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표현대표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한 경우, 상법 제395조 의 적용 여부(적극) 및 제3자의 선의나 중과실의 대상
[2] 제3자가 표현대표이사에게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중과실이 있는 경우, 회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유무(소극) 및 제3자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판결요지
[1] 상법 제395조 는 표현대표이사가 자기의 명칭을 사용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는 물론이고 자기의 명칭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를 한 경우에도 유추적용되고, 이와 같은 대표권 대행의 경우 제3자의 선의나 중과실은 표현대표이사의 대표권 존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를 대행하여 법률행위를 할 권한이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2] 상법 제395조 가 규정하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 인한 주식회사의 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된 제3자의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정의 취지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외관상 회사의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거래행위를 하고, 이러한 외관이 생겨난 데에 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외관을 믿은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으로써 상거래의 신뢰와 안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다 할 것인바, 그와 같은 제3자의 신뢰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이어야 할 것이므로 설령 제3자가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서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여기서 제3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제3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표현대표이사의 행위가 대표권에 기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대표권에 기한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공평의 관점에서 제3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원고,피상고인겸부대상고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1인)
피고,상고인겸부대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종욱 외 4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표현대표이사책임에 관하여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
(1) 원고 주식회사(이하, '원고 회사'라고 한다)의 전무이사인 소외 1이 1998. 5. 1.부터 1998. 12. 9.까지는 기획조정실장, 1998. 12. 10.부터 1999. 11. 30.까지는 사업총괄부문장, 1999. 12. 1.부터 2000. 1. 30.까지는 인터넷사업부문장의 각 직책으로 근무하였다.
(2) 소외 1은 1998. 11.경 소외 2와 함께 원고 회사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공사가 중단된 주식회사 영아트개발의 골프장 부지를 낙찰받아 전매하여 이익금을 나누기로 하고, 소외 2가 1999. 1.경 소외 3 주식회사을 설립하여 그 명의로 1999. 1. 27. 위 골프장 부지를 약 198억 원에 낙찰받았다.
(3) 소외 2가 소외 1에게 피고 주식회사 신한은행(이하, '신한은행'이라고 한다)의 영동기업금융지점에 30억 원을 예금할 것을 요청하자, 당시 사업총괄부문장인 소외 1은 원고 회사의 재경본부장 김일에게 부탁하고, 김일은 자금부장 조재완에게 예금하도록 하여 1999. 2. 26. 원고 회사의 자금 30억 원을 위 지점에 정기예금으로 입금하였다.
(4) 소외 2는 위 지점장 신기철에게 위 예금을 담보로 그가 운영하는 소외 4 주식회사에게 기업운전자금 27억 원의 대출을 요청하였다.
(5) 위 지점의 과장 최관규가 신기철의 지시에 따라 소외 2와 함께 1999. 2. 26. 원고 회사 본사건물 내 소외 1의 사무실을 방문하자, 소외 1은 위 예금에 관하여 소외 4 주식회사의 대출금을 피담보채무로 하는 담보한도액 30억 원의 근질권설정계약서에 대표이사 소외 5로 된 법인명판과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원고 회사의 인감증명서 등 담보제공서류를 교부하였고, 이에 따라 소외 4 주식회사에게 상환기일을 1999. 5. 27.로 하는 27억 원의 대출이 이루어졌다.
(6) 그 후 소외 2는 위 대출금에 대한 상환기일을 4회에 걸쳐 1999. 9. 27.까지 연장받고, 소외 1은 위 상환기일 연장에 맞추어 4회에 걸쳐 위와 같은 방법으로 근질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7) 소외 1은 추가자금이 필요하게 되자 1999. 9. 2. 김일에게 부탁하여 원고 회사의 자금 110억 원을 위 지점에 정기예금으로 입금하고, 위 예금에 관하여 소외 4 주식회사의 대출금 95억 원과 9억 원, 합계 104억 원을 피담보채무로 하는 담보한도액 110억 원의 근질권설정계약서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작성하여 주었고, 이에 따라 소외 4 주식회사에게 104억 원의 대출이 이루어졌다.
