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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도18024 판결
[명예훼손][공2017상,1212]
판시사항

형법 제307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사실’의 의미 / 형법 제307조 제1항 의 명예훼손죄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 경우이든 허위의 사실인 경우이든 모두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이나 행위자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 제307조 제1항 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형법 제307조 제1항 , 제2항 , 제310조 의 체계와 문언 및 내용에 의하면, 제307조 제1항 의 ‘사실’은 제2항 의 ‘허위의 사실’과 반대되는 ‘진실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에 대치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제307조 제1항 의 명예훼손죄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 경우이든 허위의 사실인 경우이든 모두 성립될 수 있고, 특히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행위자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에는 제307조 제2항 의 명예훼손죄가 아니라 제307조 제1항 의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제307조 제1항 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되어 있는 반면 제307조 제2항 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되어 있는 것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일 뿐 아니라 행위자가 그 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하면서 명예훼손행위를 하였다는 점에서 가벌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현익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법 제307조 제1항 에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제2항 에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각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위 제1항 의 명예훼손이든 제2항 의 명예훼손이든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사실의 적시’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하여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도1741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형법 제310조 는 “ 제307조 제1항 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제307조 제2항 의 ‘허위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제307조 제1항 의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그중에서도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 때에 한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의 체계와 문언 및 내용에 의하면, 제307조 제1항 의 ‘사실’은 제2항 의 ‘허위의 사실’과 반대되는 ‘진실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에 대치되는 개념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제307조 제1항 의 명예훼손죄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 경우이든 허위의 사실인 경우이든 모두 성립될 수 있고, 특히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행위자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에는 제307조 제2항 의 명예훼손죄가 아니라 제307조 제1항 의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제307조 제1항 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되어 있는 반면 제307조 제2항 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되어 있는 것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허위일 뿐 아니라 행위자가 그 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하면서 명예훼손행위를 하였다는 점에서 가벌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한편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처벌되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하였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것을 의미하므로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나아가 ‘공공의 이익’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당초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307조 제2항 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제1심 제9회 공판기일에 형법 제307조 제1항 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공소장변경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여 그와 같이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졌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공소외인 명의로 발송한 이 사건 호소문은 전체적인 취지에 있어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거나 피고인에게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호소문의 내용 및 발송 상대방 등에 비추어 이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명예훼손의 범의가 없거나 형법 제310조 에 의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 중 이 사건 호소문에 적시된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 관한 주장은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관계 등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호소문의 내용은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이를 배포한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하여 형법 제310조 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예훼손죄에서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원심이 이 사건 호소문의 내용이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거나 피고인에게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의 범의가 없다고 판시한 부분은, 앞에서 본 법리, 특히 형법 제307조 제1항 의 사실적시는 진실한 사실이든 허위의 사실이든 상관이 없다는 점으로 볼 때 그 이유 설시에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

3.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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