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공모자를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건설 관련 회사의 유일한 지배자가 회사 대표의 지위에서 장기간에 걸쳐 건설공사 현장소장들의 뇌물공여행위를 보고받고 이를 확인·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행위에 관여한 사안에서, 뇌물공여의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보아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하여야 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판단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공모자 중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사람도 위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도 있다. 한편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공모자가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역할이나 범죄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하여 그가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2] 건설 관련 회사의 유일한 지배자가 회사 대표의 지위에서 장기간에 걸쳐 건설공사 현장소장들의 뇌물공여행위를 보고받고 이를 확인·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행위에 관여한 사안에서, 비록 사전에 구체적인 대상 및 액수를 정하여 뇌물공여를 지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촉진하는 등으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보아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하여야 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 원심판단에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주원 담당변호사 김명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공모자 중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사람도 위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도 있다. 한편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공모자가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역할이나 범죄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하여 그가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235 판결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공소외 1 유한회사, 공소외 2 유한회사, 공소외 3 유한회사 및 조경공사·토목건축공사·전기공사 등을 하는 ○○종합건설 등의 업체를 보유하여 경영하고 있다. 피고인은 ○○종합건설 명의로 2003. 4. 25. 제주지방해양항만청에서 발주한 ‘제주 추자항 파제제 축조공사’(이하 ‘추자항공사’라고 한다)를 공소외 4 주식회사와 공동수급으로 100여억 원에, 2006. 10. 18. 한국토지공사에서 발주한 ‘김해율하지구택지개발사업 제2공구 조경공사’(이하 ‘김해율하공사’라고 한다)를 109억 6,000여만 원에, 2007. 9. 20. 대한주택공사에서 발주한 ‘광명소하택지개발사업 조경공사’(이하 ‘광명소하공사’라고 한다)를 110억 9,000여만 원에 각 수주받아 시공하였다.
추자항공사의 현장소장인 공소외 5는 제주지방해양항만청 소속 직원들에게 공사 시공과 관련한 편의제공 등을 부탁하는 취지로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이하 ‘범죄일람표’라고 한다)(1) 기재와 같이 2004. 12. 7.부터 2008. 12. 18.까지 53회에 걸쳐 금품과 향응 등 26,622,500원 상당을 제공하였다[다만 그 중 2006. 9. 1.자 공소외 10에 대한 40만 원 상당의 향응제공은 피고인이 직접 하였다(범죄일람표(1)의 38번 부분)].
김해율하공사의 현장소장인 공소외 6은 한국토지공사 직원들에게 공사감독을 함에 있어 편의제공 등을 부탁하는 취지로 범죄일람표(2-1) 기재와 같이 2006. 12. 21.부터 2008. 6. 27.까지 13회에 걸쳐 금품과 향응 등 17,417,000원 상당을 제공하였다[다만 그 중 2007. 2. 28.자 공소외 7에 대한 300만 원의 현금제공은 피고인이 직접 하였다(범죄일람표(2-1)의 3번 부분].
광명소하공사의 현장소장 공소외 8은 현장감독관인 대한주택공사 직원 공소외 9에게 공사감독을 함에 있어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로 범죄일람표(3) 기재와 같이 2008. 1. 31.부터 2009. 1. 21.까지 3회에 걸쳐 시가불상의 개소주를 제공하고, 4회에 걸쳐 현금 980만 원을 교부하거나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현장감독관 등에 대한 식대, 명절 선물비 등으로 지출되는 ‘대관(대관)업무비’의 예산편성을 주도 또는 후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현장소장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대관업무비’를 지출한 후 매월 그 상세내역을 보고하면 사후에 이를 확인한 후 결재를 하여 주었으며 그 금액이 과다하다고 생각되면 그 금액을 삭감하기도 하였고, 한편 현장소장이 피고인에게 보고한 대관업무비 내역서에는 사용내역과 상대방, 그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이상과 같은 지출 및 보고·결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4년 이상의 기간 동안 이루어졌다. 또한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뇌물을 직접 교부하기도 하였다.
다. 위 사실관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위 회사를 유일하게 지배하는 자로서 회사 대표의 지위에서 장기간에 걸쳐 현장소장들의 뇌물공여행위를 보고받고 이를 확인·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장소장들의 뇌물공여행위에 관여하였다면, 비록 피고인이 사전에 현장소장들에게 구체적인 대상 및 액수를 정하여 뇌물공여를 지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뇌물공여의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촉진하는 등으로 현장소장들의 뇌물공여행위에 본질적 기여를 함으로써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직접 향응을 제공하거나 현금을 제공한 부분(범죄일람표(1)의 38번 및 범죄일람표(2-1)의 3번 부분. 이하 ‘원심유죄부분’이라고 한다)에 관하여만 피고인의 뇌물공여를 인정하고, 현장소장들이 뇌물공여의 실행행위를 담당한 나머지 부분(이하 ‘원심무죄부분’이라고 한다)에 관하여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에게 현장소장들의 뇌물공여행위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 및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원심무죄부분에 대한 원심의 위 판단에는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유모순 주장에 관하여
위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원심무죄부분에 파기사유가 있어 파기를 면할 수 없는 이상,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무죄부분 중 일부를 주문에서 유죄로 선고하여 이유모순이 있다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나아가 보건대, 원심은 그 이유에서 원심무죄부분 중 원심유죄부분과 각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공소외 10에 대한 뇌물공여부분(범죄일람표(1)의 41, 43, 44, 46, 47, 49번 부분)과 공소외 7에 대한 뇌물공여부분(범죄일람표(2-1)의 1, 2, 4, 5번 부분)에 대하여는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하고, 원심무죄부분 중 위 각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뇌물공여의 점에 대하여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히고 있고, 주문에서 그 이유대로 공소외 10 및 공소외 7에 대한 각 뇌물공여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뇌물공여의 점에 대하여만 무죄를 선고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주문에서 유죄로 선고한 이유모순의 위법이 없다.
나. 뇌물공여액 산정에 관하여
원심은 수인이 공동하여 뇌물공여를 한 경우 공범자는 자기의 공여액뿐만 아니라 다른 공범자의 공여액에 대하여도 그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공동정범에 관한 일반법리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뇌물공여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다.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
원심은, 공동수급인인 피고인은 추자항공사를 시공함에 있어 공소외 11이 대표로 있는 공소외 12 주식회사를 하도급업체로 추천하였고, 공소외 11은 2차 제한경쟁입찰에 참가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좀 더 가격을 높여 입찰에 참여해도 좋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듣고 최초 예정했던 입찰가액(약 44억 원)보다 높은 가격(약 47억 원. 경쟁업체의 입찰가액은 약 48억 원)으로 입찰에 참여하여 낙찰을 받은 사실, 피고인은 공소외 11과 위 2차 입찰에 따른 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공소외 11에게 공사포기각서를 제출받는 한편 증가된 입찰금액의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여 공소외 11이 이에 응한 사실, 이에 따라 공소외 11은 위 2차 입찰에 따른 하도급계약의 하수급인으로서 수급인인 피고인에게 2006. 9. 19. 5,000만 원을 교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공소외 11로부터 취득한 위 5,000만 원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하도급계약의 체결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공소외 11에게 먼저 금품을 공여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건설산업기본법 제38조의2 , 제95조의2 에 관한 법리 오해 및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파기범위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