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생부의 인지 없이 생모에 의해 임의로 생부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한 인지무효확인심판의 기판력이 재판상 인지 청구에 미치는지 여부(소극)
[2] 가사소송법상의 가류 가사소송사건에 대한 재판상 화해나 조정의 가부(소극)
[3] 인지청구권 포기의 가부(소극)
판결요지
[1] 생부의 인지 없이 생모에 의해 임의로 생부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한 인지무효확인의 확정심판은 생부 스스로 자(자)를 그의 친생자로 인정하여 출생신고를 한 바 없는데도 생모에 의해 그러한 행위를 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가 되어 있으니 그 출생신고에 의한 임의 인지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것이 심판대상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그 기판력 역시 생부의 출생신고에 의한 임의 인지가 무효라는 점에 한하여 발생할 뿐이며, 나아가 생부와 자(자)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까지 그 확정심판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그 확정심판의 효력은 자(자)와 생부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재판상 인지를 구하는 청구에는 미치지 아니한다.
[2] 친생자관계의 존부확인과 같이 현행 가사소송법상의 가류 가사소송사건에 해당하는 청구는 성질상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이에 관하여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더라도 효력이 있을 수 없다.
[3] 인지청구권은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였다 하더라도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1항 ,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2] 민사소송법 제206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 제59조 제2항 [3] 민사소송법 제206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 제59조 제2항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우동 외 3인)
피고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보조참가인,상고인
피고 보조참가인 1 외 2인 (피고 보조참가인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균부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 보조참가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적법하게 인정하였다.
(1) 소외 1은 경희대에 재학 중이던 1958. 5.경 호텔 등을 경영하던 소외 2와 만나 사귀다가 가족 몰래 혼인을 전제로 한 간소한 예식을 치르고 정교관계를 계속하던 중 1959. 6. 10. 원고 원고 1을, 1962. 4. 2. 원고 원고 2를 각 출산하였다.
(2) 그런데 소외 2의 부모 등이 소외 1의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점을 들어 혼인에 극력 반대하여 소외 2는 혼인신고를 미루어 오다가 1963.경 증권투자로 큰 손해를 보고는 1963. 4.경 집을 나가 수개월 간 행방을 감추었던바, 그 사이에 소외 1은 1963. 9. 3. 소외 2의 도장을 임의로 사용하여 소외 2와의 혼인신고를 하고, 아울러 원고들을 그들 사이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여, 소외 1과 원고들은 소외 2의 호적에 그의 처와 자(자)로 각 등재되었다.
(3) 이에 소외 2의 어머니 소외 3은 서울가정법원에 소외 1과 소외 2를 상대로 그들 사이의 혼인이 무효임을 확인하라는 심판청구를 하고, 한편 소외 1은 서울가정법원 65너911호로 소외 2와 소외 3을 상대로 원고들의 양육자로 소외 1을 지정하고 그들로 말미암아 소외 2와 동거할 수 없게 되었으니 연대하여 위자료 2,500,000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을 하였다.
그 후 소외 2와 소외 1의 혼인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자, 이에 소외 1이 항소하였다가 항소기각의 판결을 선고받고 다시 상고하였는데, 혼인무효확인 청구사건이 대법원에 계속중이던 1966. 1. 17. 위의 조정사건에서 "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남녀관계를 해소하고, 원고들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하며, 원고들에 대한 양육 기타 모든 책임을 소외 1이 부담하고, 소외 1은 앞으로 원고들과 관계되는 일체의 재판상 청구를 하지 못하되, 소외 2와 소외 3은 소외 1에게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대지와 건물을 양도하여 주고, 소외 1은 혼인무효확인 청구사건에 대한 상고를 취하하기로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이에 따라 소외 1이 혼인무효확인 청구사건에 대한 상고를 취하하여 혼인무효판결이 확정되고, 원고들은 혼인외의 자로 되었다.