(8) 소외 1은 같은 방법으로 1999. 11. 2. 및 11. 3.에 4회에 걸쳐 합계 300억 원을 예금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각 근질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어 4회에 걸쳐 합계 284억 원의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한 다음, 계속하여 일부 상환과 6회에 걸친 기한연장 등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2000. 1. 4.에 60억 원과 100억 원, 합계 160억 원을 정기예금하도록 하고(이하, 이를 '이 사건 제1 예금채권'이라고 한다) 이에 관하여 같은 방법으로 근질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여 줌으로써, 소외 2는 57억 원 및 95억 원을 대출받았다.
(9) 당시 인터넷사업부문장인 소외 1과 소외 2는 1999. 12.경 소외 주식회사 한국뉴턴과 주식회사 맥스애드컴의 명의로 피고 주식회사 우리은행(이하, '우리은행'이라고 한다)의 중랑교지점에서 대출받기로 하고, 1999. 12. 30. 김일을 통하여 원고 회사의 자금 30억 원 및 50억 원, 합계 80억 원을 위 지점에 정기예금으로 입금하였다(이하, 이를 '이 사건 제2 예금채권'이라고 한다).
(10) 위 지점장 김경동은 맥스애드컴으로부터 30억 원의, 한국뉴턴으로부터 50억 원의 예금담보대출을 요청받고 원고 회사의 본사건물을 방문하여 김일의 안내에 따라 소외 1의 사무실에 찾아갔고, 소외 1은 위 예금에 관하여 맥스애드컴의 대출금을 피담보채무로 하는 담보한도액 30억 원의, 한국뉴턴의 대출금을 피담보채무로 하는 담보한도액 50억 원의 각 근질권설정계약서에 대표이사 소외 6으로 된 법인명판과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서명을 대행한 후 원고 회사의 인감증명서 등 담보제공서류를 교부하였고, 이에 따라 맥스애드컴과 한국뉴턴에게 위 각 담보한도액 상당의 대출이 이루어졌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소외 1이 원고 회사에 대하여 상법 제395조 의 표현대표이사에 해당하므로 그가 피고들과 체결한 각 근질권설정계약은 유효하고, 피고들이 위 근질권을 실행하여 원고 회사의 이 사건 제1, 2 예금채권은 그 피담보채권인 대출금 채권의 범위에서 소멸하였다는 피고들의 항변에 대하여, 위 소외 1은 표현대표이사에 해당하나, 피고들의 지점장인 신기철과 김경동은 금융기관의 직원들로서 거래상대방인 소외 1이 원고의 전무이사로서 사업총괄부문장 또는 인터넷사업부문장이라는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통상의 경우 일정한 범위에서 위임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원고를 대표할 권한이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원고의 예금을 위 소외 4 주식회사, 맥스애드컴, 한국뉴턴의 대출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의 각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여신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소외 1로부터 그 직무권한서를 제출받거나 재경본부의 상급부서인 경영기획부문장이나 대표이사에게 문의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소외 1이 위와 같은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지를 확인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위 김일과 소외 1의 말만을 듣고 위 소외 1이 위 각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것이어서 적어도 위 신기철, 김경동에게는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상법 제395조 는 표현대표이사가 자기의 명칭을 사용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는 물론이고 자기의 명칭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를 한 경우에도 유추적용된다 ( 대법원 1979. 2. 13. 선고 77다2436 판결 , 1988. 10. 25. 선고 86다카1228 판결 , 1998. 3. 27. 선고 97다34709 판결 등 참조).
