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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88617 판결
[손해배상(자)][공2010상,806]
판시사항

[1]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정한 ‘예정가격’이 불법행위로 물건이 멸실·훼손된 경우의 손해액 산정에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이 되는지 여부(소극)

[2] 교통사고로 그 소유의 전신주, 케이블 등이 훼손되는 손해를 입은 통신회사가, 이미 복구공사를 모두 완료하였음에도 복구공사에 실제 소요된 공사비 등을 주장·증명하여 그 적정성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정한 ‘예정가격’ 등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공사비 등을 산정하여 이를 손해액으로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사례

[3]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손해액에 관한 증명이 불충분하여 법원이 증명을 촉구하였음에도,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손해액에 관하여 나름의 주장을 펴고 그에 관하여만 증명을 다하고 있는 경우, 법원이 스스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손해액 산정 기준이나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정한 ‘예정가격’은 국가가 낙찰 및 계약금액의 기준으로 삼기 위하여 미리 작성한 일종의 예상 수치인 데다가 최고가 제한가격으로서의 기능에서 유래되는 특성, 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인하여 실제 거래가격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이른바 관급공사의 낙찰률이 예정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정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시행령의 예정가격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물건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없다.

[2] 교통사고로 그 소유의 전신주, 케이블 등이 훼손되는 손해를 입은 통신회사가, 이미 복구공사를 모두 완료하였음에도 복구공사에 실제 소요된 공사비 등을 주장·증명하여 그 적정성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정한 ‘예정가격’ 등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공사비 등을 산정하여 이를 손해액으로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사례.

[3]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 판단하여야 하나, 법원의 증명 촉구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서 손해액에 관하여 나름의 주장을 펴고 그에 관하여만 증명을 다하고 있는 경우라면, 법원이 굳이 스스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손해액 산정 기준이나 방법을 적극적으로 원고에게 제시할 필요까지는 없다.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변동걸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전재중)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상고이유 제3점, 제4점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물건이 멸실되었을 때에는 멸실 당시의 시가를, 물건이 훼손되었을 때에는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는 수리비 또는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그 비용이 과다한 경우에는 훼손으로 인하여 교환가치가 감소된 부분을 통상의 손해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6. 1. 23. 선고 95다38233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들과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피보험자들이 교통사고를 일으켜 원고 소유 전신주, 케이블 등을 손괴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9조 에서 정한 ‘예정가격 결정기준’에 따라 산정한 위 전신주, 케이블 등의 복구공사비 및 위 복구공사비에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에서 정한 실시설계 및 감리의 요율을 곱하여 산정한 설계·감리비 상당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각 사고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기 위해 실제로 소요되는 복구공사비 및 설계·감리비를 증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예정가격’은 국가가 입찰 또는 계약체결 전에 낙찰자 및 계약금액의 결정기준으로 삼기 위하여 미리 작성·비치하여 두는 가액으로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조 제2호 ),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적정한 거래가 형성된 경우에는 그 거래실례가격(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된 경우에는 그 결정가격의 범위 안에서의 거래실례가격)’(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1호 ), ‘신규개발품이거나 특수규격품 등의 특수한 물품·공사·용역 등 계약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적정한 거래실례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원가계산에 의한 가격(이 경우 원가계산에 의한 가격은 계약의 목적이 되는 물품·공사·용역 등을 구성하는 재료비·노무비·경비와 일반관리비 및 이윤으로 이를 계산한다)’( 같은 항 제2호 ), ‘공사의 경우 이미 수행한 사업을 토대로 축적한 실적공사비로서 중앙관서의 장이 인정한 가격’( 같은 항 제3호 ) 등을 기준으로 삼아 이를 결정한다. 또한, 예정가격은 물품 및 용역 구매, 공사 발주 등 국고에 부담이 되는 경우에는 최고가 제한가격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0조 , 제31조 , 제42조 제1항 , 제44조 제1항 등 참조). 이처럼 예정가격은 국가가 낙찰 및 계약금액의 기준으로 삼기 위하여 미리 작성한 일종의 예상 수치인 데다가 최고가 제한가격으로서의 기능에서 유래되는 특성, 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인하여 실제 거래가격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이른바 관급공사의 낙찰률이 예정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정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정한 예정가격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물건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이미 이 사건 복구공사를 모두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고가 이 사건 복구공사에 실제 소요된 공사비 및 설계·감리비를 주장·증명하여 그 적정성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으려 하지 아니한 채, 막바로 ‘예정가격’ 및 이를 전제로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공사비 및 설계·감리비를 산정하여 이를 이 사건 손해액으로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관계 법령 및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설계·감리비 상당의 손해에 관한 판단을 유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1점, 제2점, 제4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과 증명이 미흡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권으로라도 손해액을 심리 판단하여야 하나 (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5다카2453 판결 참조), 법원의 증명 촉구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서 ( 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다45831 판결 참조) 손해액에 관하여 나름의 주장을 펴고 그에 관하여만 증명을 다하고 있는 경우라면, 법원이 굳이 스스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손해액 산정 기준이나 방법을 적극적으로 원고에게 제시할 필요까지는 없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은 원심 변론 과정에서 수차 원고에게 ‘예정가격’에 의해 산정한 복구공사비가 아니라 이 사건 각 사고마다 실제 소요된 복구공사비를 증명할 것을 촉구해 왔고, 원심법원은 그에 관한 심리를 위해 3회에 걸쳐 변론을 진행하였음에도 원고는 위와 같은 증명 촉구에 응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원고가 ‘예정가격’에 의해 산정한 복구공사비를 손해액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해 온 것이어서 결국 원고는 손해액에 관하여 증명을 충분히 다하지 못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제 소요된 복구공사비 상당의 손해액에 대한 증명 촉구에도 불구하고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스스로 증명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까지 원심법원이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복구공사비 산정기준이나 방법을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석명할 필요는 없다.

원심판결에는 손해액 증명에 관한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예상외의 재판으로 원고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판단을 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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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11.26.선고 2007가합11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