제를 기존의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에서 타박신(tabaxin)과 시프로베이(ciprobay)로 변경·투약하면서 산소포화도를 체크하였는데, 2010. 3. 13, 23:00경 망인의 호흡이 갑자기 불규칙해지면서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감소되자 망인을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겼다.
10) 피고 병원 신장내과 의료진은 2010. 3. 14. 02:50 경부터 기관삽관을 통하여 망인에게 기계호흡을 시작하였는데, 09:40경 망인의 코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서 혈액이 배출되는 등 위장관출혈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이자, 수혈, 수액과 함께 승압제를 투여하여 혈압의 상승을 유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고, 위장관출혈을 중단시키기 위한 위내시경수술은 망인의 상태가 나빠 시도하지 못하였다.
11) 의료진은 2010. 3. 15. 지속적 신대체요법(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CRRT, 이른바 '혈액투석')을 실시함과 아울러 다량의 승압제와 혈관수축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혈압을 상승시키려고 노력하였으나 실패하였다.
12) 망인이 과도한 위장관출혈로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보호자 동의 하에 심폐소생술을 포기하였고, 망인은 2010. 3. 17. 08:55경 사망하였다. 13) 사망진단서상 망인의 사인은 직접사인으로 위장관출혈이 기재되어 있다.
나. 원심은, 망인이 2009. 12. 14. 왼쪽 발등의 피부궤양으로 피고 병원 신경외과에 재입원한 이래 2010. 3. 17. 피고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사망할 때까지 발등 피부궤양, 다재 내성균 감염, 혈뇨, 혈변, 급성신부전증, 폐부종 및 폐렴, 위장관출혈 등의 병을 겪으면서, 각종 약물의 투약, 괴사조직 제거술, 피부이식술, 아르곤 플라즈마 응고소작술, 헤모클 럽을 사용한 지혈치료, 히스토아크릴 주사, 혈액투석 등의 다양한 치료와 수술을 받았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이나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각종 병의 상태, 위험성, 향후 치료계획 등이나 위와 같은 치료와 수술의 내용 및 필요성, 예후 및 예상되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과 부작용 등에 관하여 임상의학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한 정도의 설명의무를 이행한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들은 망인과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먼저 원심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면서 설명의무 불이행의 구체적 내용으로 든 사정 중, 망인이 뇌혈관수술을 마치고 퇴원할 당시 피고 E이 망인이나 보호자에게 추후 발등 발적 부위의 관리나 요양방법 등 필요한 사항을 지도 · 설명하지 않았다는 부분, 망인이 재입원할 무렵 피부궤양 상태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 십이지장 누공을 메우기 위해 실시한 히스토아크릴 주사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이후 그 상황을 설명하거나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과 그 후 나쁜 결과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가 아니므로,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
다만, 피고 E이 발적 부위의 관리나 요양방법 등 필요한 사항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지도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어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생명·신체상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는 있으나, 가벼운 피부 발적에 대하여는 부위를 깨끗이 관리하면서 연고를 바르고 약을 잘 복용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관리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참작하면, 망인이 퇴원할 당시 피부 발적의 상태, 처방약의 위험성이나 부작용, 후유증 발생가능성이나 위험성,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 없이 지도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2) 다음으로 원심이 설명의무 불이행의 구체적 내용으로 든 사정 중, 병원 의료진이 2009. 12. 30. 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의 치료를 위해 항생제인 반코마이 신(vancomycin)을 투약한 것을 비롯하여 프리페넴(prepenem),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 타박신(tabaxin), 시프로베이(ciprobay) 등의 항생제, 케로민 등의 소염진통제, 히단토인 (hydantoin) 등의 항간질제, 승압제, 혈관수축제와 같은 다수의 약품들을 망인의 입원기간 동안 장시간 사용하였음에도, 망인과 원고들에게 위 약품들의 처방사실, 효능, 부작용 등에 대하여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관하여 본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한 피부이식수술을 하면서 수술 과정과 방법, 수술 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 후유증 및 기능장애, 수술 및 마취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수혈과 관련된 문제 등에 관한 설명을 하고 수술동의를 받았고, 위 내시경 검사, 대장내시경 검사와 치료를 하면서도 시술목적과 개요, 시술과정, 시술 중 또는 시술 후 합병증에 관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았으며, 혈액투석, 지속성 신대체요법 시술, 혈액투석 도관 삽입 시술 등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았고, 망인의 상태와 치료 계획을 여러 차례 보호자에게 설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이 문제 삼는 위 약품들은 망인에 대한 일련의 수술과 치료 과정에 투약된 것으로 보이고,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위 약품들 투약과 관련하여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위 약품들이 수술과 치료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약품의 위험성과 부작용, 부작용의 발생 빈도와 위중도, 각 약품 별로 부작용으로 망인에게 급성신부전, 폐렴, 폐부종, 위장관출혈 등의 나쁜 결과가 발생하게 된 것인지를 심리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사정을 살피지 아니한 채 막연히 피고 병원 의료진이 사용한 의약품 전체에 대하여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병대
대법관박보영
주심대법관김신
대법관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