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횡령죄에서 ‘재물의 보관’의 의미
[2] 주식회사 소유 재산을 주주나 대표이사 등이 제3자의 자금조달을 위한 담보제공 등 사적인 용도로 임의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3] 피고인이 주식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회사 소유의 예금을 인출하여 피고인의 위 회사 인수를 위한 대출금 변제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를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4]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4항 제1호 의 적용 범위 및 반기·분기보고서에 포함된 재무제표에 대한 확인 및 의견표시를 담당하는 감사인에게 거짓 자료를 제시하는 행위가 같은 조항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5] 피고인이, 감사인이 소속된 공인회계사에게 거짓 자료를 제시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감사인의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하였다고 하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횡령죄에서 ‘재물의 보관’이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그 보관이 위탁관계에 기인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나, 반드시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될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다.
[2]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주나 대표이사 또는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회사 소유 재산을 제3자의 자금 조달을 위하여 담보로 제공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임의 처분하였다면 그 처분에 관하여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다.
[3] 피고인이 갑 주식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갑 회사 소유의 예금을 인출하여 피고인의 갑 회사 인수를 위한 대출금 변제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횡령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 예금이 인출되기 직전에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피고인 측 이사 3명이 선출됨으로써 갑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의 지위를 취득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위 예금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4]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부감사법’이라고 한다)과 외부감사법 시행령의 각 규정 내용 및 외부감사법 제20조 제4항 제1호 의 문언에 비추어, 위 제20조 제4항 제1호 는 외부감사법의 규율대상이 되는 결산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0조 에 따라 주권상장법인, 코스닥상장법인 등이 작성·제출하는 반기·분기보고서에 포함된 재무제표에 대한 확인 및 의견표시를 담당하는 감사인에게 거짓 자료를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외부감사법 제20조 제4항 제1호 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5] 피고인이 갑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등과 공모하여, 사채업자 을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갑 회사의 계좌로 입금하여 마치 이행보증금이 회수된 것처럼 통장 사본을 공인회계사에게 제출한 후 즉시 위 자금을 인출하여 을에게 반환함으로써 감사인의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하였다고 하여 외부감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갑 회사의 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확인 및 의견표시 업무를 담당하는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에게 거짓 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외부감사법 제20조 제4항 제1호 에서 정하는 외부감사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더 나아가 갑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감사인에게 거짓 자료를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부감사를 방해하였다는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서호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서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서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의 점에 관하여
횡령죄에 있어서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그 보관이 위탁관계에 기인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나, 그것이 반드시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다 (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도3840 판결 등 참조). 또한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그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주나 대표이사 또는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회사 소유 재산을 제3자의 자금 조달을 위하여 담보로 제공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임의 처분하였다면 그 처분에 관하여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도304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공소외 1 주식회사 소유의 이 사건 예금 330억 원이 인출되기 직전에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에서 피고인 측 이사 3명이 선출됨으로써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의 지위를 취득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이 사건 예금 인출 당시 이 사건 예금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나아가 피고인은 공소외 2 주식회사의 주식 30%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공소외 3과 공소외 2 주식회사의 실질적인 대주주 공소외 4 등을 기망하여 공소외 2 주식회사의 주식 30%를 양수하는 대가 명목으로 이 사건 예금 330억 원을 공소외 2 주식회사의 대주주 공소외 5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다음 이를 곧바로 피고인의 공소외 1 주식회사 인수를 위한 대출금 변제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예금 330억 원을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횡령죄에 있어서 보관자의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공소외 6 등 임원들과 공모하여 2009. 8. 14.경 사채업자 공소외 7을 통해 조달한 145억 원을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국민은행 계좌로 입금하여 마치 이행보증금 145억 원이 회수된 것처럼 그 통장 사본을 나래회계법인 공인회계사에게 제출한 후 즉시 위 자금을 인출하여 공소외 7에게 반환함으로써, 감사인이 소속된 공인회계사에 대하여 거짓 자료를 제시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감사인의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이하 ‘외부감사법’이라 한다) 제20조 제4항 제1호 는 상법 제635조 제1항 에 규정된 자나 그 밖에 외부감사 대상인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감사인 또는 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에게 거짓 자료를 제시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감사인의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외부감사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는, 외부감사 대상인 회사는 그 사업연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정기주주총회 6주일 전에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감사인은 이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정기주주총회 1주일 전에 회사에 제출하여야 하며, 회사는 정기주주총회 1주일 전부터 5년간 그 본점에서 재무제표와 그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함께 비치·공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위 각 규정 내용과 위 처벌규정의 문언에 비추어, 외부감사법 제20조 제4항 제1호 는 외부감사법의 규율대상이 되는 결산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0조 에 따라 주권상장법인, 코스닥상장법인 등이 작성·제출하는 반기·분기보고서에 포함된 재무제표에 대한 확인 및 의견표시를 담당하는 감사인에게 거짓 자료를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외부감사법 제20조 제4항 제1호 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4068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9. 8. 14.경 공소외 1 주식회사의 2009년 회계연도 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확인 및 의견표시 업무를 담당하는 나래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에게 거짓 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외부감사법 제20조 제4항 제1호 에서 정하는 감사인의 정상적인 외부감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더 나아가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2009년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감사하는 감사인에게 거짓 자료를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부감사를 방해하였다는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외부감사법상 외부감사 방해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