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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09다45146 판결
[손해배상(의)][공2011하,2529]
판시사항

[1]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의 정도 및 기준

[2] 장폐색 환자가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던 중 사망한 사안에서, 고칼륨혈증과 폐부종에 대한 경과관찰 및 치료를 소홀히 한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2] 장폐색 환자인 갑이 을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던 중 사망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을 병원 의료진에게 고칼륨혈증 및 폐부종에 대한 경과관찰 및 치료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고, 고칼륨혈증 및 폐부종은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응급질환으로서 즉시 치료되어야 하며, 갑이 사망 당시 중증 패혈증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을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갑의 사망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과실과 갑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학교법인 인제학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미래 담당변호사 장한각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망인은 2005년경 개인의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외에는 다른 특별한 건강상 문제가 없었는데 2006. 5. 23. 13:00경 점심식사 후 발생한 간헐적인 복통과 구토 증세로 다른 병원을 거쳐 2006. 5. 24. 15:55경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그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05/64㎜Hg, 맥박수 78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6.4℃이었고, 16:22경 시행된 응급혈액검사 결과, 혈중요소질소 51㎎/㎗(참고치 7~25) 및 크레아티닌 2.5㎎/㎗(참고치 0.7~1.7)로 신장기능이 약간 저하되어 있었으나, 혈중 칼륨농도는 4.7mEq/ℓ(참고치 3.5~5.5), 백혈구(WBC)는 7.740K/㎕(참고치 4~10K)로 정상범위에 있었다.

(2) 망인은 5월 24일 17:18경 시행된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검사에서, S자 결장 부위 대장암으로 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장폐색 소견을 보였다.

(3) 망인은 응급실 내원 후 약 1,860cc의 수액이 투여된 상태에서 5월 24일 20:18 시행된 흉부 방사선검사상 폐울혈 소견이 보였고, 장폐색 완화를 위한 스텐트 삽입술을 받던 중 혈압이 80/60㎜Hg까지 떨어졌으나 생리식염수를 공급받은 후 수축기 혈압이 120~130㎜Hg 정도로 회복되었으며, 5월 24일 22:00경부터 시간당 소변은 50cc 이상으로 정상적으로 배출되었다.

(4) 망인은 5월 24일 22:30경 중환자실로 옮겨질 당시 활력징후가 혈압 154/72㎜Hg, 맥박수 95회/분, 호흡수 34회/분, 체온 36.4°C로 호흡수가 높은 상태였고,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산소를 마스크를 통해 8ℓ/분의 속도로 공급하였으나, 망인의 산소포화도는 86~90%로 낮고, 호흡수도 30~34회/분으로 높게 유지되었다.

(5) 피고 병원 의료진은 5월 24일 23:00 혈중 칼륨농도 등을 알기 위하여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하였고, 망인은 5월 24일 23:21경 시행된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폐부종 소견을 보였으며, 23:30경에는 산소포화도가 80~85% 정도로 낮아지고, 호흡수는 34회/분으로 높아졌으며, 청색증 소견까지 보였다.

(6) 피고 병원 의료진은 5월 24일 23:30 및 5월 25일 00:00경 동맥관 삽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다가 5월 25일 01:00경 동맥혈가스분석검사를 시행한 결과(이 때에도 동맥관 삽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pH 6.876(참고치 7.35~7.45), 중탄산염 8.3㎜q/ℓ(참고치 21~27)로 심한 대사성 산혈증 소견을 보이자, 이를 교정하기 위하여 비본(중탄산나트륨)을 투여하였다.

(7) 망인은 5월 25일 01:20경 활력징후가 혈압 122/61㎜Hg, 맥박수 49회/분, 호흡수 40회/분으로 심한 빈호흡 및 서맥 상태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그 무렵 5월 24일 23:00경 실시한 위 응급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였는데, 혈중 칼륨농도가 7.5mEq/ℓ(참고치 3.5~5.5)로 고칼륨혈증이 있었고, 그 외에 나트륨 129mEq/ℓ(참고치 135~145), 혈중요소질소 56㎎/㎗(참고치 7~25), 크레아티닌 2.6㎎/㎗(참고치 0.7~1.7), AST 423(참고치 0~40), ALT 57(참고치 0~40), 아밀라아제 913(참고치 70~110), 리파아제 1,060(참고치 114~286) 등으로 이상소견이 있었으며, 한편 백혈구(WBC)는 6.26K/㎕(참고치 4~10K)로 정상범위에 있었다.

(8) 피고 병원 의료진은 고칼륨혈증을 교정하기 위하여 인슐린과 포도당을 투여하였으나, 망인은 5월 25일 01:30경 호흡이 정지되었고,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5월 25일 04:25경 사망하였다.

