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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다49931 판결
[집행판결]〈외국 중재판정의 집행판결에서 집행거부사유의 존부가 문제되는 사건〉[공2019상,264]
판시사항

[1]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 제5조 제1항 (d)호에서 정한 중재판정 승인·집행거절사유에 해당하려면 해당 중재절차에 의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외국 중재판정의 성립 이후 집행법상 청구이의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집행재판의 단계에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 제5조 제2항 (b)호를 적용하여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외국 중재판정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거나 중재판정에 기한 집행 채권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중재판정에 따른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중재판정에 따른 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공서양속에 반한다는 이유로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외국 중재판정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에 권리남용 등에 이르렀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외국 중재판정에 민사소송법상의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어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를 청구이의 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중재제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중재판정부의 구성은 중재합의와 중재절차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로서 중재판정부의 구성에 당사자 간의 합의를 위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관한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 제5조 제1항 (d)호는 중재판정의 기초가 된 중재판정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가 당사자의 중재합의에 합치하지 아니하거나, 임의규정을 위반할 때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에서 정한 중재판정 승인·집행거절사유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당사자의 합의나 임의규정을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중재절차에 의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는 경우라야 한다.

[2] 외국 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이 있으므로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집행판결을 통하여 집행력을 부여받으면 우리나라 법률상의 강제집행절차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집행판결은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 집행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재판이므로, 중재판정의 성립 이후 집행법상 청구이의의 사유가 발생하여 중재판정문에 터잡아 강제집행절차를 밟아 나가도록 허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의 기본적 원리에 반한다는 사정이 집행재판의 변론과정에서 드러난 경우에 법원은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 제5조 제2항 (b)호의 공공질서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3] 외국 중재판정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거나 중재판정에 기한 집행 채권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중재판정에 따른 집행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 외국 중재판정에 따른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이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 중재판정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에 권리남용 등에 이르렀는지에 관하여는, 권리의 성질과 내용, 중재판정의 성립 경위 및 성립 후 집행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이에 대한 집행이 허가될 때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외국 중재판정에 민사소송법상의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어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중재판정의 집행을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이를 청구이의 사유로 삼을 수 있다.

참조조문

[1]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 제5조 제1항 (d)호 [2]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 제5조 제2항 (b)호,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 [3]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 제5조 제2항 (b)호, 중재법 제37조 제1항 , 제39조 제1항 , 민법 제2조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엘에스에프-케이디아이씨인베스트먼트컴퍼니엘티디(LSF-KDIC Investment Company, Ltd.)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6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케이알앤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광장담당 변호사 임성우 외 8인)

