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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5073 판결
[어음금][공2003.11.1.(189),2080]
판시사항

[1] 표현대표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어음행위를 한 경우, 회사가 책임을 지는 제3자의 범위

[2] 제3자가 표현대표이사에게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중과실이 있는 경우, 회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 유무(소극)와 중과실의 의미

판결요지

[1]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표현대표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어음행위를 한 경우, 회사가 책임을 지는 선의의 제3자의 범위에는 표현대표이사로부터 직접 어음을 취득한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어음을 다시 배서양도받은 제3취득자도 포함된다.

[2] 상법 제395조 가 규정하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 인한 주식회사의 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제3자의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정의 취지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외관상 회사의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거래행위를 하고, 이러한 외관이 생겨난 데에 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외관을 믿은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으로써 상거래의 신뢰와 안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다 할 것인바, 그와 같은 제3자의 신뢰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이어야 할 것이므로, 설령 제3자가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에게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여기서 제3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제3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표현대표이사의 행위가 대표권에 기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대표권에 기한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서, 공평의 관점에서 제3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종욱 외 3인)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

(1) 피고 회사의 전무이사인 소외 1은 1998. 5. 1.부터 1998. 12. 9.까지는 기획조정실장으로, 1998. 12. 10.부터 1999. 11. 30.까지는 사업총괄부문장으로, 1999. 12. 1.부터 2000. 1. 30.까지는 인터넷사업부문장으로 각 근무하였다.

(2) 소외 1은 1998. 11.경 소외 2와 함께 피고 회사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공사가 중단된 주식회사 영아트개발의 골프장 부지를 낙찰받아 전매하여 이익금을 나누기로 하고, 소외 2가 1999. 1.경 소외 3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그 명의로 1999. 1. 27. 위 골프장 부지를 198억 원 가량에 낙찰받았다.

(3) 소외 2가 소외 1에게 원고 은행의 영동기업금융지점에 30억 원을 예금할 것을 요청하자, 당시 사업총괄부문장이었던 소외 1은 피고 회사의 재경본부장 김일에게 부탁하고, 김일은 자금부장 조재완에게 예금하도록 하여 1999. 2. 26. 피고 회사의 자금 30억 원을 위 지점에 정기예금으로 입금하였다.

(4) 소외 2는 위 지점장 신기철에게 위 예금을 담보로 소외 2가 운영하는 소외 4 주식회사에 기업운전자금 27억 원을 대출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5) 위 지점의 과장 최관규가 신기철의 지시에 따라 소외 2와 함께 1999. 2. 26. 피고 회사 본사 건물 내 소외 1의 사무실을 방문하자, 소외 1은 위 예금에 관하여 소외 4 주식회사의 대출금을 피담보채무로 하는 담보한도액 30억 원의 근질권설정계약서에 대표이사 소외 5로 된 법인명판과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피고 회사의 인감증명서 등 담보제공서류를 교부하였고, 이에 따라 소외 4 주식회사에 상환기일을 1999. 5. 27.로 하는 27억 원의 대출이 이루어졌다.

(6) 그 후 원고 은행과 소외 1, 소외 2 등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여러 차례에 걸친 예금, 대출, 상환 및 변제기한 연장 등의 거래를 통하여 1999. 12. 29. 현재 거래금액이 총 대출액 286억 원, 총 예금액 303억 원에 이르렀다.

(7) 한편, 소외 1과 소외 2는 피고 회사의 연말정산을 앞두고 위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불법대출사실이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피고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후 이를 원고 은행으로부터 할인받아 위 대출금의 일부 변제에 사용하기로 하여, 소외 1이 피고 회사의 재경본부장 김일에게 연말자금융통에 필요하다고 말하여 피고 회사의 어음발행용 명판 및 당좌인감을 교부받은 뒤, 소외 1과 소외 2는 1999. 12. 29. 소외 4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에 당좌계정이 있던 소외 6 주식회사의 어음용지를 사용하여 각 발행인이 피고 회사로 된 이 사건 약속어음 3장[액면이 30억 원이고 수취인이 주식회사 맥스애드컴(이하 '맥스애드컴'이라 한다)으로 된 제1어음, 액면이 27억 원이며 수취인이 주식회사 한국뉴턴(이하 '한국뉴턴'이라 한다)으로 된 제2어음, 액면이 29억 원이고 수취인이 한국씨텍 주식회사(이하 '한국씨텍'이라 한다)로 된 제3어음]을 권한 없이 발행하였다.

