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6항 제4호 에서 정한 국가유공자 등록에서 제외되는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의 의미 및 군인의 직무수행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해병대 하사관으로 복무하던 중 발병한 우울증으로 인하여 부대 내에서 자살한 사안에서,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망인의 자살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6항 제4호 에 정한 자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두14578 판결 (공2006하, 1755)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인현)
피고, 상고인
대구지방보훈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은 제4조 제1항 제5호 에서 군인으로서 직무수행중 사망한 자(공무상의 질병으로 사망한 자를 포함한다)와 그 유족 등은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받는다고 규정하는 한편, 같은 조 제6항 제4호 에서 위와 같은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되는 자가 자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라 함은 그 문리적 의미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기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 법 제1조 )와 그 규정형식 등에 비추어 군인이 직무수행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직무수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두1457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의 아들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0. 11. 15. 대구보건대학 정보통신과 1학년 재학 중 해병대 부사관으로 입대하여 교육훈련단에서 약 6개월간의 신병교육을 받은 후, 2001. 5. 5. 해병대 2사단 5연대로 전입하여 11중대에서 분대장, 중대본부 포반장 및 작전하사로 순차 복무하다가, 2002. 12. 2.부터 화기중대에서 81㎜포 1분대장, 2003. 3. 3.부터 9중대 중대본부에서 60㎜ 포반장 및 작전하사로 복무해온 사실, 망인은 입대 전에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축농증 수술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질환이 없었는데, 분대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병사들과 나이가 비슷하여 신임하사로서 직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점차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여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서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된 사실, 망인은 당직근무를 하면서 수시로 잠을 자거나 자리를 비우기도 하였고, 자신이 할 일을 병사들에게 미루는 등 게으르고 업무수행 자세가 불량하여 중대장이나 행정관 등 다른 간부들로부터 지적과 질책을 받았으며, 행군 훈련을 받다가 장비를 잃어버린 채 구급차를 타고 귀대하기도 하고, 대민지원활동을 나가 만취상태로 귀대하였다가 대대장에게 적발되어 징계조치(근신 7일)를 받기도 한 사실, 한편 망인은 2001. 10. 8.부터 2002. 3. 9.까지 5회에 걸쳐 강화신경외과의원에서 ‘긴장성 두통’으로 치료받았고, 2002. 6. 26. 인천 중앙길병원에서 처음으로 ‘우울증 에피소드’로 진단받은 이래, 전명숙 신경정신과의원 등에서 2003. 3. 25.까지 9개월 동안 ‘중증도의 우울증 에피소드’, ‘기분부전증’, ‘신경증성 우울증’ 등의 진단하에 총 27회에 걸쳐 진료를 받고 진료 시마다 약 1~4주 복용 분량의 항우울증 치료제,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아 장기간 복용하였는데, 소속 중대의 간부들은 망인의 우울증 발병 및 치료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사실, 망인은 2003년 2월경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연상의 소외 2와 전화 통화를 자주 하고 2회 정도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면서 “힘들다.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하였고, 자살 당일인 2003. 4. 3. 오후에는 소외 2와 2회에 걸쳐 통화하면서 “힘들다. 위로해 달라”고 얘기하기도 한 사실, 망인은 2003. 4. 3. 19:15경 중대본부 상황실에서 실탄이 삽입된 탄창 1개를 몰래 숨기고, K-2 소총을 임의로 가져가면서 이를 제지하려는 병사에게 “나는 간부니까 괜찮다.”고 말한 후, 자신의 머리에 실탄 한 발을 발사하여 두부관통총상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된 사실,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대한의사협회는 망인의 질환을 ‘우울성 장애’로 판단하면서, 증상이나 상태의 기복이 상당하여 경도(경도), 중등도(중등도) 이상의 상태가 반복되는 양상이며, 심한 정도가 중등도(중등도) 이상일 경우에는 자살시도가 있을 수 있는 상태로 본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2002. 8. 10. 전명숙 신경정신과에서 담당 의사에게 수면과다, 불면증, 신경예민 등의 증상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얘기한 사실, 망인은 해병대 부사관으로서 비록 영내생활을 하기는 하였으나 정기적인 외출·외박, 연가 등이 허용되고 이를 이용하여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항우울제 등을 처방받아 부대 내에서 장기간 복용하거나, 근무시간 중에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여자들과 자주 통화하는 등 일반 병사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부대생활을 해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이 인정하거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위와 같은 사실들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망인의 우울증이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고 망인의 우울증은 직무수행중 상급자의 거듭된 질책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단되기는 하나, 위와 같은 직무가 망인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나이와 경력 등 여러 정황에 미루어 그것이 망인으로 하여금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삶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에 이른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전체적으로 망인의 나약한 성격 등으로 군부대 생활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였을 가능성도 있으며, 그 밖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자살 당시의 망인의 행동 등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망인의 자살은 법 제4조 제6항 제4호 에 정한 자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인정 사실만을 근거로 망인의 사망은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 제4조 제6항 제4호 에 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