주문

원심판결 중 미화 32,601,248달러 부분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원고의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그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1) 중재제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중재판정부의 구성은 중재합의와 중재절차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로서 중재판정부의 구성에 당사자 간의 합의를 위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중재판정부의 권한에 관한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 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7다240991, 241000 판결 등 참조).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이하 ‘뉴욕협약’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d)호는 중재판정의 기초가 된 중재판정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가 당사자의 중재합의에 합치하지 아니하거나, 임의규정을 위반할 때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에서 정한 중재판정 승인·집행거절사유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당사자의 합의나 임의규정을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중재절차에 의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는 경우라야 한다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23883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중재판정부의 구성에 뉴욕협약에서 규정하는 승인·집행거부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중재조항에 의하여 이 사건 분쟁이 중재의 대상이고 원고와 피고가 그 당사자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중재조항에는 피고와는 달리 원고에게는 중재인을 선정할 권한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중재조항 제10조 제(c)항에서 ‘기타 조항에 따라 당사자들에 의해 해결될 수 없는 경우에는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 중재규칙에 따라 중재에 의해 해결’하기로 하였으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부의 구성은 국제상업회의소 중재규칙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나) 국제상업회의소 중재규칙 제8조 제4항에 따라 원고와 피고는 중재의 당사자로서 중재인을 지명할 권한이 있고, 원고는 이 사건 중재신청서에서 소외 1을 신청인 측 중재인으로 지명하여 그 권한을 행사하였으며, 피고는 이의를 유보하고 소외 2를 피신청인 측 중재인으로 지명하였다.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재판소는 원고를 대리하여 원고가 지명한 소외 1을 중재인으로 선정하였고, 피고가 지명한 소외 2를 중재인으로 확인하였으며, 2009. 4. 16. 서신을 통하여 이 사건 중재조항에 근거하여(pursuant to the arbitration clause) 당사자들이 지명한 위 두 중재인들이 협의하여 30일 이내 공동으로 의장중재인을 선정하도록 지시한 후, 위 중재인들이 공동으로 지명한 소외 3을 의장중재인으로 선정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재판소는 비록 직접 의장중재인을 선정하지 않았지만 중재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의장중재인의 선정방식을 지정하였고, 이러한 사정에 국제상업회의소 중재규칙 제7조 제4항은 중재인 선정에서 국제상업회의소 중재재판소 결정에 최종적인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중재판정부의 구성은 국제상업회의소 중재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라)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중재조항에서 국제상업회의소 중재규칙에 따르기로 합의하였으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부 구성에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d)호에서 규정하는 승인·집행거부사유로서 ‘당사자 간의 합의와 합치하지 아니하는’ 등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중재판정부 구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산유동화법’이라고 한다)을 위반하지 않았고, 설령 자산유동화법을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b)호에서 규정하는 승인·집행거부사유로서 공공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뉴욕협약상 공공질서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

(1) (가) 외국 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이 있으므로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집행판결을 통하여 집행력을 부여받으면 우리나라 법률상의 강제집행절차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집행판결은 그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 집행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재판이므로, 중재판정의 성립 이후 집행법상 청구이의의 사유가 발생하여 중재판정문에 터잡아 강제집행절차를 밟아 나가도록 허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의 기본적 원리에 반한다는 사정이 집행재판의 변론과정에서 드러난 경우에 법원은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b)호의 공공질서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그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20134 판결 등 참조).

(나) 외국 중재판정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거나 중재판정에 기한 집행 채권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중재판정에 따른 집행을 거부할 수 없다 (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4다881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 외국 중재판정에 따른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이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 중재판정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에 권리남용 등에 이르렀는지에 관하여는, 그 권리의 성질과 내용, 중재판정의 성립 경위 및 성립 후 집행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이에 대한 집행이 허가될 때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외국 중재판정에 민사소송법상의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어 그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 중재판정의 집행을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이를 청구이의 사유로 삼을 수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중재판정에서는 피고가 이 사건 확약서에 따라 이 사건 부지 매각에서 발생한 비용 중 피고 부담분인 50%에 해당하는 금원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하였다. 여기에는 이 사건 부지의 매각 등과 관련하여 부과된 법인세 등 세금 23,722,822,690원의 50%인 11,861,411,345원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중재판정금 전체 액수의 1/3에 달한다.

(나) 원고는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이 사건 부지의 매각 등과 관련하여 부과된 2004 사업연도 법인세 등의 부과처분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은 2009. 11. 6. 선고 2007구합47176 판결 에서 2001 사업연도 법인세 2,135,350,470원의 부과처분 중 165,036,610원을 초과하는 부분 및 2002 사업연도 법인세 641,266,130원의 부과처분 중 95,656,270원을 초과하는 부분과 2004 사업연도 법인세 18,095,748,820원의 부과처분 중 6,806,141,510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각 취소하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0. 12. 9. 선고 2009누39126 판결 에서 2004 사업연도 법인세 18,095,748,820원의 부과처분 중 2,646,546,595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고,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상고심인 대법원은 2013. 12. 26. 선고 2011두1245 판결 에서 위 원심판결 중 2004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2,646,546,595원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은 2013. 4. 3. ‘역삼세무서장은 2004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 중 3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부과처분을 취소하고, 원고는 위 취소절차가 완료되는 즉시 소를 취하한다’는 조정권고를 하였다. 원고는 위 조정권고에 따른 부과처분 취소가 이루어지자 2014. 5. 12. 소를 취하하였고, 역삼세무서장이 이에 동의함에 따라 그 취하가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당초 부과된 2004 사업연도 법인세 등 세금 23,722,822,690원 중 위 소송과정에서 다투어진 20,872,365,420(= 2,135,350,470 + 641,266,130 + 18,095,748,820)원은 최종적으로 560,692,880(= 165,036,610 + 95,656,270 + 300,000,000)원으로 감액되었고, 그 결과 피고 부담분은 280,346,440원(= 560,692,880원 × 피고 부담 부분인 50%)으로 감액되었다.

