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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명예훼손][미간행]
판시사항

[1]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인 ‘사실의 적시’의 의미와 판단 기준

[2] 형법 제310조 의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인 ‘진실한 사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의 의미와 그 판단 기준

[3] 명예훼손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적극)

[4] 개인택시운송조합 전임 이사장이 새로 취임한 이사장의 비리에 관한 사실을 적시하여 조합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강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정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도2910 판결 ,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7도2824 판결 등 참조).

한편,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형법 제310조 에 따라 처벌할 수 없는데,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88 판결 , 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59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법 제310조 의 규정은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헌법 제21조 에 의한 정당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두 법익의 조화를 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두 법익간의 조화와 균형을 고려한다면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3. 6. 22. 선고 92도3160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은 부산광역시 개인택시운송조합(이하 ‘조합’이라 한다)의 이사장으로 근무하던 자로서, 2000년경부터 개인택시 정보화사업을 추진하여 개인택시에 단말기를 장착하는 등 그 사업을 계속하였으나 2002. 7.경 조합 이사장으로 새로 취임한 고소인 공소외인이 위 정보화사업을 중단시켰다는 이유로, 2004. 6. 1.부터 2005. 2. 16.까지 6회에 걸쳐서 조합원들에게 “고소인이 자격도 없는 개인연구원에게 부탁하여 공인받을 수 없는 감정서를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공인감정서인 것처럼 홍보하고 감정비 명목으로 지출한 2,200만 원은 중간에서 착복하였고, 위 정보화사업에 컨소시움 참여업체인 KTF가 26억 원의 지원금을 내는 조건으로 참여하고는 5억 원만 지원하고 잔액 21억 원이 있었는데 고소인이 잔액 21억 원을 안 받기로 탕감해 주었다.”라는 발언을 하거나 같은 취지의 유인물을 배포함으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 사건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고소인은 2002. 5. 27. 실시된 제11대 조합 이사장 선거에서 출마하여 경합하다가, 선거관리위원회가 고소인의 불법선거운동을 지적하면서 그 후보등록을 취소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선거에서 고소인이 최다득표를 하였고, 이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차점자인 피고인을 당선자로 결정하자, 고소인이 법원으로부터 당선자확정통보 효력정지가처분을 받는 등 분쟁이 있었던 사실, 고소인은 2002. 7.경 조합의 이사장으로서 업무를 개시한 다음, 유니콘전자통신 주식회사(이하 ‘유니콘전자’라고 한다)로부터 공급받은 단말기의 가격이 비싸고 성능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아니한 채 그 대금지급을 미루는 등 기존 정보화사업을 중단하려는 조짐을 보였고, 이에 유니콘전자가 2002년 하반기에 조합을 상대로 수십억 원의 물품대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자 이를 빌미로 위 사업을 사실상 중단시킨 사실, 한편 조합의 이사회는 2003. 4. 14.경 정보화사업의 참여업체인 KTF와 사이에 체결하였던 모든 계약을 파기하면서 종전에 KTF가 조합에 지원하기로 약정하였던 시스템개발비 26억 원 중 이미 지급된 5억 원을 제외한 잔액 21억 원의 지급의무를 면제하되, 그 잔액을 CDMA 단말기 교체비용으로 사용하기로 의결한 사실, 이와 같이 조합의 정보화사업 시스템개발 자체가 중단되자 그 사업에 참여하였던 다른 참여업체들이 순차적으로 조합을 상대로 이미 지급하였던 지원금에 관한 반환청구의 소 등을 제기하게 되었고, 이러한 각종 소송의 결과 등으로 조합이 수십억 원의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 사실, 한편 조합과 유니콘전자와 사이의 물품대금청구소송에 관련하여 조합 측의 의뢰를 받은 대우정밀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유니콘전자의 단말기에 하자가 있다는 취지로 작성한 시험보고서는 위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담당 연구원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서 그 내용의 신빙성도 인정하기 어렵고, 법원이 실시한 감정절차에서는 위 단말기에서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지 아니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인은 조합원들에게 마치 위 시험보고서가 기존 단말기의 치명적인 결함을 입증하는 공식적인 감정서인 것처럼 홍보한 사실, 한편 고소인을 비롯한 조합간부들은 처음에 위 시험보고서의 작성에 관련하여 조합의 공금으로 2003년 초반부에 담당 연구원에게 2,000만 원의 감정료를, 이를 소개한 중개인에게 200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각각 지급하였다고 주장하였다가, 피고인이 위와 같은 업무처리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실제로 위 연구원에게 지급되었던 돈은 500만 원이고 나머지 1,500만 원은 중개인 등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식으로 주장을 바꾼 다음, 2004. 3.경 2,000만 원을 조합에 환입토록 하는 조치를 취한 사실, 그런데 고소인은 2004. 2. 11.에 이르러서야 조합의 제3차 이사회를 개최하여 2003. 1.경 및 2003. 3.경 위 연구원에게 2,000만 원의 감정료를, 중개인에게 200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각각 지급하였다는 안건을 뒤늦게 상정하고서 이를 사후에 추인하는 의결을 하였다가, 그로부터 1달도 경과하지 아니한 2004. 3. 6. 제4차 이사회를 개최하여 감정료 명목으로 지출된 2,000만 원이 조합에 환입되었다는 보고를 받으면서, 담당 연구원이 시험보고서의 작성대가로 수령한 500만 원을 그 수령시점으로부터 1년 정도 경과한 이후에 조합에 반환하게 된 경위, 중개인이 1,500만 원을 1년 정도 보관할 수 있는 정당한 권원이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아무런 확인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적시된 바와 같은 피고인의 발언이나 피고인이 배포한 유인물의 기재는 대체로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거나 피고인의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설령 진실인지 여부가 다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 적시된 사실 또는 의견은 모두 조합의 업무집행이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음을 지적하는 취지로서 그 표현행위의 상대방인 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객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다른 견해에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김용담 박일환 김능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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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2006.3.23.선고 2005노3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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