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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1. 29. 선고 2010가단46506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1 외 8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인수)

피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길진오)

2011. 11. 8.

주문

1. 피고는,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1, 원고 2, 원고 3에게 각 3,333,333원, 원고 4, 원고 7에게 각 15,000,000원, 원고 5 원고 6, 원고 8에게 각 10,000,000원, 원고 9에게 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1. 11. 8.부터 2011. 11. 29.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5, 원고 6, 원고 8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 중 30%는 위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원고 4, 원고 7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원고 9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1, 원고 2, 원고 3에게 각 5,000,000원,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7, 원고 8에게 각 15,000,000원, 원고 9에게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1981. 1. 3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이 1970. 11. 13.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자살한 이후 전태일의 모친인 망 소외인(2011. 9. 3. 사망하였고 원고 망 소송수계인 원고 1(항소심 판결의 원고 1), 2(항소심 판결의 원고 2), 3(항소심 판결의 원고 3)이 망 소외인을 상속하였다)과 원고 4, 원고 5, 원고 6(항소심 판결의 원고 4), 원고 7, 원고 8(항소심 판결의 원고 5), 원고 9(이하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 6인을 ‘원고 6인’이라 한다)을 비롯한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청계피복 노동조합(이하 ‘청계피복노조’)을 결성하였다.

나. 노동교실 강제폐쇄 : 피해자 망 소외인과 원고 6인

1) 청계피복노조는 노동교실을 개설하여 평화, 동화 등 시장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근로기준법 등을 교육하면서 노동자들의 권익보호활동을 하였다.

2) 노동교실 실장이었던 망 소외인이 1977. 7. 22. 긴급조치위반과 청계피복노조 배후조정 혐의로 구속된 소외 2의 재판과정에서 검사와 재판장에게 항의하였다가 법정모욕죄로 연행되어 성동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었다. 경찰은 같은 날 노동교실을 완전히 포위하고 봉쇄하여 원고 6인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노동교실 출입을 막아 노동교실을 강제로 폐쇄하였다.

다. 신군부의 노동조합 정화조치 관련

1) 피고는 1980. 5. 31.경 그 산하에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를 설치한 후 각 부문별 사회정화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국보위는 피고 산하의 노동청을 통하여 1980. 8. 21.경 노동조합 내 비위·부조리가 현저한 각급 노동조합간부를 정화하라는 내용의 ‘노동조합 정화지침’을 한국노총 및 산별노동조합 등에게 하달하였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국보위는 정화대상자 명단에 강성노동조합의 간부를 포함시켜 정화대상자로 분류하였다.

2) 1980년 불법구금과 폭행 : 피해자 원고 4, 원고 5, 원고 7

위 노동조합 정화조치에 따라 1980. 12. 8. 당시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은 구속영장도 없이 구속이유와 장소도 고지하지 않은 채 원고 4, 원고 5, 원고 7을 비롯한 청계피복노조원들을 강제로 연행하여 같은 달 20.까지 구속하였고 구속기간 동안 변호인, 가족의 면회도 허용하지 아니하였으며 구속된 노조원들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하며 갖은 폭행을 하였다.

3) 1981년 1월 노동조합 강제해산과 노조사무실 강제폐쇄 : 피해자 망 소외인과 원고 6인

위 노동조합 정화조치에 따라 서울시장은 1981. 1. 6. 청계피복노조 해산을 명하였고 같은 달 21. 중부경찰서 경찰들이 평화시장 옥상에 있던 청계피복노조 사무실의 집기와 장부 등을 끄집어내고 노조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하였다.

4) 1981. 1. 31. 소위 아프리농성과 관련한 불법구금 : 피해자 망 소외인,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

청계피복노조 노동자들은 1981. 1. 30. 아시아·아프리카 자유노동기구(아프리) 사무실에서 청계피복노조 강제해산에 항의하면서 농성을 하였는데, 피고는 같은 달 31. 위 농성장에서 25명을 연행한 뒤 망 소외인,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을 포함한 11명을 구속영장 없이 구속하였고, 구속영장은 원고 6, 원고 8은 1981. 2. 5., 망 소외인, 원고 4, 원고 7은 같은 달 9. 각 발부되었다.