(8) 원고 은행의 위 지점은, (가) 1999. 12. 29. 오전 한국뉴턴이 소외 3 주식회사의 직원인 정탁기를 통하여 제2어음의 할인을 의뢰하자, 원고 은행 본점 영업 1부에 신고되어 있던 피고 회사의 명판 및 당좌인감과 제2어음에 날인된 피고 회사의 명판과 당좌인감이 동일함을 확인한 후, 연 6.75%의 비율에 의한 할인이자를 공제한 26억 57,539,727원을 한국뉴턴의 계좌에 입금하였고, (나) 같은 날 오후 맥스애드컴이 제1어음의 할인을 의뢰하자, 위와 같은 확인절차를 거친 뒤 할인이자를 공제한 29억 47,068,494원을 맥스애드컴의 계좌에 입금하였으며, (다) 1999. 12. 30. 오전 한국씨텍으로부터 다시 배서양도받은 소외 3 주식회사가 제3어음의 할인을 의뢰하자, 위와 같은 확인절차를 거친 후 할인이자를 공제한 28억 50,501,370원을 소외 3 주식회사의 계좌에 입금하였다.

(9) 원고 은행은 위 각 약속어음의 지급기일 전인 2000. 2. 11. 지급장소에서 지급제시하였으나 무거래를 이유로 모두 지급거절되었다.

나. 주위적 청구에 대한 원심의 판단

원심은, 소외 1이 피고 회사를 대표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할 권한이 있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어음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이 있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 회사는 표현대표이사 또는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약속어음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은 피고 회사 명의로 어음을 발행할 권한이 없는 소외 1과 소외 2가 위조한 것이어서 피고 회사에게 어음발행인으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원고 은행이 소외 1에게 피고 회사를 대표하여 어음을 발행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어 표현대표이사의 책임도 물을 수 없으며(원심은 원고 은행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는 근거를 명시적으로 판시하고 있지 않으나, 원심판결 이유의 문맥 및 전후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사용자책임에 관한 예비적 청구를 판단하면서 원고 은행의 과실로 들고 있는 사정들을 그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관한 민법 제126조 의 규정에서 제3자라 함은 당해 표현대리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된 자만을 지칭하는 것이고, 이는 위 규정을 어음행위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할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인데, 무권대리인인 소외 1의 어음행위의 직접 거래 상대방은 원고 은행이 아닌 한국뉴턴, 맥스애드컴 및 한국시텍이라 할 것이고, 원고 은행은 그들로부터 다시 어음을 배서양도받아 취득한 제3취득자에 해당하므로 표현대리의 책임 역시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 예비적 청구에 대한 원심의 판단

