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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238837 판결
[집행판결][공2018상,319]
판시사항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 제5조 제1항 (라)호의 규정 취지 / 위 규정에서 정한 중재판정 승인이나 집행의 거절 사유에 해당하려면 해당 중재절차에 의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당사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중재절차에 관한 하자에 대하여 당사자가 적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중재절차에 참여한 경우,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이하 ‘뉴욕협약’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라)호는 중재판정의 기초가 된 중재판정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가 당사자의 중재합의에 합치하지 아니하거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중재가 이루어지는 국가의 법령에 합치하지 아니할 때,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중재절차의 계약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중재절차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자치 및 합의(parties’ autonomy and agreement)로 형성되나, 당사자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보충적으로 해당 중재에 적용되는 임의규정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취지이다.

그렇지만 위 규정에서 정한 중재판정 승인이나 집행의 거절 사유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당사자의 합의나 임의규정을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중재절차에 의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중재판정부나 중재절차의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에, 승인국 또는 집행국 법원은 ‘중재절차에서 적시에 이의를 제기하였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하여 중재절차 진행과정에서 절차위반이 있더라도 이에 대하여 당사자가 적절히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고 위반사항이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경우에는 이에 관한 이의제기 권한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욕협약은 이와 같은 이의제기 권한의 포기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당사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중재절차에 관한 하자에 대하여 당사자가 적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중재절차에 참여한 경우에는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절차에서 그와 같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참조조문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 제5조 제1항 (라)호

원고, 피상고인

파라곤릴로케이션홀딩스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석 외 5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디에스피릴로케이션스코리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디.엘.에스 담당변호사 이승한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 이유 제1점, 제2점, 제4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고쳐 쓰고 인용하는 등의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1) 영국에 본부를 둔 조정·중재기관인 공인중재인협회(the Chartered Institute of Arbitration) 아일랜드 지부(이하 ‘이 사건 중재기관’이라 한다)가 선정한 중재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제1심판결 별지 기재 중재판정(이하 ‘이 사건 중재판정’이라 한다)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하여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이하 ‘뉴욕협약’이라 한다)이 적용된다.

(2) 이 사건 중재판정에 관하여 중재합의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없어,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가)호에서 정한 중재합의의 무효의 승인·집행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비록 피고가 중재인 선정절차에 관여하지 못하였으나, 선정된 중재인에 의하여 진행된 모든 절차에 피고가 참여하였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나)호에서 정한 방어권 침해의 승인·집행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4) 피고에게 이 사건 중재판정금의 지급을 명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워,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서 정한 공서양속 위반의 승인·집행거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 판시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가)호 및 (나)호, 제2항 (나)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라)호는 중재판정의 기초가 된 중재판정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가 당사자의 중재합의에 합치하지 아니하거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중재가 이루어지는 국가의 법령에 합치하지 아니할 때, 중재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중재절차의 계약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중재절차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자치 및 합의(parties’ autonomy and agreement)로 형성되나, 당사자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보충적으로 해당 중재에 적용되는 임의규정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취지이다.

그렇지만 위 규정에서 정한 중재판정 승인이나 집행의 거절 사유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당사자의 합의나 임의규정을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중재절차에 의한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여 용인할 수 없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또한 중재판정부나 중재절차의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에, 승인국 또는 집행국 법원은 ‘중재절차에서 적시에 이의를 제기하였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하여 중재절차 진행과정에서 절차위반이 있더라도 이에 대하여 당사자가 적절히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고 그 위반사항이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경우에는 이에 관한 이의제기 권한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욕협약은 이와 같은 이의제기 권한의 포기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당사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중재절차에 관한 하자에 대하여 당사자가 적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중재절차에 참여한 경우에는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절차에서 그와 같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원심은 제1심판결을 고쳐 쓰고 인용하는 등의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

(1) 원고가 국제상공회의소(ICC)의 중재를 통해 분쟁 등을 해결하기로 한 중재합의와 달리 이 사건 중재기관에 중재를 신청하여 중재절차가 개시되고 중재인이 선정되었으나, 피고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중재기관에서 개시된 중재절차에 참여하였고 중재절차를 계속 진행하여 중재판정까지 받았다.

(2) 중재합의와 다른 중재기관에서 선정한 중재인에 의하여 절차가 진행된 위와 같은 하자가 강행규정 위반 등 근본적이고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서 치유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절차상 하자를 알지 못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그리고 중재기관 및 중재인 선정에 관한 사항은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사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서 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3) 위와 같은 이 사건 중재기관의 중재절차 진행경과와 피고의 절차 참여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기존에 약정하였던 국제상공회의소의 중재절차를 통한 중재 등 자신의 절차적 권리를 포기하고, 이 사건 중재기관의 중재절차로 진행하는 것에 관하여 새로 합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라)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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