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

피해자들을 대표한 원고 4는 2006. 4. 11.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위 청계피복노조의 노동교실 강제폐쇄, 노조강제해산, 피해자들의 불법구금에 관하여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고, 위원회는 피해자 원고 4, 원고 5 및 당시 근로감독관, 경찰, 합동수사본부 수사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과 각종 자료를 수집하여 조사한 다음 2010. 6. 30. 앞서 본 사실들을 ‘진실규명’으로 결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1977. 7. 22. 청계피복노조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인 노동교실을 강제로 폐쇄하고 1981. 1. 21. 청계피복노조를 강제해산하여 망 소외인 및 원고 6인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였으며, 1980. 12. 8.부터 같은 달 21.까지 원고 4, 원고 5, 원고 7을 구속영장 없이 불법구속하였고 1981. 1. 31. 망 소외인과 원고 4, 원고 6, 원고 7, 원고 8을 역시 구속영장 없이 불법구속하여 위 피해자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 소외인과 원고 6인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는 공권력 행사로 불법행위가 끝난 1981년경으로부터 5년이 경과되었고 가사 원고들이 군사정권시절에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곤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1993. 2. 25.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1997년경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및 군사정권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사법부에 의하여 이루어졌으며 김대중 정부에서 민주화운동에 대한 재조명작업이 활발히 진행되어 2000년에는 ‘민주화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민주화운동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나 생활지원을 하여 과거에 국가로부터 탄압을 구제하려는 태도를 명백히 하여 그 무렵에는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할 객관적 장애사유가 소멸되었고, 늦어도 국가정보원이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발족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를 포함한 과거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2007. 10. 10. 발간하여 이때에는 원고들이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를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부터 3년이 경과된 후 제기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되었다고 항변한다.

2) 원고들은 피고 산하 국가기관의 위 일련의 행위가 1981. 1. 31.경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고, 원고들의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구 예산회계법(2006. 10. 14. 법률 제8050호로 폐지) 제96조 에 따라 그 소멸시효가 5년인데,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위 1981. 1. 31.부터 5년이 경과된 후인 2010. 11. 23.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다.

또한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국가정보원은 2004. 11. 2. 민간 인사 10명과 국가정보원 인사 5명 등 15명으로 구성된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발족한 사실, 국가정보원은 2007. 10. 10. ‘국가정보기관이었던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가 노동통제과정에서 이 사건 불법행위에 개입하였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발간한 사실, 그 무렵 국가정보원의 위와 같은 보고서 발간 사실이 언론사에서 보도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위 보고서 발간으로부터 3년이 경과된 후인 2010. 11. 23.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되었다.

3) 그러나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다72599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및 을 제2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망 소외인과 원고 6인이 국가기관에 의하여 노동교실이 강제로 폐쇄되고 노동조합이 강제해산되며 불법구금을 당하였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국가기관이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한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는 점,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1997년 군사정권에 대한 사법부의 심판이 있었으며 2000년 ‘민주화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민주화운동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나 생활지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조치에 이 사건 불법행위와 피해자들이 포함되어 구체적으로 피고의 불법행위가 규명되어 밝혀졌다고 할 수 없다는 점, 국가정보원의 조사결과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이 이 사건 불법행위에 개입하였음을 일부 밝혔으나 망 소외인과 원고 6인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진술을 청취하는 피해자 조사가 있었다는 자료가 없어 피해자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조사결과를 피해자에게 알리는 절차도 없었으며 다만 언론사에서 보도되었을 뿐이어서 이 사건 불법행위 피해자의 진술과 경찰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거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위 결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를 명확히 확정하기 곤란하여 망 소외인과 원고 6인이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하여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위 결정이 있었던 2010. 6. 30.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본질적으로 국가는 그 성립 요소인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여태까지 원고들에게 진상을 은폐한 국가가 이제 와서 뒤늦게 국가기관 개입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4) 따라서 결국 피고의 위 소멸시효항변은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 산하 국가기관의 행위로 인하여 망 소외인과 원고 6인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 피해의 정도, 경제적 궁핍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사정들을 참작하면, 망 소외인, 원고 5, 원고 6, 원고 8의 위자료는 각 10,000,000원, 원고 4, 원고 7의 위자료는 각 15,000,000원, 원고 9의 위자료는 5,000,000원으로 정한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망 소외인을 상속한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1, 원고 2, 원고 3에게 각 3,333,333원(원 미만 버림), 원고 4, 원고 7에게 각 15,000,000원, 원고 5, 원고 6, 원고 8에게 각 10,000,000원, 원고 9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1. 11. 8.부터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1. 11. 29.까지는 민법에 정해진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해진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들은 피고 산하 국가기관의 위 불법행위가 1981. 1. 31.경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며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이 사건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불법행위 종료일로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오랜 세월이 흘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물가와 국민소득 수준이 몇 곱절 상승하고 반대로 통화가치는 떨어져서 이런 사정을 반영하여 현재의 수준에 맞게 위자료액을 정하였는바, 이런 경우에는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35572 판결 , 2011. 2. 10. 선고 2010다25933 판결 , 2011. 1. 27. 선고 2010다78852 판결 , 2011. 1. 27. 선고 2010다1234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각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 각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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