(9) 장폐색의 경우 각종 전해질 불균형, 산염기 불균형(대사성 산혈증), 탈수,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체액상태, 전해질·산염기 상태를 처음부터 확인하여 체액, 전해질, 산염기 균형을 맞추어야 하고, 심한 장폐색 환자의 조기사망 원인은 심폐계 부전이므로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10)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 응급혈액검사를 통한 고칼륨혈증의 확인시간은 통상 1시간 이내이다. 고칼륨혈증은 심전도에서 T파가 뾰족해지는 등 특징적인 파형을 보이며, 심한 경우 호흡근 등에 대한 이완성 근마비,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고, 혈중 칼륨농도 7.5mEq/L 이상, 심각한 근육 약화, 심전도상 큰 변화가 있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즉시 칼슘 글루코네이트(Calcium gluconate), 인슐린과 포도당 투여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11) 폐포 내 수분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폐부종은 발생원인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도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이므로,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 외에 폐부종 자체를 치료하기 위하여 산소, 이뇨제, 기관지 확장제 등을 투여할 필요가 있고, 단순한 산소공급만으로 환자의 산소화 상태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 기관 내 삽관 및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다.

(12) 전신성 염증 반응 증후군(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SIRS)은 1. 체온이 38℃ 이상 또는 36℃ 이하(발열 또는 저체온증), 2. 심박수가 분당 90회 이상(빈맥), 3. 호흡수가 분당 24회 이상(빈호흡), 4. 백혈구 수가 12,000개/㎣ 이상 또는 4,000개/㎣ 이하 중 두 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 진단하고, 전신성 염증 반응 증후군 중 감염의 증거가 있는 경우 패혈증(sepsis)이라 하며, 패혈증 중 저혈압, 핍뇨증 등 장기부전이나 저관류 소견이 있는 경우 중증 패혈증(severe sepsis)이라고 하고, 중증 패혈증 중 혈관을 통한 수액 공급에 반응하지 않고, 수축기 혈압 유지를 위해 강심제나 혈압상승제가 필요한 경우 패혈성 쇼크(septic shock)라 한다.

다. 위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1) 우선 장폐색 환자에서는 고칼륨혈증 등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고, 고칼륨혈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서 즉시 치료를 요하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2006. 5. 24. 23:00경 장폐색 환자인 망인에 대하여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하였다면 지체 없이 그 결과를 확인하고, 그 밖에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한 심전도에서 높고 뾰족한 T파 등 고칼륨혈증의 특이한 소견이 나타나는지 여부도 면밀히 관찰하여 고칼륨혈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교정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이 위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한 지 약 2시간 20분이 지난 2006. 5. 25. 01:20경에 이르러서야 혈중 칼륨농도가 7.5mEq/ℓ(참고치 3.5~5.5)로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고칼륨혈증을 진단하여 치료를 시작하였다면, 고칼륨혈증의 응급성 및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 응급혈액검사를 통한 고칼륨혈증의 확인시간이 통상 1시간 이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는 고칼륨혈증에 대한 경과관찰 및 치료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그리고 폐부종은 발생원인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서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 외에 폐부종 자체를 치료하기 위하여 산소, 이뇨제, 기관지 확장제 등을 투여할 필요가 있고, 단순한 산소공급만으로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 기관 내 삽관 및 인공호흡기 치료까지도 필요하므로, 망인이 스텐트 삽입술 과정에서 혈압이 떨어져 수액을 투여받은 후 혈압은 회복되었으나 5월 24일 23:21 흉부 방사선검사에서 폐부종 소견이 발견되었고, 5월 24일 23:30 마스크를 통해 산소를 8ℓ/분의 속도로 공급받는 상황에서도 청색증을 보이면서 산소포화도가 80~85%로 낮았다면,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그 무렵에는 이뇨제 등을 투여하고, 동맥혈가스분석검사를 시행하여 필요한 경우 기관 내 삽관을 통한 산소공급 등 적극적 치료를 고려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전산등록된 의사지시 및 처치기록지(을5, 기록 766~768쪽)상 2006. 5. 24. 23:37경 ‘라식스 필요시 주사’, 5월 25일 01:00경 ‘라식스 8시간 간격 주사’ 처방이 각 등록되었으나, 전산등록된 중환자실 간호기록지뿐만 아니라 수기로 작성된 중환자실 간호기록지에도 이뇨제인 라식스를 실제 투여하였다는 기록이 없고 오히려 위 각 이뇨제 처방은 모두 취소되었던 점, 피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라식스가 실제 투여된 시점은 5월 25일 01:00경이라는 것이고(기록 709쪽), 망인이 스텐트 삽입술 과정에서 저혈압이 발생하여 수액을 투여받은 후 흉부 방사선검사에서 폐부종 소견을 보였고 소변도 이뇨제 투여 이전인 5월 24일 22:00경부터 시간당 50cc 이상 정상적으로 배출되고 있었는데 이는 수액이 충분히 공급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게 이뇨제를 투여하지 않았거나, 5월 25일 01:00경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투여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

뿐만 아니라 피고 병원 의료진은 5월 24일 23:30경부터 수회 동맥관 삽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자 5월 25일 01:00경에 이르러서야 동맥혈을 채취하여 가스검사를 시행하였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는 이뇨제 투여 및 동맥혈가스분석검사를 지체하여 산소공급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등 망인의 폐부종에 대한 경과관찰 및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고칼륨혈증 및 폐부종은 위에서 보았듯이 그 자체로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응급질환으로서 즉시 치료되어야 하는 점, 망인은 사망 당시 중증 패혈증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다만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없었더라도 망인의 상태가 중증 패혈증 등으로 악화되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면 이러한 사정을 책임제한사유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라. 요컨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진료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망인이 폐부종으로 사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안대희 민일영(주심)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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