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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6. 14. 선고 2008도10658 판결
[업무상횡령·정치자금법위반·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공2012하,1240]
판시사항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 에서 정한 기부금지 대상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의 의미와 판단기준

판결요지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5. 8. 4. 법률 제7682호 ‘정치자금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치자금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은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하고, 제2항 은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정치자금법이 이와 같이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는 법인 또는 단체의 이권 등을 노린 음성적인 정치적 영향력의 행사 및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법인 또는 단체 구성원의 의사를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으므로,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 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법인 또는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을 말한다. 또한 여기에는 법인 또는 단체의 존립과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고유한 자산은 물론, 법인 또는 단체가 자신의 이름으로 모집·조성한 자금도 포함된다. 이러한 규정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 마련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기만 하면 모두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 에서 정한 기부금지 대상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되고,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의 모집·조성에 주도적·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모집·조성된 자금을 법인 또는 단체가 처분할 수 있거나 적어도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이어야만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구체적 사안에서 자금이 법인 또는 단체와 그와 같은 관련이 있는지는 자금 모집과 조성행위의 태양, 조성된 자금의 규모, 모금 및 기부의 경위와 기부자의 이해관계 등 모금과 기부가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 3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각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어 2005. 8. 4. 법률 제7682호 ‘정치자금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치자금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은 “외국인,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하고, 그 제2항 은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정치자금법이 이와 같이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는, 법인 또는 단체의 이권 등을 노린 음성적인 정치적 영향력의 행사 및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법인 또는 단체 구성원의 의사를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있으므로,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 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란 그 법인 또는 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가 가능한 자금을 말한다. 또한 여기에는 법인 또는 단체의 존립과 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고유한 자산은 물론, 법인 또는 단체가 자신의 이름으로 모집·조성한 자금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 헌법재판소 2010. 12. 28. 선고 2008헌바8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러한 규정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 마련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기만 하면 모두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 소정의 기부금지 대상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되고,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자금의 모집·조성에 주도적·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그 모집·조성된 자금을 법인 또는 단체가 처분할 수 있거나 적어도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이어야만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구체적 사안에서 그 자금이 법인 또는 단체와 그와 같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그 자금 모집과 조성행위의 태양, 조성된 자금의 규모, 모금 및 기부의 경위와 기부자의 이해관계 등 모금과 기부가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택 증거들에 의하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라 한다)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라 하고, 이를 통틀어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2004. 4. 15. 실시될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그 소속 후보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쳐 각기 그 조합원들로부터 모금한 다음 정치자금 기부를 목적으로 설치한 총선투쟁자금을 설치하여 관리해 온 사실, 위와 같이 자금을 모집하여 설치할 당시에는 노동조합이 별도로 관리하는 정치자금은 그 조합 명의로 기부할 수 있었으나, 그 후 2004. 3. 12. 구 정치자금법의 개정으로 법인 또는 단체의 기부행위가 금지되어 그 개정법률 시행일인 2004. 3. 12.부터는 이 사건 노동조합이 모금한 정치자금을 그 명의로 기부할 수 없게 된 사실, 언론노조 위원장인 피고인 1과 그 수석부위원장 겸 정치위원장인 피고인 3은 이와 같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방법으로 언론노조의 총선투쟁기금 일부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 기부하고,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인 피고인 2는 민주노총의 총선투쟁기금 중 일부를 민주노동당에 당비로 기부하거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입후보자에게 기탁금 명목으로 기부하였는데, 그 기부과정에서 정치후원금 영수증이 발급되지 않거나 허위로 발급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치자금은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 소정의 ‘단체’에 해당하는 이 사건 노동조합이 그 명의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기 위하여 조합원들로부터 모금을 하고 그 모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별도의 기금으로 관리하다가 기부한 것으로서, 그 자금의 모집과 기부에 이 사건 노동조합이 주도적·적극적으로 관여한 경우라고 할 것이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는 적절치 못한 점이 있으나, 이 사건 정치자금이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소정의 ‘법인 또는 단체에 관련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결국 정당하다.

이와 달리 피고인들이 단순히 조합원들이 기부하는 정치자금을 모아서 전달하였을 뿐임을 전제로, 이 부분 원심판결에 구 정치자금법 제12조 제2항 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거나 또는 위 법률의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함으로써 위 규정에 정치활동 및 결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무효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피고인 1의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

가. 업무상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업무상 보관하는 자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그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횡령행위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를 말하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가 있어야만 횡령죄가 성립하게 된다( 대법원 1993. 3. 9. 선고 92도2999 판결 ,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도328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불법영득의사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와 같이 처분하는 의사이므로, 재물을 업무상 고유한 용도에 부합하게 사용한 경우에는 그러한 사용에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도2911 판결 ,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3도4570 판결 ,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435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3. 1. 17.부터 2007. 2. 27.까지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 조합비와 특정목적의 기금을 언론노조를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중, 언론노조 중앙위원회의 의결 등을 거치지 아니하고 2003. 12. 30.부터 2004. 6. 29.까지 사이에 7회에 걸쳐 합계 12,607,500원을 언론노조 총무부장 공소외 1을 통해 임의로 인출하여 피고인 개인 계좌로 월급보전 명목으로 입금케 하여 생활비 등 용도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우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이 사건 기금인출의 실행행위를 하거나 공소외 2 또는 공소외 1로 하여금 이를 인출하여 피고인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한 사실은 없음이 분명하므로, 피고인이 스스로 기금을 인출하였거나 공소외 1의 인출행위에 관여하였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인정 사실에 의하면, 언론노조는 전국노사분규가 있는 산하 사업장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납부하는 조합비에서 매월 500만 원을 투쟁기금 계좌에 입금하여 이를 별도로 관리해 온 사실, 언론노조 규약 제16조, 제27조, 제37조, 제49조 등에 의하면 위 기금은 언론노조의 조합원이 노조활동으로 신분상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경우 위 기금으로부터 일정한 보상을 받게 할 목적으로 설치·운영하되 그 관리 운영에 관하여는 별도의 규정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이 사건이 문제된 후 2007. 9. 7. 그 기금운영기준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그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아니한 사실, 위 기준이 마련되기 전에는 사실상 언론노조 중앙위원회나 중앙집행위원회의 의결 등을 통해 위 기금을 집행해 왔는데, 2003. 11.경 스포츠조선이 피고인의 급여에 대한 채권가압류결정을 받아 집행함으로써 피고인이 급여의 대부분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언론노조의 사무처장인 공소외 2와 사무처 직원들은 피고인이 부재 중인 상태에서 회의를 개최하여 위 투쟁기금에서 피고인의 가압류된 급여 상당액을 보전해 주기로 결정하였고, 그 결정에 따라 사무처장인 공소외 2가 총무부장 공소외 1에게 지시하여 2003. 12.경부터 2004. 6.경까지 7개월간 피고인의 급여 중 가압류된 금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피고인의 급여계좌에 입금하는 방법으로 집행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그렇다면 비록 그 기금의 지급기준이나 절차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어 그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내부의 의사결정 등 절차를 거쳐 노조활동으로 입은 불이익을 보상하기 위하여 조성된 위 기금의 용도에 부합되게 급여보전 목적으로 피고인에게 위 금원이 지급된 이상, 피고인이 이를 사용한 데에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인이 위 투쟁기금을 인출한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조합으로부터 급여보전금으로 송금된 돈을 피고인이 사용한 것이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본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요건과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다.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업무상횡령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이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피고인 2, 3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전수안(주심) 양창수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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