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이미 적법하게 발행된 백지수표의 금액이나 발행일을 기입 완성하는 보충행위 또는 수표의 발행일자 등의 정정행위가 부정수표단속법에서 규정하는 수표의 발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당좌수표가 금융기관의 거래정지처분 이후에 발행되었다는 수표 소지인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춘 증거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죄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1항 [2]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308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나선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유한회사 태호주택건설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1994. 4. 12.부터 회사 명의로 국민은행 전주지점에 당좌예금 계정을 개설하고 수표거래를 하여 오던 중, 1998. 5. 7. 국민은행으로부터 거래정지처분을 받았음에도, 같은 해 5. 22.경부터 2000. 3. 30.경까지 발행인 유한회사 태호주택건설 대표이사 강태호 명의의 당좌수표 5매 액면 합계 2억 1,500만 원(이하 '이 사건 당좌수표'라 한다)을 각 발행하였다는 것인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을 인용하여 이 사건 당좌수표의 실제 발행행위가 거래정지처분 이후인 1998. 5. 22.경부터 2000. 3. 30.경까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부정수표단속법이 규정하는 수표의 발행이라 함은 수표용지에 수표의 기본요건을 작성하여 상대방에 교부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할 것이고, 이미 적법하게 발행된 백지수표의 금액이나 발행일을 기입 완성하는 보충행위 또는 적법하게 발행된 수표의 발행일자 등을 수표소지인의 양해 아래 정정하는 사후 정정행위는 부정수표단속법에서 규정하는 수표의 발행으로 볼 수 없으므로 ( 대법원 2000. 9. 5. 선고 2000도2840 판결 , 2004. 2. 13. 선고 2002도4464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좌수표를 실제로 발행한 것이 거래정지처분을 받은 이후임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일관하여 이 사건 당좌수표는 이존익으로부터 차용한 합계 2억 원에 대한 담보 명목으로 1997. 5. 또는 같은 해 6.경 발행일을 백지로 하여 발행·교부하였다가 그 후 이존익의 양해 아래 발행일을 계속 정정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거시한 이존익의 검찰 진술조서와 각 고발장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당좌수표의 실제 발행이 거래정지처분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기록에 의하면, 이존익은 검찰에서는,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발행일이 기재된 당좌수표를 받았다가 기일을 연장해 달라는 피고인의 요청으로 발행일만 정정해 준 것이고, 피고인이 돈을 빌려가면서 1-2개월 후에 갚겠다고 하여 당좌수표의 발행일을 그로부터 1-2개월 후로 기재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제1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1996. 11.경부터 1997. 2.경까지 2억 3,500만 원을 빌려가면서 담보로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소재 상가를 2억 6,000만 원에 양도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주었고 이 사건 당좌수표는 발행일자로 기재된 날의 1달 전에 교부받은 것이라고 진술하는 한편, 대여금에 대한 담보 명목으로 상가 이외에 1997. 2. 25. 피고인으로부터 액면 2억 원의 약속어음을 아들인 이종근 명의로 교부받고 보관증까지 작성해 주었음에도(공판기록 37면)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사실조차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또한, 이 사건 수표를 교부받은 것이 1997. 5.경이라고 진술하기까지 한 사실(공판기록 53면), 이존익의 며느리로 피고인에 대한 채권을 관리한 강영순은 검찰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인에게 합계 2억 원을 빌려주면서 발행일을 1-2개월 후로 기재한 이 사건 당좌수표를 담보 명목으로 교부받았는데, 실제 교부받은 날은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실제 발행일'란 기재와 같다고 진술하는 한편, 1996. 11. 27.경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상가를 담보로 잡고 공증한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한 사실, 피고인이 상가에 대하여 양도담보를 위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공증한 것은 1996. 11. 27.인 사실(공판기록 93, 97면)을 알 수 있다.
(3) 위와 같은 피고인의 금원 차용 및 상가에 대한 매매계약서 작성 일자, 이 사건 당좌수표의 발행 경위, 일관성이 없고 서로 모순되기까지 하는 이존익의 진술내용 등에 비추어, 상가에 대한 매매계약서 작성 당시인 1996. 11. 27. 이미 2억 원이 모두 대여되었고, 그 담보 명목으로 교부된 이 사건 당좌수표 또한, 거래정지처분 이전인 그 무렵에 실제 발행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당좌수표가 거래정지처분 이후에 발행되었다는 이존익의 검찰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각 고발장의 기재는 이 사건 당좌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이 같은 범죄일람표 '발행일'란 기재와 같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이존익과 강영순은 발행일자란이 지저분하여 그 위에 백지 종이를 붙여 그 일자를 정정하기까지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 각 고발장에 첨부된 각 당좌수표 사본의 발행일란 기재만으로 이 사건 당좌수표가 거래정지처분 이후에 실제 발행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4)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이존익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춘 증거를 찾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존익의 검찰 진술과 각 고발장의 기재만으로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부정수표의 발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2.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택 증거들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이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으나, 원심은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다음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피고인에게 1개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은 모두 파기될 수밖에 없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