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민법상 화해계약에 있어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의 의미
[2] 계약상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3] 사해행위 당시 아직 성립되지 않은 채권이 예외적으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1]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으며,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
[2] 계약상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채권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최고 없이 채무자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채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지 여부는 계약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
[3]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터잡아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33조 [2] 민법 544조 [3] 민법 제406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다32797 판결(공2004상, 1237)
[2] 대법원 1992. 2. 28. 선고 91다15584 판결(공1992, 1150) 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1821 판결(공1993하, 2111)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5371 판결(공1997하, 2689)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0257 판결(공1998상, 74) [3] 대법원 1995. 11. 28. 선고 95다27905 판결(공1996상, 173)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다34334 판결(공1997하, 3642) 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다17346 판결(공2000하, 1759)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63516 판결(공2001상, 637)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37821 판결(공2001상, 953)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81870 판결(공2002상, 1002)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43352 판결(공2002상, 1080)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2957 판결(공2003상, 55)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0다64038 판결(공2003상, 173)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다40955 판결(공2004하, 2033)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성지 담당변호사 이준봉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강서 담당변호사 김의열)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인정 사실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원고는 1993년경 피고 1을 알게 되어 친분관계를 유지하던 중 1997년경 처인 소외인과의 이혼을 고려하면서 그로 인한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에 대비하여 피고 1 앞으로 실제 채무 없이 명목상의 근저당권설정등기만을 경료해 두기로 하고, 1997. 4. 4. 원고 소유의 인천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1817-3 전 3,051㎡와 같은 리 1818 대 248㎡(이하 '이 사건 강화군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억 5천만 원, 채무자 원고, 근저당권자 피고 1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나. 피고 1은 1998. 9. 1. 자신의 채권자인 박정례에게 위 근저당권에 관하여 1998. 8. 31.자 채권양도를 원인으로 한 근저당권이전의 부기등기를 경료해 주었고, 이후 박정례의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신청으로 2002. 5. 29. 인천지방법원 2002타경33436호로 이 사건 강화군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개시결정이 내려져, 서정필이 2002. 10. 25. 위 토지를 경락받아 대금을 완납하였다.
다. 원고는 이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강화군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자 피고 1에게 책임을 추궁하였고, 피고 1은 원고와의 금전거래과정에서 아직 원고로부터 변제받지 못한 금원이 남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거부해 오다가 2002. 11. 29. 원고에게 "본인( 피고 1)은 이 사건 강화군 토지를 소유권자인 원고와 채권관계가 아닌 편의상 1억 5천만 원(채권최고액)으로 근저당설정하였다가 박정례와의 채권관계로 채권양도하여 경매처분되었으나, 2006년까지 소유권자인 원고에게 위 경매처분된 강화군 토지를 매입하여 소유권이전등기해 줄 것을 무의 각서하고 차후 박정례와의 채무관계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이행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해 주었다.
라. 한편, 피고 1은 2003. 2. 26. 자신의 시누이인 피고 2와 사이에 원심판시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평택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5억 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달 27. 피고 2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
마. 또한, 피고 1은 이 사건 소송이 원심에 계속중이던 2004. 3.부터 같은 해 5.까지 사이에 이 사건 평택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2.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1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강화군 토지의 소유권 상실에 대한 계속된 책임 추궁을 받고 원고와의 금전관계 등을 이유로 이를 다투다가 2002. 11. 29. 원고에게 2006년까지 이 사건 강화군 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것을 약정하는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해 주었으므로, 이로써 원고와 피고 1 사이에서는 더 이상 이 사건 강화군 토지가 제3자에게 경락된 것에 대한 손해배상 여부를 문제삼지 아니하고 그 대신 피고 1이 원고에 대하여 2006년까지 위 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줄 의무를 새로이 부담하기로 합의한 것이고, 따라서 원고로서는 피고 1에게 이 사건 각서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청구 내지 그러한 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뿐 위 토지가 제3자에게 경락된 것에 대한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이 사건 각서의 법률상 성격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으며,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하는바 (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다3279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각서상의 합의가 취소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화해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1이 원고에게 이 사건 평택 부동산을 이 사건 각서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관한 담보로 제공하였다거나 이를 약정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1이 위 부동산을 피고 2에게 담보로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피고 1이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 또는 석명권 불행사 등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1이 이 사건 소송에서 이 사건 각서가 원고의 강요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어서 무효이고 이 사건 강화군 토지에 관한 피고 1 명의의 근저당권은 원고에 대한 실질적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 사건 각서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자체를 다투면서 원심 소송계속중인 2004. 3.경 이 사건 평택 부동산을 제3자에게 모두 매각처분한 것은,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채무의 이행기인 2006년에 이르러서도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므로 피고 1은 원고에게 그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 1이 원심 소송계속중에 이 사건 평택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을 이전해 준 사실 및 피고 1가 이 사건 각서의 작성이 강요에 의한 것이거나 원고에 대하여 실질적인 채권이 있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다투었다는 사정만으로 이행기인 2006년에 이르러서도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함으로써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계약상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채권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이행기 전이라도 이행의 최고 없이 채무자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채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는지 여부는 계약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1821 판결 , 1997. 11. 28. 선고 97다3025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 1은 이 사건 강화군 토지에 관하여 자신의 명의로 설정되었던 근저당권은 원고에 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원고가 자신과의 불륜관계를 남편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이 사건 각서의 작성을 강요하는 바람에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각서는 무효이고 오히려 원고로부터 변제받을 채권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 1이 원심 소송계속 도중 제3자에게 처분한 이 사건 평택 부동산은 피고 1의 유일한 재산인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 1은 이 사건 각서상의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하고도 종국적으로 밝혔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는 그 이행기 전이라도 피고 1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 1이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이행거절로 인한 채무불이행의 성립요건 내지 의사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피고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평택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이 피고 1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을 갖는 원고를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취소 및 그 원상회복으로서 피고 2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 1의 이 사건 각서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기가 아직 도래하지 아니하였을 뿐더러 그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가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는 피고들 사이의 근저당권설정계약 체결 당시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채권은 아직 발생하지 아니하였고 그 성립에 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어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도 없어 위 손해배상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한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터잡아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 할 것인데( 대법원 1995. 11. 28. 선고 95다27905 판결 , 2004. 11. 12. 선고 2004다40955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 1이 이 사건 각서상의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하고도 종국적으로 밝힘으로써 원고가 피고 1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권을 갖게 된다면 그 채권은 사해행위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권자취소권에 있어서의 피보전채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