관련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수긍이 가는 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소외 1은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를 대행하여 위 각 근질권설정계약서에 원고 회사 대표이사 명의의 법인명판과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서명을 대행한 후 원고 회사의 인감증명서 등 담보제공서류를 교부하여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고, 소외 1이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피고들의 지점장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제3자인 피고들의 선의나 중과실은 소외 1의 대표권 존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를 대행하여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느냐에 대한 것이라고 하여야 할 것 인바, 이러한 점에서 우선 원심이, 소외 1이 일정한 범위에서 위임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원고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것을 피고들이 알고 있는 사정을 그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 사유로 본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상법 제395조 가 규정하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 인한 주식회사의 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된 제3자의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정의 취지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외관상 회사의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거래행위를 하고, 이러한 외관이 생겨난 데에 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외관을 믿은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으로써 상거래의 신뢰와 안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다 할 것인바, 그와 같은 제3자의 신뢰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이어야 할 것이므로 설령 제3자가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서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19797 판결 참조), 여기서 제3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제3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표현대표이사의 행위가 대표권에 기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대표권에 기한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공평의 관점에서 제3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들의 중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피고들의 중대한 과실의 사유로 들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피고들의 여신업무처리지침에서 약정서에 채무자 본인의 서명·날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법인의 경우에는 반드시 대표이사로부터 서명·날인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지 아니하고, 또 대표자를 확인하여야 한다는 것은 대표자가 적법한 대표자인지를 확인하여야 한다는 의미이지 대표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이는 데다가 금융기관의 여신규정, 여신지침, 여신업무매뉴얼 등은 그 여신업무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내부 업무기준으로 여신업무처리의 기준과 원칙을 정한 것이고, 금융기관이 이를 그대로 따르지 아니한 경우 과실로 인정될 수 있을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곧바로 중대한 과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피고 은행들의 지점장 또는 대리가 원고 회사의 본사 건물 내 전무이사 사무실에서 소외 1로부터 근질권설정계약서에 회사 대표이사 명의의 법인명판과 법인인감의 날인을 받고 법인인감증명서 등 담보제공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받은 데다가 회사의 재경본부장 김일과 자금팀 부장 및 대리 등이 그 자리에 참석하여 위 계약서 작성에 관여하는 등으로 이 사건 근질권설정행위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통상적인 은행거래방법을 넘지 아니하여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정이 두드러지지 아니하는데도 피고측 담당자가 원고 회사의 내부문서에 불과한 소외 1의 직무권한서를 제출받거나 재경본부의 상급부서인 경영기획부문장이나 대표이사에게 문의를 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으며, 또 금융기관을 채무자로 하는 예금채권을 담보로 하여 채권질을 취득하고 대출하는 예금담보대출은 담보력이 확실하므로 그 대출에 있어 금융기관이 항상 담보제공자와 대출자의 관계, 대출 동기와 경위 등을 일반적으로 조사하고 확인하여야 한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이 표현대리나 사용자책임의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피고들의 과실로 인정한 사유 및 원고가 부대상고이유로서 피고들의 중과실 사유로 주장하는 피고 신한은행이 1999. 12. 9. 소외 1이 위조한 약속어음 3장 합계 86억 원 상당을 할인대출하였다는 등의 사유를 더하여 보아도, 소외 1이 이 사건 근질권설정행위에 관하여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대행하는 데 대하여 피고들이 이를 당연히 의심하여야 한다거나 대행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것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대법원 99다19797 판결 은, 약속어음의 발행인이 건설회사의 전무이사로부터 약속어음의 배서란에 그 대표이사의 기명·날인을 받아다가 전무이사의 명함과 함께 리스회사 담당자에게 교부하자, 위 담당자가 단순히 전무이사에게 전화하여 배서한 사실을 확인하였다는 것에 불과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 그 리스회사의 중과실에 관한 구체적 판단사항을 일반화하여 사안을 달리 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소외 1이 이 사건 근질권설정행위에 관하여 원고 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대행할 권한이 있다고 피고들이 믿은 것을 중대한 과실로 보아 원고 회사의 표현대표이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표현대표이사책임에 있어 제3자의 중대한 과실에 대한 판단 기준 및 그 적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사용자책임에 관하여
이에 대한 피고들의 상고이유의 주장과 원고의 부대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앞서 본 원고의 표현대표이사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바, 원심이 표현대표이사책임을 인정하지 아니한 조치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잘못이 있다고 보는 이상, 이에 대한 원고의 부대상고는 이유 없고,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부대상고는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