(4) 소외 2는 혼인무효판결이 확정된 후인 1967. 6. 1. 피고 보조참가인 1과 혼인하여 그 사이에서 1968. 3. 18. 피고 보조참가인 2를, 1970. 6. 26. 피고 보조참가인 3을 각 출산하는 한편 원고들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 67드877호로 인지무효확인청구를 하고, 이에 대하여 소외 1은 원고들의 특별대리인의 지위에서 소외 2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 68드236호로 원고들의 외조모인 소외 4를 원고들의 양육자로 지정하고 그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심판청구를 하였다.
그리하여 1968. 9. 6. " 소외 2가 1963. 9. 3.자로 서울특별시 종로구청장에게 한 원고들을 자(자)로 한 인지(출생신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심판이 선고되고, 소외 1이 원고들을 대리하여 청구한 양육자지정 등 청구사건에서 같은 해 9. 19. "원고들이 소외 2의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하고, 소외 2는 원고들에게 3,500,000원을 지급하되, 원고들은 더 이상의 금원청구를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었다. 그리고 인지무효 확인심판이 확정됨에 따라 원고들은 소외 2의 호적에서 제적되고 일가창립에 의하여 각각 호주로 되어 부(부)란은 공란으로, 모(모)는 소외 1로 한 호적이 각 편제되었다.
(5) 위와 같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다음 소외 1은 다른 남자와 혼인하고 원고들에게서 손을 떼었고, 한편 소외 2는 원고들에게 학비를 주어 유학을 보내기도 하고 그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하기도 하는 등 실질적으로 원고들의 아버지 역할을 수행하여 오다가 1994. 11. 30. 사망하였고, 원고들은 1995. 1. 4. 이 사건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본안전 항변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인지청구는 이미 확정된 인지무효 확인심판 및 원고들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조정과 재판상 화해의 기판력들에 저촉되고, 그 조정과 재판상 화해의 내용에 비추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며, 또한 사실상 인지청구권의 포기 내지 실효 이후에 소멸된 소권을 행사하는 것으로서 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참가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인지무효확인의 확정심판은 소외 2 스스로 원고들을 그의 친생자로 인정하여 출생신고를 한 바 없는데도 소외 1에 의해 그러한 행위를 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가 되어 있으니 그 출생신고에 의한 임의 인지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것이 심판대상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그 기판력 역시 소외 2의 출생신고에 의한 임의 인지가 무효라는 점에 한하여 발생할 뿐이며, 나아가 소외 2와 원고들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까지 그 확정심판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그 확정심판의 효력은 원고들이 소외 2와의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재판상 인지를 구하는 이 사건 청구에는 미치지 아니하고, 친생자관계의 존부확인과 같이 현행 가사소송법상의 가류 가사소송사건에 해당하는 청구는 성질상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이에 관하여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더라도 효력이 있을 수 없으므로 (대법원 1968. 4. 6. 선고 65다139, 140 판결 참조), 위의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는 원고들과 소외 2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한다는 점에 관한 한 그 효력이 없어 기판력이 생길 여지가 없고, 또 인지청구권은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였다 하더라도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것이므로 (대법원 1987. 1. 20. 선고 85므70 판결 참조), 조정이나 재판상 화해로 인하여 원고들이 인지청구권을 포기하였다거나 실권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 사건 청구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참가인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고, 거기에 기판력이나 쟁점효, 권리실효, 권리포기 또는 금반언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본안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인 유전자감정촉탁결과와 사실조회결과에 의하여 망 소외 2가 원고들의 친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부권확률(부권확률)이 원고 조○식의 경우 낮게는 88.029%, 높게는 99.9999999998%, 원고 조○식의 경우 낮게는 91.891%, 높게는 99.99999999995%인 점을 인정한 다음, 여기에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원고들은 소외 1과 망 소외 2 사이에서 출생한 망 소외 2의 친생자임을 인정하고, 원고들의 이 사건 인지청구를 모두 인용하였다.
관련 증거들을 기록에 대조하여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이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판단유탈 또는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