(다) 한편 원고는 2009. 8. 11. 한국지점에 대하여 폐업신고를 하였다.

(3) 원심은, 과세채권 환급금은 이 사건 중재판정에 따른 금원이 반환된 후에 이 사건 주주 간 계약에 따라 회사법적 절차인 청산배당을 통하여 ○○○ 펀드 3호와 피고에게 배분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사업의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세금이 환급되었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청구이의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중재판정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이 사건 부지 매각 시 소요된 원고의 비용 중 50%에 해당하는 금원에는 이 사건 부지의 매각 등과 관련하여 부과된 2004 사업연도 법인세 등 세금 중 피고 부담 부분이 포함되었다. 이처럼 중재판정의 기초가 된 법인세 등의 부과처분이 이 사건 중재판정이 성립된 이후에 부과처분취소 소송과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취소 처분에 의하여 대폭 감액되고 확정되었다.

(나)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 는 확정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경우에 이를 재심사유 중 하나로 삼고 있다.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중재판정에서 그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중재판정 성립 이후에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으로 바뀐 경우라면 그 중재판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여 중재판정문에 터잡아 강제집행절차로 나아가도록 허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의 기본적 원리에 반하지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다) 이 사건 중재판정에서 확정된 권리는 이 사건 확약서에 따라 이 사건 부지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의 정산에 관한 것인데, 그 비용 중 중재판정금의 1/3에 달하는 법인세 등 세금이 대폭 감액됨에 따라 중재판정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재심의 소가 인정되지 않는 중재판정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이 사건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에서 이러한 사정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정하다. 여기에 이 사건 원고의 한국지점이 이미 폐업한 상태임에도 실체관계와 다른 중재판정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 피고에게 미치게 될 영향 등 모든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중재판정에 기한 집행을 허용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고, 피고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청구이의 사유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집행판결의 확정 이후에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다시 중재신청 등을 하여 다투도록 하는 것보다 소송경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변론을 거친 판결의 형식에 의하여 집행판결을 하도록 정한 우리나라 법제에 비추어도 타당하다.

(5)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는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제(b)호에서 규정하는 공공질서 위반을 구성하는 청구이의의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중재판정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지연손해금 존부 판단에 적용할 준거법, 관련 법령의 적용 및 해석, 국제사법 제10조 의 적용 및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아가 지연손해금은 준거법에 관계없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강행규정이 우리나라에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중재판정금의 원금 채권에 대하여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원심 판시 준거법을 적용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가운데 이 사건 부지 매각 등과 관련하여 부과된 법인세 등 세금에 관한 피고 부담분에 대한 청구 부분이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위 법인세 등 세금에 관한 피고 부담 부분을 포함하여 이 사건 부지 매각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의 총액에 대한 피고의 부담분으로 미화 32,601,248달러의 지급을 명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한 집행을 허가하였다.

위 파기의 취지를 반영하여 미화 32,601,248달러 중 위 법인세 등 세금에 대한 피고 부담 부분을 다시 산정할 필요가 있어, 이 부분 전부를 파기하기로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미화 32,601,248달러 부분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조희대 민유숙 이동원(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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