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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1도8649 판결
[정치자금법위반]〈청목회 입법로비 사건〉[공2013하,2178]
판시사항

[1]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기부금지 대상으로 정한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하는 경우 및 그 판단 기준

[2]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임원인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입법로비를 위하여 협의회 내에서 모금된 자금을 회원 개인 명의의 후원금 명목으로 다수의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으로 기부하였다고 하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자금은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정한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정치자금 기부자가 당해 정치자금을 받은 공무원이 직접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가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에 위배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항 , 제2항 의 입법 취지와 연혁, 각 규정의 내용 및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항 에서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법인 또는 단체 스스로 자신의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하고, 한편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법인 또는 단체 스스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지 않더라도 그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하여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 마련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기만 하면 모두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규정한 기부금지 대상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지만,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의 모집·조성에 주도적·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모집·조성된 자금을 법인 또는 단체가 처분할 수 있거나 적어도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인 경우에는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구체적 사안에서 자금이 법인 또는 단체와 그와 같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자금 모집과 기부가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라고 한다) 임원인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청원경찰법 개정과정에서 입법로비를 위하여 청목회 내에서 모금된 특별회비 자금을 회원 개인 명의의 후원금 명목으로 다수의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으로 기부하였다고 하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특별회비 자금은 단체인 청목회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주도적으로 모집·조성하여 청목회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할 수 있는 돈으로서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정한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정치자금법 제32조 의 입법 취지,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가 “누구든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여 청탁행위와 알선행위를 모두 금지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청탁’은 알선과는 달리 기부행위를 받은 공무원과 분리된 다른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기부자가 당해 정치자금을 받은 공무원이 직접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 역시 위 조항에 위배된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처음 담당변호사 이동명 외 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항 은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하고, 제2항 은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이 이와 같이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는, 법인 또는 단체의 이권 등을 노린 음성적인 정치적 영향력의 행사 및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법인 또는 단체 구성원의 의사를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있다. 한편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에 관한 입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회사 등 법인이나 단체가 임원 등 개인을 통해서 정치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항 에서 정한 바와 같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행위를 규제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그 규정의 입법 취지를 살리고,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누구든지 단체와 관련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이 규정되게 되었다.

이러한 입법의 취지와 연혁, 각 규정의 내용 및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치자금법 제31조 제1항 에서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법인 또는 단체 스스로 자신의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하고, 한편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에서 법인 또는 단체 스스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지 않더라도 그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하여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 마련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기만 하면 모두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소정의 기부금지 대상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지만,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의 모집·조성에 주도적·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그 모집·조성된 자금을 법인 또는 단체가 처분할 수 있거나 적어도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인 경우에는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구체적 사안에서 그 자금이 법인 또는 단체와 그와 같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그 자금 모집과 기부가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08도10658 판결 ,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도1541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근무하는 청원경찰들의 복지향상, 권익보호 등을 위하여 결성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라고 한다)는 그 회원인 청원경찰들의 공동의 목적 내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조직적인 의사형성 및 결정이 가능한 다수인의 지속성 있는 모임이라 할 것이고, 청원경찰법 개정과정에서 입법로비를 위하여 청목회 내에서 모금된 특별회비 약 6억 5,000만 원은, 비록 일반회계와는 구별되는 돈이라고 하여도 단체인 청목회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여 주도적으로 모집·조성하여 청목회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할 수 있는 돈으로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이 위 자금을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행위는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소정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인정에 있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데 그 입법 목적이 있는데, 이러한 입법 목적과 아울러 정치자금법 규정의 내용 및 체계를 종합하면, 정치자금법 제6장의 기부제한에 관한 규정은 그 제1장부터 제5장에서 허용하고 있는 절차와 한도에 따른 정치자금의 기부행위라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특별히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특히 같은 법 제32조 는 비록 정치자금의 수수가 위 법이 정한 절차와 한도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위 법 조항이 정하는 특정행위와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공직선거,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 공법인 등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되거나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보아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그러한 정치자금의 수수를 금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720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정치자금법 제32조 의 입법 취지,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가 “누구든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여 청탁행위와 알선행위를 모두 금지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청탁’은 알선과는 달리 기부행위를 받은 공무원과 분리된 다른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기부자가 당해 정치자금을 받은 공무원이 직접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 역시 위 조항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무원인 국회의원들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인 청원경찰법의 개정에 관하여 자신들이 요구해 오던 청원경찰의 등급제, 정년의 연장 등이 수용되도록 국회의원들에게 청탁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한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정치자금 기부행위는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정치자금법상 기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인정에 있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국회의원 등에게 기부한 행위로 인한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 위반죄와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한 행위로 인한 정치자금법 제32조 제3호 위반죄는, 그 객관적 사실관계가 기부상대방인 국회의원별로 이루어진 하나의 기부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1개의 행위가 수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40조 에 정해진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이와 달리 위 두 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원심이 그와 같이 죄수평가를 잘못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수인의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이 사건에 있어서는 결과적으로 처단형의 범위에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원심의 이러한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도7335 판결 ,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762 판결 등 참조).

4.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단순히 원심의 증거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5.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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