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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4도3995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수수·뇌물약속·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미간행]
판시사항

[1] 직권남용죄의 성립요건

[2] 형법 제129조 의 구성요건인 뇌물의 ‘약속’의 의미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안용득외 7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의 상고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1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로, 충청남도 교육청 교육감인 피고인 1이 2001. 5. 중순경 교육감관사에서 사무관 승진후보자인 공소외 1로부터 2002년도 사무관 승진심사시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0,000원을 교부받아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비록 원심의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기는 하나,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나. 피고인들의 직권남용의 점에 대하여

(1) 직권남용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며 그 일반적 직무권한은 반드시 법률상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며, 그것이 남용될 경우 직권행사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면 된다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2도6251 판결 ,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도2899 판결 등 참조), 피고인들이 예비심사위원들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거나 폭행 또는 협박을 한 바 없어 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는 등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원심은 검사 작성의 피고인 2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제5회) 중 공소외 2 내지 6의 각 진술기재 부분과 수사보고(예비심사위원 전화진술 청취 보고, 검찰주사보가 공소외 2, 3, 4, 6, 7 등에게 전화하여 공소사실에 관한 질문을 하고 그들의 답변을 청취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를 유죄 증거로 거시한 제1심판결을 인용하고 있는바, 증거목록의 기재에 의하면 위 피의자신문조서 중 위 각 진술기재 부분과 위 수사보고 중 위 청취한 내용에 관한 부분이 피고인 2의 진술 기재 부분 및 검찰주사보의 나머지 보고 내용과 전혀 구분되어 있지 아니하고, 피고인 2의 변호인이 제2회 공판기일에서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전부 진정성립, 임의성, 내용을 인정하고, 위 수사보고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이 모두 동의한 것으로 증거목록에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증거에 대한 동의는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소송행위이므로 원칙적으로 명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수사서류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는 경우 1개의 문서 내에 성질을 달리하는 것, 예컨대 참고인의 대질진술이나 전문진술 등이 함께 들어 있을 경우에는 구분하여 인부 등 증거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는 것이 원칙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위 진술자들의 진술조서에 모두 부동의하고 있는 이상, 위 각 진술 기재 부분과 청취 내용에 관한 부분까지 동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제5회 피의자신문조서 중 공소외 2 내지 6의 각 진술기재 부분은 원진술자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된 바 없고, 위 수사보고서의 청취 내용은 재전문 증거에 해당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동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모두 그 증거능력을 인정키 어려우므로, 원심이 위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들을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것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나머지 증거들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2001년도, 2002년도, 2003년도 5급사무관승진 예비심사 당시 인사계장 또는 총무과장이던 피고인 2가 원심판시와 같이 직접 또는 공소외 8을 통하여 사전에 예비심사위원들에게 특정승진대상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거나 낮은 점수를 주도록 부탁하여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한 예비심사위원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부탁대로 심사평정을 하게 함으로써 직권남용죄를 저지른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고,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 밖에 변호인들은 2003. 7. 14. 작성된 15인에 대한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다투고 있으나, 이는 증거조사를 한 제1심과 원심에서 전혀 하지 아니한 새로운 주장일 뿐 아니라, 하루에 15명의 참고인과 피의자를 소환하여 같은 날 3개의 조사실에서 분리신문하였다는 등 소론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각 조서가 검사에 의하여 작성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키 어렵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1의 뇌물수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공소외 9가 피고인 1에게 봉투를 건네면서 ‘편지’라고 언급하였고, 비록 며칠의 간격이 있기는 하지만 봉투에 들어있던 돈 전액을 피고인 1의 명의로 공소외 9의 급여계좌에 송금한 사정에다, 피고인 1이 위 정기인사 이후 충남교육과학연구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공소외 9에게 ‘편지 잘 읽어 보았다. 마음만 받겠다’라는 뜻을 전달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 1은 영득의 의사 없이 돈 100만 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가 곧바로 돌려주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뇌물수수의 범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피고인 1의 뇌물약속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형법 제129조 의 구성요건인 뇌물의 ‘약속’은 양 당사자 사이의 뇌물수수의 합의를 말하고, 여기에서 ‘합의’란 그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명시적일 필요도 없지만, 장래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주고 받겠다는 양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확정적으로 합치하여야 한다 고 전제한 다음,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이 공소외 10과 사이에 과학교재판매에 협조한 대가조로 판매이익의 절반을 받기로 하는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음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뇌물약속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 피고인 2의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가 2001년도 및 2002년도 사무관 승진대상자 예비심사과정에서 예비심사위원들에게 특정 승진대상자에 대하여 좋은 평정 요구를 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하였음에도, 2001년도 및 2002년도 사무관 승진대상자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에 간사로 출석하여 ‘예비심사위원회의 운영에 문제점이 없고,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운영되었다’ 취지로 보고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각 보고는 피고인 2가 인사계장 또는 총무과장으로서 예비심사위원회의 일반적인 운영과정, 즉 예비심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예비심사위원의 선발과정, 심사기준 등을 보고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허위보고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 2에게 인사위원들을 기망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당한 결론을 내리려는 범의가 있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독립하여 예비심사위원회의 평가기준 및 심의자료를 심사·판단할 권한을 가진 인사위원들이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보고 때문에 예비심사위원회 운영의 객관성·공정성에 관하여 오인·착각·부지를 일으켰다고도 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의 위 보고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여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위계공무집행방해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직권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소외 1로부터 1,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개정 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아래에서는 ‘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2호 를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선고 후인 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어 2006. 3. 30. 시행된 위 법률 제2조 제1항 은 구법의 같은 조항에서 형법 제129조 제1항 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를 가중처벌하는 기준이 되는 수뢰금액 “1천만 원 이상”을 “3천만 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함으로써 피고인 1의 위 행위는 위 법률에 의하여 처단할 수 없고 단순히 형법 제129조 제1항 위반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게 되어 그 법정형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변경되었으므로, 피고인 1에 대한 위 범죄사실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2호 가 정하고 있는 “판결 후 형의 변경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위 부분 및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각 직권남용 부분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의 상고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용담 박시환(주심)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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