원심은 나아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회사는 소외 1의 사용자로서 소외 1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은행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고 은행에도 (1) 액면이 거액인 이 사건 약속어음 3장을 연속해서 할인하여 주면서 이미 286억 원을 대출받은 소외 1로부터 오로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외 1만을 믿은 채 피고 회사의 어음거래 담당부서에 어음의 진정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소외 6 주식회사의 어음용지를 사용하여 위조한 약속어음 3장을 만연히 할인하여 주었고, (2) 약속어음의 수취인으로 되어 있는 한국뉴턴, 맥스애드컴, 한국시텍이 어떠한 회사인지, 피고 회사와 거래가 있는 회사인지의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채 할인하여 주었으며, (3) 피고 회사와는 사업목적이나 사업규모 등에 비추어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보이는 업체인 소외 4 주식회사에 대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 할인 전에 이루어진 대규모 대출시에 피고 회사가 자신의 예금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소외 1과 소외 2가 피고 회사의 이사회승인을 피하기 위하여 원고 은행으로부터 104억 원을 95억 원과 9억 원으로 나누어 대출받았던 적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소외 1의 대리권한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두드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은행이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거래를 하다가 위 대출금이 해결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다시 86억 원에 달하는 이 사건 약속어음 3장을 만연히 할인하여 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다음, 원고 은행의 과실비율을 40%로 판단하여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먼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약속어음 3장은 소외 1이 권한 없이 위조한 것이라고 인정한 것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

나. 그러나 표현대표이사 책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상법 제395조 는 표현대표이사가 자기의 명칭을 사용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는 물론이고, 자기의 명칭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행위를 한 경우에도 유추적용되며( 대법원 1979. 2. 13. 선고 77다2436 판결 , 1988. 10. 25. 선고 86다카1228 판결 , 1998. 3. 27. 선고 97다34709 판결 , 2003. 7. 22. 선고 2002다40432 판결 등 참조),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표현대표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여 어음행위를 한 경우, 회사가 책임을 지는 선의의 제3자의 범위에는 표현대표이사로부터 직접 어음을 취득한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어음을 다시 배서양도받은 제3취득자도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36753 판결 참조).

그리고 상법 제395조 가 규정하는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 인한 주식회사의 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 제3자의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정의 취지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가 외관상 회사의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거래행위를 하고, 이러한 외관이 생겨난 데에 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그 외관을 믿은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함으로써 상거래의 신뢰와 안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다 할 것인바, 그와 같은 제3자의 신뢰는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당한 것이어야 할 것이므로, 설령 제3자가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에게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이 믿음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는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19797 판결 참조), 여기서 제3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제3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표현대표이사의 행위가 대표권에 기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대표권에 기한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서, 공평의 관점에서 제3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40432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전무이사인 소외 1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를 대행하여 위 각 근질권설정계약서에 피고 회사 대표이사 명의의 법인명판과 법인인감을 날인한 후 피고 회사의 인감증명서 등 담보제공서류를 교부하여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원고 은행 본점 영업부에 신고되어 있는 어음발행용 명판과 당좌인감을 사용하여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를 대행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 3장을 발행하였다는 것이고, 소외 1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원고 은행의 지점장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제3자인 원고 은행의 선의나 중과실은 소외 1의 대표권 존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를 대행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할 권한이 있느냐에 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 이 점에서 우선 원심이 소외 1에게 피고 회사를 대표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만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고, 나아가 원심이 확정한 사실 및 기록에 나타나는 피고 회사의 규모 및 조직체계, 피고 회사의 제2인자 내지 제3인자로서 피고 회사의 법인인감과 명판을 수시로 사용하면서 대표이사의 서명까지 대행하였던 소외 1의 지위, 피고 회사의 재경본부장과 자금팀 부장 및 대리 등이 함께 참석하여 계약서 작성에 관여하는 등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근질권설정계약 체결의 상황, 피고 회사가 원고 은행에 소외 4 주식회사를 위하여 담보로 제공한 예금의 총액수 및 담보제공의 횟수, 이 사건 약속어음상의 피고 회사의 명판 및 인감에 대한 원고 은행이 확인한 내용 및 그 결과, 이 사건 약속어음의 할인 당시 할인의뢰인들이 원고 은행에 제출한 서류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으로는 원고 은행이 소외 1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에 관하여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대표권을 대행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 은행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 회사는 표현대표이사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표현대표이사 책임에 있어 제3자의 중대한 과실에 대한 판단 기준 및 그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원심의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이는 이상,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와 예비적 청구에 관한 원고 및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으므로 그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변재승 강신욱 고현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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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2.10.24.선고 2001나7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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