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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2821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공2011하,2274]
판시사항

[1]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시위’의 의미 및 다수인이 일정 장소에 모여 행한 특정 행위가 같은 법 제6조 제1항 의 신고대상인 시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시위 ‘주최자’의 의미 및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 주최행위에 대한 공모공동정범 성립 여부(적극)

[3] 피고인들 등 10인이 갑 주식회사 정문 앞 등에서 1인은 고용보장 등의 주장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다른 2~4인은 그 옆에 서 있는 방법으로 수회에 걸쳐 미신고 옥외시위를 공모, 공동주최하였다는 취지로 기소된 사안에서,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신고대상인 시위 및 그 주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전부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 에 의하면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다수인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행한 특정 행위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집단적 의사표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집시법 제6조 제1항 의 신고대상인 시위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태양 및 참가 인원 등 객관적 측면과 아울러 그들 사이의 내적인 유대 관계 등 주관적 측면을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그 행위를 다수인이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하여야 한다.

[2]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2조 제3호 에 의하면 ‘주최자’는 자기 명의로 자기 책임 아래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하는 사람 또는 단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집시법 제6조 제1항 에 따라 사전신고를 요하는 시위의 주최자는 시위를 주창하여 개최하거나 이를 주도하는 자 또는 시위를 계획하고 조직하여 실행에 옮긴 자를 의미하는데,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에 관하여 공동가공의 의사와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그 실행을 공모한 자는 비록 구체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다른 공범자의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행위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3] 갑 주식회사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피고인들을 비롯한 10인이 갑 회사 정문 앞 등에서 1인은 고용보장 등의 주장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다른 2~4인은 그 옆에 서 있는 방법으로 6일간 총 17회에 걸쳐 미신고 옥외시위를 공모, 공동주최하였다는 취지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각 행위는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한 곳에 모여 사전 계획한 역할 분담에 따라 다수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피켓에 기재된 주장 내용을 갑 회사 및 협력업체 임직원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달함으로써 그들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의 신고대상인 옥외시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고, 피켓을 직접 든 1인 외에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별도로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신고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이른바 ‘1인 시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위 각 행위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와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 피고인들에게는 구체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였는지와 관계없이 공모공동정범에 의한 주최자로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위 각 행위가 집시법에 규정된 시위 및 그 주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전부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 에 의하면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바, 다수인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행한 특정 행위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집단적 의사표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집시법 제6조 제1항 의 신고대상인 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행위의 태양 및 참가 인원 등 객관적 측면과 아울러 그들 사이의 내적인 유대 관계 등 주관적 측면을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그 행위를 다수인이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하여야 한다.

2. 원심은, 그 판시 회사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피고인들을 비롯한 10인이 ‘1인 시위’를 가장하여 미신고 옥외시위를 개최하기로 결의하고, 위 회사의 정문 또는 남문 앞에서 1인은 미리 준비한 “명분 없는 출입통제 즉각 철회하라! 고용보장을 원하는 파트너사 사원들…”이라는 주장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다른 2~4인은 그 옆에 서 있는 방법으로 6일간 총 17회에 걸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옥외시위를 공모, 공동주최하였다는 취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행위는 집시법에 규정된 옥외시위의 공동주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즉, 이 사건 각 행위는 그 실질에 있어 집시법의 신고대상이 아닌 이른바 ‘1인 시위’에 해당하고, 피고인들 중 1인이 피켓을 들고 있을 때 다른 피고인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피고인의 주변으로 모여든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별도로 구호를 외친다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1인 시위’로서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 사건 각 행위의 장소 및 피켓의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의사를 전달하고자 한 상대방 역시 불특정 다수인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고용보장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위 회사의 경영진에 제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설령 이 사건 각 행위가 집시법의 신고대상인 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위의 개념은 2인 이상 다수인의 결합을 전제로 하므로 공모공동정범이론을 적용하여 미신고 옥외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를 주최자로 볼 수는 없는바, 피고인들이 현장에 있지 아니한 시위에 대해서까지 단지 그 목적을 같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의 책임을 질 수는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들은 위 회사에 대한 출입통제 철회 및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그 주장 내용이 담긴 피켓을 1인이 들고, 복수의 다른 사람들은 그 주변에 서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방법으로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조직적으로 이 사건 각 행위를 실행한 사실, ② 피고인들은 피켓에 기재된 내용과 같은 의사표현을 위하여 당초 각자가 모두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자 사전에 시위 신고를 하려고 하였으나, 위 회사 측에 의하여 같은 장소에 집회 신고가 이미 되어 있어 이 사건 각 행위와 같은 형식으로 의사표현을 하기로 계획한 사실, ③ 피켓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별도로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으나,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의 바로 옆 또는 그 일행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근접한 곳에 모여 있었고 그들이 함께 있었던 시간이 30분 이상의 장시간이었던 사실, ④ 이 사건 각 행위의 장소는 위 회사 및 그 협력업체의 임직원은 물론 그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의 통행이 자유로운 곳인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행위는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한 곳에 모여서 사전 계획한 역할 분담에 따라 1인은 피켓을 들고 복수의 다른 사람들은 그 주변에 서는 방법으로 다수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그 피켓에 기재된 주장 내용을 위 회사 및 그 협력업체의 임직원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달함으로써 그들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집시법의 신고대상인 옥외시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이와 달리 그 주장이 담긴 피켓을 직접 든 1인 외에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별도로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이 사건 각 행위를 집시법의 신고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이른바 ‘1인 시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한편 집시법 제2조 제3호 에 의하면 ‘주최자’는 자기 명의로 자기 책임 아래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하는 사람 또는 단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집시법 제6조 제1항 에 따라 사전신고를 요하는 시위의 주최자는 그 시위를 주창하여 개최하거나 이를 주도하는 자 또는 시위를 계획하고 조직하여 이를 실행에 옮긴 자를 의미하는데 ( 대법원 1983. 2. 8. 선고 82도1930 판결 참조),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에 관하여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그 실행을 공모한 자는 비록 구체적 실행행위에는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다른 공범자의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행위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244 판결 ,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도618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각 행위가 집시법에 규정된 미신고 옥외시위에 해당하는 이상,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행위에 대한 각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는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구체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모공동정범에 의한 주최자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시위의 개념은 2인 이상 다수인의 결합을 전제로 하므로 공모공동정범이론을 적용하여 미신고 옥외시위의 현장에 있지 아니한 자를 그 주최자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각 옥외시위의 주최에 대한 피고인들의 공모공동의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 채 피고인들에게 그 죄책을 지울 수 없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각 행위가 집시법에 규정된 시위 및 그 주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무죄로 판단한 것은 집시법에 규정된 시위 및 주최자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그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을 그르친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안대희 민일영(주심)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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